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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문화 리뷰어 [techleader.net] 테크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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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봄
국내도서
저자 : 장영희
출판 : 샘터사 2014.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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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희 교수님이 세상을 떠난지 만 5년이 되었다. 투병 중에도 강단에 서서 학생들과 마주하던 그녀를 이제 사진으로 밖에는 볼 수가 없다. 그러나 만 5년이 되었던 지난 5월, ≪다시, 봄≫이라는 제목으로 유명 영미시를 곁들인 에세이로 영원한 봄을 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다가 왔다.



영미시라 하니 영어를 공부해야 되는건가 싶은 생각이 들 것 같다. 물론 영어는 잘 몰라도 된다. 번역이 주어지니까. 한편으로 영어를 공부하기에도 괜찮다. 영문 시 한편쯤 외워두면 멋있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편한 마음을 읽기 시작한 책이 한장, 두장 넘어가면서 그동안 살았던 40여 년의 기억을 돌이켜 1월부터 12월까지 나는 어떤 삶을 살았는지 반추하게 만든다.


나는 가을이 좋다. 봄에 뿌린 씨앗의 결실이 맺어지는 계절이기도 하고, 더운 여름을 이겨내고 드디어 맞이하는 시원하고 살맛나는 계절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내가 태어난 계절이라 좋다. 또한 가을은 내년 봄을 준비하는 계절이기도 하다. 한해의 결과물을 정리하여 내년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을 실현하기에 가장 좋은 봄을 기다리는 계절이다.


시를 읽는 것도 좋지만 시와 함께 곁들인 에세이를 읽는 감동에 더욱 진하다. 가을 이야기를 했으니 9월의 한 대목에서 저자가 한 이야기를 인용해 보고 싶다. 이미 세상을 떠난 분이 쓴 글이라 그런지 더욱 삶의 열정을 불러일으키게 만든 대목이다.


잠시 떠나고 싶지만 영원히 떠나고 싶지는 않은 곳이 바로 이 세상입니다. 어차피 운명은 믿을 만한 게 못 되고 인생은 두번 살 수 없는 것. 오늘이 나머지 내 인생의 첫날이라는 감격과 열정으로 사는 수밖에요.  - p.118


200 페이지도 채 안되는 짧은 에세이집에 담긴 것은 인생의 계획표이자 인생의 회고록이다. 그냥 젊은이들에게 동기부여가 되도록 하는 자기계발서가 판치고 있는 서점가에서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한 번 밖에 주어지지 않는 자신의 인생을 성찰하게 만드는 책으로 돋보인다. 


해야 할 수많은 '좋은 일' 중에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택하는 것은 아름답습니다. 그 일이 조금이라도 세상을 치유할 수 있고 그 일에 내 나머지 열정을 불태울 수 있다면, 그것이 제일 아름답습니다.  - p.150


나는 무엇을 위해 내 나머지 인생의 모든 것을 걸어 열정을 불태울 수 있을까. 고민하고 또 고민하게 만든다. 가볍게 읽으려고 했던 얇은 책 한권이 저자의 마지막 모습과 함께 그녀의 유언과도 같은 어록이 좀더 아름답게 늙어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고, 마음의 무거움도 느끼게 한다. 사랑, 청춘, 봄, 아름다움. 이 책을 읽으면서 머리 속을 떠나지 않던 단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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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서둘러라
국내도서
저자 : 김재순
출판 : 샘터사 2013.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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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서두르라는 이 모순된 문장 속에 느껴지는 삶의 철학이 있는가. '천천히'라는 말 속에는 앞만 보지 말고 주위도 돌아보면서 여유를 가지고 앞으로 나아가라는 의미가 담겨 있고, '서둘러라'라는 말 속에는 목표를 향해 간절함을 가지고 매진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전혀 다른 말로 인한 모순이 아니라 뭔가 느껴지는 철학이 있는 것이다.



저자는 누구일까 살펴보자. 가장 눈에 띄는 경력은 전 국회의원이었다는 사실이다. 5,6,7,8,9,13,14대를 지나온 7선 의원이었으며 13대에는 국회의장을 지내신 분이다. 현재는 샘터사의 고문으로 계시다고 한다. 1970년대 샘터를 직접 창간하시고 그 이후 43년간 매달 샘터 뒤표지글을 써왔다고 하니 내가 살아온 세월보다 더 많은 시간이 아닌가.


이 책은 저자가 예전에 써왔던 글들을 묶어서 출간되었다. 대략 1페이지 반 정도 되는 분량의 짧은 에세이들이 수록되어 있다. 책상에 앉아서 몰두해가며 읽기 보다는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잠시 읽을 수 있는 종류의 책이다. 그 와중에 책 내용에서 우리는 저자의 삶을 간접경험하게 되고 우리의 삶에 투영해 보게 된다.


1994년 미국 월드컵 결승전 전야제에서 3대 테너의 합동 콘서트가 열렸다고 한다. 그때의 감동을 회상하며 저자는 '비싼 정신'이라는 잠언을 남겨준다. 어떤 의미인지 깊이 음미해 보게 된다.


환상의 화음에 도취하는 것, 이보다 더한 사치가 어디 있을까요. 비싼 물건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비싼 정신을 가지는 것, 그런 사치를 즐기며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이 여름밤의 더위도 오히려 시원할 것입니다.   - p.55


대학교에 처음 입학하여 1학년을 보내던 시절, 2학년 선배들이 그렇게도 멋있어 보이고 존경스러웠다. 어떻게 저렇게 치열하고 계획적으로 살 수 있을까. 그래서 그 중 가장 '잘' 살고 있다고 생각되는 선배에게 어떻게 해야 잘 살 수 있는지를 물었다. 그 선배의 대답이 이랬다.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나도 그렇게 잘 살고 있지 못하다." 선배에 대한 환상이 약간은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그때 이후로 생각하게 되었다. 나도 누군가에게는 이렇게 살아야겠다는 희망의 롤모델이 될 수도 있겠구나. 하지만 한해 두해 살아가면서 과거의 내 나이였던 인생 선배들의 모습이 나에게서는 잘 찾아지지 않는다. 더 나아가 내 나이의 아버지가 살았던 것보다 훨씬 더 못살고 있다는 생각을 자주 갖게 된다. 저자도 이런 고백을 한다. 인지상정일까.


어느 때부터인가 나이의 윤곽이 무너졌습니다. 나이란 단지 숫자가 아니라 그 인생의 질에 관한 것이라고 여겨지기도 합니다. 지금 나는 먼저 가신 훌륭한 선배, 스승보다 나이를 더하였건만 그 어른들의 삶의 질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으니.... - p.120


허무하게 끝맺음하는 저자의 짧은 글에서 누구나 동경의 대상이 있고 또 누군가에는 롤모델이 되기도 한다는 생각이 든다. 구순이 지난 저자도 자신의 선배보다 못한 삶을 산 것에 대해서 자책하는 마당에 이제 불혹이 지난 내 나이 또래는 오죽하랴. 아니 그보다 훨씬 더 어린 사람들은 어떠랴. 결국 저자가 말한 것처럼 나이는 양이 아니라 질이 문제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얼마나 치열하고 공격적으로 살았는지.


더 먼 미래에 어떤 일을 하며 살지는 모르겠지만 현재는 학교에서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다음 문장도 마음에 와닿는다.


평범한 교사는 그저 일방적으로 주입하려고 한다. 좋은 교사는 설명을 해준다. 훌륭한 교사는 스스로 실천해 보인다. 그리고 위대한 교사는 마음에 불을 지른다.  - p.199


저자는 이 대목에서 교육개혁이라는 화두를 던지고 있으나 우리 일상에도 적용해 볼 수 있다고 생각된다. 나 자신에게도 주변 사람에게도 불을 지르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래서 천천히 가되 서두르는 법칙을 깨닫고 적용해 보고 싶다.

Posted by 테크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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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라디오 키드
국내도서
저자 : 김훈종,이승훈,이재익
출판 : 더난출판 2013.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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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라디오 PD 세명이 함께 쓴 책이다. 그들의 어린시절 이야기부터 왜 라디오 PD를 하게 되었는지까지 개인적인 생각이 주로 담겨져 있으며 간혹 경제적인 이슈나 정치적 이야기들을 간접적으로 언급하고 있기도 하다. 전체 여섯 장으로 구성된 책의 1장은 록 윌 네버 다이. 심상치 않은 제목의 본문 몇페이지를 넘기기도 전에 Bon Jovi, Whitesnake, Motley Crue, Judas Priest, Def Leppard, Mr.Big, Led Zeppeline 등 헤비메탈 밴드 이름이 거론된다. 이 헤비메탈 이야기의 주인공은 이재익 PD. 그의 글에는 자주 음악 이야기가 언급된다. 티파니 공연을 보러 갔다가 신발을 한짝 잃어버린 이야기부터 대학 1학년때 밴드 공연에서 가사를 까먹은 이야기에 웃음을 짓게 된다.



이승훈 PD가 초등학교 시절 문집에 쓴 글을 인용한 대목이 인상적이다. '54세의 나이에다 스트레스까지 쌓이면 화병으로 돌아가실 겁니다'라는 식의 글을 학교 문집에 실었다니 좋아할 선생님은 없겠지만 저자는 아쉬움을 토로한다. '칭찬'을 받지 못한 초등학생 시절의 아쉬움을 아니라고 생각한다. 글쓰는 것을 좋아하는 저자가 이때 칭찬을 받았으면 지금은 어찌되었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 많은 선생님들이 학생들의 멘토로서 미래로 가는 길을 ㅂ여주는 역할을 잘 수행할 필요가 있지 않겠는가는 생각이 든다. 물론 선생님 뿐만 아닐 것이다. 나 역시 고1 시절에 친척 어른의 단 한마디 말로 꿈을 접었던 사례가 있다.


역시 음악 이야기를 자주 하는 이재익 PD의 글들이 마음에 와닿는다. 미스터 빅 사인회에서 만난 첫사랑과 레드 제플린 음악을 같이 듣던 이야기의 끝은 가슴이 먹먹해진다. 첫사랑을 이루어지지 않는다지만 이런 식으로 결말이 나는 첫사랑은 너무도 가슴 아프다. 좋아하던 OB베어스가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던 1995년에 7차전 마지막 경기 당일 여자친구가 영화를 보러 가자고 하는 바람에 휴대용 TV를 가지고 극장에 들어갔던 이야기도 배꼽을 잡게 한다. 


삼국지≫를 여러번 읽었다는 김훈종 PD나 은하영웅전설을 두번 읽었다는 이승훈 PD의 책 이야기도 흥미롭다. 특히나 이승훈 PD는 내 인생의 한권의 책으로 은하영웅전설을 꼽았고, 김훈종 PD는 PD는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을 추천하고 있다. 또한 대학교 학회 활동을 하면서 ≪내 머리로 생각하는 역사 이야기를 통해 유시민의 광팬이 되었다고도 고백한다.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를 접하면서 저자들과 함께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약간 아쉬운 점은 워낙 다양한 주제의 글들이 있다보니 유사한 주제끼리 묶는 것이 힘들었는지 전체 6개 장의 대분류가 그다지 유용해 보이지는 않는다. 차라리 저자별로 세 파트를 묶어서 출간하는 것이 더 괜찮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Posted by 테크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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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서 마음으로
국내도서
저자 : 이외수(oisoo)
출판 : 김영사 2013.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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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수의 작품 중에 처음 접할 소설은 ≪벽오금학도였다. 무려 20여 년 전에 그 소설을 읽고 몇일동안 작품 속의 '신비'와 '환상'에 빠져 살았던 기억이 난다. 그 이후로 그의 작품을 접한 적은 없었고 그저 가끔씩 들어가보는 트위터를 통해 그의 생각과 사상을 접할 수는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외수의 소설에 대해 다시 관심을 가져보게 되었다. 벽오금학도 때만 해도 그리 잘 알려져 있는 소설가는 아니었지만 그 이후 20여 년 동안 그의 내공은 더욱 단단해져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도서출판 해냄에서는 그의 소설들을 '이외수 장편소설 컬렉션'이라는 이름으로 2010년 9월에 재출간한 바 있다. 여기에는 꿈꾸는 식물들개벽오금학도황금비늘괴물, 장외인간≫ 등 일곱권이 포함되어 있다.



이제 이 책을 좀 들여다보자. 먼저 제목이 정말 따뜻하다는 느낌이다. 진정한 소통이란 결국 마음에서 마음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닐까. 진정한 사랑도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달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 생각을 해보면서 내용으로 들어가 본다. 일단 기본적인 책 정보에서 알 수 있다시피 이 책은 이외수와 하창수의 대담집이다. 대담의 주제는 크게 예술, 인생, 세상, 우주 등 네가지로 되어 있다.


사실 이 네가지 단어로 우리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사회현상을 비롯하여 개인의 세세한 생각까지 다 표현할 수 있는 상당히 광범위한 주제들이다. 일단 소설가로서 이외수의 소설에 대한 생각은 어떨까 들여다보자. 그는 소설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중요한 것은 현실에서 미처 체험하지 못한 것을 체험하게 해주는 것, 새로운 삶의 의미를 깨우쳐 주는 것, 우리의 의식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새로운 인간형을 창조해 내는 것이 소설의 몫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 p.38


조금만 고개를 들려도 다 보이는 현실적인 소재를 가지고 굳이 왜 소설을 써야 하냐는 것이다. 나 역시 흥미롭게 읽었던 ≪벽오금학도≫를 언급하면서 하창수는 '비움'과 '채움'에 대해서 질문한다. 이외수의 삶이나 문학에 한가지 코드가 있다면 그것은 '채움과 비움의 대결'이라고 할 수 있다고 하면서 벽오금학도 이후에 비움 쪽으로 기운 듯 해 보인다고 질문한다. 이외수는 벽오금학도 이전에는 인간중심으로 사고했지만 더 광범위한 확장을 통해 자연이 중심이 되고 우주적 사고를 하게 되었다(p.72)고 심오하게 답변한다. 소설 이야기를 하면서 차기소설에 대한 답변이 흥미롭다. '미확인 보행물체'라고 가제를 적었다고 하는데 물위를 걷는 사람의 이야기라고 한다. 확 끌린다.


마지막 장인 '우주'이는 도인으로서의 이외수가 그려진다. 그는 타심통, 천리안, 유체이탈을 경험했다고 고백한다. 공부하다가 저절로 이런 능력이 생겨났다고 하는데 어떤 공부였는지는 자세한 답변이 없었다. 그저 깨달음이라고만 표현한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나도 공부하고 싶단 말이다. 유체이탈 경험을 이야기하는 부분에서는 좀 섬찟하다. 의식이 자신의 몸을 빠져나간 상태에서 벽에 기댄 채로 앉아있는 자신을 생생하게 보았다고 증언(p.234)한다. 작가 본인은 자신이 '보통사람'이라고 하지만(p.216) 내가 봐선 평범한 보통사람은 아닌 듯 하다. 외계생명체와도 교신을 하고 있으며 지금도 두세달에 한 번꼴로 채널링을 한다고 말한다. 특히 달의 지성체와 교신을 한다는데 저자 본인의 말로는 달의 지성체는 지구에 와서 살 수 없다고 하면서 중력의 차이가 심해서 특수한 장비를 사용해야 하는데 생활하기 불편하고 위험하다고 말했단다.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


마지막 장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내용들이 있어서 거부감이 없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그냥 이외수를 소설가로 기억하려고 한다. 트위터 대통령도 아니고 세미 정치인도 아니고 저자 본인이 말했던 것처럼 현실에서 체험하지 못한 특별한 것을 체험하게 해주는 소설가로 남아 흥미로운 소설들을 많이 만들어주실 것을 기대한다.

Posted by 테크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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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에게 말을 걸다
국내도서
저자 : 신현림
출판 : MY(흐름출판) 2013.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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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돌아가신 어머니를 그리며 2011년에 출간한 ≪엄마 살아계실 때 함께 할 것들≫ 이후에 아버지에 대한 책도 하나 써보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집필을 시작하여 완성한 책이다. 어머니와는 또다른 아버지 고유의 서먹한 관계, 그리고 막상 다가서면 속깊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전통적인 이미지를 깨고 아버지가 아닌 '만만한 아빠'로 다가가기 위한 저자의 노력을, 술술 읽히는 문장으로 담고 있다. 엄마에 관한 저자의 책은 읽어보지 못했으나 아빠에 관한 이 책을 읽다보니 역시 이충걸의 엄마는 어쩌면 그렇게≫가 생각날 수 밖에 없었고, 얼마 전에 읽은 신현탁의 고맙습니다, 아버지와 비교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아니, 비교라기보다 어찌 아버지를 생각하는 마음이 이리도 똑같은지. 신현탁의 책은 돌아가신 아버지를 그리며 쓴 책이며, 신현림의 책은 살아계신 아버지에게 다가서는 과정을 그린 책이라는 점이 다를 뿐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고마움의 감동을 이야기하는 것은 동일하다.



부모가 되어봐야 부모의 심정을 안다는 말을 여러 번 들었고, 그 말이 사실임을 부모가 되서야 알게 되었다. 좀더 철이 들고 성장했다고나 할까. 하지만 이 성장은 절반의 성장임을 깨달았다. 저자는 엄마와의 이별을 통해 더 성장했다고 고백하는데 결국 큰 상실을 통해 배운 성장인 셈이다. 진정한 성장은 정말 소중한 것을 잃었을 때 시작되는 것인가. 상실 이전에 더 많은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결국 지금 내 감정을 표현하고 가족들과 아버지의 손을 잡고 스킨쉽을 나누는 순간이 지속되어야 하리라 생각해 본다.


나는 엄마와의 이별을 통해 내 인생이 상당히 변했음을 느낀다. (중략) 무엇보다 사랑의 표현을 미루지 않고 바로 전하게 된 것이야말고 가장 큰 변화다. 너무나 큰 상실을 통해 배운 성장이었다.  - p.118


아버지를 가장이라 생각하지만 아버지도 역시 가정의 한 구성원일 뿐. 내가 아버지가 된지 몇해를 지내보니 가장이 아닌 한 명의 가족구성원으로서의 인정이 필요함을 느끼게 된다. 우리 아버지들도 그러지 않을까. 대등하고 수평적인 관계, 마음을 털어놓고 울고 웃을 수 있는 관계를 원하고 있지 않을까. 그런 아빠에게 다가서는 방법은 무엇일까. 저자는 두가지 키워드를 제시하고 있다. 먼저 '지금 당장', 그리고 '사랑을 표현하기'. 살아계실 때 사랑을 표현해야지 돌아가신 뒤에는 후휘와 아쉬움만 남을 뿐이다. 따라서 지금 당장 사랑을 표현하라는 조언이 저자만의 저언은 아닐 것이다.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는 날이 반드시 오게 될텐데 그 날이 오기 전에 지금 당장 표헌하자. 그것이 진정한 사람이 되는 방법이다.


스스로 아버지의 날이라고 임의로라도 정해, 단 하루라도 아빠와 함께 보내자. 살아 있을 때 함께 사랑을 나누어야 우리는 비로소 사람이 된다.  - p.36


'아빠 살아계실 때 함께 할 것들'이라는 부제목처럼 아버지와 함께 할 수 있는 것들을 31가지로 추려고 이야기하고 있다. 일부는 '아빠와 우정쌓기', '아빠 멋지게 나이들게 돕기' 등과 같이 다소 모호한 표현도 있고, '아빠와 노래방 가기', '아빠와 함께 자전거 타기' 등 바로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제안도 포함되어 있다. 물론 바로 할 수 있는 일이 더 마음이 와닿는다. 돌이켜보니 해본 것보다는 안해본 것이 더 많다는 생각에 앞으로 할 일이 많아졌음을 느낀다. 아빠 향수 사 드리기, 아빠와 수족관 가기, 아빠와 함께 음악 듣기, 아빠와 함께 자전거 타기, 아빠와 산책하고 등산가기, 아빠의 자서전 써 드리기 등은 꼭 해보고 싶다. 또한 추상적인 제안이라도 아빠의 속마음에 귀 기울이기, 아빠와 나의 마음을 표현하기, 아빠에게 새로운 세상 알려 드리기, 아빠의 진심 헤아리기 등은 구체적인 실천방법을 찾아보고 싶다.


해보기는 했지만 너무 어렸을 때의 일이어서 잘 기억이 나지 않는 일이거나 겨우 한번 정도 해봤던 일들은 앞으로 여러번 다시 해보고도 싶다. 어렸을 때 살았던 단독주택에서 아빠와 나무를 심었던 기억, 본가에서 걸어서 왕복 1시간 거리에 있는 한강둔치까지 산책삼아 걸어서 다녀온 기억. 저자가 하라고 한 일중에 아버지와 단둘이 한 일은 생각해보니 그리 많지 않다. 그 흔한 영화조차 같이 본 일이 없으니 말이다.


온 가족들에게 식사한 후에 웃고 이야기하고 차와 과일을 먹는 시간은 휴식의 절정이다. 이 절정을 최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걱정을 멈추게 되더라. 걱정 멈추기도 훈련이다. 걱정을 멈추는 가장 좋은 방법은 속으로 '감사합니다'라고 외치는 것이다. 내 안에서 외치는 순간 하늘도 비도 바람도 다 축복임을 깨닫는다. 무엇보다 아버지와 함께함이야말로 최고의 축복이다.  - p.124


책 표지 이미지의 텍스트처럼 아버지는 외롭고, 아버지는 서툴고, 아버지는 고단하다. 하지만 누군가 말을 걸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더이상 외롭지 않고 서툰 관계와 고단함은 쉽게 풀릴 것이다. 그냥 보고 싶다고 말하며 다가서는 것. 자식들이 부모에게 해야 할 최소한의 예의가 아닐까.


"웬일로 회사까지 찾아왔니? 무슨 일 있는 건 아니지?"

"그냥 아버지가 보고 싶어서 왔어요."

별 싱거운 녀석 다 보겠다고 하실 때의 아버지 얼굴에 스쳐간 환한 미소를 B는 분명히 보았다.

'그냥 보고 싶어서 왔어요'란 말보다 더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말이 또 있을까. 아무 욕심 없는 순수한 말. 우리가 점차 잊어가고 있는 향기로운 말.  - p.143


그 어느 부모가 자기 자식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으랴. 또 그 어떤 자식이 자기 부모의 은혜를 생각하지 않으랴. 간혹 망나니 같은 부모나 자식들이 있기는 해도 마음은 매한가지일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표현해야 한다. 쉽지 않지만 저자가 이야기한 여러가지 제안이 아니더라도 함께 하는 시간을 보내고 대화하고 속마음을 털어놓고 미래를 함께 열 수 있는 관계가 만들어져야 한다. 저자의 제안들을 가슴깊이 받아들이며 실천을 다짐해 본다.

Posted by 테크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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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뺄셈
국내도서
저자 : 무무 / 오수현역
출판 : 예담 2013.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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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 두해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삶의 무게가 달라짐을 느낀다. 가벼워지면 좋겠건만 문제는 무거워진다는 것이다. 사회가 나를 힘들게 하고 나 스스로 삶의 무게에 지쳐 힘들어 한다. 내가 진짜 원하는 삶이 이것이었나 하는 회의감도 들고 새로운 시작을 위해 탈출 욕망이 생겨나기도 한다. 이런 나와 같은 사람들을 위해 사소한 것을 버리고 정말 중요한 것을 찾으라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책을 읽게 되었다.



그 철학은 바로 뺄셈 철학이다. 복잡한 것을 단순화해서 바라보며, 많아서 넘치는 것들 틈에서 작지만 소중한 것을 찾아내는 삶의 철학이다. 그래서 이 뺄셈 철학은 우리 삶의 무거운 짐을 덜어내는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삶에 지친 젊은이가 있었다. 그는 인생의 짐이 갈수록 무거워지고 있다며 한탄을 했다. 그래서 현자를 찾아서 '어떻게 하면 삶의 무게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지'를 물었다. 현자는 젊은이더러 커다란 자루를 등에 짊어지라고 하더니 모래와 자갈로 뒤덮인 울퉁불퉁한 길을 기리키며 말했다. "저 길을 따라 가보게. 한 걸음 걸을 때마다 돌을 한 개씩 주워 짊어진 자루에 넣도록 하게나."  - p.60


저자는 무무(木木)라는 필명 이외에 알려진 게 거의 없는 은둔형 작가라고 한다. 삶에 집착하고 소유하려는 욕구로 인해 힘들고 불행한 삶을 사는 사람들, 그리고 사소한 것을 버리고 여유를 찾고 삶의 무게를 줄여 행복을 느끼는 사람들의 에피소드들이 가득하다. 진정한 '비움'을 실천할 때 우리는 진정한 나 자신을 만나고 소망에 가득찬 미래를 열 수 있다. 책을 읽다보면 나를 돌아보게 되는 이야기들로 감동하게 된다.


과거의 그 어떤 영광도 현재를 결정지을 수 없으며 미래는 더욱 그럴 것이다. 그러니 자주 마음의 잔을 비우는 것이 손해만은 아니다. 나를 비울수록 세상은 점점 커진다. 보이지 않던 것들이 자꾸 눈에 들어오면서 나를 둘러싼 세계는 미래를 향해 더 크게 열릴 것이다.  - p.123


어찌보면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버리고 빼내는 것이 손해를 보는 듯한 느낌도 들 것이다. 거울이 깨끗해야 내 모습을 정확히 확인할 수 있듯이 내 마음의 무거운 짐으로 인해 시야가 가려있다면 진정한 나 자신을 바라볼 수 없을 것이다. 삶이 괴롭다고 환경을 탓하지 말고 내 마음을 들여다보자. 책에서 이야기하는 사례들로 진정한 행복을 누리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Posted by 테크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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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어쩌면 그렇게
국내도서
저자 : 이충걸
출판 : 예담 2013.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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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친구, 나의 투정꾼, 한 번도 스스로를 위해 면류관을 쓰지 않은 나의 엄마에게"


책 표지 제목 옆에 인쇄된 문장이다. 이 문장 속에서 내 엄마의 모습이 발견한다. 나의 엄마는 그 누구의 엄마보다도 더 아들인 나를 사랑했다. 소위 말하는 '과잉보호'에 가깝게 나를 애지중지 키우셨다. 그건 누구보다도 더 그 사랑을 받은 내가 잘 안다. 엄마는 나에게 '아낌없이 주는 나무'와 같은 존재다. 자녀를 키우면서 그 사랑을 조금이나마 베풀려고 하지만 나의 엄마가 나에게 한 사랑만큼 자식에게 베풀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다. 어찌보면 나는 축복받은 존재다.



이 책에서 저자가 말하는 자신의 엄마는 내가 예상했던 그런 엄마의 모습은 아니었다. 못다한 효도로 인해 생각만 하면 가슴이 콕콕 쑤시는 존재가 아니라 일상을 같이 숨쉬고 살아가는 친구같은 엄마의 모습이다. 또 그런 엄마와의 일상생활 경험들을 공유한 책이다. 나는 읽지 못했던, 2002년에 출간된 저자의 전작 ≪어느 날 '엄마'에 관해 쓰기 시작했다≫가 나온지 11년 만에 그가 다시 쓴 엄마의 모습이란다. 문장은 상당히 '꾸밈'이 많지만 거짓된 '꾸밈'이 없이 아름답다. 저자와 엄마의 대화를 통해 때론 웃기도 하고 마음의 울림을 주기도 한다. 이 책에서 엄마의 캐릭터는 자식을 위해 지극정성인 희생양이 아니라 이슬비와 같이 오는 듯 마는 듯 조금씩 스며드는 사랑의 화신이다. 그래서 더 희생양과 같은, 그리고 앞으로도 그렇게 더 사실 것 같은 나의 엄마와 비교되었다.


때로는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서 엄마와 스테이크를 먹는다. 또는 엄마와 같이 옛날 사진을 보며 가족들의 어린 시절과 그때의 추억을 떠올려 본다. 털게를 삶아서 술도 곁들여 엄마와 같이 먹기도 한다. 그 소소한 추억들이 알알이 쌓여 책 한권의 책이 만들어졌다. 


누구나 가지고 있을 법한 엄마와의 일상적인 추억을 늘어놓았지만 문장들이 아름답다. 엄마와의 이야기가 여전히 전개되고 있음을 나타내는 중간의 쉼표와도 같은 책. 저자는 '엄마가 조금씩 사라진다'고 독백한다.


메모지에 글을 쓰다가 텅 빈 방에서 눈물 흘리던 엄마. 젤리처럼 주저앉아 과거 어딘가로 헛된 구조요청을 하던 엄마. 하지만 더 이상 가지고 싶은 것도, 화해하지 못한 관계도, 이루지 못한 희망도 없다던 엄마.


"엄마. 엄마는 천사지? 근데 옛날엔 날아다녔는데, 지금은 뚱뚱해져서 못 나는 거지? 내 말이 맞지?"  -  pp.98~99


결혼을 하여 가정을 꾸리고 하나둘 아이가 생겨나면서 점점 내 삶의 관심에서 엄마는 멀어져감을 느낀다. 엄마의 소중한 삶을 지켜드리는 것, 그리고 함께 하는 것이야 말로 자식으로서 해야 할 책무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엄마의 삶 가운데 지금 소중한 건 무엇일까? 있다 해도 그걸 즐길 수 있을까? 엄마는 왜 조금만 힘을 주어도 휴지처럼 찢길 것 같을까? 엄마가 생수병을 들고 나하고 오래 걸어 다닐 거라는 생각은 할 수 없다. 피로를 모르던 육체를 소모시켰으니 신체적으로 불가능한 일. 그러나 엄마가 받아야 할 대가를 빼앗은 건 세월이 아니라 나였다.  - p.134


'엄마'를 주제로 떠난 인생의 끝을 향한 여행. 그 여행에는 희생과 사랑이 있고, 미움과 용서가 있고, 만남과 이별이 있다. 또 나이가 들어감에 따른 여유로움도 있고, 철들지 않은 아이같은 장난스러움이 있다. 인생은 선물이고, 엄마는 은혜가 아닐까.


삶 그대로를 받아들이건 변화를 꿈꾸건, 우주를 아우르는 제1의 법칙은 모든 것이 항상 똑같이 머무르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 진실은 타협될 수 없고, 결국 우리는 힘든 작별을 하며 일생을 보낼 것이다. -  p.179.



본 리뷰는 반디앤루니스와 다음 View의 제휴로 서비스되는

<반디 & View 어워드>의 5월 1주차에 선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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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테크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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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5.13 11:5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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