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아 옷장에 갇힌 인도 고행자의 신기한 여행, 로맹 퓌에르톨라, 밝은세상] - 주변 사람들에게 선함을 베푸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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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믹스러운 장면이 연출되면서도 인간의 사회의 본질에 대한 성찰을 도와주는 소설이었다. 1975년생인 저자의 데뷔작이라고 하는데 2014년에 여러 상을 수상했고 36개국 언어로 번역되어 30만부 이상이 팔렸다고 한다. 이야기의 모티브는 저자가 실제로 국경 담당 경찰로 근무하며 만났던 밀입국자 이야기를 토대로 쓰여졌다. 그래서인지 더 실감나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요즘 소설을 읽을 때마다 첫문장을 유심있게 보게 되는데 이 책의 첫문장은 다음과 같은 코믹스러운 문장으로 시작된다.
인도 사람으로 보이는 중년 남성이 택시에 올라타며 처음 꺼낸 말은 스웨덴어였다.
인도 사람이 할 수 있는 스웨덴어는 무엇일까. 이 문장이 코믹스러운 이유는 바로 이케아를 이렇게 표현했다는 것이다.
인도에서온 아자타샤트루 라바슈 파텔은 이케아 옷장을 사기 위해 프랑스에 도착하여 귀스타브가 운전하는 택시에 타게 된다. 그가 가지고 있는 것은 100유로 짜리 위폐 1장 뿐이었다. 그는 인도에서 고행자로 살고 있지만 사실은 마술을 빙자한 사기꾼이 가까운 사람이었다. 그는 역시 택시값을 지불하는 과정에서도 가짜 100유로짜리 지폐마저도 도로 가져가는 사기를 저지름으로써 이 소설의 전체적인 스토리를 구성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된다.
이케아에 들어선 파텔은 침대를 사려고 했지만 재고가 없어 내일 아침에 구매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이케아 매장에서 하루 묵을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사람들의 눈을 피해 옷장에 들어갔고 그 옷장에 영국으로 배송되는 바람에 본의아니게 파텔은 프랑스에서 영국으로 가게 된다.
영국으로 가는 트럭에서 그는 수단에서 온 밀입국자 6명을 만나게 된다. 그는 평생 사기를 치고 살았지만 그들은 만나고 나서 사회의 불평등한 구조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갖게 된다. 특히 비라지와 깊은 대화를 나누면서 자기 자신이 그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아가 남을 돕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가 밀입국자 신세가 된 건 빈곤과 기아가 쌍둥이 질병처럼 싹이 터서 모든 걸 부패시키고 황폐하게 파괴해 버리는 별 볼일 없는 곳에서 태어났다는 점 뿐이었다. - p.80
실제로 아프리카와 같이 제3세계 빈민국에 사는 사람과 우리의 차이는 무엇인가. 단지 그들은 아프리카에서 태어났고 우리는 대한민국에서 태어났다는 차이 밖에 없지 않은가. 엄청난 기적과 은혜가 아닐 수 없다. 아무튼 파텔은 더 나아가 이러한 물음을 갖는다.
어째서 누구는 모든 게 풍성한 곳에러 태어나고 누구는 그렇지 못한 걸까? 모든 걸 가진 사람이 있는 반면, 아무것도 손에 넣치 못하는 사람이 있는 건 왜 일까? 누구는 사람답게 사는데, 누구는 그저 입 다물고 죽을 권리밖에 가지지 못한 걸까? 누구는 사람답게 사는데, 누구는 그저 입 다물고 죽을 권리밖에 가지지 못한 걸까? 왜 불행을 맞이하는 사람들은 늘 같은 사람들이어야 할까? - p.82
이러한 고민을 하면서 파텔은 자신이 이제까지 눈뜬 장님으로 살았다고 생각한다. 즉 자신이 태어나서 살던 곳보다 훨씬 암울하고 음험한 곳이 있음을 깨달았다(p.83).
화물트럭을 타고 가다가 경찰을 만난 파텔과 6명의 밀입국자들은 체포되어 스페인으로 이송된다. 스페인에서도 기이한 일은 이어진다. 프랑스 유명 배우의 여행용 트렁크에 숨어있다고 이탈리아 로마로 가게 된 것이다. 그는 이탈리아로 가는 비행기에서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 이탈리아에 도착하여 트렁크의 주인인 배우 소피 모르소를 만나고 나서 그의 도움으로 출판사와 계약을 하게 되고 10만 유로라는 거액의 선인세를 받게 된다.
이탈리아에서도 귀스타브가 보낸 사람에게 쫓기면서 급하게 열기구를 타게 됐고 우연하게도 열기구는 바다에 떨어져 표류하다가 리비아로 가는 배를 타게 된다. 거기서도 사기꾼 기질을 발휘하여 10만 유로 중에 1만 5천 유로만 주고 도망치게 되고 나머지 돈 중에서 4만 유로는 리비아에서 우연히 다시 만난 비라지에게 주게 된다. 프랑스에서 만난 마리를 다시 만나기 위해 늘 꿈을 꾸고 있던 차에 그 돈으로 프랑스로 가서 마리를 만나 청혼을 하게 된다.
최근 며칠 동안 경험한 여러 만남은 속임수로 남의 돈을 갈취하는 것보다 훨씬 득이 되는 일이 존재함을 그에게 가르쳐 주었다. 그 일이란 바로 남에게 돈을 주고 주변 사람들에게 선함을 베푸는 것이었다. - p.255
우연히 작가가 되어 쓴 글이 출간되어 베스트셀러가 되어 성공하게 되고 마리와 함께 나눔의 생활에 대한 의지를 갖게 된다. 너무나도 흐뭇한 마무리였다. 누구나 비라지를 만나기 전의 파텔같은 삶을 살고 있지는 않을까 생각했다. 누구나 남에게 피해를 끼치고 자기들만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삶을 살고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을 돌아보게 되었고 주변 사람들에게 선함을 베푸는 삶을 살려고 다짐하는 파텔을 보면서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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