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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96일
나타샤 캄푸쉬 저/코리나 밀보른 저/하이케 그로네마이어 저
예스24 | 애드온2

<3096일>이라는 책 제목에 끌려 서평 이벤트에 신청했다. 부제목은 ‘유괴, 감금, 노예 생활 그리고 8년 만에 되찾는 자유 - 전세계를 경악시킨 한 소녀의 충격실화’. 부제목을 보니 어떤 여자아이가 납치되어 감금되었다가 8년 만에 자유를 찾은 이야기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1988년 2월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난 나타샤 캄푸쉬.

책을 읽기 전에 몇가지 궁금증이 생겼다. 첫째 이 아이를 유괴한 사람은 어떤 사람이었고 유괴의 이유는 무엇이었나, 둘째 8년 만에 자유를 찾은 방법은 탈출이었나 구조였나 아니면 그 밖의 다른 방법이었나. 이 두 가지 궁금증 중 두 번째 궁금증은 책의 절반 정도를 읽었을 때 해결되었다. 하지만 첫 번째 궁금증은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이해할 수 없었다. 어떤 정신 상태를 가진 사람이 8년동안이나 어린 아이를 감금하고 폭행하고 노예처럼 부릴 수가 있는 것인지.

저자는 그다지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지 못했고 불화가 많았던 부모 밑에서 자라났다. 가정적이지 못한 부모들 사이의 관계에서 자의식이 제대로 성장하기 힘들었고 불완전한 자의식은 8년 동안의 감금 생활에서 조금씩 드러났다. 유괴되었을 당시 열 살이었던 저자의 이성은 자신을 둘러싼 상황을 순순히 받아들이는 4~5살 정도의 어린아이 수준으로 퇴화되었다. 범인과 다이아몬드 게임을 한다든지, 범인을 아빠같은 친구로 상상하려 했다든지 범인에게 의존하고 익숙해지려는 노력을 많이 했다. 또 한편으로는 경찰이 빨리 와서 구조했으면 좋겠다는 마음 속 소망도 드러내고 있다. 유괴된 것이 10살 때였고 18세 되던 해에 자유를 찾았으니 성인으로 성숙해 가는 과정이었다는 점에서 이해가 가는 부분이기도 하다.

책의 절반 이후로 지나갈수록 범인의 폭행은 점점 심해졌다. 매일 매일 같이 반복되는 폭행의 일상이 저자를 힘들게 했다. 노예생활과 다름없었던 지하 감금 생활(책에서는 감옥이라는 표현도 사용함)과 범인과의 생활에서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힘들었다. 책을 읽고 있는 내내 우울했던 순간이었다. 우울함을 넘어 범인에 대한 증오심으로 ‘부글부글’ 끓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 다만 이 책을 쓰려면 ‘탈출’을 하던 ‘구조’가 되던 자유를 찾았겠지 하는 이미 결정된 결론 때문에 그나마 책장을 넘길 수 있었다.

나는 한참동안 새 날짜를 바라 보았다. 2006년 8월 23일. 내가 갇힌 지 3096일째 되는 날이었다. - p.259
나는 청소년 시기를 노예로, 펀치 볼로, 청소부로, 그리고 유괴범의 조력자 노릇을 하며 살아남았다. 다른 방도가 없었기에 이 세상에 순응했었다. 그러나 이제 그 시간은 지나갔다. - p.260

기다리고 기다리던 그 날이 되었다. 노예나 다름없는 생활을 8년 이상 버틴 저자가 정말 안쓰럽다.

아무도 이 세상에서 괴물로 태어나지 않는다. 우리가 접하는 세상과 사람들에 의해 우리가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가정,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 우리 모두가 결과적으로는 책임이 있다.  - p.295

저자는 에필로그에 남긴 이 문장을 통해 범인과 같은 흉악한 범죄자들의 등장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는 다소 의외의 결론을 내린다.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고 하기에는 저자가 너무 관대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범인이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는 것도 솔직히 아쉬움이 들었다. 체포되어 언론에 드러나 사건의 전말이 범인의 입을 통해 공개되고 죄에 댓가를 받는 모습을 기대했지만 그러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유괴된 지 8년 만에 탈출, 탈출한지 4년 만에 이 책을 쓰면서 진정한 자유를 찾은 나타샤 캄푸쉬. 그녀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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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테크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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