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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은 소 와인 바다가 모두 빨갛다
윤영삼 역/기 도이처 저

(21세기북스, 2011)
예스24 | 애드온2

제목이 참 특이하다. 소, 와인, 바다가 모두 빨갛다니. 소는 누런 색의 황소이거나 하얀색 바탕에 검은 점이 있는 젖소가 일반적이니 빨간 소는 생각할 수 없다. 와인은 붉은색의 적포도주가 일반적이며, 바다는 푸른색이라는 것이 우리의 상식이다. 도대체 이 제목은 누가 정한 것인지, 그 의미는 무엇인지. 이 궁금증을 가지고 첫 페이지를 열어 본다.

이 특이한 제목은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오디세이>를 연구한 윌리엄 글래드스턴(Willian Ewart Gladstone, 1809~1898)의 책에서 인용되었다. 글래드스턴은 호메로스의 책들을 연구하면서 하나의 의문점을 가진다. 바로 색깔의 표현이다. 호메로스의 작품을 읽어보진 않았지만(저자의 문제제기로 인해 곧 읽어보려고 생각중이다) <일리아스>와 <오디세이> 전체에서 ‘검은 와인 빛 바다(wine-dark sea)'라는 표현이 많이 인용되고 있으며, 그 밖에 꿀을 초록색으로 표현했다든지, 소를 와인처럼 보인다고 표현하는 등 현대인이 보기에 색깔의 표현이 정상적이지 않다는 점에 문제를 제기한다. 그동안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 호메로스가 시적허용을 즐겼다는 주장도 있었으나 저자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저자는 이 문제에 대해 고대인과 현대인의 색깔에 대한 인지 능력이 달랐다는 주장으로 결론을 내린다. 즉 호메로스 시대의 사람들이 인지할 수 있는 색깔은 검정과 하양이 거의 전부라고 할 수 있으며, 즉 흑백의 영역을 넘어서 프리즘을 통해 분산된 유채색의 세계로는 나아가지 않았다(p.60)는 것이다. 따라서 현대인의 입장에서 호메로스의 작품을 볼 때 색깔을 언급하는 부분이 애매모호하고 일관성이 없게 느끼는 것은 바로 이 점 때문이다. 다시말해 ‘발달하지 않는 색깔인식능력’ 때문에 호메로스의 작품에서는 검정과 하양이라는 색깔이 가장 많이 등장하고 있으며. 또한 ‘바이올렛’이나 ‘와인’이라는 색깔 어휘는 특정한 색깔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흑백의 세계에서 짙음의 정도를 나타낸다는 것이다.

이 색깔에 대한 이야기가 첫 장에서 다루어지고 있는 이유는 이 책의 주제와 관련이 있다. 즉 우리가 쓰고 있는 언어와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의 문화가 어떤 관계에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제기이다. 더 나아가 좀더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언어가 다르면 그 말을 쓰는 사람의 생각도 달라지지 않을까?’라는 문제로 정의할 수 있다. 오늘날 대부분의 언어학자들은 언어는 유전자에 코딩되어 있는 본능과 같기 때문에 ‘아니’라는 답변을 할 것이다. 모든 언어에 보편적인 문법이 있고, 똑같은 기저가 존재하며, 구성의 복잡성도 같다는 주장이 대부분 언어학자들의 주장이다(p.18). 하지만 저자는 이 주장에 대해 반론을 제기한다. 문화의 차이가 심오한 방식으로 언어에 반영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언어, 문화, 생각을 이어주는 가장 중요한 연결고리를 찾아내고자 했다. 언어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바로 그 시대와 지역에 축적되어 있는 문화와 사람들의 생각들이라는 것이다.

이 논리를 펼치기 위해 언어를 ‘거울’과 ‘렌즈’의 두가지 관점에서 살펴본다. 이 책의 원서 제목은 <Through the Language Glass>이다. 훨씬 더 직관적인 한글제목 덕에 책의 좀더 쉽게 다가갈 수 있었다. 제목을 보면서 가지는 의문점들이 책의 서문을 지나 첫 장의 내용에서 바로 풀어주었기 때문에 그 이후의 내용들을 좀더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새해 들어 교회 성가대에서 ‘구노(Charles Gounod)’의 <성세실리아를 위한 장엄미사(Messe Solennelle de Sainte Cecile)>를 라틴어 원어로 부르기 위해 연습하고 있다. 그러면서 라틴어를 공부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차에 이 언어학에 관한 재미있는 책을 읽게 되어 그동안 별로 관심이 없었던(관심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조차 인지를 할 수 없었던) ‘언어’에 대해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게 되었다. 이 책을 통해 아는지 모르는지 조차 몰랐던 완벽한 무지의 상태에서 언어에 영역으로 첫발을 내딛게 되었으니 아직은 저자의 주장에 대해 올고 그름을 판단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아쉬울 뿐이다.


글래드스턴
카테고리 정치/사회 > 정치/외교
지은이 김기순 (한울아카데미, 200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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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테크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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