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의 신화 읽는 시간>, 구본형, 와이즈베리,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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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구본형'이라는 분과 '신화'라는 것이 매치가 되는지? 이 책의 제목을 보고 무슨 내용일까 의문이 드는 것과 동시에 과연 화학적 결합이 가능할까 하고 의심했다. 하지만 의심은 여지없이 무너지고 말았으니 책의 프롤로그와 목차를 보는 순간 '신화에서 다시 나를 창조하는 힘'이라는 부제목답게 신화에서 갖가지 자기경영 요소들을 추출해 내 재미있게 그려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신화에 관심이 많지만 전문 서적을 읽을 기회가 없었는데 이 책을 통해 신화의 맛을 간단히 볼 수 있어서 즐거웠다. 하긴 세인들의 눈으로 봤을 때 구본형 님의 경쟁자라 할 수 있는 공병호 님도 최근 고전 주제의 시리즈물을 발간하고 있으니 크게 이상할 점은 아니라 보인다. 최근 인문이나 고전이 대세는 대세인 듯 하다.
신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프롤로그에서 판도라의 상자 이야기를 꺼내면서 과연 판도라의 상자에 무엇을 들었을까 하는 의문을 제기한다. 저자는 이 판도라의 상자에서 나온 것들이 무엇이었는지를 신화 내용을 차용하면서 밝혀내고 있다.
판도라의 상자에서 가장 먼터 튀어나와 세상을 점령한 것은 '시간'이라면서 책의 첫 내용으로 '크로노스'를 다루고 있다. 크로노스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시간관리'를 하겠다"라는 인간들의 허황된 욕망을 과감히 깨트려버렸다. 아니, 나의 자만심이 깨져버렸다. 시간을 관리하겠다는 오만에서 벗어나 '지금경영'이라는 말을 쓰는 것(p.36)이 시간을 바라보는 인간으로서 좀더 합리적인 관점이라는 주장이다. 더우기 인간이 창조해낸 카이로스의 시간을 좀더 유용하게 활용하기 위해서는 바로 지금, 현재의 시간을 많은 일정으로 빡빡하게 채우지 말고 주어진 현재의 시간시간을 음미하며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자세를 제안한다. 웬지 다이어리나 스케줄러에 일정이 꽉 채워져있으면 뿌듯함을 느꼈던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제우스 편도 인상적이다. '자기경영'에 대한 담론을 제시하고 있는데 말인 즉슨 자기를 경영한다는 것은 자신을 변형시켜 새로운 인물로 거듭나는 것이며, 자신 안에 무언가를 잉태하여 자꾸 만들어내는 것이다. 환경도 변하고 주위인물도 변하는데 결국 나 자신만 그대로의 모습으로 존재한다면 자기경영의 실패자라고 밖에 할 수 없을 것이다.
열한번째로 판도라의 상자를 튀어나온 허영을 언급하면서 저자 본인은 지적 허영이 많다고 고백한다. 그 지적 허영을 극복하기 위해 저자 나름대로 지키려고 애쓰는 원칙을 소개하는데 그 첫번째 원칙이 인상적이다. 그 원칙은 익히 들어왔고 알고 있었지만 실천으로 옮기지 못하는 것이다. 저자가 말하는 그 원칙은 '매일 읽고 매일 쓰라'는 것인데 매일 뭔가를 하지 않는다면 물은 어딘가에 스며들어 사라지고 말 것이며 결코 강을 이루지 못할 뿐 아니라 작은 개울 하나도 만들어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난 이제까지 작은 개울도 하나 만들지 못했구나 하는 생각에 다시 마음을 다잡아 먹게 되었다.
신화라는 다소 감상적이고 인간적인 소재를 가지고 다양한 자기경영 원칙들을 추출해 낸 저자의 통찰력에 감탄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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