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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피
국내도서
저자 : 강희진
출판 : 나무옆의자 2015.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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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한 20대 여성이 국내 명문 대학원에 다니면서 돈벌이를 위해 키스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키스방에서 포피라는 별명을 쓰는 그녀에게 키스는 고급문화다. 키스방은 그녀에게 생활자금을 마련해주는 곳이기도 하지만 삶을 성찰하게 해주는 장소기도 하다.



키스방의 인테리어를 묘사하는 부분에서 유명 화가들의 작품들이 설명된다. 샤갈이나 클림트, 뭉크 등의 그림이 걸린 키스방에서 그녀는 소설가로 표현되는 남자와 자신의 탈북과정과 현재 생활에 대해 인터뷰를 한다. 


북한에서 그녀는 어머니의 깊은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랐다. 남동생이 태어난 이후로 엄마젖을 먹어보지 못했다고 한다. 엄마의 편애로 인해서 그녀는 구순기 욕망이 제대로 해소되지 않았고 남자의 혀는 엄마의 젖꼭지보다 훨씬 매력적인 욕구해결 도구가 되었다. 그래서 그녀에게 키스방은 유아기 때 채울 수 없었던 갈급증을 해결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다(pp.209~210).


탈북 이전에 남동생은 병으로 죽게 된다. 그녀의 마음 속에 동생이 죽음에 자신의 기여한 탓도 있다고 자책하기도 한다. 양식이 배급되지 않는 중에 그녀의 집 역시 음식이 부족한 상황에서 그녀는 고구마를 산에 숨겨놓고 혼자 먹었는데 약을 대신해서 병 치료에 사용할 수 있는 아편이 고구마 자루에 같이 있었던 걸 몰랐던 것이다. 포피의 어머니는 양귀비를 길러 아편을 정제하여 팔며 양식을 구입하곤 했는데 간혹 아편이 약을 대신하여 병을 치료해주는 역할을 했다.


중국으로 탈북하는 과정에서 아버지는 실패하게 되고 어머니와 그녀만 성공하게 된다. 중국에서 그녀의 어머니는 중국인과 재혼하였지만 남편의 동생들과도 여러차례 성관계를 가지는 등 그다지 성공적인 결혼생활을 하지는 못했다. 다만 포피의 막내삼촌이 어머니를 사랑하는 마음이 깊어 한국으로 이주시키는 데 큰 도움을 준다.


모녀는 한국으로 이주한다. 포피는 대학에 다니게 되었고 키스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을 영위한다. 그녀 어머니는 노래방에서 도우미로 일하는 것으로 그녀는 추측한다.


탈북하여 한국에 이주한 사람들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에 대해서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았다. 여전히 많은 북한 주민들이 굶주리고 있으며 탈북을 하면 대체로 원하는 자유를 누리며 살게 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상상만 했을 뿐이다. 하지만 책에서 포피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곳은 가족 중심의 사회라 개인에 대한 생각이 존재하지 않아요. 자아에 대한 인식이 없어요. 그러니 그들은 남한 사회 사람들이 말하는 자유가 뭔지 몰라요. 왤까요? 그들은, 그것을 한 번도 경험해본 적이 없으니까. 음식도 먹어봐야 맛을 아는 것처럼... 자유도 마찬가지죠. 그들에게 진정한 자유란 공동체 속에서 느끼는 아늑함이죠.  - p.193


그들은 자유를 자유답게 느끼지 못하고 하층민으로 전락한 사례들이 많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탈북자들은 한국에서 뿌리내리고 살 수 없다(p.197)고까지 표현한다. 남한과 북한은 하늘과 땅만큼 이질적인 사회라 살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 작가가 현실을 묘사만 하지 말고 좀더 나은 미래지향적 대안을 제시해 주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저 탈북여성은 매춘으로, 탈북남성은 하루하루먹고 살기 바쁜 노동자로 살아야만 하는 것인가.


내가 사실 전반적으로 내포하는 의미를 파악하지 못해서 그런지 마지막 부분에서 너무 허무하게 끝나버렸다. 전반적인 이야기 구성과 함께 인터뷰를 하던 소설가에게 블로잡을 제안하는 것으로 끝나는 결말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난감했다. 다만 포피의 탈북과정과 한국에서의 생활을 통해 탈북자의 현실을 좀더 알 수 있었다는 점에서, 그리고 탈북자가 느끼는 진정한 자유가 무엇일까 고민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점수를 주고 싶다. 또한 세상에서 죽음만큼 중요한 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포피에게 키스방은 어떤 의미를 갖는지 고민해 보게 된다.



Posted by 테크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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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30일생
국내도서
저자 : 김서진
출판 : 나무옆의자 2014.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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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주인공 '정현재'의 동료 직원이자 애인이었던 '혜린'의 시체가 발견된 것으로 시작된다. 남부 지역 소도시 J시의 눈내리는 2월 어느날 혜린은 시체로 발견된다. 방송국 직원이었던 1979년생 정현재는 기혼이었지만 애인관계를 유지하던 방송국 작가 혜린과 헤어지기 전 마지막 만남을 가졌고 그 자리에서 술에 취해 어떻게 집에 들어갔는지 조차 기억을 하지 못하는 상태가 된다. 혜린의 사건은 그날 발생하였다.



그의 할아버지는 그 지역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주민들에게 도움을 주고 살았던 어른이다. 그런 지역적 유명세 때문인지 그의 아들, 즉 현재의 아버지는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로 공천이 유력해진다. 하지만 이 사건이 발생되고 나서 주위 사람들은 혜린의 살인자로 정현재를 의심하기 시작하며 그 화살이 그의 아버지에게까지 향한다.


살인자의 누명은 그의 할아버지에 의해 쉽게 벗겨졌지만 현재는 한때 사랑했던 사이인 혜린의 죽음에 배후가 있다고 판단하고 개인적인 조사를 시작한다. 조사과정에서 '만리'라는 이름의 여자가 25년 전 같은 지역에서 죽었던 사실을 파악하고 그 사건이 혜린의 죽음과 연관되어 있다고 판단한다. 만리는 죽기 이전에 그 지역에서 '조개다방'을 운영하면서 많은 남자들과 염문을 뿌린 여성이다. 자신의 할아버지와도 각별한 사이였다고 알게 된 현재는 만리의 주변인물을 찾는 과정에서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현재는 조사 과정에서 만난 혜린의 언니 정희로부터 혜린이 '박대길'이라는 사람을 찾으러 다녔다는 말을 듣는다. 이야기는 박대길의 스토리와 교차된다. 박대길은 오래전(아마도 해방 이전의 시기가 될 것 같음)에 '정윤조'의 집에서 머슴으로 살았던 남성이다. 박대길은 정윤조의 누이인 정이조와 눈이 맞아 도망을 계획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자 이조와 윤조를 죽이고 정윤조로 살아가게 된다. 오랜 세월 정윤조로 살아갔던 이 박대길이 바로 정현재의 할아버지였던 것이다.


마지막에 사실이 밝혀지는 과정에서 현재는 혜린의 살인사건으로 수감되면서 굳이 자신이 유죄가 아니라고 주장하지 않는다. 자신이 박대길이라는 사실을 숨기며 철저히 거짓된 모습으로 살았던 할아버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삶을 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동생 미래의 모습을 보며 또다른 동생이었던 혜린의 모습을 떠올린다. 열린 결말이다.


김서진 작가의 두번째 작품인 이 소설은 추리소설의 형태를 띄고 있으면서 더 나아가 존재하지 않는 시간인 2월 30일에 혜린이 태어났다는 사실을 제시하며 현실과 상상을 혼동하게 만든다. 또한 일제 시절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60년이 넘는 시간을 관통하며 인간이 공통적으로 갖게 된 욕망에 집중한다. 그 욕망을 이루기 위해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 나를 또다른 나로 포장하기도 한다. 어느 한 사람의 욕망은 다른 사람이 더 큰 욕망을 갖도록 만들며, 그 연쇄반응을 통해 욕망은 점점 눈덩이처럼 커진다. 결국 이 욕망의 사슬을 끊는 것은 개개인이 욕망을 절제하는 수 밖에 없지 않을까. 그 시작을 주인공인 현재가 시작한 것이다. 3대에 걸쳐서 흘러온 욕망의 사슬을 현재는 과감히 끊으려고 한다. 그 무한한 욕망을 가진 인간은 과거에 대한 제대로 된 기억조차 간직할 수 없는 나약한 존재일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주인공인 '현재'의 이름이 의미심장하다. 모든 것은 과거를 무너뜨리고 만들어 진 현재의 변화로부터 시작되니까.

Posted by 테크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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