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성애를 말하다, 앤서니 보개트, 레디셋고] - 성적인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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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존재한다. 성정체성의 측면으로 본다면 이성애자 뿐만 아니라 동성애자와 양성애자가 존재하며, 이 책에서는 또다른 성정체성인 무성애자를 언급하고 있다. 무성애는 단어에서 알 수 있다시피 성애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다. 저자는 성애와 관련한 연구를 통해 무성애를 성적인 매혹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이야기한다. 즉 무성애자들은 다른 사람에게 성적 매력을 느끼지 않으며 '욕정의 유혹'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p.39).
저자는 책의 앞부분에서 이 점을 명시하면서 성적인 매력과 로맨틱한 매력을 구분한다. 무성애자라고 해서 반드시 로맨스가 결여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 로맨틱한 매력은 느낀다 하더라도 성적 매력은 느끼지 못하며 추가적인 성충동도 없는 사람들을 무성애자라고 정의할 수 있다.
현대 주류 과학이라고 할 수 있는 진화론의 입장에서도 무성애를 비정상으로 볼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인구통계상 희귀하다는 이유만으로 무성애를 장애인이나 비정상적인 사람으로 취급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진화론 입장에서 보았을 때 DNA를 복제하는 방법은 유성생식이 유일한 방법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즉 남자 형제나 여자 형제와 같이 혈연이 가까울수록 더 많은 유전자를 공유하게 되는데 내가 만약 이성애자가 아니더라도 이들을 통해 우리의 유전자는 복제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유성 생식이 인간이 자신의 유전자를 복제하는 가장 근본적인 방법이라고 할지라도, 그것만이 유전자 복제를 가져다주는 유일한 방식은 아니다. - p.197
심리학적인 측면에서도 무성애를 깊이있게 다루고 있다. 만약 무성애자들이 비정상적인 사람들이라면 그들의 무성애적인 특징으로 심리적인 고통을 받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일반 사람들이 받는 심리적인 고통과 거의 다를 바 없는 평균적인 고통을 느끼고 있으므로 그들만이 특별한 심리적 고통을 받는다고 할 수는 없다.
또한 섹스라는 것이 인간이라면 누구나 '느껴야 하는' 열정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비정상적이라고 간주해야 한다면 스카이다이빙을 즐기지 않는다고 하여 비정상적인 사람으로 생각해야 하냐고 반문한다. 오히려 섹스는 '섹스의 광기(p.178)'라고 표현하면서 섹스 자체는 기이하고 특이한 행위이자 몰입상태로서 성행위에 몰입한 상태가 아닐 때마저도 인간의 인지 기능을 현저히 떨어진다는 연구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특히 남성들의 경우 미래를 잘 계획할 수 있는 합리적인 사고의 가능성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가망 없는 비현실적인 소망일지라도, 남자들은 '짝짓기 순간'에 과도하게 집중함으로써 '미래는 아무려면 어때?'라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 p.182
저자가 '섹스 치유와 연구 협회(SSTAR, Society for Sex Therapy and Research)라는 단체에서 강의를 요청받고 참가자들에게 무성애 자체를 강애로 간조하는 것에 반대하는 다양한 주장을 할 때 많은 박수를 받았다는 에피소드를 소개하면서 자신의 가치관을 남에게 강요하는 것이 얼마나 부당한지를 역설하고 있다.
상당수의 임상들과 현대 치료사들은 섹스가 인간이 갖고 있는 수많은 열정 중 단지 하나라는 사실을 인정했고, 내가 소중하게 여기는 열정이라고 하여 남에게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느끼고 있었다. - p.210
사람들 즉 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를 가리키는 용어인 LGBT 부류의 사람들조차 아직 대중적으로 일반화되지 못한 상황에서 저자가 말하는 무성애까지 화두로 던진다는 것이 우리나라 문화에서 쉽게 용납될 것 같지는 않다. 또한 저자 역시 무성애에 대한 연구는 아직 진행중이며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고 이야기한다. 앞으로 좀더 많은 연구의 인식의 전환을 통해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존재하며 그들의 인권과 생활 방식을 존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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