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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무엇인지를 늑대에게서 배운 사람이 있다. 브레닌이라는 이름의 늑대는 그에게 형이요, 동생이었다. 저자는 늑대와 가족과 같이 공존하는 삶을 통하여 인간과 자연, 선과 악, 권리와 의무, 도덕과 정의, 행복과 고통, 삶과 죽음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이 책에서 그가 강의하는 철학은 실천학문으로서의 철학이다.


저자 마크 롤랜즈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하게 되었는데 대학에서 철학을 강의하고 있다고 한다. 인터넷 서점에서 조회해 보니 ≪동물의 역습≫이라는 책을 통해 인간이 동물을 대하는 방식, 그리고 동물의 권리문제를 철학적으로 접근하고 있었다. 본 책을 통해서도 늑대와 11년간 동거하면서 한 가족으로서의 동물을 이야기하고 있다.



무려 11년이나 늑대와 동거하면서 그가 깨달은 것을 한문장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깊었던 문장이기도 하다.

나는 인간이 무엇인지를 늑대에게서 배웠다.  - p.69

요즘 네 살짜리 우리 딸이 가장 좋아하는 동화는 '늑대와 일곱 마리 아기 염소'와 '빨간 모자'라는 동화이다. 둘다 늑대가 염소나 사람을 잡아 먹고 늑대의 배를 갈라 꺼내는 장면들이 나온다. 그만큼 늑대는 인간들에게 '사악한' 존재로 보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근데 어찌된 영문인지 그 동화책을 매일 같이 읽어주고 나면 우리 딸은 '늑대는 친구야'라는 말을 항상 한다. 어린 나이에 모든 사물에 애정을 느끼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단편적인 사례일 수도 있겠으나 그 말을 들으면서 이 책의 저자가 늑대에게서 느꼈을 것 같은 감정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어찌보면 저자가 늑대를 '길들이는' 과정이라는 것이 동물을 보호한다는 측면에서 비판을 받을 수도 있을 듯 하다. 늑대라는 동물의 야생성을 사람이 죽여버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비판 말이다. 그런 비판을 한다면 나로서도 변명의 여지는 없다. 다만 저자는 길들이는 과정을 통해 늑대와 진정으로 '교감'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고백한다. 따라서 브레닌을 노예로서가 아니라 늑대의 존재 특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존중하는 마음으로 훈련을 시켰기 때문에 적응이 매우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한다(pp.66~67).

어찌보면 저자가 브레닌을 길들인 것이 아니라 브레닌이 저자를 길들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브레닌을 훈련시키고 적응시켜가는 과정을 통해 인간으로서 깊은 성찰을 하게 된다.

아무래도 저자는 철학자다보니 책의 내용 여기저기에서 철학자로서의 면모가 드러난다. 저자는 '행복'에 대한 다른 철학자들의 생각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많은 철학자들은 행복의 본질적 가치를 주장한다. 행복은 다른 것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 자체로 가치 있다는 의미이다. 우리가 무엇인가를 소중하게 여기는 건 대부분 그 효용이나 역할 때문이다. (중략) 일부 철학자들은 행복만이본질적 가치를 지닌다고 여긴다. 오직 행복만이 효용이나 역할이 아닌, 그 자체로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 p.204

'언제 가장 행복한가요?'라는 질문에 많은 사람들이 섹스할 때 가장 행복하다고 답변한 것에 착안하여 사람들은 행복을 일종의 '감정'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더 나아가 이 감정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진다고 설명한다. "잘 살고 못 사는 문제와 상관없이, 삶의 질은 우리가 느끼는 감정에 달려 있는 것이다.(p.206)" 하지만 저자는 행복은 감정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행복은 감정이 아니라 존재의 방식이라는 것이다. 동전의 양면과도 같이 행복은 고통스럽기도 하고 즐겁기도 하다. "때로는 삶에서 가장 불편한 순간이가장가치 있기도 하다. 가장 불편하다는 이유만으로도 가장 가치 있는 순간이 될 수 있다.(p.221)" 이 행복의 대상을 브레닌으로 옮겼을 때 과연 브레닌은 행복했을까 라는 질문을 저자는 던지고 있다.

브레닌의 죽음을 앞두고 저자는 고백한다. "나는 브레닌을 형제로서 사랑했다.(p.249)" 그리고 저자는 브레닌에게 마지막으로 이야기한다. "우리 꿈에서 다시 만나자.(p.253)" 재발한 암으로 인한 고통을 줄여주기 위해 최종적으로 안락사를 결정한다. 그리고 브레닌은 죽어 갔다.

야생의 늑대를 사람과 같이 키우는 것은 동물학대가 아니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겠다. 저자도 그 부분에 대해서 있을 수 있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저자는 분명히 늑대 브레닌을 사랑했고 행복하기를 바라고 있었다. 한 가족처럼 지냈던 브레닌을 떠나보내면서 저자가 느꼈을 감정을 생각해 보았다. 그것은 저자가 행복을 정의한 것과 같이 고통 뒤에 오는 행복이 아니었을까.

철학자와 늑대
국내도서
저자 : 마크 롤랜즈(Mark Rowlands) / 강수희역
출판 : 추수밭 2012.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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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테크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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