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황제, 박영규, 살림] - 조선 마제막 황제 순종의 도쿄 방문기
독서노트/소설 / 2011. 12. 1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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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만에 읽는 소설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더군다나 우리나라 역사를 바탕으로 한 소설은 거의 다섯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거의 읽지 못했던 분야인 것 같다. 몇일 전 '페북친구'가 블로그에 쓴 영화 <마지막 황제>의 영화평을 읽었다. 나 역시 고등학교 시절 마지막 황제라는 그 영화를 극장에서 부모님과 함께 관람하면서 '어린 시절'의 충격과 추억으로 아직까지 마음속에 남아있기 때문에 재미있게 글을 읽었다. 그러던 와중에 이 소설을 읽게되었으니 중국 청나라의 마지막 황제가 푸이였다면 우리나라의 마지막 황제는 '순종'이 아닌가.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왕조시대의 역사를 보면 그 왕조를 창건한 시조에 대해서는 찬양, 칭송, 신격화를 하고 있지만 해당 왕조를 마감하게 된 왕에 대하여는 비난, 무책임, 등의 단어로 설명한다. 여기에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제 순종 시대의 경우에는 일본과의 합병을 통해 나라가 없어진 상황이 되었기 때문에 나라를 지키지 못한 무책임한 행동에 비난을 보내기도 하지만 한 나라의 군주에서 합병된 나라의 황제에서 절을 해야 하는 비굴한 상황을 맞이하게 되는 신하로 전락한 '애절함'이 묻어난다.
소설을 읽으면서 새로운 사실도 알게 되었다. 순종이 어린 시절 아편이 들어있는지 모르고 마셨던 커피 때문에 이가 모두 빠졌다는 것. 적지 않은 충격이었다. 어머니(명성황후)도 일찍 세상을 떠나고 어린 시절 외롭게 자라 고종황제에 이어 강제로 황제의 자리에 올랐지만 3년만에 왕위에서 내려와 이왕에 봉해지고 일본의 속국으로 전락하는 슬픔을 경험한 군주. 거기에다가 틀니로 식사조차 제대로 들지 못했을 가련한 군주. 조선의 멸망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기에 그 마음은 더 아팠을 것이다.
소설은 당시 여러 대신들이 일본 동경으로 천황을 알현해야 한다는 주장을 받아들여 일본으로 가는 과정의 이야기들로 꾸며진다. 물론 가상이기는 하겠지만 순종의 속마음에는 나라를 빼앗은 일본에 대한 복수심 또는 적개심으로 가득찬 모습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속마음에 그칠 뿐 이미 기울어진 국력을 다시 회복할 방법을 찾지 못한 것을 한탄한다.
소설을 읽는 내내 조선말기 쇄국정책과 거시적인 트렌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왕을 비롯한 조선의 정치지도자들에게 원망도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마지막 황제라는 오명을 쓸 수 밖에 없었던 힘없는 군주 순종의 모습에 안타까운 생각이 더 많았다. 다시 반복되어서는 안될 역사이기에 더욱 마음에 깊이 새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끝부분에 덕혜옹주에 대해 잠깐 언급된 부분이 있었다. 조선말기 소설을 시작한 덕혜옹주도 소설로 나온 책이 있으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끝 마무리 부분을 읽으면서 황제였으나 황제로 살 수 없고, 평민이 될 수도 없었던 남자, 궁궐 속이 감옥이었던 남자, 화려한 옷이 죄수복이었던 남자, 그 남자의 마지막 모습이 그려져 눈가에 눈물이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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