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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길을 떠나 날다
국내도서
저자 : 양학용,김향미
출판 : 예담 2013.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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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명의 어린 학생들이 26박 27일의 배낭여행을 떠난다. 중학생부터 대학생까지 다양한 연령의 아이들이 향한 곳은 라오스. 세계지도를 펼쳐놓고 찾아보라면 간혹 찾지 못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의 오지 중의 오지. 저자는 이들을 인솔하여 라오스에 다녀온 부부 선생님이다. 오로지 여행의 목적이 실컷 노는 것이었던 아이들과 이들과 함께 한 저자는 홍콩을 경유해 1차 목적지인 방콕에 11시간 만에 도착한다. 



저자의 에피소드와 중간중간에 들어있는 아이들의 편지글을 보다보면 눈물이 찔끔 나기도 했다. 내가 이 아이들만한 시절이었다면 과연 이 긴 여행을 이겨낼 수 있었을까 하는 탄식에 가까운 눈물과 함께 우리 아이들도 이런 여행을 가보게 하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직접 일면식도 없는 아이들이지만 아이들이 대견해지기까지 했다. 서울의 어느 초등학교 아이들은 줄넘기까지 과외수업을 받는다는데 지도를 펼쳐 스스로 여행 루트를 만들고 찾아가는 아이들의 경험은 아마 성장하면서 두고두고 좋은 추억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스스로 겪어보지 않은 일은 누구나 두렵기 마련이다. 그런 의미에서 여행은 좋은 학교임에 틀림없다. 매일 매 순간 겪어보지 못한 낯선 세계와 조우하면서 두려움을 설렘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여행이니까.  - p.36


디지털 카메라를 잃어버리기도 했고, 남학생 두명이 배를 타는 시간에 맞추지 못해 다른 학생들을 먼저 보내고 저자들과 함께 한 시간 뒤에 출발하여 처음으로 낙오자가 발생했던 사례, 여행 시작 후 한번도 밥을 먹지 않은 아이의 이야기, 자전거 여행을 하다가 몇몇 아이들이 병원에 가서 마취없이 몇바늘 꼬매야 했던 이야기, 저자 중 한명이 심한 감기에 걸려 일정이 하루 연기된 이야기 등 여행하는 과정이 그리 순탄치는 않았다. 하지만 여행은 좋은 학교가 아니었던가. 어린 학생들이지만 조금씩 성숙해 가는 이야기들이 정겹게 진행되었다.


여행을 하다보면 여행이란 낯선 곳을 향해 떠나는 것이지만 때로는 이유 없이 낯선 마을에 머무는 것임을 알게 된다. 그들에게 주어진 하루의 시간을, 아이들은 각자의 도시에서 서로 다른 이유로 떠나왔듯이 또 그렇게 자기만의 방식으로 즐기고 있었다.  - p.91


한편 저자들은 아이들이 여행을 통해 자연을 즐기고 자기를 성찰할 수 있는 시간을 보내기를 원했지만 아이들은 그저 자기만의 놀이에 빠진 경우가 많았다는 점을 아쉬워했다. 하지만 아이들은 우리나라에서 정해져있던 규율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여행을 재밌게 즐기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이야기한다. 그것이 아이들의 특권이나 자유였다는 것을.


아이들은 이번 여행에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배우게 될까. 보호자로서 교사로서 동료 여행자로서 함께 여행하고 있는 우리 부부는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하지만 (중략) 아이들은 자신들을 규율하던 학교도 부모도 사회적 편견도, 스스로를 규율하는 어떠한 압박도 없는 이곳에서 무엇을 하든 하지 않든 그 모든 시간이 다 즐겁다는 식이었다. (중략) 어쩌면 이 순간이 아이들에겐 자신들의 생애에서 가장 즐거운 순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렇다면, 충분하지 않은가. 아이들은 단지 미래의 무언가를 준비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현재 그들이 즐겁다면, 지금 그들이 행복하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여행을 통해 뭔가 보고 느끼고 배우기를 원하는 것은 나의 또 다른 욕심이 아닐까.  pp.151~153


아이들이 부모님에게 전화를 하면서 모두 울었다는 대목에서 역시 사람은 가족과 떨어져봐야 가족의 소중함을 아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지금 가족들이 옆에 있다는 것 자체가 소중함이다. "아이들은 지금, 여행을 떠나와 가족들과 집이 소중해지는 순간을 배우는 중이다(p.176)"


여행이나 자기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즐기고 자기 미래를 구상해야 할 어린 나이에 무조건 공부만 하도록 강요당하는 우리나라 교육 현실을 돌아보게 되기도 했다. 나도 마찬가지였고 지금 자라나는 세대들은 더 심하면 심했지 우리 사회는 지금 공부 공화국, 과외 공화국, 입시 공화국이 아니던가.


우리는 중학생이나 고등학생 때 하고 싶었던 것드을 대입 시험 이후로 미루었다가 막상 대학생이 되어 하고자 하면 유치하고 재미없을 뿐 아니라 대학생이 된 지금 절실한 것이 새롭게 생겨난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하지만 대학생 때 절실한 그것들은 또다시 취직 시험과 알 수 없는 미래를 위해 유예해두어야 하는 것이 오늘날 청춘들의 슬픈 자화상이다.  - p.240


책을 읽어가면서 나는 여태 해외여행 다니면서 이런 책 하나 안쓰고 뭐했나 하는 생각이 무심코 들었다. 당시는 소중한 기억이 될 것이라 자부했지만 머리속에 기억하는 것은 한계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 사진을 찍어서 남겼어도 당시는 필름 카메라여서 현상한 사진들이 그나마 부분적으로 남아있을 뿐 원본필름은 어디로 갔는지 찾을 수도 없다. 내가 블로그와 SNS를 자주 이용하는 이유도 내 평소의 생각과 생활을 기록으로 남겨두고자 함이니 앞으로 해외여행을 가게 된다면 멋진 책 한권 쓰게 될 것으로 기대해 본다.

Posted by 테크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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