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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도 너에게도 상처로 기억될 시간이 지나간다
국내도서
저자 : 나서영
출판 : 젊은 작가들의 모임 2013.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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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우리는 소설을 읽으면서 등장인물간의 관계를 상상하고 그들이 나누는 대화를 통해 인물들의 성격과 소설 속의 상황을 상상하게 된다. 스토리가 진행되어 가면서 결말을 예상해 보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나서영 작가의 소설을 세번째로 읽게 되었다. ≪나에게도 너에게도 상처로 기억될 시간이 지나간다≫라는 제목을 들었을 때부터 뭔가 음울하고 음침한 느낌이 들었다. 초반부를 읽다보면 이런 궁금증이 계속 생겨났다. 이건 무슨 말일까.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것일까.



전체적으로 1인칭으로 등장하는 주인공은 아마도 저자 자신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다섯 살의 나부터 스물 다섯 살의 나까지 과거와 현재의 나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신경숙의 ≪외딴방≫을 읽다가 썼다는 소설 속의 소설인 '자살, 참을 수 없는 욕구의 가벼움'이라는 제목의 이야기. 전체 소설 분량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또다른 이야기는 그야말로 섬찟하다. 액자 소설의 주인공이 겪은 일들을 '상처'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회복 불능의 치명적인 상처들이다. 결국 그 상처를 극복하지 못해 13층에서 떨어지는 것으로 끝난다.


당신이 지금 읽고 있는 이 글을 소설이라 말할 수 있을까. 소설이라 말할 수 없다면 작가의 잡담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 p.8


내용을 읽다보면 소설 속의 주인공이 그리는 허구의 세상이 자꾸 현실 세계에서의 '나서영 작가'와 연결이 되면서 두개의 세상 사이의 애마모호한 경계를 설정하게 된다.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허구인지. 보통은 소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작가가 소설에서 그리려는 세계에 몰입하게 되는데 자전적 소설 형태를 띈 이 소설은 자꾸 현실로 돌아오려고 한다. 게다가 소설 속에 등장하는 또다른 소설 속의 이야기 역시 소설 속의 허구와 연계되면서 세가지 세계가 혼랍스럽게 제시된다. 소설 속의 세계, 소설 속에 등장하는 또다른 소설 속의 세계, 그리고 현실의 세계.


글쓰기는 현실 그 자체, 내가 등장하고 네가 등장해 결국에는 우리가 등장하는, 이곳 현실이 무대인 세상이다. 주인공의 입을 빌려 쉽게 뱉은 그 말은 현실에서는 절대 금기되는 말일 수도 있고, 쉽게 조합한 배경은 현실에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할 사건일 수도 있다.  - p.218


문학평론의 한 문단을 보는 것과 같은 글쓰기에 대한, 소설 속 주인공의 의견이다. 아마도 작자의 생각이지 않을까 추측한다. 아마도 나처럼 소설과 현실을 착각하는 독자들이 있을 것으로 예견했는지 작가는 '소설과 현실을 착각하지 말라고 변명'하고 있다(p.218). 하지만 작가의 가슴속에서는 또다른 울림이 들린다. "소설은 현실이야. 너의 마음. 우리의 현실.(p.219)"


상처를 주었는가, 상처를 받았는가.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하는 법. 결국 상처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어떻게 인생을 마칠 지 결정하게 될 것 같다. 220페이지의 비교적 짧은 장편 소설은 1인칭 주인공이 글에서 도망치는 것으로 결말을 짓는다. 누가 됐든 여러 개의 현실이 모여 만들어진 과거 중에 상처는 있게 마련 아닌가. 소설을 읽는 동안 여러번 가슴철렁한 사건들이 이어지는 상처를 겪었던 시간들이 이렇게 지나간다. 극단적인 상처를 겪었으니 이제는 상처가 아닌 희망을 생각하고 싶다. 작가의 말의 마지막 문장처럼 앞으로 잘 해낼 것이라 믿는다. "나는 나를 믿는다. 그동안 잘해왔으니 앞으로도 잘해낼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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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테크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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