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도서 문화 리뷰어 [techleader.net] 테크리더

공지사항

Total555,155
Today62
Yesterday151
Statistics Graph

달력

« » 2018.02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최근에 달린 댓글

'독서노트/소설'에 해당되는 글 94건

  1. 2016.12.16 [브루클린의 소녀, 기욤 뮈소, 밝은세상] - 스릴러와 로맨스의 비빔밥
  2. 2016.09.21 [픽업, 더글라스 케네디, 밝은세상] - 12가지의 환상적인 이야기
  3. 2016.08.09 [다른 아이, 샤를로테 링크, 밝은세상] - 우리가 알고 있는 그는 누구인가
  4. 2016.07.02 [에펠탑만큼 커다란 구름을 삼킨 소녀, 로맹 퓌에르톨라, 밝은세상] - 판타지와 유머 코드 속에 숨겨진 감동
  5. 2016.05.23 [조직된 한패, 플로르 바쉐르, 밝은세상] - 실제 사건을 소재로 한 경제 스릴러
  6. 2016.05.05 [빅 마운틴 스캔들, 카린 지에벨, 밝은세상] -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스릴러와 로맨스
  7. 2016.02.14 [조가비 해변, 마리 헤르만손, 밝은세상] 어린 시절의 추억과 사랑
  8. 2016.01.31 [비트레이얼, 더글라스 케네디, 밝은세상] - 사랑하는 사람의 배신에 대처하는 방법
  9. 2015.12.16 [지금 이 순간, 기욤 뮈소, 밝은세상] - 1년에 하루만 살게 된다면?
  10. 2015.11.30 [나라 없는 나라, 이광재, 다산북스] - 모두가 주인인 공평한 나라를 위하여
  11. 2015.11.22 [살인해 드립니다, 로런스 블록, 엘릭시르] - 살인청부업자의 일상 이야기
  12. 2015.11.14 [검은머리 외국인, 이시백, 레디앙] - 욕망은 더 큰 욕망을 만든다
  13. 2015.11.08 [리틀 브라더, 코리 닥터로우, 아작] - 감시와 통제는 우리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가
  14. 2015.11.05 [산산이 부서진 남자, 마이클 로보텀, 북로드] - 이 사이코패스의 뚜껑을 열어보고 싶다
  15. 2015.10.21 [죄의 메아리, 샤를로테 링크, 밝은세상] - 숨길 수 있는 과거는 없다
  16. 2015.09.29 [뜻밖의 스파이 폴리팩스 부인, 도로시 길먼, 북로드] - 어린 시절의 꿈을 찾아 떠나라
  17. 2015.09.21 [만일 당신이 다른 곳에 존재한다면, 티에리 코엔, 밝은세상] - 치유의 과정에서 나 자신을 만나다
  18. 2015.08.18 [타라 덩컨 12 : 최후의 전투 - 상·하, 소피 오두인 마미코니안, 소담출판사] - 12년에 걸친 상상의 세계 완결편
  19. 2015.07.27 [마리오네트의 고백, 카린 지에벨, 밝은세상] - 사이코패스와 강도 형제의 대결
  20. 2015.07.19 [물고기는 눈을 감지 않는다, 에리 데 루카, 바다출판사] - 처음 읽는 이탈리아 작가의 소설
  21. 2015.06.27 [포피, 강희진, 나무옆의자] - 키스방에서 일하는 탈북여성이 한국사회에 던지는 질문
  22. 2015.06.27 [이케아 옷장에 갇힌 인도 고행자의 신기한 여행, 로맹 퓌에르톨라, 밝은세상] - 주변 사람들에게 선함을 베푸는 삶
  23. 2015.06.24 [페이스 오프, 데이비드 발다치 엮음, 황금가지] - 추리·스릴러소설 캐릭터 올스타전
  24. 2015.06.17 [산 자와 죽은 자, 넬레 노이하우스, 북로드] - 장기이식을 둘러 싼 흥미진진한 추리
  25. 2015.06.14 [노량에 지다, 조열태, 퍼스트북] - 이순신과 노량해전의 진실을 파헤치는 팩션추리소설
  26. 2015.06.02 [미시시피 카페, 오정은, 디아망] - 감성 로맨스 미스터리
  27. 2015.05.25 [벨과 세바스찬, 니콜라 바니에, 밝은세상] - 8살 아이와 개의 우정이 전해주는 감동
  28. 2015.05.23 [바람의 노래, 박경숙, 문이당] - 하와이 이주민들의 격동의 세월
  29. 2015.05.23 [검은 수련, 미셸 뷔시, 달콤한책] - 같은 공간을 살았던 세 여인의 환상 이야기
  30. 2015.04.29 [잠실동 사람들, 정아은, 한겨레출판사] - 이것은 사람이 사는 동네가 아니다

기욤 뮈소의 반가운 신작이 출간되었다. 내가 처음 읽었던 기욤 뮈소의 작품은 <센트럴 파크>였다. 그동안 기욤 뮈소의 이름을 못들어 본 것은 아니었지만 다음에 읽어야지 하며 미루던 차에 마침내 읽었던 작품이었다. 로맨스와 스릴러가 적절히 결합된 이 작품을 읽고나서 기욤 뮈소의 이름을 내 기억 속에 각인시키게 되었다. 그 뒤에 읽었던 작품은 <지금 이 순간>인데 <센트럴 파크>에는 약간 못미치지만 그래도 획기적인 스토리 구성이 나를 사로잡았다.


그 이후에 세번째 읽은 기욤 뮈소의 소설이 바로 이 <브루클린의 소녀>이다. 이 소설에서는 두명의 남자와 한명의 여자가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다. 남자주인공인 라파엘과 여자주인공인 안나는 결혼을 약속한 사이다. 라파엘은 결혼하기 전에 안나의 과거에 대해 궁금하다며 안나를 다그쳤고, 그 이후에 안나는 자취를 감춘다.



안나의 행방에 수상한 기미를 느낀 라파엘은 전작 형사의 마르크의 도움을 받아 안나의 행방을 추적해 나간다. 수사를 하는 과정에서 안나의 과거를 알아야 할 필요성을 느낀 라파엘은 안나가 과거에 살았던 뉴욕의 할렘가를 향해 간다. 그 이후에 이야기는 마르크의 이야기와 라파엘의 이야기가 번갈아 가며 등장한다.



안나의 원래 이름은 클레어 칼라일임을 알게 되고 그녀는 과거에 사이코 패스였던 하인츠 키퍼 사건의 피해자였던 것으로 드러난다. 그녀는 왜 과거를 숨기고 파리로 와서 안나 베커라는 이름으로 살아야만 했을까.


미처 해결하지 못한 궁금증에 하나의 궁금증은 또다른 궁금증을 만들어내고 애초에 궁금했던 점들은 빙산의 일각임을 알게 된다. 라파엘과 마르크는 각자 영역에서 안나의 행방을 추적하게 되면서 마르크는 큰 어려움을 겪게 되고, 라파엘은 미국에서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 각 주인공들이 경험했던 충격은 역시 독자들에게 그대로 전달된다.


소설의 끝으로 갈수록 뭔가 그림이 그려져야 하는데 마지막 몇페이지를 넘길 때까지 결말이 예상되지 않는 흥미진진한 경험을 했다. 한국 독자들을 고려해서인지 한국인 이름도 등장시킨다. 추워가는 겨울 밤 따뜻한 방구석에서 소설의 한기를 느껴가며 쾌감을 느끼고 싶은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Posted by 테크리더

댓글을 달아 주세요

어느덧 더글라스 케네디의 작품을 네번째로 읽게 되었다. ≪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온≫을 처음 읽었을 때 받았던 충격이 새록새록하다. 모든 소설이 그러하겠지만 특히나 더글라스 케네디의 작품 속에 나오는 인물들은 과연 이런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의 극단적인 인물임과 동시에 이런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구나 하고 자연스레 인정하게 되는 게 사실이다.


이 책은 더글라스 케네디의 단편소설집이다. 표제작인 픽업을 포함하여 전체 열두편의 소설이 수록되어 있는데 그간 발표했던 여러 장편소설에 나오는 인물에 못지 않게 짧은 분량 속에 다양한 인간군상을 담아내고 있다.



<픽업>은 금융사기꾼에 관한 이야기이다. 전혀 가능성이 없는 투자상품을 만들어 투자자를 유치하고 자금을 빼돌려서 돈을 버는 인간말종이 주인공이다. 결국 피해자 중의 한명으로부터 생각지도 못한 복수를 당하며 결국 손가락 하나를 잘리게 되는 끔찍한 결말을 맡게 된다. 잘린 손가락으로 맥도날드에 음식을 주문하며 주문받는 청년이 희대의 사기꾼에게 이렇게 말한다. "정직한 분을 만나서 반갑습니다."


마음을 따뜻하게 만드는 짤막한 단편인 <크리스마스 반지>과 뒤에 이어지는 <여름 소나타>는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내리면서 짧은 호흡으로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특히 여름 소나타는 말도 안되는 이유로 애인을 놓아버리고 나서 후회하며 살아가는 남자의 이야기이다. 결국 애인을 내치고 결혼한 여자와도 결별을 하게 되는 결말이 영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다.


사실 나는 단편소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여러 날을 긴 호흡으로 읽어내려나는 장편소설과는 달리 시작하려는가 싶으면 끝나버리는 단편소설의 짧은 호흡이 그다지 끌리지 않는다. 이 책 역시 고민 끝에 읽게 되었는데 어느 정도 단편소설집의 기존 인상을 지우는데 기여했다고 본다. 단편소설집이지만 인물들이 극단적이다보니 서로 연결고리를 찾게 되고, 앞에 나온 인물이 뒤에 나온 인물과 동일인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열두 편의 작품에서 찾을 수 있는 내용 상의 아쉬움은 인간의 아름다운 면이 그다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더글라스 케네디 특유의 스토리라고 여겨지지만 열두편이 작품들이 거의 대부분 이혼, 일탈, 미움, 사기, 일탈 등 인간의 어두운면을 주로 다룬다는 것이다. 다음 작품에서는 조금은 밝고 아름다운 면을 다루어주었으면 하는 작은 소망을 가져본다.

Posted by 테크리더

댓글을 달아 주세요

작년 10월에 읽은 ≪죄의 메아리≫의 저자가 쓴 소설이다. 죄의 메아리도 그러하였지만 역시나 밤을 새서 읽어보고 싶은 또 하나의 장편소설로 평가된다. 새로운 인물이 등장할 때마다 도대체 이 사람의 정체는 무엇일까 궁금하게 만들며, 새로운 스토리가 만들어지고 연결될 때마다 이야기의 종말이 어떻게 구성될지 긴장하면서 페이지를 넘기게 만드는 소설이다.


처음 한 50여 페이지는 전혀 매력적이지 않은 여인 그웬 베켓이 폭우가 쏟아지던 날에 데이브 탠너와 만나 약혼식을 하게 되는 과정에서 데이브 탠너의 정체가 무엇인가 궁금하게 만든다. 그리고 중간중간에 에이미 밀즈의 살인사건 이야기가 언급되면서 이 살인사건과 지금까지 등장한 인물들과의 관계는 어떻게 연결고리를 갖게 될런지 궁금하게 만든다. 또한 약혼식에서 그웬과 데이브의 결혼을 반대하며 소동을 피운 피오나 반즈가 살해되면서 피오나의 정체와 함께 피오나를 살해한 사람의 정체는 누구일까 궁금하게 만든다.



약혼식 소동 이후 피오나와 채드 베켓(그웬 베켓의 아버지)이 나누는 이야기를 통해 뭔가 새로운 스토리가 시작되려나보다 했는데 역시나 곧이어 '다른아이'편이 시작되면서 1940년으로 거슬로 올라가 피오나와 채드 베켓(그웬 베켓의 아버지)의 어린시절이 등장하는 짤막한 이야기가 소개된다. 그 이야기에서 등장하는 '노바디' 브라이언 소모빌은 이야기의 전체 흐름을 흔들어 놓는다.


이 책의 등장인물이 그리 많지는 않지만 인물들 사이의 연결고리가 시간을 초월하여 상당히 다양하다는 점에서 인물에 대해서 메모를 하며 읽으면 좋을 책이다. 또한 인물들 사이의 관계가 다양하며 스토리가 빈틈없이 탄탄하다는 느낌이다. 살인사건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살인자가 누구일까 하는 두려움보다는 살인에 연관된 다양한 스토리의 결말이 궁금해 페이지를 넘기게 만드는 소설이다.


인간관계에 있어서 그저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거나 몇번의 만남을 통해 대략 이런 사람일 것이라며 지레짐작해버리는 경우가 많다. 또는 잘 알고 있다고 생각되는 사람을 사실 우리는 잘 모르고 있는 내면의 또다른 면이 있음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동안 우리가 인간관계에 있어서 가지고 있던 편견이나 오해에 대해서 한번 더 생각해 보게 만드는 훌륭한 작품이라 생각된다. 게다가 장르소설로서 갖추고 있어야 할 대부분의 흥미요소들은 다 갖추고 있으니 재미있게 읽을 만한 소설로 추천하고 싶다.

Posted by 테크리더

댓글을 달아 주세요

밝은세상에서 신간이 나왔다고 해서 제목과 저자를 봤는데 일단 저자는 처음 보는 것 같았다. 웬지 긴 제목이 어디선가 봤을 법한 느낌도 들어서 조회를 해보니 작년 이맘때 감동적으로 읽었던 ≪이케아 옷장에 갇힌 인도 고행자의 신기한 여행≫의 저자가 쓴 신간이었다. 그때의 추억을 더듬어 보니 소설치고는 은근히 철학적인 내용 속에 배꼽을 잡게 만드는 코믹 코드가 숨어있는 작품이었다는 기억이 떠올랐다. 이 책 역시 그냥 한번 읽고 끝내버릴 킬링타임용 소설이 아닌 인간 삶에 대해 좀더 사색하게 만드는 작품이지 않을까 기대하는 마음으로 읽기를 시작했다.


전작 같은 경우 워낙 황당한 사건으로부터 시작하는 바람에 책 첫페이지부터 스토리 몰입감이 대단했지만 이 책은 그정도는 아니었다. 물론 하늘을 날겠다고 공항 관제탑에 연락을 하는 비키니 입은 여자 이야기가 살짝 호기심이 생기지만 현실세계 관점에서 봤을 때 너무 얼토당토않은 설정이기때문에 이게 무슨 SF소설도 아니고 판타지 소설도 아닌고 뭔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주인공인 프로비당스는 프랑스의 여자 집배원이다. 점액과다증이라는 희귀한 병을 앓는 모로코 소녀 자헤라를 알게 되어 그를 살려내리라 다짐하고 딸로 입양한다. 하지만 화산재로 인해 모로코 뿐만 아니라 공항의 모든 비행기가 연착하면서 모로코로 가지 못하는 상황이 되버린다. 그녀는 결국 하늘을 나는 법을 터득해 모로코로 가게 된다. 하늘을 나는 법을 터득하는 과정과 모로코로 가게 되는 과정이 3/4 정도를 차지한다.


프로비당스와 자헤라의 이야기는 소설 속의 주인공 내가 미용사에게 설명하는 방식으로 소설은 구성되어 있다. 그러다보니 가끔 현실로 돌아오는 장면에서 혼동이 되기도 한다. 이야기가 계속되면서 프로비당스는 과연 하늘을 날 수 있을까, 그래서 프로비당스와 자헤라가 과연 만날 수 있을까, 자헤라의 병은 치료될 수 있을까 하는 점에 포커스를 맞추게 되지만 결국 마지막 결론에 이르게 되면 무언가 모를 감동이 밀려오게 된다.


로맹 퓌에르톨라,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되는 작가이다. 이번 두번째 작품을 처음 소개받았을 때는 이름을 기억하지 못했지만 다음 작품을 보게 되었을 때는 절대로 이름을 잊지 않아야겠다. 그래야 더 감동이 밀려오는 작품을 익숙하게 대할 수 있을테니까.

Posted by 테크리더

댓글을 달아 주세요

총 42개 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전체 400페이지 가까운 분량이다. 1장에서는 세바스티앙, 2장에서는 베르트랑, 3장에서는 앨리슨과 제레미, 3장에서는 베르트랑의 부인 클라라, 5장에서는 세바스티앙을 짝사랑했던 바네사, 6장에서는 클라라와 앨리슨가 친구였다고 소개하고 있으며 7장에서는 클라라를 짝사랑했던 그레이 해커인 앙투안을 소개하고 있다. 소설의 내용을 이끌어가는 주요 인물이 대략 1장부터 7장까지 소개되고 있다.


11장이 되면서 점차 인물들의 윤곽이 조금씩 드러난다. 주요 인물은 모두 대학 동기들이고 그들은 각각 폴만 팍스를 돕는 전문가로, 정부 기관 전문가로, 민간조직에서 전문가로 활동중이다. 이들은 대학 졸업 이후 각각 여러 조직에서 전문가로서 활약하는 가운데 민간조직과 정부조직 간의 밀약과 음모를 파악하고 이를 파헤치고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전개하고 있다.



책에서 등장하는 폴만 팍스는 골드만 삭스를 지칭하며 소설은 세바스티앙이 뉴욕에 도착하여 폴만 팍스로 향하는 과정으로부터 시작한다.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로 교통이 막히면서 겨우 도착한 뒤에 만난 사람은 폴만 팍스의 CEO인 캠플린이었다. 그는 골드만 삭스의 CEO인 로이드 블랭크페인을 의미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문화공보부 전문가인 베르트랑과 클라라는 결혼을 했고 자녀가 두명이나 있지만 이들에게는 사랑이 없다. 클라라가 발표하게 된 컨퍼런스에서 15년전 짝사랑했던 앙투안을 만나게 되면서 이야기는 점점 흥미롭게 전개된다. 앙투안은 첫눈에 반한 클라라와 함께 잠자리를 함께 하는 관계로 발전하지만 추락사고를 당하게 되고 그 이후로 15년간 만나지 못했다.


제레미는 대학 졸업 후 BNP파리바은행에 취직했고 병역의무 면제를 위해 홍콩 지사에 파견되었다가 병역의무를 마치고 29살 나이에 세계 금융 업무를 주도하는 중책을 맡게 되며 파생상품계이 얼굴로 떠오른다. 그는 앨리슨과 부부관계를 맺었고 제레미와 함께 아시아로 진출하여 면세점 안의 브랜드 진출 전문가로 활동한다. 바네사는 세계 최고의 기업협상그룹 퓌블릭의 코퍼레이츠 어페어스 부대표로 일하면서 앞으로 대표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인물이며 대학시절 세바스티앙을 짝사랑했다.


대락적인 인물에 대한 이야기가 끝나게 되면서 바로 등장하는 스토리는 앞서 언급한 15년 만에 등장한 앙투안으로 시작한다. 그는 그레이 해커로 활동하며 낮에는 크래커를 잡는 일을 하고, 밤에는 크래커 활동을 하는 이중인격자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곧이어 이야기는 세바스티앙의 이야기로 바뀐다. 그는 그리스 회계장부 조작사건을 은폐하라는 주문을 받고 나서 이를 연구하던 과정에 그 밑에 숨어있는 여러가지 추악한 모습을 발견한다. 이를 다른 대학 동기들과 함께 해결하고자 하지만 여러가지 난관에 부딪힌다.


금융의 뒷거래에 관한 어두운 이면을 보여주는 소설이라서 그런지 작년에 읽은 검은머리 외국인과 맥락을 같이 한다는 느낌이다. 검은머리 외국인에서도 론스타가 우리나라의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여러가지 뒷거래를 까발리면서 비판하는 내용을 소개하고 있는데 이 책도 결국 대형 금융회사와 정부의 부정적인 뒷거래를 소개하며 흥미를 끈다. 사회비판적인 스토리와 함께 빠른 속도감과 반전이라는 흥미를 동시에 느끼고 싶은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Posted by 테크리더

댓글을 달아 주세요

몇년 전 ≪그림자≫를 읽었을 때의 충격이 잊혀지지 않는다. 카린 지에벨이라는 당시에는 처음 듣는 프랑스 소설가의 작품이었다. 그후로 재밌는 소설을 언급해야 할 대화를 나누거나 글을 쓸 때 그 책을 빼놓지 않고 소개하곤 한다. 카린 지에벨은 그 뒤로 ≪너는 모른다≫, ≪마리오네트의 고백≫을 이어서 내놓았고 어느 하나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이번에 읽은 ≪빅 마운틴 스캔들≫은 메르캉투르 국립공원의 산악가이드인 뱅상 라파즈를 둘러싼 이야기이다. 그이 절친한 친구이자 국립공원관리인인 피에르가 원인 모를 죽음을 맞이하자 그 죽음에 의문을 품고 의혹을 파헤쳐가는 도중에 엄청난 음모들을 목격하게 된다. 그 사건의 해결을 도와주는 사람은 이제 막 군인경찰대에 부임한한 유일한 여성경찰인 세르반이다.

 

 

피에르가 죽기 전에 뱅상의 이미지는 한마디로 난봉꾼이다. 14년간 함께 했던 그의 부인 로르가 쪽지 한줄 남겨놓고 집을 나가자 큰 충격이 빠지고 로르를 잊지 못해 여러 여자들과 사랑이 아닌 섹스를 나눈다. 어느 날 고객을 주선해 주는 여행사의 직원이었던 미리암과 잠자리를 함께 했다. 미리암은 그의 태도를 오해해 그를 사랑하게 되었고 그를 다시 찾아가고 연락하지만 뱅상은 그녀를 매몰차게 대한다. 이에 실망한 미리암은 자살을 하게 되고 뱅상은 그동안 여자를 함부로 대했던 것에 대해 일말의 책임을 느끼게 된다.

 

그러던 와중에 사건은 점점 진척이 되고 사건의 실마리를 던져주는 수수께끼같은 편지들이 계속 등장하면서 뱅상과 세르반의 도전을 도와준다. 중반 이후 뱅상과 늘 함께 하던 갈릴레라는 개가 죽임을 당하고, 등산장비가 가득했던 창고에 방화사건이 일어나 전소하면서 스토리는 점점 클라이막스를 향한다.

 

한편 뱅상이 살던 지역의 앙드레 시장은 악명높은 인물이다. 뱅상과 세르반이 사건을 추적해 나가는 과정에서 항상 그 주변인물이 얽히면서 사건의 핵심인물임이 희미하게 드러난다. 도대체 어떤 사건이 피에르를 죽음으로 몰아갔는가. 가장 중심 스토리는 피에르의 죽음의 배후를 밝히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소설에는 이 중심라인 이외에도 잔재미가 있다. 레즈비언인 세르반이 어떻게 부대 안에서 정체성을 공개하며 살 것인가, 피에르의 부인인 나디아는 두 아이를 키우며 삶을 잘 유지하며 가정을 꾸려나갈 수 있을 것인가, 뱅상은 로르를 잊고 진정한 사랑을 찾을 수 있을 것인가

 

국내에서 네 번째로 소개되는 이 책도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좀처럼 책을 놓기 힘든 책이다. 뱅상을 비롯한 등장인물들의 말과 적가의 묘사를 통해 상상되는 자연의 아름다움도 큰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아울러 밝은세상 출판사는 대표작가인 기욤 뮈소, 더글라스 케네디 이외에도 출간하는 책은 거의 평작 이상의 작품들이라 믿을만 하다.

Posted by 테크리더

댓글을 달아 주세요

이혼하고 두 아이와 살고 있는 민속학 연구원인 울리카가 어린 시절 추억이 담긴 조가비 해변을 아이들과 함께 방문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해변에서 아이가 해골을 발견하게 되고 경찰 조사 결과 1972년에 실종된 크리스티나 린뎅의 유골이라고 밝혀진다. 웬지 으시시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스릴을 느끼면서도 과거를 회상하게 만드는 아련한 추억속의 이야기로 빠져들게 된다.


이야기는 울리카와 크리스티나의 이야기가 오가며 진행된다. 둘 사이의 연결고리들이 속속 드러나면서 이야기가 흥미롭게 진행되지만 다소 속도감이 떨어지는 느낌은 있었다. 하지만 비밀스러운 이야기들이 조금씩 드러나면서 이야기에 빠져들게 된다. 그녀의 친구 안네와의 추억과 함께 그 주변을 멤돌던 크리스티나의 이야기는 웬지 모를 미스터리를 느끼게 한다.



성장소설로 분류해도 될 정도로 크리스티나와 울리카의 이야기를 오가며 사랑하고 성장해 가는 이야기를 진지하게 다룬다. 그들이 거닐던 북유럽의 해변을 상상하게 된다. 뭔가 큰 반전이나 예상치 못했던 사건보다는 숨겨진 이야기가 밝혀져가는 과정이 흥미로운 소설이다.


마리 헤르만손은 스웨덴 작가라고 하는데 사실 처음 듣는 작가였지만 이 책을 출간한 '밝은세상' 출판사의 안목을 믿어 선택하게 되었다.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큰 울림과 감동으로 책을 마무리 하게 되었다. 해변의 추억은 아니더라도 과거의 추억을 더듬어 보며, 저물어가는 겨울의 마지막 미스터리를 체험해 보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Posted by 테크리더

댓글을 달아 주세요

* 본 리뷰에는 결말을 예측하게 만드는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원제목은 ≪The Heat of Betrayal≫이다. 영어실력이 일천한 나는 비트레이얼이라는 제목이 뜻하는 의미를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서야 궁금하게 생각되어 찾아보았다. '배신', '배반'이라는 의미의 단어였다. 더글라스 케네디의 작품은 소설로는 두번째이다. ≪빅 픽처≫, ≪템테이션≫ 등 유명한 작품이 많았지만 처음 읽은 그의 소설은 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언≫이었고, 그 이후 에세이집인 빅 퀘스천≫을 읽었다. 들이켜보니 ≪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언≫을 관통하는 주제도 역시 배신이 아니었나 생각되었다.


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언에서와 같이 이 책의 주인공은 상처받은 여인이다. 그리고 역시나 그 상처를 스스로 해결해 나간다. 물론 누군가의 도움은 있었지만 희망을 품고 자신의 삶을 역동적으로 헤쳐나가는 강한 여인의 모습으로 이야기는 끝난다. 모든 선택이 완벽하게 선을 추구하는 결과를 가져오지는 못했지만 그녀는 살아남았다.



기자 생활을 하다가 회계사로 직업을 바꾼 로빈이 주인공이다. 그녀는 자신의 사무실로 찾아온 화가이자 대학 교수였던 폴을 만나 결혼한다. 자유분방하게 살았던 남편에게 실망하기도 했지만 모로코로 여행하자는 그의 권유를 받아들여 비행기에 오른다. 하지만 모로코의 한 호텔에 묵으면서 카페와 호텔을 오가며 작품활동을 하던 폴은 갑자기 사라진다.


로빈은 폴의 아이를 갖고 싶어했지만 폴이 정관수술을 받았던 사실을 로빈이 뒤늦게 알게 되었고, 폴은 자해 소동 끝에 모습을 감춘 것이다. 경찰은 로빈을 유력 살인범으로 오해하게 되고 로빈은 폴의 행방을 찾아 떠난다. 폴의 과거를 되짚어가며 여러 소동들을 겪는 과정에서 독자의 관심은 과연 로빈은 폴의 행방을 찾을 수 있을 것인가에 집중된다. 그리고 주인공인 로빈의 희망과 같이 폴을 다시 만나 서로에 대한 오해와 불신의 덫을 내던지고 행복한 결혼생활을 이어가는 해피엔딩으로 끝났으면 하는 기대도 해보게 된다. 하지만 결말은 끝내 폴의 행방을 알려주지 않는다.


폴의 행방이 궁금했지만 작가는 올바른 결말을 내렸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만약 폴의 행방을 알려주었다면 이 소설의 주인공은 로빈이 아닌 폴이 될 뻔 했기 때문이다. 폴을 향한 로빈의 마음은 시시각각 바뀐다. 폴의 로빈에게 했던 '배신'이라는 하나의 행위를 로빈은 다방면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느낀다. 폴을 찾으러 가는 과정에서도 단지 폴의 생사만 확인하기를 바라는 마음과 배신을 밥먹듯이 한 폴을 찾으러 다니는 자신을 한심하게 생각하는 마음, 그리고 폴과 다시 재회하여 제2의 결혼생활을 꿈꾸는 마음까지 극과 극을 오간다. 하지만 죽음의 근처까지 갔다가 극적으로 살아난 그녀는 결국 마지막까지 살아남는다.


세상 끝으로 달아나려고 해도 세상은 우리를 놓아주지 않는다. 사하라사막 같은 엄숙하고 장엄한 대자연을 마주하고도 우리 안의 악마는 절대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 p.281


이처럼 자신의 생각과 행동에 대해 쉽게 의심을 품고 또 선과 악을 오가는 배신의 삶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 것인가 고민하게 만든다. 그 선택을 하는 과정에 어떤 이들은 폭력과 강간 등으로 잘못된 선택을 부추기지만 또 어떤 이들은 성경 속의 사마리아인처럼 넘어진 나를 일으켜 세워주고 아무런 보답도 바라지 않는 은혜를 베푼다.


실종 이후 유명 화가가 될 찰나에 놓인 폴의 부인으로서 로빈은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될까. 모로코에서의 신체적, 정신적 상처는 거의 회복되었고, 그녀의 배속에는 인공수정을 통해 아이가 자라나고 있다. 그녀 앞에 폴이 나타날지, 또다른 폴이 나타날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그녀는 희망을 갖게 되었다. 로빈과 로빈을 둘러싼 환경은 폴의 '배신'이 낳은 작품이다.


비트레이얼
국내도서
저자 : 더글라스 케네디(Douglas Kennedy)
출판 : 밝은세상 2016.01.15
상세보기


Posted by 테크리더

댓글을 달아 주세요

기욤 뮈소의 2015년 신작이다. 그의 작품 중에서는 센트럴 파크를 처음 읽었고 스릴러와 로맨스가 결합된 새로운 장르라는 느낌을 받으면서 무척 흥미롭게 읽었던 작품이었다. 이번 작품에서는 거기에다가 판타지적인 요소로 시간여행이라는 소재까지 결합되어 더욱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읽을 수 있었다.


아서는 아버지로부터 24방위 등대를 물려받는다. 단 지하실에 있는 문은 절대 열어서는 안된다는 당부를 듣게 되는데 호기심이 발동하여 그 문열 열게 되고 그 이후로 그의 인생은 엄청난 소용돌이로 빠져들게 된다. 그의 할아버지인 설리반도 같은 호기심으로 그 문을 열고 나서 24년동안 방황하며 살게 되었다.



그 문을 열게 되면 24년동안 1년 중 하루만 살 수 있는 저주를 받게 된다. 설리반은 24년동안 저주를 받고 풀려나지만 그 뒤를 이어 그의 손자인 아서가 저주를 이어받게 되었다. 그 와중에 리사를 사랑하게 되어 사랑을 이어가게 될 듯 하지만 1년에 한번 만나면서 사랑을 키워나가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면서 아서는 24방위 등대의 저주를 풀기 위해 노력한다.


시간과 공간의 이동이라는 환상적인 주제에 스릴러와 로맨스가 결합되면서 결말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흥미진진하게 만든다. 이제는 기욤 뮈소만의 전매특허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1년이라는 시간을 뛰어넘고 현실로 돌아왔을 때 겪는 아서의 경험들도 환상적이고 결말에서 주어지는 반전도 상당히 독특하다. 소설 내내 아서의 1인칭 이야기로 서술되다가 후반부에 리자의 1인칭 서술로 바뀌게 되는 점도 특이하다. 


2015년을 마무리하면서 올해 마지막 읽는 소설이라는 경험이 예측불허의 스토리와 함께 한해의 흥미로운 결말로 이어져 기억에 오래 남을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Posted by 테크리더

댓글을 달아 주세요

전봉준 하면 중고등학교 시절 교과서에 나온 사진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상투를 튼 채 눈을 부릅뜨고 정면을 보고 있는 사진인데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기억에 남아있는 이유는 그 표정의 강렬함때문일 것 같다. 하긴 혁명이라고 이름붙여진 운동을 이끌었던 분이 그정도의 표정은 당연한 것이라 할 수도 있겠다.


동학의 접주이자 동학농민군의 대장으로서 동학농민운동을 이끌었던 전봉준이 농민운동을 준비하고 이끌었던 과정을 풀어 쓴 소설이다. 사실 전봉준에 대해 개인적 관심이 없는 사람은 뭐 얼마나 재미가 있겠나 싶은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나 역시 그랬는데 소설을 읽는 동안 당시 구한말 나라가 무너져가는 모습과 지금 오늘날의 정치적 이슈가 교차되면서 '나라없는 나라'라는 제목을 곱씹어보게 되었다.



소설의 시작은 대원군과 전봉준이 대화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전봉준은 농민운동의 지원 여부를 타진하기 위해 대원군을 찾아간 장면인데 둘의 대화에서 전봉준은 시작부터 엄청난 주장을 한다. 상이 반이 되고 반이 상이 되는 것이 소원이냐는 대원군의 질문에 모두가 주인인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소망을 이야기한다.


반도 없고 상도 없이 두루 공평한 세상은 모두가 주인인 까닭에 망하지 않을 것이며, 모두에게 소중하여 누구도 손대지 못하게 할 것인지 이것이 강병한 나라 아니옵니까?  - p.11


때는 갑신정변도 실패하고 대원군도 실각하여 민씨일가가 정권을 잡고 있었던 시절이다. 청과 일본이 지속적으로 조선을 간섭하는 과정에서 일본이 세력을 조금씩 확장해 나가고 있었다. 전봉준은 청도 아니고 일본도 아닌 순수한 우리의 힘으로 나라를 구하고자 하였다. 그 와중에 청과 일본의 도움을 받을 수 있어도 부국강병의 과정을 모두 외국의 힘을 의지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래서인지 지역별로 많은 농민들이 전봉준을 도와 농민운동을 일으키고 일을 도모하고 진행하는 과정이 흥미진진하게 진행된다. 다만 결국 마지막 장면이야 역사에서 알려진 대로 끝나게 되는 결말이 예측되기에 결말에 대한 궁금증은 없었다. 그래도 읽다보면 역사적 사실을 뒤집고 과연 전봉준이 이 운동을 성사시켰다면 어찌되었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게 된다.


중간중간에 이철래와 호정, 을개와 갑례의 가슴아픈 러브라인이 이어지기도 한다. 가족들도 다 버리고 애국의 길로 나선 농민운동 참가자들이 있었기에 비록 실패한 운동이라 하더라도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혼불문학상의 수상작이다. 수상장 답게 스토리의 잔재미만 추구하지 않고 문장 하나하나에 엄청난 노력의 결과가 느껴진다. 상당히 예스러운 문체가 전혀 어색하지 않고 읽혀진다. 처음 듣는 단어들도 많아 국어사전을 찾아가며 읽었지만 가독성에 문제는 없었다. 일전에 사두고 아직 읽지 못했던 <홍도>도 혼불문학상 수상작이었다니 읽어봐야겠다. 아울러 수상작이 이정도의 수준이라면 향후 혼불문학상의 수상작들에 관심을 가져봐도 좋을 것 같다.

Posted by 테크리더

댓글을 달아 주세요

살인 청부업자도 직업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해 부정적인 답변을 생각하고 된다면 이 책을 읽을 때 상당히 거부감을 가질 수도 있다. 나 역시 책에서 나오는 몇가지 에피소드를 읽고 상당히 거부감을 가졌는데, 살인 청부업자도 직업이라는 가정을 한, 하나의 문학작품으로서 이해하게 되면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내용이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실제로 살인청부업자라는 직업의 도덕윤리적, 법적 문제가 전혀 없다고 믿어서는 안될 것이다.


왜 살인청부업자를 일종의 직업으로 받아들여야 이 책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냐 하면 이 책의 주인공인 켈러라는 살인 청부업자는 기존의 잔인하고 집요한 사이코패스와 같은 살인마가 아니라 그냥 살인을 해달라는 클라이언트의 요구에 돈을 받고 응대해 주는 하나의 비즈니스맨과 같은 형태로 포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여타 인물과의 대화나 주변환경 묘사를 통해 켈러는 지극히 인간적이고 감성적인 성격을 소유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 하나 흥미로운 것은 여타 추리소설에서 '살인'이 이야기의 발단이자 시작이 되는 반면 이 책에서의 '살인'은 이야기 구성의 하나의 과정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즉 살인이 또다른 살인을 불러일으키며 과연 살인자가 누구일까 하는 긴장감으로 읽게 되는 여타 추리소설과는 달리 이 책의 살인은 지극히 일상적이고 반복적인 일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고객들에게 요구를 받고 켈러가 다양한 방법으로 살인하는 장면을 아주 '태연하게' 묘사하는 것이 이 책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죽이고자 하는 사람의 차에 몰래 잡입하여 뒷자리에 앉아있다가 살인하는 장면은 다음과 같이 묘사된다.


켈러는 천천히 몸을 바로 했다. 루스벤은 열쇠를 더듬거리면서 시동을 켜지 못하고 있었다. 이자가 정말 루스벤일까?

맙소시, 정신차려. 아니면 누구겠어?

켈러는 남자의 귀에 총구를 갖다 대고 탄창을 비웠다.  - p.221


직업상의 이유로 실수를 하기도 한다. 즉 의뢰받은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을 죽이는 일도 발생하는 것이다. 또는 죽이고자 하는 사람과 함께 있던 또다른 사람을 죽이기도 한다. 호텔의 다른 방에 가서 남자를 죽이고 나서 같이 있던 여자를 죽였는데 알고보니 두 사람은 죽이려고 한 사람이 아니었다며 난감해 하는 장면은 코믹스럽기도 하며 동시에 끔찍하다.


여자는 거래에 포함되어 있지 않았지만, 그곳에 있었고, 자기가 있어야 할 욕실에 남아 있지도 않았다. 멍청한 년이 그러질 못했다. 기어코 문을 열고 나와서 그의 얼굴을 보았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 p.196


의뢰받은 사람에게 계약금을 받고 일을 마쳤는데 잔금을 주지않고 사라져 버린 사람을 추적하여 끝까지 받아내는 집요함도 묘사하고 있다. 아무튼 모든 살인의 과정은 극도의 긴장감을 요구하는 과정이 아닌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묘사되고 있다.


켈러는 타이어 스패너를 로더하임의 명치에 꽂았다.

결과는 고무적이었다. 로더하임은 괴상을 소리를 내면서 두 손으로 배를 움켜잡고 무릎을 꿇었다. 켈러는 셔츠 앞섶을 잡고 자갈 길 위로 질질 끌어서 스바루가 두 사람을 가려주는 지점까지 갔다. 그런 다음 타이어 스패너를 머리 위 높이 들어올렸다가 로더하임의 머리에 내려쳤다.

로더하임은 의식을 찾지 못한 채 조용한 신음 소리를 내며 바닥에 뻗었다. 몇 대 더 때려서 끝낼까?  - p.257


살인장면에 대한 묘사가 매우 자연스럽고 살인자의 태도가 매우 태연스럽게 묘사되기 때문에 집중하고 결말에 다다르면 '언제 사람을 죽인거야?' 하고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예를 들면 다음 문장을 보자.


그들은 뒷방으로 들어갔다. 턱살이 늘어진 사내가 문을 닫고 몸을 돌리는 사이 켈러는 사내의 목과 어깨가 이어지는 지점을 손날로 쳤다. 사내의 무릎이 풀리자 켈러는 목에 철사를 감았다. 일 분 후에 그는 문밖으로 나갔고, 한 시간 후에는 북쪽으로 향하는 고속철을 타고 있었다.  - p.123


잉글먼이 몸을 내밀자 켈러는 주머니에서 가느다란 철사 올가미를 꺼내어 잉글먼의 목에 감았다. 교살은 빠르고 소리 없고 효과적이었다. 켈러는 잉글먼의 몸이 길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 놓였는지 확인하고, 혹시 건드렸을지도 모르는 모든 곳에서 지문을 닦아 냈다. 그는 불을 끄고, 문을 닫고 나갔다.  - p.38


켈러는 목 조르기로 답을 대신했다. 확실히 의식을 잃을 때까지 졸랐다. (중략) 그는 창가로 가서 창문을 열었다. 램즈게이트가 늘어져 있는 사무 의자를 창가로 밀고 가서 겨드랑이에 손을 넣어 일으킨 다음 창 밖으로 밀었다.  - pp.376~377


그는 배신자 뒤로 가서 그 더러운 입에 한 손을 얹고 반대쪽 손 엄지와 검지를 이용하여 콧구멍을 막은 뒤 공기를 틀어막은 채로 천천히 꽤 높다 싶은 숫자까지 헤아렸다. 켈러가 손을 놓자 배신자의 손이 한쪽으로 툭 떨어졌다.  - p.384


직업적으로는 완벽한 처리를 추구하지만 부탁받은 지역을 차나 비행기, 또는 렌터가로 이동하면서 자연풍경을 느끼고 은퇴 후에 살만 한 곳인지를 생각하거나 이야기하는 장면은 앞서 말한대로 살인 청부업자도 하나의 직업일 수 있겠구나 하는 동정심마저 느끼게 한다. 자살을 하고 싶은 사람의 요청을 받고 그 사람을 '죽여주는' 과정은 좀 슬프기까지 하다('현장의 켈러' 편).


이 책은 단편소설집이다. 하지만 켈러라는 동일인물이 주인공이어서 그런지 단편소설 같은 느낌은 주지 않는다. 또한 이야기가 흐름을 가지고 이어지기도 한다. 예를 들어 의뢰받은 사람을 죽이고 나서 그 사람이 키우던 개(넬슨)을 가져다가 키우는 장면이 다음 소설로 이어지기도 한다.


흥미로우면서도 한편 이런 직업을 가진 사람이 주변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감과 두려움이 사로잡혀 읽게 되는 소설이다. 사람을 죽이면서 켈러가 이렇게 이야기할 것 같다. "살인이 가장 쉬웠어요."


살인해드립니다
국내도서
저자 : 로렌스 블록(Lawrence Block) / 이수현역
출판 : 엘릭시르 2015.10.16
상세보기



Posted by 테크리더

댓글을 달아 주세요

까멜리아라는 가상의 국가에서 엘리트 야바위꾼들이 벌이는 국민 호주머니 털기 작전의 전말을 소개한 소설이다. 가상의 국가라고는 하지만 곧바로 우리나라를 가상의 국가로 빗대서 쓴 이야기임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래서인지 소설이 시작되기 전에 작가의 말을 통해 대한민국의 어떠한 특정 사실이나 인물과도 무관함을 밝혀둔다고 안내해 주고 있다.


까멜리아는 90년대 말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많은 기업들이 도산하고 직원들을 거리로 내몰렸다. 그 중에 까멜리아은행은 건실한 은행인데도 불구하고 해외 산업자본인 유니온 페어에 팔리는 바람에 구설수에 올랐던 기업이다. 까멜리아은행에서 노조활동을 하다가 해고된 루반은 퇴직금마저 사채업자에게 사기를 당해 뺏기면서 사채업자가 되었다.



루반이 까멜리아은행에 재직하던 질레, 베르친, 노앙과 함께 주변머리회라는 이름으로 아웃사이더 조직을 만들었다. 은행에서 촉망받는 일류대 출신 주류들을 공통의 적으로 두고 변두리의 비주류끼리 힘을 모으자는 의미의 모임이었다. 기획팀장이었던 노앙을 주축으로 만들어진 이 모임은 질레를 두고 루반과 노앙이 삼각관계가 형성되면서 깨지기 시작한다. 결국 질레는 노앙을 선택했고 둘은 결혼했으니 루반은 해고를 당한 이후 처음으로 악성 채무자인 질레를 술집에서 맞닥뜨리게 된다.


러브스토리가 이어질 듯 하지만 이야기는 곧바로 까멜리아은행를 유니온페어가 인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부조리를 파헤치는 과정에서 엄청난 비밀을 목도하게 된다. 비밀을 파헤치게 되는 과정은, 루반이 해고된 이후 유니언페어 까멜리아의 대표로 선임된 노앙을 도와 법률자문으로 일하는 변호사 샤리가 루반의 사무실을 찾으면서 시작된다. 샤리는 일억원을 제시하며 모 은행계좌에 대해 조사해달라고 루반에서 일거리를 맡긴다. 이 제안에 루반은 망설이지만 결국 까멜리아은행에 아직 재직하고 있는 베르친과 까멜리아은행 공대위의 도움을 받아 샤리와 노앙이 벌이는 내막을 조사해 가기 시작한다.


"유니온 페어가 은행을 사들인 돈에 까멜리아 놈들 게 들어가 있다면?"

"까멜리아 놈은 펀드에 돈 태우면 안 되는 법이라고 있냐?"

"은행 매각을 결정짓는 권한을 지닌 놈들 돈이 들어가 있다면?"

"그거야 완전 매국노지."

"그걸 잡으면 게임 오버야."  - p.84


유니온 페어가 까멜리아은행을 인수하게 된 이면에 사실은 까멜리아 엘리트들의 자금이 투입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소설은 결말을 향해 치닫는다. 과연 이 비밀이 폭로되고 까멜리아은행은 정상화될 것인가, 아니면 여전히 힘을 가진 1%에 의해 비밀은 감추어지고 검은머리 외국인은 더 많은 부를 축적하게 될 것인가.


그는 자신의 주변인물들이 신주단지처럼 붙들고 있는 것이 돈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것은 탐욕이었다. 돈이 불러일으키는 욕망에 사로잡혀 있는 그들이 꿈꾸는 것은 돈 자체가 아니었다. 그것은 손에 잡히지 않는 욕망의 황홀한 무지개와 같았다. 결코 도달할 수 없는 갈증 같은 것이었다. 무엇이 그들을 목마르게 할까.  - pp.47~48


아무리 저자가 한국의 사정과는 무관함을 밝히고 있지만 까멜리아은행은 외환은행을, 유니온 페어는 롤스타를 의미한다고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하는데 들어간 자본주의 상당부분이 외국인을 가장한 한국 사람이면 어떨까. 이 책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멀쩡한 은행을 외국자본에 파는 것처럼 가장해 고위 공직자와 로펌 관계자들까지 가세해 엄청난 사익을 챙기는 수단으로 활용되었다면 정말 쳐죽일 놈들이 아닌가. 아무리 헬조선이 난무하는 시대라하더라도 이정도 망나니 국가는 아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Posted by 테크리더

댓글을 달아 주세요

마침 학교에서 빅 브라더, 파놉티콘 등 감시사회를 떠올리게 하는 이슈들을 강의할 기회가 있어서 인터넷을 검색하던 중에 우연히 이 책을 알게 되었다. 조지 오웰의 ≪1984≫,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 등을 떠올리게 만드는 디스토피아 소설이라는 추천의 글을 보고 주저하지 않고 퇴근길에 서점에서 구입하여 읽기 시작했다. 한편으로 짐 캐리 주연의 영화 ≪트루먼 쇼≫을 마냥 가볍게 볼 수만은 없는 사회가 되어 가는 우리 현실을 좀더 조망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는 마음도 있었다. 


그동안 지그문트 바우만 ≪친애하는 빅브라더≫, 로빈 터지 ≪감시 사회, 안전장치인가, 통제 도구인가?≫, 데이비드 라이언 ≪감시사회로의 유혹≫, 한병철 ≪투명사회≫ 등을 통해 감시사회가 일상화되어 가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진단할 수 있었다. 정말 극단적인 디스토피아를 그리는 SF소설에서 이야기하는 수준은 아니더라도 점차 감시되고 통제받고 있는 느낌은 나만이 가지는 생각은 아닐 것 같다.



책은 마커스 얄로우라는 이름의 17세 소년이 주인공이다. 시대는 2015년의 현실은 아닌 것 같고 곧 일어날 지도 모르는 수준의 근미래로 예측할 수 있다. 고등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스쿨북이라는 노트북컴퓨터를 지급하여 학생들이 타이핑하는 모든 글자를 전송하고 인터넷으로 오가는 모든 단어를 검열하는 등 학생들을 감시하고 있다. 학교 곳곳에는 보조인식 카메라를 달아 걸음걸이로 학생들을 판별해 내기도 하며, 학생들은 대체현실게임(Alternate Reality Game)이나 실제액션롤플레잉(Live Action Role Playing) 게임을 하며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다.


마커스는 대릴, 졸루, 버네사 등 좋아하는 친구들 세명과 함께 그들이 즐기는 <하라주쿠 펀 매드니스>게임을 하기 위해 학교 수업을 제끼고 만난다. 하지만 게임을 하는 도중 지진이 일어나는 듯한 충격과 함께 테러 용의자로 체포되면서 수감된다. 고문을 당하고 일주일만에 나오게 된 친구들은 테러리스트로부터 안전을 보장하겠다는 국토안보부의 감시와 통제에 대해 전쟁을 선포한다.


"하루 종일 겁에 질려서 고객을 처박고 얌전히 앉아서 들키지 않기만 바라는 걸 배웠니? 넌 앞으로 상황이 나아질 것 같니?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지금 이 상황이 앞으로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최선의 상태가 될 거야. 지금부터는 점점 더 나빠지고 또 나빠질 뿐이야. 대릴을 돕고 싶어? 저놈들을 박살낼 수 있게 도와줘!"  - p.174


마커스와 친구들은 엑스박스를 이용한 폐쇄적인 네트워크인 엑스넷을 만들어 대항하며 책의 중반부를 향해 스토리를 이어간다. 마커스와 엑스넷의 동료인 엔지와의 러브라인이 그려지면서 중반이후에는 약간은 지지부진한 스토리를 이어가지만 마커스가 길에서 우연히 만난 젭이라는 친구가 전해준 편지를 통해 게임 당시 부상을 당했던 대릴의 소식을 듣게되었고 그 편지를 부모님께 공개하면서 이야기는 속도감있게 진행된다. 수감되어 고문까지 당했다는 사실을 숨겼었지만 부모님께 털어놓으면서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간다.


과연 17세 어린 아이들이 국가기관을 상대로 하는 이 저항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승리 여부를 떠나 작가가 구상한 이 소설 속의 디스토피아는 정말 말그대로 암울하고 슬프다. 상점에서 카드결제 내역을 가지고 사람들을 감시하는 세상, 지하철 교통카드의 결제 내역이 평소의 패턴과 다르면 '비표준적인 승차 유형'이라는 이유로 감시하는 세상은 생각만 해도 우울하다. 기술을 적절하게 사용한다면 힘과 함께 사생활의 자유를 누릴 수 있다(p.123)고 생각한 마커스는 국가기관의 보호를 받기보다 스스로 자유를 만들고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나선다.


감시사회, 통제사회를 넘어 투명사회로 향하고 있는 우리 사회를 어떤 방법으로 살아야 우리의 권리와 자유를 되찾을 수 있을지에 대해 여러 생각의 계기를 마련해 준 책이었다. 아무래도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와 비교하게 되지만 결국 소설 속의 이야기처럼 극단적인 감시나 통제를 받지 않기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에 대해 고민하게 된 것도 큰 소득이라 할 수 있다. 한편으로 책의 심각적인 이슈제기와는 별도로 책에서 언급되는 파이썬을 배워볼까 하는 프로그래밍에 대한 욕구를 다시 되찾은 것도 이 책을 읽은 뒤에 얻은 큰 소득 중의 하나이다.


리틀 브라더
국내도서
저자 : 코리 닥터로우(Cory Doctorrow) / 최세진역
출판 : 아작 2015.10.20
상세보기



Posted by 테크리더

댓글을 달아 주세요

650여 페이지가 넘는 분량의 압박을 주는 소설이 이렇게 시간가는 줄 모르고 페이지가 넘어갈 줄이야. 시간만 있으면 밤을 새고 보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요즘 독서할 틈이 많지 않아 지하철에서 읽고 집에서 잠깐 틈내서 읽는 시간만으로 4일만에 다 읽었다. 띠지에 적힌 스티븐 킹이 추천사처럼 올해 최고의 서스펜스라고 해도 그리 과장은 아니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심리학자 조 올로클린은 선배 교수가 미루는 통에 투신자살하려는 여자를 만나 설득해 달라는 경찰의 요청을 받아들여 현장으로 출동한다. 하지만 노력이 허무하게도 그녀는 강물 속으로 뛰어내리고 만다. 이렇게 자살로 끝나는가 싶은 사건이 그녀의 딸이 올로클린 교수의 집으로 방문하여 자살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이 계기가 되어 자살이 아닌 살인사건으로 규정하게 되고 몇일 뒤 연관된 살인사건이 발생하면서 경찰과 함께 사건을 해결해 가기 시작한다.



책은 조 올로클린 교수의 1인칭 서술로 진행되며 간간이 볼드체로 살인자의 1인칭 독백이 개입하면서 스토리는 시간순으로 서사된다. 투신 자살 여성의 휴대폰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이 잡히면서 사건이 일단락되고 다른 사건으로 넘어가는가 싶었는데 올로클린은 범인이 아니라고 확신하게 되고 경찰도 같은 결론을 내리는 바람에 다시 사건은 오리무중으로 빠져든다. 결국 훈방해 버린 사람이 범인임을 뒤늦게 알게 된 경찰과 올로클린 교수는 험난한 수사과정을 겪는다. 책의 중반부 이후에는 범인의 윤곽이 그려지지만 결말로 향하게 되는 긴장감은 어떤 방법으로 범인을 잡게 될지에 주목하게 된다.


끝까지 전화를 끊지 못하게 하면서 자살로 이끄는 범인의 수법이 자칫하다가는 모방범죄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들었다. 가능성으로 따지면 과연 그럴 사람이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사실 자식을 향한 부모 마음이라는 것이 그렇지 않음을 알고 있기에 두명의 피해자들처럼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어쨌든 이렇게 말로서 한 사람을 죽음으로 내몰 수 있는지 사이코패스의 파괴력에 치를 떨게 만든다.


마지막까지 아쉬웠던 부분은 과연 왜 범인이 이런 흉악한 범죄를 저지르게 되었는지 원인이 밝혀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범인의 윤곽이 그려졌기에 결론으로 향할수록 어떤 방법으로 범인을 잡게 되는지, 그리고 왜 범인은 이런 범죄를 저질렀는지가 궁금했는데 결국 마지막 궁금증은 결국 해결하지 못하고 끝맺게 되었다.


조 올로클린 시리즈가 앞으로 북로드에서 계속 출간된다고 한다. 스릴러 취향의 장르소설에서 사건을 해결하는 주체로서 경찰이나 탐정이 아닌 심리학자가 등장하는 것은 이 책이 처음은 아닐까 생각도 든다. 임상심리학자 조 올로클린 교수의 앞으로의 이야기에 더 기대하는 마음을 가지고 기다려보고자 한다.


산산이 부서진 남자
국내도서
저자 : 마이클 로보텀(MICHAEL ROBOTHAM) / 김지현역
출판 : 북로드 2015.10.12
상세보기



Posted by 테크리더

댓글을 달아 주세요

잘나가는 은행장과 결혼한지 9년이 된 버지니아는 의문의 인물이다. 7살 딸아이 킴을 키우고 있으며 겉보기에는 행복해 보이지만 평소 웃는 모습을 보기 힘들 뿐더러 일부러 사람을 기피하며 외딴 곳의 별장에 살고 있다. 그런 그녀에게 나탄 모어가 다가온다. 그는 전재산을 털어 요트를 사서 아내와 함께 세계일주 여행중이었던 남자로서 버지니아의 지인이었던 리비아의 남편이다.


버지니아의 남편 프레데릭은 그를 처음 보았을 때부터 정상적이지 않다는 낌새를 챘지만 버지니아는 그들 부부들이 별장에서 머무를 수 있도록 도와주게 된다. 하지만 침몰사고로 정신적 충격을 받은 리비아를 버지니아 집근처의 병원에 입원시킬 정도로 집요하게 버지니아의 주위를 멤도는 나탄의 정체는 무엇일까. 또 버지니아의 마음 속에 드리운 그늘은 어떤 이유로 생긴 것일까.



한편 버지니아가 살던 집 주위에 두명의 유아 살해사건이 발생한다. 해변에서 잠이 든 아이를 엄마가 잠시 방치한 것이 화근이 되어 유괴되기도 했고, 성당에 간다고 나간 아이가 실종되었다가 변사체로 발견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버지니아는 자신의 아이로 인해 걱정스러웠다. 더 큰 걱정의 이유는 바로 남편이 하원의원에 출마하겠다는 결심과 함께 런던으로 와서 디너 파티에 참석하라는 부탁때문이다. 좀처럼 사람 많은 곳에 나서기를 싫어하는 성격이었기 때문이다.


소설은 내내 궁금증을 유발하면서도 양파껍질이 하나씩 벗겨지든 조금씩 조금씩 결말을 향해 달려간다. 버지니아와 나탄을 둘러썬 스토리와 영유아 살해사건이라는 언뜻 보면 상관이 있을까 싶은 두 부류의 이야기 덩어기라 화학적 결합을 일으키게 되면서 짜릿한 스릴를 느낀다. 그러면서도 인간이 마음 속에 간직하고 살아가는 욕망을 치밀하게 묘사한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인물이 범인으로 밝혀지는 과정 역시 흥미롭다.


밝은세상이라는 출판사에서 발간되었다. 그동안 밝은세상에서 발간된 여러 권의 소설을 읽었고 일단 밝은세상에서 출간되었다고 하면 처음 들어보는 작가라고 해도 큰 의심하지 않고 읽게 된다. 이 책도 마찬가지였고 첫페이지부터 마지막페이지까지 엄청난 몰입감으로 책장을 넘기게 만들었다. 사실 샤를로테 링크의 폭스밸리는 작년에 같은 출판사에서 출간된 적이 있었다. 시간만 많다면 밤을 새서라도 읽고 싶었지만 경제활동 사정상 그럴 수 없었음이 아쉬울 뿐이었다. 한편의 완벽한 장르소설에 빠져보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죄의 메아리
국내도서
저자 : 샤를로테 링크(Charlotte Link) / 강명순역
출판 : 밝은세상 2015.10.05
상세보기




Posted by 테크리더

댓글을 달아 주세요

어릴 적 스파이가 꿈이었던 할머니가 있었다. 우울증으로 인해 자살까지 시도하며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던 할머니는 나이가 들었어도 잊지 않고 있었던 어릴 적 꿈을 잊지 않고 CIA를 방문한다. 그녀의 이름은 폴리팩스 부인. CIA를 방문한 부인은 대뜸 스파이도 되고 싶다고 하지만 직원은 당연스럽게도 너무나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돌려보내려 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직원들의 혼선으로 인해 결국 폴리팩스 부인이 멕시코로 가게 되는 '행운'을 얻게 된다.


폴리팩스를 스파이로 파견하기로 결정한 카스테어스의 덕택에 폴리팩스 부인은 생애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고 멕시코로 향하게 된다. 폴리팩스는 관광객을 위장하여 멕시코에 입국한 후 '물건'을 하나 가지고 들어오라는 지령을 받았다. 그 지령이란 몇일간은 멕시코 관광을 한 후 앵무새 서점에 가서 직원과 대화를 나눈 뒤 물건을 가져오라는 것인데 궁금한 마음에 몇일 앞서 앵무새 서점에 가는 바람이 일이 꼬이기 시작한다. 결국 물건을 주기로 한 앵무새 서점 주인은 목숨을 잃고 폴리팩스 부인은 테러단체에 의해 납치당하게 된다.



감금당하는 과정에서 패럴이라는 이름의 또 한명의 포로를 알게 되고 결국 폴리팩스 부인이 주도하여 탈출 계획을 세우게 된다. 폴리팩스 부인이 감금되는 과정이 약간 코믹하게 진행되기 때문에 쉽게 탈출하겠지 하는 생각을 했는데 점차 과연 탈출이 가능할까 하는 궁금증이 생기기 시작했다. 또한 탈출 이후에도 미국으로 다시 돌아가는 과정도 상당히 황당하고도 흥미롭게 진행된다.


뜻밖의 스파이가 아니라 정말 훈련받은 스파이와 비교될 정도로 탁월한 실력을 발휘한다. 탈출 과정에서 권총이나 총알을 남모르게 챙겨놓는다든지 다리를 대친 패럴을 위해 나무가지를 챙겨 지팡이를 만들도록 한다든지, 또는 지도가 그려진 책을 구해 지리를 익히는 등의 실력은 진정한 스파이의 모습이었다. 물론 이 모든 것이 애초에 들통이 난 사실이긴 하지만.


저자인 도로시 길먼은 1923년 태어나 2012년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14권의 폴리팩스 부인 시리즈를 썼다고 한다. 국내에는 이제야 소개되는 폴리팩스 부인은 읽는 이들에게 용기와 스릴 그리고 웃음을 전해줄 것이다. 아무 것도 없다고 생각할 때 폴리팩스 부인은 어린 시절의 꿈을 찾아 떠났다. 어떻게 보면 실행력이 중요하다는 교훈을 던져주는 소설이라고 볼 수도 있다. 결단하고 실행으로 옮기는 능력이 삶을 더 스펙터클하게 만든다는 점을 배웠다. 두차례에 걸쳐서 영화화도 되었다고 하는데 영화도 봐야겠다는 마음과 함께 앞으로 시리즈로 계속 출간되기를 기대한다.


뜻밖의 스파이 폴리팩스 부인
국내도서
저자 : 도로시 길먼 / 송섬별역
출판 : 북로드 2015.08.18
상세보기


Posted by 테크리더

댓글을 달아 주세요

소설 초반부만 읽어서는 얼마전에 읽은 ≪메이블 스토리≫를 떠올리게 되는 작품이다. 메이블 스토리≫는 갑자기 사고로 아버지를 잃게 된 저자가 아버지와의 추억을 되살리고 아픔을 극복하기 위해 참매를 기르는 일종의 자전적 성장소설 형식의 에세이였다. 이 책에서도 가족의 죽음으로 인해 일종의 정신적인 트라우마를 겪는 한 사람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주인공인 노암은 어린 시절 자신의 실수로 어머니가 죽는 현장을 목격한다. 그 이후로 정신적으로 심각한 후유증을 앓게 되면서 30대 중반의 나이에 이르른다. 담당 의사였던 리네트의 조언으로 예루살렘을 방문하여 예언가 사라를 만나게 되고 그의 예언능력이 미심쩍었지만 신과 영혼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자신과 같은 날 죽게 될 다섯 사람들의 정보를 전해 듣게 된다.



일종의 치유를 경험하는 주인공을 통해 상처받은 독자들을 간접적으로 치유해 주는 효과를 가져오는 소설이다. 육체적인 치료야 내과나 외과 같은 병원에서 하면 되겠지만 정신적인 상처는 정신과에서조차 치료받기 쉽지 않을텐데 심리치료사 내지는 예언가라는 특별한 직종의 사람으로부터 도움을 받아 상처를 치유받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는 점이 신선하기도 하고 조금은 황당스러울 만큼 파격적이다.


추억이란 삶의 각 순간을 진정으로 체험할 수 있었던 사람들에게만 속할 뿐이다. 이 경우 추억들은 사진첩 안에서 저마다의 자리를 잡고 어떤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렇지만 삶이 어떤 기대에 불과했을 때, 우리는 가보지 못한 장소들과 만나보지 못한 사람들에 대한 우리의 아쉬움이 전하는 그림엽서들을 가질 수 있을 뿐이다.  - p.55


전체적인 스토리나 반전의 형식도 흥미롭거니와 또 하나 마음에 드는 것은 다소 철학적인 내용들로 인해 여러가지 사색을 하게 한다는 점이다. 어린 시절, 죽음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기도 전에 저자는 어머니의 죽음을 보게 됨으로써 혼자 남겨진 삶의 무서움을 경험한다. 그 상처가 얼마나 심했을지 짐작이 대략 가지만 체험하지 않은 이상 알 수 없을 것이다. 


내 경우를 볼 때 죽음은 삶도 죽음도 의미를 갖지 못하는 나이에 찾아왔다. 한순간 자동차 한 대와 비명 소리, 소란스러움과 공포가 잇따랐다. 그것은 어린아이였던 나에게 단 하나의 단어로 환원할 수 없는 사실들과 감정들이었다. 그때는 죽음이 존재하지 않았었다. 단지 이해할 수 없는 어떤 장면과 그것으로부터 기인한 무서움만이 있을 뿐이었다.  - p.77


소개받는 다섯명을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의문의 연결고리들의 조합이 맞춰지면서 소름이 돋는 경험을 하게 된다. 새로운 사실들을 알게 되면서 그 소름끼치는 흥미로움의 이면에 역시 저자가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의 기쁨이 내포되어 있을 것이다. 저자의 네번째 소설이라는데 왜 이제야 알았을까 싶을 정도로 완벽에 가까운 이야기를 접했다. 흥미롭게 읽은 소설의 경우 같은 작가의 다른 작품도 찾아보게 되는데 아마도 티에리 코엔도 그런 작가 중의 하나가 될 것 같다.


만일 당신이 다른 곳에 존재한다면
국내도서
저자 : 티에리 코엔(Thierry Cohen) / 임호경역
출판 : 밝은세상 2015.09.08
상세보기



Posted by 테크리더

댓글을 달아 주세요

타라 덩컨 시리즈는 보통 해리 포터 시리즈와 많이 비교가 되곤 한다. 해리 포터가 그랬던 것처럼 자신이 마법사인 것을 모르고 살다가 어떤 계기로 인해 자신이 마법사임을 깨닫고 악의 세력과 대결을 하는 어린 소녀 타라 덩컨의 성장과정을 그린 소설이다. 해리 포터와의 차이점이라고 한다면 해리 포터는 지구로 추정되는 한 행성 내에서의 결투를 그리지만 타라 덩컨은 우주로 시야를 넓혔다는 점이다. 타라 덩컨 시리즈의 이번 12권이 마지막 편으로 12년 간에 걸친 대작을 완성하게 되었다.


12권의 상권을 펼쳐 들면 먼저 1권부터 11권까지의 내용이 압축적으로 요약되어 있다. 다만 12권을 들어가기 전에 대략적인 내용을 알 수 있을 뿐이고 12권 첫페이지부터 몰입이 되지는 않았다. 늘상 있어 왔던 악마라는 세력이 그다지 나쁘지 않게 그려지고 있고 누가 악이고 누가 선인지(반드시 구분해야 할 필요는 없지만) 이해하기 좀 힘들었다. 그래도 12권 이전의 작품들을 읽지 않아도 어떤 내용으로 진행될지 대략 짐작할 수는 있었다. 개인적으로 이번 12권 출간된 후에 처음부터 읽어보려고 1권부터 5권까지를 구입해 놓았는데 미처 다 읽지 못하고 이 마지막 편을 읽을 수 밖에 없는 것이 아쉬웠다.



여타 쥬니어 판타지 답게 주인공인 타라의 모험과 우정이 돋보이는 소재였다. 또 판타지 소설에서 어지간히도 나오는 드래곤이나 악마, 난장이, 거인, 뱀파이어, 엘프족 등 각종 소재들이 다양하게 등장한다. 마지스터와의 대결, 그리고 지구의 친구들와의 우정, 지구와 아더월드 그리고 여러 행성들을 오가는 우주적 세계관이 놀라울 만큼 환상적으로 펼쳐진다.



하나 특이한 것은 이제까지 많은 판타지 작가들이 다뤄왔을 법한 여러가지 생명체들이 다양하게 등장한다는 점이다. 다양한 행성에서 살고 있는 여러가지 모양의 외계종족들(p.43), 반쪽이 인간인 하프엘프 등은 작가가 그리려고 한 상상의 세계를 떠올리게 만든다. 아무래도 어린이나 쥬니어 취향의 내용들이 많다보니 성인들이 읽기에는 조금은 유치해 보이는 구절들도 눈에 띄인다. 그리고 소설에서 특이한 단어들에 대해서는 저자가 각주를 넣어 설명하고 있는데 움베르토 에코 류의 소설에서 만날 수 있는 학문적인 각주와는 좀 차원이 다른 흥미를 주었다.



행성들을 공격하는 혜성과의 추격전을 큰 흐름으로 잡고 진행되는 이번 마지막 편은 한번 몰입이 되면서부터 거침없이 읽어내려가게 만들었다. 마지막 부분에서 40여 페이지를 할애하며 소개하는 아더월드의 용어 해설은 정말 작가의 상상력의 끝은 어디인가 혀를 내두르게 한다. 가볍게 상상의 세계를 빠져들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타라 덩컨 12 (상)
국내도서
저자 : 소피 오두인 마미코니안(Sophie Audouin Mamikonian) / 이원희역
출판 : 소담 2015.07.30
상세보기


타라 덩컨 12 (하)
국내도서
저자 : 소피 오두인 마미코니안(Sophie Audouin Mamikonian) / 이원희역
출판 : 소담 2015.07.30
상세보기


타라덩컨 12 상+하 페키지
국내도서
저자 : 소피 오두인 마미코니안(Sophie Audouin Mamikonian) / 이원희역
출판 : 소담 2015.07.30
상세보기


Posted by 테크리더

댓글을 달아 주세요


마리오네트의 고백
국내도서
저자 : 카린 지에벨(Karine Giebel) / 이승재역
출판 : 밝은세상 2015.07.13
상세보기


프랑스 작가 카린 지에벨. 처음 읽었던 그녀의 작품 ≪그림자≫는 나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었고, 두번째 읽은 작품인 ≪너는 모른다≫는 ≪그림자≫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상당한 긴장감과 흥분 속에서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은 세번째 읽는 카린 지에벨의 작품이다. 역시나 그림자의 충격이 커서 그런지 그림자보다 더 후한 점수를 주기는 힘들 것 같다. 하지만 그 어느 장르 소설과 비교해도 전혀 선택에 후회가 없을 만큼 완벽한 스토리를 제공하고 있다.



솔직히 이런 소설은 하루 날잡아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내리 읽어버리는 것이 가장 좋겠으나 그럴 여유는 없기 때문에 나누어 읽게 된다. 이 책 역시 몇일동안 나누어 읽었는데 여기까지 읽어야지 하며 다음을 기약하는 순간이 정말 아쉬울 정도로 몰입감이 높았다. 또 한편으로는 결말의 기대감과 긴장감을 유지하기 위해 아껴서 읽어야겠다는 마음으로 조금씩 조금씩 읽어가면서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쾌감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라파엘은 보석상 강도사건으로 00년동안 수감되었다고 출소한 뒤 곧바로 다음 범행을 이어간다. 범행은 14살 연하인 그의 동생 윌리암, 그리고 교도소에서 만난 프레드와 그의 여자친구 크리스텔과 함께였다. 4인도 강조인 셈이다. 하지만 경찰의 추격을 받으면서 경찰과 일반인을 한명씩 죽이고 윌리암도 총상을 당하는 바람에 계획에 차질을 빚게 된다. 그러다가 결국 찾아간 곳은 상드라가 운영하는 동물병원. 수의사의 도움을 받기 위해 강도 일행은 수의사인 그녀의 집으로 간다.


하지만 찾아간 곳은 이미 13명의 여자 어린아이를 강간하고 살해한 바 있는 사이코패스의 집이었다. 상드라는 그녀의 조카로서 13살 시절 이미 그녀에게 성폭행을 당한 뒤로 그의 조종을 받으며 살고 있는 여자였다. 강도일행이 상드라를 협박하던 관계에서 사이코패스인 파트릭이 돌아오자마자 전세는 역전되어 라파엘과 윌리암은 감금당하게 되고, 파트릭은 그동안 주시했던 제시카라는 여자아이를 그녀의 단짝 오렐리와 함께 납치해 온다.



최악의 사이코패스 파트릭과 그녀를 돕고 있는 상드라 그룹에 강도 형제인 라파엘과 윌리암의 대결이 불만하다. 과연 감금의 상태에서 라파엘과 윌리암은 벗어날 수 있을까. 또 납치되어 온 제시카와 오렐리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 궁금증은 결말부분으로 갈수록 흥미진진함을 극에 달하게 한다. 특정 장소에 감금되어 있다는 상황 설정은 전작인 ≪너는 모른다≫에서 브누아 경감이 갇혀있는 상황과 유사하다. 하지만 전반적인 스토리가 ≪너는 모른다≫보다는 좀더 짜임새있고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구조라고 생각된다. ≪너는 모른다≫에서는 브누아 경감과 리디아 단 두명의 대결이었다면 이 작품에서는 최소한 2:2의 대결구도를 가져간다는 점이 좀더 흥미를 끈다.



여자아이의 살점을 입으로 물어뜯으며, 발톱을 뽑고, 담배불로 눈알을 지지고, 황산을 쏟아붓는 사이코패스의 모습은 ≪그림자≫ 이후에 만난 지상 최악의 사이코패스와 비견할 만하다. 두번의 작품을 통해 이미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만든 카린 지에벨은 이번 작품 이후의 새로운 작품을 다시 기대하게 만든다.



Posted by 테크리더

댓글을 달아 주세요

이탈리아 작가의 소설은 아마도 처음 읽는다. 150페이지 정도 되는 양장판의 얄팍한 책이 나에게 큰 사색의 시간을 선물하였다. 저자는 10세 시절을 회상하는 60대 남자라고 생각된다. 처음에는 현재와 과거 10세 시절을 오가는 식의 구성으로 약간 혼란스러웠지만 금새 전체적인 구조를 이해할 수 있었다.



지금생각해 보면 나의 10세 시절은 그저 하루하루가 나에게 주어지는 것이 지극히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할 때였다. 다시 말해 내가 특별히 노력하지 않아도 언젠가 나이를 먹을 것이고 돈을 벌 것이고 결혼을 할 것이며 자녀를 낳고 한 가정을 이루게 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었다.


시간이 날때면 찾아갔던 해변에서 배를 타고 고가잡는 구경을 하던 시절의 회상으로 책은 시작한다. 그가 만나 사람들, 그거 경험한 모든 것들이 그를 더욱 단단한 사람으로 만들었으리라 생각한다. 여전히 10대 시절을 그리워하며 사는 사람이 아니라 그것이 힘이 되어 미래를 힘있게 도전해가는 사람으로 거듭나게 했으리라 기대한다. 이제는 어린아이와 같은 사고의 틀이 아니라 성인이 되었고 인생의 황혼기에 들어섰지만 돌이켜보면 그 어린 시절이 마냥 어리기만 하지 않았던 탓에 지금 주인공의 생각은 어린아이의 틀을 벗어날 수 있었다.


요즘 자주 읽는 장르소설에 비해 속도감있게 읽을 수는 없었다. 문장 자체가 난해하지는 않지만 여러가지 상황과 인물의 심리 분석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탓에 금새 읽을 것 같았던 책을 오래도록 붙들고 있었다. 하지만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었다는 점에서 나에게는 충분히 좋은 시간이 되었다고 생각된다.

Posted by 테크리더

댓글을 달아 주세요


포피
국내도서
저자 : 강희진
출판 : 나무옆의자 2015.06.10
상세보기


탈북한 20대 여성이 국내 명문 대학원에 다니면서 돈벌이를 위해 키스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키스방에서 포피라는 별명을 쓰는 그녀에게 키스는 고급문화다. 키스방은 그녀에게 생활자금을 마련해주는 곳이기도 하지만 삶을 성찰하게 해주는 장소기도 하다.



키스방의 인테리어를 묘사하는 부분에서 유명 화가들의 작품들이 설명된다. 샤갈이나 클림트, 뭉크 등의 그림이 걸린 키스방에서 그녀는 소설가로 표현되는 남자와 자신의 탈북과정과 현재 생활에 대해 인터뷰를 한다. 


북한에서 그녀는 어머니의 깊은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랐다. 남동생이 태어난 이후로 엄마젖을 먹어보지 못했다고 한다. 엄마의 편애로 인해서 그녀는 구순기 욕망이 제대로 해소되지 않았고 남자의 혀는 엄마의 젖꼭지보다 훨씬 매력적인 욕구해결 도구가 되었다. 그래서 그녀에게 키스방은 유아기 때 채울 수 없었던 갈급증을 해결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다(pp.209~210).


탈북 이전에 남동생은 병으로 죽게 된다. 그녀의 마음 속에 동생이 죽음에 자신의 기여한 탓도 있다고 자책하기도 한다. 양식이 배급되지 않는 중에 그녀의 집 역시 음식이 부족한 상황에서 그녀는 고구마를 산에 숨겨놓고 혼자 먹었는데 약을 대신해서 병 치료에 사용할 수 있는 아편이 고구마 자루에 같이 있었던 걸 몰랐던 것이다. 포피의 어머니는 양귀비를 길러 아편을 정제하여 팔며 양식을 구입하곤 했는데 간혹 아편이 약을 대신하여 병을 치료해주는 역할을 했다.


중국으로 탈북하는 과정에서 아버지는 실패하게 되고 어머니와 그녀만 성공하게 된다. 중국에서 그녀의 어머니는 중국인과 재혼하였지만 남편의 동생들과도 여러차례 성관계를 가지는 등 그다지 성공적인 결혼생활을 하지는 못했다. 다만 포피의 막내삼촌이 어머니를 사랑하는 마음이 깊어 한국으로 이주시키는 데 큰 도움을 준다.


모녀는 한국으로 이주한다. 포피는 대학에 다니게 되었고 키스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을 영위한다. 그녀 어머니는 노래방에서 도우미로 일하는 것으로 그녀는 추측한다.


탈북하여 한국에 이주한 사람들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에 대해서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았다. 여전히 많은 북한 주민들이 굶주리고 있으며 탈북을 하면 대체로 원하는 자유를 누리며 살게 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상상만 했을 뿐이다. 하지만 책에서 포피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곳은 가족 중심의 사회라 개인에 대한 생각이 존재하지 않아요. 자아에 대한 인식이 없어요. 그러니 그들은 남한 사회 사람들이 말하는 자유가 뭔지 몰라요. 왤까요? 그들은, 그것을 한 번도 경험해본 적이 없으니까. 음식도 먹어봐야 맛을 아는 것처럼... 자유도 마찬가지죠. 그들에게 진정한 자유란 공동체 속에서 느끼는 아늑함이죠.  - p.193


그들은 자유를 자유답게 느끼지 못하고 하층민으로 전락한 사례들이 많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탈북자들은 한국에서 뿌리내리고 살 수 없다(p.197)고까지 표현한다. 남한과 북한은 하늘과 땅만큼 이질적인 사회라 살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 작가가 현실을 묘사만 하지 말고 좀더 나은 미래지향적 대안을 제시해 주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저 탈북여성은 매춘으로, 탈북남성은 하루하루먹고 살기 바쁜 노동자로 살아야만 하는 것인가.


내가 사실 전반적으로 내포하는 의미를 파악하지 못해서 그런지 마지막 부분에서 너무 허무하게 끝나버렸다. 전반적인 이야기 구성과 함께 인터뷰를 하던 소설가에게 블로잡을 제안하는 것으로 끝나는 결말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난감했다. 다만 포피의 탈북과정과 한국에서의 생활을 통해 탈북자의 현실을 좀더 알 수 있었다는 점에서, 그리고 탈북자가 느끼는 진정한 자유가 무엇일까 고민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점수를 주고 싶다. 또한 세상에서 죽음만큼 중요한 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포피에게 키스방은 어떤 의미를 갖는지 고민해 보게 된다.



Posted by 테크리더

댓글을 달아 주세요


이케아 옷장에 갇힌 인도 고행자의 신기한 여행
국내도서
저자 : 로맹 퓌에르톨라(Romain Puertolas) / 양영란역
출판 : 밝은세상 2015.06.08
상세보기


코믹스러운 장면이 연출되면서도 인간의 사회의 본질에 대한 성찰을 도와주는 소설이었다. 1975년생인 저자의 데뷔작이라고 하는데 2014년에 여러 상을 수상했고 36개국 언어로 번역되어 30만부 이상이 팔렸다고 한다. 이야기의 모티브는 저자가 실제로 국경 담당 경찰로 근무하며 만났던 밀입국자 이야기를 토대로 쓰여졌다. 그래서인지 더 실감나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요즘 소설을 읽을 때마다 첫문장을 유심있게 보게 되는데 이 책의 첫문장은 다음과 같은 코믹스러운 문장으로 시작된다.


인도 사람으로 보이는 중년 남성이 택시에 올라타며 처음 꺼낸 말은 스웨덴어였다.


인도 사람이 할 수 있는 스웨덴어는 무엇일까. 이 문장이 코믹스러운 이유는 바로 이케아를 이렇게 표현했다는 것이다.


인도에서온 아자타샤트루 라바슈 파텔은 이케아 옷장을 사기 위해 프랑스에 도착하여 귀스타브가 운전하는 택시에 타게 된다. 그가 가지고 있는 것은 100유로 짜리 위폐 1장 뿐이었다. 그는 인도에서 고행자로 살고 있지만 사실은 마술을 빙자한 사기꾼이 가까운 사람이었다. 그는 역시 택시값을 지불하는 과정에서도 가짜 100유로짜리 지폐마저도 도로 가져가는 사기를 저지름으로써 이 소설의 전체적인 스토리를 구성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된다.


이케아에 들어선 파텔은 침대를 사려고 했지만 재고가 없어 내일 아침에 구매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이케아 매장에서 하루 묵을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사람들의 눈을 피해 옷장에 들어갔고 그 옷장에 영국으로 배송되는 바람에 본의아니게 파텔은 프랑스에서 영국으로 가게 된다. 



영국으로 가는 트럭에서 그는 수단에서 온 밀입국자 6명을 만나게 된다. 그는 평생 사기를 치고 살았지만 그들은 만나고 나서 사회의 불평등한 구조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갖게 된다. 특히 비라지와 깊은 대화를 나누면서 자기 자신이 그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아가 남을 돕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가 밀입국자 신세가 된 건 빈곤과 기아가 쌍둥이 질병처럼 싹이 터서 모든 걸 부패시키고 황폐하게 파괴해 버리는 별 볼일 없는 곳에서 태어났다는 점 뿐이었다.  - p.80


실제로 아프리카와 같이 제3세계 빈민국에 사는 사람과 우리의 차이는 무엇인가. 단지 그들은 아프리카에서 태어났고 우리는 대한민국에서 태어났다는 차이 밖에 없지 않은가. 엄청난 기적과 은혜가 아닐 수 없다. 아무튼 파텔은 더 나아가 이러한 물음을 갖는다.


어째서 누구는 모든 게 풍성한 곳에러 태어나고 누구는 그렇지 못한 걸까? 모든 걸 가진 사람이 있는 반면, 아무것도 손에 넣치 못하는 사람이 있는 건 왜 일까? 누구는 사람답게 사는데, 누구는 그저 입 다물고 죽을 권리밖에 가지지 못한 걸까? 누구는 사람답게 사는데, 누구는 그저 입 다물고 죽을 권리밖에 가지지 못한 걸까? 왜 불행을 맞이하는 사람들은 늘 같은 사람들이어야 할까?  - p.82


이러한 고민을 하면서 파텔은 자신이 이제까지 눈뜬 장님으로 살았다고 생각한다. 즉 자신이 태어나서 살던 곳보다 훨씬 암울하고 음험한 곳이 있음을 깨달았다(p.83).


화물트럭을 타고 가다가 경찰을 만난 파텔과 6명의 밀입국자들은 체포되어 스페인으로 이송된다. 스페인에서도 기이한 일은 이어진다. 프랑스 유명 배우의 여행용 트렁크에 숨어있다고 이탈리아 로마로 가게 된 것이다. 그는 이탈리아로 가는 비행기에서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 이탈리아에 도착하여 트렁크의 주인인 배우 소피 모르소를 만나고 나서 그의 도움으로 출판사와 계약을 하게 되고 10만 유로라는 거액의 선인세를 받게 된다.



이탈리아에서도 귀스타브가 보낸 사람에게 쫓기면서 급하게 열기구를 타게 됐고 우연하게도 열기구는 바다에 떨어져 표류하다가 리비아로 가는 배를 타게 된다. 거기서도 사기꾼 기질을 발휘하여 10만 유로 중에 1만 5천 유로만 주고 도망치게 되고 나머지 돈 중에서 4만 유로는 리비아에서 우연히 다시 만난 비라지에게 주게 된다. 프랑스에서 만난 마리를 다시 만나기 위해 늘 꿈을 꾸고 있던 차에 그 돈으로 프랑스로 가서 마리를 만나 청혼을 하게 된다.


최근 며칠 동안 경험한 여러 만남은 속임수로 남의 돈을 갈취하는 것보다 훨씬 득이 되는 일이 존재함을 그에게 가르쳐 주었다. 그 일이란 바로 남에게 돈을 주고 주변 사람들에게 선함을 베푸는 것이었다.  - p.255


우연히 작가가 되어 쓴 글이 출간되어 베스트셀러가 되어 성공하게 되고 마리와 함께 나눔의 생활에 대한 의지를 갖게 된다. 너무나도 흐뭇한 마무리였다. 누구나 비라지를 만나기 전의 파텔같은 삶을 살고 있지는 않을까 생각했다. 누구나 남에게 피해를 끼치고 자기들만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삶을 살고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을 돌아보게 되었고 주변 사람들에게 선함을 베푸는 삶을 살려고 다짐하는 파텔을 보면서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되었다.



Posted by 테크리더

댓글을 달아 주세요


페이스 오프
국내도서
저자 : 마이클 코넬리(Michael Connelly),데니스 루헤인(Dennis Lehane),제프리 디버(Jeffery Deaver),리 차일드(Lee Child),레이몬드 코우리(Raymond Khoury)
출판 : 황금가지 2015.06.05
상세보기


70년대 어린 시절을 보냈던 사람들은 마징가 제트와 로보트 태권브이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을 것이다. 일단 둘이 싸우려면 같은 작품에 출연해야 될텐데 어린 마음에는 그게 결코 어렵지 않아 보였는데 왜 안만들어주는지 궁금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어린 시절 궁금했던 그 이야기들이 다시 떠올라 미소가 지어졌다.



솔직히 이 책에서 나오는 소설 속의 캐릭터 중에 내가 알고 있었던 것은 마이클 코넬리의 해리 보슈와 제프리 디버의 링컨 라임 정도였다. 책을 읽다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알아보니 이 책에서 나오는 많은 작가들이 만들어 낸 캐릭터들이 전부 유명 연예인급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심지어 내가 집에 사두고 읽지 않아 몰랐던 캐릭터들도 있었다.


이 책은 추리소설이나 스릴러 소설을 주로 쓰는 작가들이 함께 협업하여 한 작품에 자신들의 캐릭터가 동시 출연하여 경쟁하기도 하고 협력하기도 하며 사건을 해결하는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앞서 말한대로 나는 이 작품 속 캐릭터들이 거의 대부분 생소하여 큰 감흥은 없었지만 아마도 예전부터 작가들과 캐릭터를 익히 알고 있었던 독자들이라면 반가운 마음으로 설레며 읽게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국제스릴러작가협회의 수익모델로 만들어진 이 소설집은 각 작가들이 자신의 대표적인 캐릭터를 함께 등장하는 소설을 함께 써보자는 아이디어로 출발하였다. 첫 출발은 마이클 코넬리의 해리 보슈와 데니스 루헤인의 패트릭 켄지가 등장하는 소설로 시작한다.


한작품 한작품 읽어내려가면서 솔직히 기대만큼 스릴넘치는 이야기를 들려주지는 못해 약간은 실망스러웠다. 아무래도 단편이다보니 이야기 구성에 한계가 있었겠고 또 두 소설가가 함께 작업하다보니 협력과정에 한계도 있었으리라 생각된다.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고 복잡한 이야기가 구성되어 긴 호흡으로 읽어야했던 장편 소설들이 비하자면 재미는 확실히 떨어진다.


그래도 연예인급 캐릭터들이 함께 등장한다는 점이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좀더 감흥을 느끼며 읽기 위해서 각 작가들의 대표작품들이라도 한두개 읽고 캐릭터의 특징들을 좀 알아본 뒤에 다시 읽어보면 어떨까 생각이 들었다.

Posted by 테크리더

댓글을 달아 주세요


산 자와 죽은 자
국내도서
저자 : 넬레 노이하우스(Nele Neuhaus) / 김진아역
출판 : 북로드 2015.06.12
상세보기


≪백설공주에게 죽음을≫로 유명한 넬레 노이하우스의 타우누스 시리즈 일곱 번째 작품이다. 개인적으로는 타우누스를 포함하여 그녀의 소설을 읽는 것은 이번이 네번째이고 타우누스 시리즈는 두번째로 읽는 작품이다. 그동안 읽었던 사악한 늑대≫, 상어의 도시≫, 여름을 삼킨 소녀≫ 모두 재미있게 읽은 소설로 기억에 남는다.



이번 작품도 올리버 보덴슈타인 반장과 피아 키르히호프 형사 듀엣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며 이야기의 실마리를 풀어간다. 장기이식을 통해 불법 이득을 취득하는 의업계를 비판하고, 그로 인해 상처를 주었던 사람들의 가족들을 살해함으로써 동일한 상처를 주고자 하는 살인자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특이한 점은 사건 당사자를 살해한 것이 아니라 그 주변인물을 살해했다는 것이다.


'죽음보다 더한 고통'이라는 말이 문득 떠올랐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것만으로도 영원히 치유되지 않는 상처를 안고 살아가야 하는데, 거기에 자신 때문에 죽었다는 죄책감이 더해진다면 사는 게 지옥 같을 것이다.  - p.390


범인이 노라는 것은 주변인물들을 죽임으로써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과 함께 자신 때문에 죽었다는 죄책감을 함께 느끼게 함으로써 지옥같은 삶을 살도록 하는 것이었다.


"잉게보르크 롤레더는 딸의 구조 의무 위반과 과실치사에 일조한 죄 때문에 죽어야 한다."

"마가레테 루돌프는 남편이 욕심과 허영때문에 살인을 저질렀으므로 죽어야 한다."

"막시밀리안 게르케는 한 인간의 죽음을 방조하고 뇌물을 수수한 아버지의 죄로 죽었다"

"위르멧 슈바르처는 남편이 음주운전으로 인한 과실치사와 두 사람에 대한 구조의무 위반의 죄를 범하였기에 죽음에 처한다."

"랄프 헤세는 아내가 협박과 정신적 폭력을 행사하며 한 사람의 살인을 방조했기 때문에 죽어야 한다."


살인자는 매번 사람을 죽이고 나서 이러한 부고기사를 경찰서로 보낸다. 첫번째와 두번째 살인사건까지는 피해자들의 연관성을 찾지 못해 사이코패스에 의한 묻지마 살인은 아닌가 오해했지만 세번째 사건 이후 피해자들간의 관련성이 보이기 시작한다. 하지만 여전히 구름위를 걷는 듯한 느낌이 들었던 피아와 보덴슈타인은 여러 조사 과정을 통해 '키르스텐 슈타틀러'와 '헬렌 슈타틀러'가 사건의 중심인물임을 파악하게 되며, 장피아(장기마피아 피해자 가족들을 위한 모임)이라는 단체를 알게 됨으로써 사건 해결의 본격적인 실마리를 풀게 된다.


키르스텐은 수년 전 길에서 갑자기 쓰러져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뇌사 판정을 받았고 곧이어 장기이식을 해주는 것으로 생을 마감한 인물이며, 헬렌은 그의 딸이다. 키르스텐에 이식해 준 심장은 세번째 피해자인 막시밀리안 게르케에게 이식되었고, 그 이식수술을 담당한 의사는 두번째 피해자의 남편인 디트 루돌프 박사다. 첫번째 피해자의 딸인 레나테 롤레더는 키르스텐이 갑자기 쓰러진 장면을 목격하였지만 바로 신고를 하지 못했던 인물이다. 네번째 피해자인 위르멧 슈바르처의 남편은 구급차 운전자로서 당직 전날 과음으로 인해 환자 이송 시 시간을 끌었던 인물로서 살인자가 쏘는 총에 맞게 되고 말았다.


산 자는 벌을 받을 것이고 죽은 자는 원을 풀 것이다. 한 사람도 빠짐없이.  - p.355


600페이지가 약간 넘는 분량인데 100페이지 가량을 남겨두고서야 결말의 윤곽이 대략 잡히게 되지만 여전히 범인은 누구인지 오리무중이다. 불과 10여페이지를 앞두고 살인범의 마지막 모습이 드러나게 구성한 작가의 치밀한 구성력이 돋보인다고 할 수 있다. 마지막에 디르크 슈타틀러가 보덴슈타인 반장에게 쓴 편지는 그에게 일말의 동정을 느끼게 한다.


장기이식은 꺼져가는 다른 생명을 구하는 소중한 일이다. 그러나 책에서 나오는 사례처럼 명확한 뇌사 판정 없이 의사들의 사리사욕을 위해 무분별하게 행해지는 장기이식 수술로 인해 정작 살릴 수 있는 목숨을 잃는 사례들이 생기지 않을까 두려움을 느끼게 되었다. 실제로는 이렇지 않으리라는 희망적 기대를 하지만 어딘가에는 이러한 사회의 암적인 구성요소들이 새로운 판을 벌이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작가의 이야기 구성에 감탄을 금하지 못하면서 동시에 이런 사례가 실제로 있어서는 안된다는 생각도 함께 하게 되었다.

Posted by 테크리더

댓글을 달아 주세요


노량에 지다
국내도서
저자 : 조열태
출판 : 도서출판퍼스트북 2015.05.18
상세보기


이순신이 노량해전에서 죽게 된 원인이 단지 왜군의 총탄에 맞은 것이 아니라 뭔가 다른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가정 하에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낸 추리소설이다. 저자는 이 가정에 대한 논란의 가능성을 없애기 위해 책의 서두에 역사적 사실과 허구가 결합된 팩션임을 밝혀두고 있다.



주인공은 임금의 명을 통제사에게 전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서원후 교리로서 반란의 가능성이나 전시 상황 등을 조사하기 위한 목적도 아울러 겸하고 있는 인물이다. 그가 통제사를 만나 임금의 명을 전하고 주변 인물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다보니 '통제사 암살 미수 사건'이 발생하여 비밀리에 조사중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서교리는 통제사를 암살하려 했던 중차대한 사건을 암암리에 조사하고 있다는 사실에 의문을 품고 이를 조사해 나가던 중에 이순신의 자작극이 아닐까 의심하게 된다. 당시 왜군은 전의를 상실하고 안전하기 귀국하는 것이 목적이었기에 굳이 전쟁을 벌이지 않고 돌려보내는 것이 전쟁의 피해를 줄이는 것이 아닌가 하는 비주전파의 논리가 있었던 모양이다. 이순신 역시 그런 입장을 취하면서 자작극을 벌인 것이 아닌가 추측하게 된 것이다.


조사를 하던 중 타살을 의심하게 만드는 자살사건이 발생하기도 하고, 여러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여 혼란에 빠트리며 소설은 노량해전의 스토리로 급물살을 탄다. 전체적인 스토리가 약간 어설픈 측면이 있었으나 이순신 암살 미수사건이라는 독특한 상상을 바탕으로 노량해전에서 죽게 되는 이순신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다뤄지고 있다.


역사적 사실에 가정이란 의미가 없지만 소설로서는 이렇게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새삼 흥미롭다. 역사를 뒤집어 보면 이렇게 새로운 이야기가 만들어지니 말이다. 설마 이런 역사적 가능성 제로인 팩션으로 인해 역사왜곡이라는 이슈를 제기할 사람은 없으리라 생각된다.


Posted by 테크리더

댓글을 달아 주세요


미시시피 카페
국내도서
저자 : 오정은
출판 : 디아망 2015.04.20
상세보기


주요 등장인물이 10명이 채 되지 않은 단촐한 캐릭터 구조였지만 읽는 내내 전체적인 틀을 이해하고 결말을 예측하는 것이 쉽지 않았던 소설이다. 또한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비상식적이고 비과학적인 일들이 벌어지면서 현실과 가상세계를 혼동하게 만드는 소설이기도 했다. 더 나아가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환상인가 의문을 갖게 만들었다.



현기연은 주변 물건들을 항상 잘 잃어버리는 인물이다. 급기야는 자기 집을 찾아왔던 거래처 남자직원을 잃어버리는 일을 경험하게 된다. 현기연을 만난 김춘분이라는 할머니는 현기연이 잃어버린 그 남자가 5주 뒤에 광화문 광장에서 반나체로 등장했다며 말도 안되는 헛소리를 한다. 더 나아가 현기연이 그동안 잃어버렸던 물건들이 할머니 집으로 도착했다는 것이다.

 

현기연은 애니메이션 제작사에서 근무하는 직원이었는데 거래처 직원과의 스캔들로 해고를 당한다. 울적한 마음에 거북이를 키우려고 구입하는 과정에서 거북이의 고향이 미시시피라는 말을 가게 주인으로부터 듣는다. 한편 일자리를 구하면서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는데 카페 주인이 바로 거북이 고향이 미시시피라고 알려준 그 남자임을 알게 된다.

 

연우완은 항상 실패를 거듭하는 화장품 회사 사장이다. 부모가 물려준 회사를 제대로 경영하지 못해 항상 주변사람들의 비난을 받고 있어 회사에서 자신의 입지를 다시 새롭게 하기 위해 새로운 일을 벌이는 과정에서 재밌는 영화 소재를 떠올르게 된다. 그런데 하필 그 영화 아이디어가 저작권에 이미 등록된 내용임을 알게 되고, 더 나아가 저작권자는 바로 고등학교 동창인 현기연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어떻게 똑같은 생각의 영화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되었는지 서로 궁금하게 여겨질 수 밖에 없었고 이야기는 흘러흘러 현기연이 납치를 당하기에 이르른다. 연우완, 미시시피, 김춘분은 현기연 구출작전에 나서게 되고 그 과정에서 놀라운 사실을 깨닫게 된다.

 

솔직히 그다지 흡인력 있는 스토리는 아니었다. 나의 기억이 다른 사람에게 전달된다든가, 물건이 이동한다거나, 또는 블랙홀과 화이트홀이라는 과학 용어를 써가며 상상하게 만드는데 솔직히 잘 상상이 되지 않는다. SF소설이 아니니 과학적 근거를 대라고 비난할 수도 없고 스릴러를 지향하는 소설이 아니니 사건의 개연성을 증명해 보라고 할 수는 없을 듯 하다. 그저 약간의 SF나, 스릴러, 미스터리 등 장르소설적인 특징들이 조금씩 버무려진 상태에서 추리나 상상을 하게 만드는 잔잔한 재미는 느낄 수 있었던 소설이다.


저자가 드라마 작가라고 하니 책 자체는 드라마 소재로 쓰기에 흡인력이 있을 것 같다. 다만 지적했듯이 책에서 등장하는 여러 사건들에 대한 개연성은 충분히 반영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저자의 다음 작품을 기대해 본다.

Posted by 테크리더

댓글을 달아 주세요


벨과 세바스찬
국내도서
저자 : 니콜라 바니에(Nicolas Vanier) / 양영란역
출판 : 밝은세상 2015.05.08
상세보기


독일에 점령당한 프랑스의 어느 마을에 8살 아이 세바스찬과 떠돌이 개인 벨과의 우정을 그린 소설이다. 사람과 동물간의 애정이란 사람과의 우정 못지 않은 깊이가 있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부모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그저 아메리카에 있다는 이야기만 듣고 자라온 세바스찬은 동네 친구들로부터 왕따 신세를 면하기 못한다. 그런 외톨이 신세의 아이에게 다가온 벨은 친구 그 이상의 친구였다.



세바스찬은 할아버지 세자르와 함께 살고 있다. 얼마전 베트라는 이름의 맹견이 양들을 죽이는 바람에 온 마을 사람들이 이 짐승을 죽여야 한다고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지만 어린 나이의 세바스찬은 베트가 결코 위험한 동물이 아님을 직감적으로 알게 되고 할아버지가 가지 말라고 한 산 속으로 베트를 찾아 나선다. 결국 베트를 맞닥뜨리게 되고 예상했던 대로 양을 죽일 만한 동물이 아님을 알게 되어 아름다운 여인을 뜻하는 '벨'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부르게 된다.


당시 독일의 지배하에 있던 상황이었고, 마을의 면장이었던 마르셀은 독일군에게 순종적으로 대하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무기를 모두 독일군에게 빼앗긴 상태였지만 더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해 베트를 잡아서 죽이기로 결심한다. 세자르는 이 작전에 큰 기여를 하게 되고 이것을 계기로 세바스찬과 세자르는 갈등 관계에 놓이게 된다.


이 작전으로 인해 벨은 큰 상처를 입게 되지만 세바스찬의 극진한 간호와 의사였던 기욤의 진료로 인해 회복하게 된다. 사실 기욤은 유대인을 스위스로 피신시켜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는데 우연하게도 세바스찬에게 들키게 되면서 서로 협력하는 관계가 된다.


잔잔한 이야기의 흐름을 이어가지만 갈등관계에 놓인 인간관계로 인해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세바스찬과 세자르의 갈등이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세바스찬과 벨의 우정의 관계가 누군가에 의해 끊어지지는 않을까, 비밀스럽게 유대인을 구출해 주던 기욤은 언젠가 발각되지는 않을까, 세바스찬의 누나인 앙젤리나와 기욤의 러브스토리는 결말을 맺을 수 있을까. 앙젤리나에게 치근덕거리는 독일병사 브라운 중위는 기욤과의 삼각관계에서 그녀를 쉽게 포기할 것인가...


벨과 세바스찬의 관계가 주요 소재로 놓인 가운데 주변 인물들의 상호관계가 아주 세밀하게 그려져 있다. 또한 양을 치는 장면이나 사냥하는 장면 등 자연의 묘사를 통해 독자들이 충분히 상상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마음이 따뜻해지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Posted by 테크리더

댓글을 달아 주세요


바람의 노래
국내도서
저자 : 박경숙
출판 : 문이당 2015.05.15
상세보기


반상의 차별이 있던 조선시대를 지나 나라를 잃고 일제치하에서 살았던 우리 조상들은 어떤 삶을 살았을까. 소설은 19세기 말 나라의 힘이 약해지던 때에 이갑진과 김수향이라는 두명의 주인공이 각각 하와이로 이민을 가면서 겪은 격동의 세월을 쓴 이야기이다. 갑진은 그의 어머니가 '떠돌이 기질'을 물려주겠다는 말을 듣고 고민 끝에 하와이로 떠난다. 김수향은 기생의 딸로 그의 어머니로부터 양반가의 교육을 받으며 자라났지만 그의 시중을 들던 월례가 겁탈을 당한 이후로 마을에 안좋은 소문이 들면서 하와이로 결혼을 하러 떠난다.



하와이에서 사탕수수 농장에서 노동자로 일하던 갑진은 당시 많은 노동자들이 하던대로 사진을 찍어 중매상에게 보내 서울로부터 수향을 소개받고 하와이에서 결혼을 한다. 수향은 월례가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던 가녀린 여성이지만 결혼 이후에 남편의 시중을 들며 평범한 노동자의 여자로 꿋꿋하게 살아간다.


갑진은 아버지가 갑신정변 때 개화파에게 죽임을 당하던 날에 태어났다. 그래서 그는 아버지의 얼굴도 모른채 어머니와 함께 자라난다. 수향도 아버지가 누군지 모른다. 그런 아픔을 지니고 하와이에서 새출발을 하려 했지만 모두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주어진 환경에 순응하지 못한다. 결국 둘은 이혼을 결심하고 헤어지지만 수향은 갑진의 아이를 가지게 되었음을 알게 되었지만 서울에 갔다가 출산 후 오겠다든 갑진이 3.1운동에 참가하여 갑작스레 죽으면서 그녀 역시 딸을 혼자 키우게 되는 기구한 운명을 맡게 된다.


갑진이 죽고 난 뒤 월례와 결혼한 김명신의 소개로 한장수를 만나고 그와 사랑을 나눈다. 그 역시 독립운동가들의 자금을 마련해 주러 이곳 저곳을 떠돌아다니는 사람이었고 수향은 그의 딸을 임신했지만 그는 결국 다시는 만나지 못하게 된다. 그후 하와이는 일본군의 공격을 받게 되고 수향의 아들 삼일은 미군으로 참전하게 된다. 또한 그녀의 딸 크리스틴은 하와이에서 사귀던 일본인이 참전하는 바람에 헤어지게 되고 미군과 결혼하여 베티를 낳지만 미군도 참전 후 돌아오지 못하여 미혼모가 되고 만다.


하와이에서 살고 있는 우리나라 이주민들과 주변 사람들의 관계들이 다양하게 소개되면서 역경의 세월이라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바람과 같이 사라져 가버린 사람들의 잊혀진 노래가 아닐까. 바람의 노래라는 제목의 의미는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저자가 현재 미국에 살면서 다양한 이주민들의 경험을 들으면서 구상하게 된 이야기가 이렇게 현실감 넘치는 소설로 구성되었다. 소설 속의 인물들이 닥친 상황들이 다소 한숨이 나오고 답답한 마음도 들었다.


사실 일제 치하의 역사를 공부할 때 한반도에서 살았던 사람들의 어려움에 대해서 배웠기 때문에 여러 나라에 이주해 간 조상들에 대해서는 그리 자세하게 공부하지 않았던 것 같다. 하와이에도 나라 잃은 설움을 간직하고 살았던 우리의 동포들이 있었음에 놀라웠다. 당시의 역시와 인생살이에 대해서 배울 수 있는 흥미로운 소설이었다.



Posted by 테크리더

댓글을 달아 주세요


검은 수련
국내도서
저자 : 미셸 뷔시(Michel Bussi) / 최성웅역
출판 : 달콤한책 2015.02.17
상세보기


세명의 여자를 주인공으로 하는 소설이다. 한명은 길가의 방앗간에 살고 있는 80세가 넘은 노인으로 항상 검은 옷을 입고 다니는 '심술쟁이'다. 또 한명은 '거짓말쟁이'로 학교 교사로 근무하고 있는 36살의 여성이다. 나머지 한명은 허름하고 좁은 집에서 엄마와 함께 살고 있으면서 모든 남학생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는 여학생이다. 이 세사람의 공통점은 현재 살고 있는 지베르니를 떠나는 것이다. 소설은 이 세명이 각각의 에피소드를 1인칭 시점으로 서술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지베르니는 모네가 살았던 지역 이름이다. 이 지역의 강에서 한 시체가 발견되는 것을 소설은 시작된다. 이 사건은 맡은 로랑스 세레낙 형사는 부하직원인 실비오 베나비드와 함께 조사를 시작하게 된다. 로랑스는 학교 교사로 근무하는 스테파니 뒤팽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그의 남편을 용의자로 지목하지만 같이 일하고 있는 실비오는 그의 주장을 반박한다. 한편 마을에 사는 11살 여자아이 파네트는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고 폴을 연인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 밖에 11살 친구들로 카미유, 빈센트, 메리가 등장하는데 소설의 마지막 결말에서 이 다섯 친구들의 운명이 결정된다.


결론은 엄청난 반전은 아니지만 예상은 전혀 하지 못했던 반전이다. 내용상의 반전이라기보다 수수께끼 같았던 소설 속의 퍼즐이 딱 들어맞는 결말이랄까. 마중물 몇 리터로 펌프의 물이 터져나오든 퍼즐 하나를 맞추게 되니 나머지가 술술 풀리게 되는 결말이라고 설명하고 싶다.


추리소설답게 여러 사람이 등장하는 듯 하지만 결말의 퍼즐을 맞춰보면 사실상 등장인물은 얼마되지 않는 단촐한 소설이 되버린다. 같은 공간을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맞물리면서 검은 수련을 그린 화가의 정체가 드러나고 미스터리는 결말을 행해 치닫는다.


3명의 시선이 교차되면서 이야기가 전개되다보니 다소 산만한 느낌이 있었고, 그래서인지 집중하기가 힘든 상황들이 많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인지 모르게 이야기에 집중하게 되고 마지막 100여 페이지를 남긴 상황에서는 결말까지 한달음에 읽어내려갈 수 있었다.


결말을 읽으면서 사랑과 집착의 차이를 생각해 보게 되었다. 살인자는 사랑이라 생각했지만 많은 사람들은 집착이라 생각할 것이다. 더 나아가 집착을 빙자한 살인 행위였다. 한 사람의 인생을 자기 마음대로 조종해 버린 사람이었으니 직접 사람을 죽이는 살인보다 더 무서운 살인자였다. 집착이라는 키워드를 떠올리게 되니 카린 지에벨의 <그림자>의 스토리가 생각나기도 했다.


소설의 앞에 지베르니 지역의 간략한 지도가 소개되고 있지만 내용상으로도 자연 풍경의 묘사를 통해 지베르니를 상상하게 된다. 지금은 관광지가 되어 버렸을 그곳에 살았던 세 여인의 삶, 그리고 동네 구석구석을 뛰어다니는 넵튠이라는 이름의 개가 머리 속에 스친다.



Posted by 테크리더

댓글을 달아 주세요


잠실동 사람들
국내도서
저자 : 정아은
출판 : 한겨레출판 2015.02.02
상세보기


소설을 읽는 내내 소설의 이야기들이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이야기가 아니라고 확신하고 싶었다. 5층짜리 주공아파트 단지가 헐리고 그 위에 들어선 고층아파트 단지에 사는 사람들의 일상을 들여다보니 허구와 가상의 이야기인 소설일 뿐인데도 실제 우리의 삶과 비교되며 불안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소설을 읽으면서 등장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상황들을 종합해 볼 때 두가지 단어가 떠오르게 된다. 바로 '빈부격차'라는 단어와 '교육'이라는 단어였다. 등장인물들이 공유하고 있는 네트워크는 초등학교 2학년 아이들의 학부모의 연결구도였다. 누구 하나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기는 힘들지만 소설의 이야기를 주도하고 있는 사람들은 해성엄마, 태민엄마를 비롯한 '엄마들'이다. 그 연결구도 안에 다양한 인물들이 얽키고 설키며 다양한 인간 군상을 그려내고 있다.


검사를 하다가 변호사로 개업했다고 처가에서 무시당하는 남자, 중견기업체에서 일하면서 시간날 때마다 여대생과 원조교제를 하는 남자, 학력과 경력을 거짓으로 포장하여 과외교사를 하다가 등통나버린 이혼남, 학부모들의 집단적 항의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다가 자살기도를 한 여교사 등 우리 사회가 만들어 낸 사회부적응자들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러한 비정상적인 사람들을 만들어 낸 우리 사회의 병폐가 가장 적나라하게 묘사된 것은 23번째 에피소드로 소개되는 해성엄마의 교통사고 사건이 아닐까 생각된다. 잠실에서 유명한 학원(책에서는 옥슨이라는 이름의 학원임)에 아이를 차로 데려다주다가 가벼운 접촉사고가 발생했는데 내려서 보니 상대방이 대치동에 사는 학부모라는 것을 알게 된다. 잠실 엄마들 입장에서 대치동 엄마들이 선망의 대상이었고 이들과의 네트워킹이 중요하다고 여겨져 굽신대며 사고를 수습하는 과정이 묘사되는데 정말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정말 이것이 우리 사회의 진정한 민낯이었던가. 솔직히 아니기를 바라면서도 마음 속 어디선가 이것이 사실이지 않겠느냐는 불안한 분노가 솟아오르고 있었다.


같은 동네에 살면서도 어떤 여대생은 반지하방에서 자취를 하며 몸을 파는 것으로 용돈벌이를 하고 있고, 또 어떤 사람은 고층아파트에서 더 좋은 학원으로 아이들을 실어나르기 위해 분주하다. 학부모들끼리 작당을 하여 담임교사의 사소한 잘못을부풀려 집단 등교거부를 하는 모습들은 우리 사회의 문제를 어디서부터 해결해야 할지 난감하게 만드는 이야기들이었다.


읽는 내내 이것이 우리 사회의 보편적 모습이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다. 그만큼 우리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음을 느끼는 대목이기도 했다. '잠실'이라는 서울의 한 지역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전개되지만 비단 이것은 잠실동 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서울의, 대한민국의 모습이 아닐까 반성하게 된다. 사람이 살고 있지만 사람이 살고 있지 않은 도시. 우리가 지향해야 할 도시의 모습은 아닐 것이라 믿는다. 사람의 체온과 흔적이 느껴지는 곳에서 살고 싶다.



Posted by 테크리더

댓글을 달아 주세요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