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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의 조각들
국내도서
저자 : 로이스 맥마스터 부졸드(Lois McMaster Bujold) / 김창규역
출판 : 씨앗을뿌리는사람 2013.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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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때 읽었던 SF소설(초등학교용이니 소설이라고 하기도 뭐하지만)을 읽고 한때 SF소설가가 되는 것이 꿈인 적이 있었다. 그 꿈이 이어져 고등학교 1학년때까지 문예창작과나 국문학과에 진학하여 소설가나 시인이 꿈을 꾸었지만 누군가에 조언으로 꾸어서는 안될 꿈이라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 조언을 했던 분이 원망스럽기까지 하다. 내 실력이 부족하여 포기한 것이라면 인정하겠지만 단지 소설가라는 직업이 돈벌이가 안된다는 이유였다는 것이 너무나도 안타깝다. 그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금도 여전히 소설가 특히 SF소설가의 꿈을 동경하고 있다.


루이스 맥마스터 부졸드. 그녀의 소설을 SF소설이라고도 분류하게 되지만 SF소설로서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SF소설은 단지 있을 법한 미래를 다루는 소설이 아닌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스토리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녀의 소설에서 과학적인 근거는 철저하게 배제된다. 근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근거가 없어도 스토리 진행이 지장을 주지 않을 소재들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실제 여타 SF소설을 보면 현존하는 과학기술과 이론에 근거하여 미래에 개발 가능한 기술을 추정한다. 부졸드의 소설은 그런 면에서 SF소설이라고 하기 보다 굳이 장르를 만든다면 '모험소설'이자 '미래소설'에 가깝다. 다분히 로맨스도 존재한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다른 SF소설과 같이 미래에 개발 가능한 기술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이 아니라 미래에도 여전히 인간은 살고 있다는 점을 주요 스토리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이 살기 때문에 그들간의 우정과 사랑이 있고 충성과 배신이 있고 전쟁과 평화가 있다. 이 점을 주목해서 그녀의 소설을 읽어야 한다고 본다.



그녀의 대표적인 보르코시건 시리즈의 첫번째 작품이 '씨앗을뿌리는사람'에서 출간되었다. 그녀의 명성을 생각한다면 국내에도 진작에 전체 작품이 공개되어야 마땅했다. 물론 몇년 전 모 출판사에 의해 몇편이 출간된 적이 있지만 전체 시리즈라 출간된다 하니 기쁘기 그지 없다.


≪명예의 조각들≫은 지금부터 약 1000년 뒤인 서기 3000년을 전후를 시대적 배경으로 한다. 광속 이상의 빠르기로 행성간의 이동은 가능한 것으로 추정하며, 지구 이외에 여러 행성이 개발되어 행성간의 이동도 가능하다. 외계생명체는 여전에 찾지 못했다고 가정한다. 주인공은 보르코시건 가의 사람들이다. 일단 본 작품에서는 향후 보르코시건 시리즈의 주인공이 될 마일즈 보르코시건의 아버지인 아랄 보르코시건과 어머니인 코델리아 네이스미스의 만남과 결혼을 주요 스토리로 제공한다. 


아랄 보르코시건은 바라야 행성 출신의 장교로서 보수적이고 남성적인 사회에서 자란 탓에 그 문화를 그대로 이어받고 있다. 코델리아 네이스미스는 베타 개척지 출신의 군인으로서 개방적이고 민주적인 문화를 배우고 이어받았다. 하지만 그들간에 사랑이 싹튼다. 의심과 불신이 한때 생기기도 하지만 서로의 행성에 대한 고정관념이 깨지면서 결국 사랑의 결실을 맺게 된다. 코델리아는 바라야 제국의 황제를 만나면서 아랄에 대한 사랑을 간접적으로 이렇게 표현한다. 


저는 그에게서 저를 봤어요. 혹은 저와 같은 사람을요. 우리는 같은 걸 추구하고 있어요. 그걸 서로 다른 이름으로 부르고, 서로 다른 곳에서 찾고 있지만요. 아랄은 그걸 명예라고 불러요. 저는 그걸 신의 은총이라고 부르고요. - p.333


소설을 읽다보니 미래를 상상하게 된다. 우리 세상이 1000년 뒤에는 어떻게 바뀔까. 소설에서 상상하는 이야기들 중에 가장 놀라웠던 점은 인공자궁이었다. 인공자궁에서 아이가 탄생하는 모습에 대한 묘사를 보니 실제 자궁에서 아이가 태어나는 것과 유사한 방식이었을 것 같다. 여성의 임신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는 방편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웜홀을 통해 행성간에 이동이 가능하다는 점도 놀라운 일이었다. 이 작품이 처음 쓰여진 것이 1986년도라고 하니 지금보다 예상하기 더 힘들었던 과거의 시점에서 흥미로운 상상력의 결과가 아닐까.


아랄과 코델리아의 만남에서 결혼까지의 과정에 전혀 우여곡절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코델리아는 자신이 잠든 사이 기억속에서 군사기밀을 빼낸 아랄을 크게 의심하기도 하며, 미래의 부인이 될 코델리아가 성폭행에 직면에 있는 상황을 우연하게도 아랄이 모면하게 해준다. 전쟁이 끝난 후 고향으로 돌아간 코델리아는 자신의 상관과 어머니조차 자신을 믿지 못하는 오해를 받고 어렵사리 고향을 탈출하기도 한다. 


시리즈가 16편이라 하니 아직도 갈길은 멀지만 책 앞부분에 저자가 말한 것처럼 이 책 한권을 읽어도 마무리가 되는 느낌이 든다. 물론 아직 보르코시건 시리즈의 주인공이 태어나지조차 않았지만 그의 활약상을 기대하게 만들면서도 한권으로 충분한 흥미를 끌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Posted by 테크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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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타
국내도서
저자 : 레이첼 콘(Rachel Cohn) / 황소연역
출판 : 까멜레옹 2013.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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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텔톤의 커버 이미지가 상당히 몽환적이다. 물에 잠겨있는 듯한 이미지가 그로테스크하다. 아마도 책 내용에서 복제인간으로 등장하는 클론의 탄생을 그려놓은 듯 하다. 인간에게서 영혼을 빼낸 존재를 '클론'이라고 하고, 이 책에서는 클론의 베타버전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이름을 엘리지아. 엘리지아는 클론의 판매처인 부티크에서 어느 귀부인에게 판매되고 그 가족들을 위하 봉사하기 위해 길을 떠난다. 책의 첫 몇페이지를 읽으면 대략 전체 소설의 상황은 그려진다.


전 세계를 폐허로 만든 '물의 전쟁' 이후 부유한 권력자들은 '드메인'이라는 낙원을 만들었다. 공기는 언제나 고급 산소로 채워지며, 자줏빛 바다에서는 잔잔한 파도가 아름답게 물결친다. 그리고 순종적이고 아름다운 클론들이 시중을 든다. 시험적으로 출시된 10대 클론 엘리지아는 클론들 중에서도 빼어난 외모와 귀여운 행동으로 사랑을 독차지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엘리지아는 환영을 본다. 바로 자신의 모체인 죽은 소녀가 사랑했던 남자.


책 뒷표지에 나오는 문구이다. 클론은 영혼이 없기 때문에 사람이 갖고 있는 여러가지 감각들은 가질 수 없다. 하지만 몇몇 클론들은 원인 모를 오류로 인해 이런 감각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이를 책에서는 디펙트라고 부른다. 엘리지아는 다른 클론이 갖지 못한 미각을 가지고 있으며, 또 시조에 대한 기억을 갖고 있다. 엘리지아와 같은 또다른 클론인 잰스는 성욕을 느낄 수 있어 또다른 클론과 성관계를 하기도 한다. 클론들은 이를 모두 숨기고 인간들에게 발각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부분적으로는 반란이나 폭동을 준비하는 디펙트들도 존재하며 책의 중반 이후로 넘어갈수록 긴장 구도가 드러난다. 


드메인의 인간들이 번성하는 이유는 이들의 일회용 문화 때문이다. 클론을 갈아치우면 그만이다. 이들은 물건이 사라졌다고 슬퍼하지 않는다. 그 물건이 물질적으로나 금전적으로 가치를 지니지 않는 이상.  - p.207


인간들의 세상에서 클론이 갖는 '위상'을 단적으로 표현해 주는 문장이 아닐까 한다. 엘리지아의 절친 클론 잰스가 원인 모를 죽음을 맞이한 이후 엘리지아는 고통과 분노를 동시에 느끼며 인간세상에 도전장을 내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 자신에게 약속했다. 때가 오면, 이 분노와 억울함이 또다시 나를 덮치면 절대 기절하지 않겠다고, 나는 싸울 것이다.(p.210)"



상당히 먼 미래의 이야기를 다루는 SF소설이지만 사람에게서 영혼을 빼내 클론으로 만든다는 이야기에 대한 과학적인 근거는 찾기 어렵다. 사실 과학적 근거가 없으면 제대로 된 SF소설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 많은 이야기들이 '미래에는 이럴 것이다'라는 상상에 근거하여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SF소설로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이야기 구조 속에서 결말을 실마리를 풀어나가면서 긴강장관계를 그리는 여러 장면들이 흥미롭게 진행된다는 점은 인정하고 싶다. 예를 들어 엘리지아가 사랑의 감정을 키워왔던 타힐이 실제로는 클론이었다는 점, 엘리지아 자신이 최초의 10대 베타로 알고 있었는데 그 이전에도 많은 10대 베타들이 있었고 반항기를 넘지 못하고 죽었다는 점 등은 소설의 중반 이후 상당히 반전의 효과를 가져왔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서 '이게 끝이야?'라는 허무감이 몰려왔다. 하지만 4부작의 첫작품이라고 하며 또 영화제작도 준비중이라니 이왕 본 소설이 재밌는 영화로 재구성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Posted by 테크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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