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도서 문화 리뷰어 [techleader.net] 테크리더

공지사항

Total604,377
Today24
Yesterday225
Statistics Graph

달력

« » 2018.12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최근에 달린 댓글


울지 않는 아이
국내도서
저자 : 신상진
출판 : 삼인 2014.11.11
상세보기


책을 읽는 내내 안타깝고 답답했던 마음이 마지막 장을 넘기고 나서야 겨우 진정이 되었다. 책의 주인공은 독서치료와 상담이 직업인 여성으로 중학교 2학년부터 탈선을 하기 시작한 자신의 아들을 둘러싼 이야기를 1인칭 시점으로 기술하고 있다. 혹시나 했는데 마지막 작가의 말을 보니 자신의 경험들을 바탕으로 쓴 소설이라고 한다.


하지만 나는 솔직해지기로 했다. (중략) 피해자이면서도 아무 말 할 수 없었던, 지금도 하지 못하는 엄마들의 이야기를 대신하고 싶었다. (중략) 이 이야기는 우리 가족이 3년 여에 걸쳐 겪은 실제 사건의 기록이다. (중략) 이제 눈 떠보니 모든 것이 선물이다.  - p.193~196 '작가의 말'에서 인용


왕따나 학교 폭력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은 자녀를 둔 부모로서는 당연한 일일 것이다. 다만 가해자와 피해자가 나뉘는 과정에서 그 현상을 바라보는 시각은 많이 달라지는 것 같다. 책의 주인공인 정수는 중학교 시절 잘못 만난 철규라는 선배로부터 협박을 받는다. 결국 가출하기도 하고 부모님 몰래 집에서 돈을 훔쳐오기도 했다. 정수 엄마가 만난 철규 엄마는 자신의 아들이 한 잘못보다는 어떻게든 돈으로 마무리하려는 태도를 보인다. 피해자의 부모로서는 어처구니 없는 노릇이지만 아마도 우리 주변에 비일비재한 현상이 아닐까 생각한다.



책은 정수가 집에서 훔쳐나온 돈을 은행에서 찾는 과정이 찍힌 CCTV를 조사하는 과정으로부터 시작한다. 정수는 절대로 자신이 아니라고 부인하고 정수 엄마는 정수를 못미더워한다. 하지만 정수는 학교가 끝나고 집에 와서는 꼭 저녁시간에 나와서 밤 늦게나 새벽에 들어오는 일을 반복한다. 결국 집을 가출하고 연락도 없이 오래도록 집에 들어오지 않기도 한다.


철규의 조언대로 정수는 엄마에게 큰 소리로 반항하는 태도를 보였고 정수 엄마는 같이 화를 내며 싸우기도 했다. 정말 심각한 상황이라고 느낀 것은 가출 후 집에 왔는데 머리가 이상하게 깎여있고 온 몸 구석구석에 있는 상처를 보고 나서부터다. 심지어는 담배불로 지진 흉터까지. 보다 못한 정수 엄마는 철규 부모를 대상으로 소송을 진행하게 된다. 그 와중에 철규 엄마는 무릎을 꿇고 사과하는 모습을 보이다가도 언제 그랬냐는듯이 합의금을 들고와서 적당히 끝내자는 협박도 서슴지 않는다. 


사실 철규가 정수를 데리고 다니면서 부모에게 반항하라고 가르치고,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 죽인다는 협박을 하는 통에 정수는 집으로 연락을 할 수도 없었고, 집에 와서도 있는 그대로 해명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심지어 철규는 정수를 모텔에 감금해 놓기도 했다. 철규의 등장 이후 정수와 정수엄마가 나누는 대화는 서로 목소리를 높이며 동문서답을 하고 있는 상황이 대부분이다. 읽는 동안 너무 답답했다. 우리 아이가 이러면 어쩔까 하는 걱정도 앞섰다.


정수 엄마가 이런 정수를 바라보는 마음이 얼마나 아팠을까 공감이 됐다. 엇나가는 정수에 대해 화가 나면서도 절대로 정수를 놓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장면에서 눈물이 고였다. 


사람이 힘이 들면 자신밖에 보이지 않는다. 고통을 재는 잣대는 너무나 짧고, 자신 안으로만 향해 있다. 사람은 자신이 지고 있는 것 이상의 무거운 짐은 없어 보인다. 그러므로 고통은 객관적이지 않다.  - p.56


그러던 정수가 변화하기 시작한 것은 고등학교 2학년 때 어느 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부터다. 엄마는 얼마 못버티고 그만둘 것이라 예상했지만 학교를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회사일을 열심히 하였다. 그 와중에 부모님께 속썩이지 말라는 어른들의 조언이 마음에 와닿아 회사일을 하면서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도 진학하게 된다.


가족의 건강함은 회복력에 있다는 걸 깨닫는다. 완벽하진 않지만 그래도 품고 가는 것. 지키지 않는 약속에 화를 내기도 하고 다투기도 하지만 이해하려고 애쓰는, 그 가운데 살아서 성장하는 것이다. 강물처럼 흘러가는 시간 속에 머물러 있는 일. 잡은 손 놓지 않고 함께 살아있음이 가장 의미있는 것이다.  p .191


마지막 장면의 모습들이 감동적이다. 그렇게 속을 썩이던 정수는 아빠와 나란히 앉아 TV를 보면서 대화를 나눈다. 주변에 누나와 여동생 같이 대화를 거들며 웃음꽃이 피는 상황이 상상이 된다. 정수 엄마는 그 장면을 보면서 '가족'이라는 말의 의미를 새롭게 깨닫는다.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면서 가족은 서로를 포기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Posted by 테크리더

댓글을 달아 주세요


3096일
나타샤 캄푸쉬 저/코리나 밀보른 저/하이케 그로네마이어 저
예스24 | 애드온2

<3096일>이라는 책 제목에 끌려 서평 이벤트에 신청했다. 부제목은 ‘유괴, 감금, 노예 생활 그리고 8년 만에 되찾는 자유 - 전세계를 경악시킨 한 소녀의 충격실화’. 부제목을 보니 어떤 여자아이가 납치되어 감금되었다가 8년 만에 자유를 찾은 이야기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1988년 2월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난 나타샤 캄푸쉬.

책을 읽기 전에 몇가지 궁금증이 생겼다. 첫째 이 아이를 유괴한 사람은 어떤 사람이었고 유괴의 이유는 무엇이었나, 둘째 8년 만에 자유를 찾은 방법은 탈출이었나 구조였나 아니면 그 밖의 다른 방법이었나. 이 두 가지 궁금증 중 두 번째 궁금증은 책의 절반 정도를 읽었을 때 해결되었다. 하지만 첫 번째 궁금증은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이해할 수 없었다. 어떤 정신 상태를 가진 사람이 8년동안이나 어린 아이를 감금하고 폭행하고 노예처럼 부릴 수가 있는 것인지.

저자는 그다지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지 못했고 불화가 많았던 부모 밑에서 자라났다. 가정적이지 못한 부모들 사이의 관계에서 자의식이 제대로 성장하기 힘들었고 불완전한 자의식은 8년 동안의 감금 생활에서 조금씩 드러났다. 유괴되었을 당시 열 살이었던 저자의 이성은 자신을 둘러싼 상황을 순순히 받아들이는 4~5살 정도의 어린아이 수준으로 퇴화되었다. 범인과 다이아몬드 게임을 한다든지, 범인을 아빠같은 친구로 상상하려 했다든지 범인에게 의존하고 익숙해지려는 노력을 많이 했다. 또 한편으로는 경찰이 빨리 와서 구조했으면 좋겠다는 마음 속 소망도 드러내고 있다. 유괴된 것이 10살 때였고 18세 되던 해에 자유를 찾았으니 성인으로 성숙해 가는 과정이었다는 점에서 이해가 가는 부분이기도 하다.

책의 절반 이후로 지나갈수록 범인의 폭행은 점점 심해졌다. 매일 매일 같이 반복되는 폭행의 일상이 저자를 힘들게 했다. 노예생활과 다름없었던 지하 감금 생활(책에서는 감옥이라는 표현도 사용함)과 범인과의 생활에서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힘들었다. 책을 읽고 있는 내내 우울했던 순간이었다. 우울함을 넘어 범인에 대한 증오심으로 ‘부글부글’ 끓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 다만 이 책을 쓰려면 ‘탈출’을 하던 ‘구조’가 되던 자유를 찾았겠지 하는 이미 결정된 결론 때문에 그나마 책장을 넘길 수 있었다.

나는 한참동안 새 날짜를 바라 보았다. 2006년 8월 23일. 내가 갇힌 지 3096일째 되는 날이었다. - p.259
나는 청소년 시기를 노예로, 펀치 볼로, 청소부로, 그리고 유괴범의 조력자 노릇을 하며 살아남았다. 다른 방도가 없었기에 이 세상에 순응했었다. 그러나 이제 그 시간은 지나갔다. - p.260

기다리고 기다리던 그 날이 되었다. 노예나 다름없는 생활을 8년 이상 버틴 저자가 정말 안쓰럽다.

아무도 이 세상에서 괴물로 태어나지 않는다. 우리가 접하는 세상과 사람들에 의해 우리가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가정,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 우리 모두가 결과적으로는 책임이 있다.  - p.295

저자는 에필로그에 남긴 이 문장을 통해 범인과 같은 흉악한 범죄자들의 등장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는 다소 의외의 결론을 내린다.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고 하기에는 저자가 너무 관대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범인이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는 것도 솔직히 아쉬움이 들었다. 체포되어 언론에 드러나 사건의 전말이 범인의 입을 통해 공개되고 죄에 댓가를 받는 모습을 기대했지만 그러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유괴된 지 8년 만에 탈출, 탈출한지 4년 만에 이 책을 쓰면서 진정한 자유를 찾은 나타샤 캄푸쉬. 그녀를 응원한다.


 

Posted by 테크리더

댓글을 달아 주세요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