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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문화 리뷰어 [techleader.net] 테크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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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열정으로 세계를 지휘하라
국내도서>청소년
저자 : 류태형
출판 : 명진출판 2012.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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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진출판에서 출간된 청소년 롤모델 시리즈 14번째 책이다. 청소년들이 보면 좋을 내용들일 수도 있지만 어찌보면 자녀를 기르는 부모의 입장에서 어떻게 자녀를 교육해야 할지에 대한 혜안을 얻을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특히 정명훈의 어머니가 7남매에게 음악을 가르치는 과정을 소개하는 앞부분의 내용은 그런 느낌이 강하게 든다. 6.25 전쟁 당시 피난을 가는 과정에도 피아노를 가지고 갔다니 그 음악교육에 대한 열정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고등 교육을 받은 어머니는 고민 끝에 아이들에게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이 정서 안정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그래서 생각이 미친 것이 피아노였다.  - p.28


정명훈의 어머니는 대학교육을 받고 일본으로 유학까지 다녀온 신세대 여성이었다. 그만큼 자녀교육에 대한 의지가 있었고, 전쟁이 끝나고 식당을 운영하면서 다소 나아진 경제상황으로 인해 자녀들에게 피아노를 비롯한 악기들을 하나씩 배우게 한다. 하지만 배우게 하는 과정이 강제적이지 않고 자녀들의 관심을 엿보면서 싫증을 내면 다른 악기로 바꿔주는 등 자율적인 교육을 하였다.



정명훈의 어머니는 자녀들이 음악의 재능을 보이자 음악의 본 고장에서 제대로 된 교육을 하고 싶었다. 해외 유학에 대한 여러 정보를 습득한 결과 이공계 대학에서 2년 이상 공부를 하면 쉽게 출국할 수 있다는 정보를 얻고 첫째와 둘째였던 명소와 명근을 발리 대학에 입학시키기 위해 검정고시를 하게 했고 두명 모두 연세대학교 수학과에 입학하게 되었다. 거기서 2학년을 마치고 음악 공부를 위해 미국으로 가게 된다. 그곳에서 두 자녀의 길은 달라지게 되지만 결국 미국 유학의 성공의 밑거름이 되었다. 한편 셋째와 넷째인 명화와 경화는 우연한 기회에 일본으로 잠시 연주를 다녀오게 되었고, 그곳에서 귀인을 만나게 되었고, 어려운 과정을 뚫고 미국 유학 길에 오른다. 


역시 그 아래 동생들(명철, 명훈, 명규)도 어렵사리 미국 유학길에 오르게 된다. 미국에 간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정명훈은 콩쿠르에 나가게 되었고 1등을 하면 시애틀 심포니와 협연할 기회가 주어졌지만 정명훈을 2등을 하고 말았다. 하지만 1년 뒤 같은 콩쿠르에 나갔을 때는 작년에 1등을 한 아이를 제치고 정명훈이 1등을 차지하게 된다. 그 후 정명훈은 제이콥슨 선생님을 만나면서 그의 가르침을 받아 지휘자로서의 능력을 기르게 된다.    

 

정명훈은 세계 최고의 줄리어드 음대를 마다하고 매네스 음대에 입학한다. 주위 사람들은 반대했지만 그의 어머나는 그의 의견을 존중하여 매네스 음대 입학을 결정한다. 자녀의 자존감을 인정해주는 부모의 모습을 배울 수 있었다. 그의 누나들이 다 포기했던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2등을 하면서 한국에도 점차 이름을 알리게 된다. 음대 졸업 이후에는 LA 필하모닉의 음악감독 줄리니 밑에서 부지휘자로 일하면서 '사랑으로 표현하는 리더십'을 배웠다.



바스티유 오페라 음악감독으로 부임하면서 본격적으로 '마에스트로'로서의 역량을 발휘한다. 현대음악의 대부라고 평가하는 메시앙의 곡을 연주한 뒤에는 메시앙으로부터 직접 '최고의 해석'이라는 극찬을 받는다. 또한 세계적인 음반사 도이치 그라모폰과 계약을 하면서 첫 음반으로 메시앙의 <투랑갈릴라 교향곡>을 녹음한다. 정명훈은 평생 존경하고 따라가길 원했던 음악가로 카를로 마리아 줄리니와 올리비에 메시앙을 꼽는다(p.166). 개인적으로 클래식 음악은 꽤 들었다고 생각하지만 메시앙의 곡은 관심있게 듣지를 못했는데 기회를 만들어 그의 곡을 감상해보아야겠다.

 

정명훈의 말을 인용하며 그의 음악 철학을 이야기한 내용이 인상깊다.

 

내 본분은 훌륭한 음악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아니, 더 자세히 얘기하자만 훌륭한 음악을 만들어낸 작곡가들의 의중을 전달하는 것이다. 어찌 보면 피자 배달과 비슷하다. 식기 전에 따끈따끈하게 배달하려면 비결이 있어야 한다.  - p.189

 

정치적인 세력에 의해 바스티유 오페라를 떠나는 장면을 설명한 내용을 읽다보니 눈가에 눈물이 고이기도 했다. 일부 승소 판결로 정명훈은 결국 바스티유를 떠나게 되긴 했지만 단원들과 파리 시민들이 보여준 사랑과 아쉬움을 느낄 수 있었다.



청소년 롤모델 시리즈로 출간된 책이지만 부모들은 자녀교육 차원에서 보아도 좋을 듯 싶고, 성인들이라고 해도 그가 살아온 인생에 대해 책 한권으로 돌아볼 수 있다는 것은 좋은 기회일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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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코프의 러시아 문학 강의
국내도서>인문
저자 : 블라디미르 나보코프(Vladimir Nabokov) / 이혜승역
출판 : 을유문화사 2012.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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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시절 한 때 나의 꿈은 국문학과나 문예창작과에 들어가서 시인이 되어 시집을 출간하는 것이었다. 잠시나마 문학소년의 꿈을 가졌던 것이 지금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물론 꿈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언제나 그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도 가져본다. 이 책을 읽으면서 20여년전 고등학교 시절에 가졌던 그 꿈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단지 그 대상이 국문학이 아니라 러시아문학으로 바뀌었을 뿐.

 

사실 나는 러시아 문학에 대해서 잘 모른다. 잘 모른다기 보다 러시아 문학이라는 것이 이렇게 방대한 연구성과물이 있을 정도였는지 그 존재조차 인지하지 못했다. 그런데 목차를 보다보니 아는 사람 이름들이 나온다. 톨스토이, 토스토옙스키, 체호프, 고리키... 책의 처음 부분에 나오는 니콜라이 고골을 제외하고는 한두번씩은 다 들어봤던 작가들이다. 이 나이되도록 그 작가들의 책은 읽어보지 못했지만 말이다. 부끄러운 일이다.

 

책을 읽다보면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된다. 예를 들어 빅뱅으로부터 우주가 탄생하여 태양계가 생기고 인류가 진화했다는 내용의 책을 읽다보면 종교에 대한 관심이 생기게 되고 과학에 반발하는 종교에 대한, 특히 기독교에 대한 책을 읽다보면 서양철학에 관심이 가게 되고, 서양철학 책을 한두권 읽다보면 역사에 관심이 가고... 돌고 도는 독서의 물레방아여!

 

이 책은 지금까지의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의 완결편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무려 14권에 달라는 다른 도서들을 추천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오! 감사합니다(ㅠㅠ)

 

처음부터 읽지는 않았다. 500여 페이지에 달하는 이 책을, 특히 러시아 문학에 문외한인 내가 '흥미롭게' 읽기 위해서는 좀더 많이 들어본 작가들을 읽으면서 워밍업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그래서 고른 것은 톨스토이. 근데 이 나보코프라는 이분. 꽤 코믹한 분이다. 러시아의 소설가 순위를 매기면서 1위를 톨스토이로 평가하고 도스토옙스키는 순위에 넣지 않았는데 그 이후에 나오는 문장은 토스토옙스키가 자신의 사무실에서 항의하려고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는 것. 잠깐이나마 미소가 지어지지 않는 분은 패스. 어디선가 나도 이런 평가를 들은 적이 있다. 도스토옙스키보다는 톨스토이가 더 위대하다는. 하지만 나는 이런 저자의 평가에 매몰되지 않으려고 한다. 작가에 대한 평가, 특히 문학작품에 대한 평가는 개인마다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내가 러시아 문학을 좀더 접한 뒤에는 다른 평가를 내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서다.

 

톨스토이의 첫 작품으로 다루고 있는 것은 <안나 카레니나>다. 나는 읽어보지 못했지만 '불멸의 걸작'이라는 저자의 평가에 반드시 읽어야겠다는 작심을 하게 되었다. <안나 카레니나> 작품을 설명하기에 앞서 톨스토이라는 작가에 대한 소개로 몇페이지를 할애한다. 읽다보니 모든 작품들을 설명할 떄 이런 식이다. 작품만 해설하지 않고 작가의 인간적 모습까지도 언급하는 것이 인상적이다.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니나>를 쓴 시기는 1860년대에서부터 1870년대 초까지의 시기인데 톨스토이는 1870년대 말에 들어서면서, 마음 속에서 진행된 양심과 쾌락의 전쟁에서 양심이 그의 삶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와중에 예술은 반종교적이라는 결론에 도달하면서 안나 카레니나를 마지막으로 붓을 꺾는다. 이 책을 통해 톨스토이가 힌두교와 기독교의 혼합된 새로운 종교의 가르침을 신봉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부분은 다른 책들을 통해 좀더 연구해볼 내용이라 여겨진다.

 

톨스토이가 추구했던 진실(대문자 T로 시작하는 Truth)에 대해 설명하는 대목은 정말 압권이다. 이 절대적인 진리를 많은 러시아 작가들이 관심을 갖고 찾아왔는데 저자는 톨스토이가 추구했던 진실은 바로 톨스토이 자신이었고 톨스토이 자신이 예술이었다는 것이다. 톨스토이는 절대적 진실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절대적 진실이라는 환상에 쉽게 도달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절대적 진실을 추구하는 과정 자체를 더 중요시 했다(p.270). 톨스토이가 절대적 진실을 추구했던 과정은 결국 불멸의 진리로 승화되어 자신의 이미지, 즉 자기 자신을 찾는 결과를 얻었다.

 

톨스토이에 이어 읽은 작가는 도스토옙스키이다. 저자는 그에 대해 평가절하했지만 나름대로 관심을 갖고 읽어보았다. 나의 무식으로 인해 아는 작품은  <죄와 벌>,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단 두편 분이다. 바로 작품해설로 들어가지 않고 도스토옙스키에 대한 간략한 소개로 시작한다. 역시 톨스토이를 읽으면서 느꼈던 대로 작가는 도스토옙스키에 대해 위대한 작가는 아니라고 평가(p.194)한다. 더 나아가 '훌륭한 유머가 번득이긴 하나 문학적 진부함이라는 황무지를 지닌 평범한 작가에 불과하다'고 악평한다. 유럽 추리 소설이나 감상주의적 소설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p.202)고도 평가한다. 극작가가 될 운명이었지만 어쩌다 길을 잘못 들어서서 소설을 쓰게 된 사람(p.204)이라고도 평가한다.


저자가 도스토옙스키의 작품 중에서 최고라고 평가한 작품은 <분신>이다. <분신>은 첫 작품이었던 <가난한 사람들>의 성공 이후 두번째 작품인데 평단의 냉담한 반응을 얻었던 작품인데 본 도서에서는 소개하지 않았다.<죄와 벌>을 시작으로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을 해설한다. 물론 도스토옙스키에 대해 평가를 하듯 <죄와 벌>에 대한 평가도 설득력이 약하다는 악평을 내린다. <카라마조프카의 형제들>은 특이하고 혼란스럽다고 평가한다. 하다못해 각 장의 제목 설정 조차 소설의 내용과는 다르게 진기하고 이상함만 강조했다고 한다(p.255). 이런 여러가지 비판적 요소들은 도스토옙스키가 신경쇠약이나 간질병을 앓아왔고 어린 시절 아버지의 죽음(타살)이 자신의 책임이라는 죄책감도 어느 정도 이유로 작용했으리라 생각된다.


도스토옙스키가 육체적 고통과 모욕이 인간의 도덕을 증진시킨다는 생각에 광적으로 집착한 것은 개인적 비극에 원인이 있을 수도 있다. 시베리아 유형으로 인해 그는 내면에 있던 자유 애호가, 반역자, 개인주의자로서의 모습이 어느 정도 사라져 버렸고, 그 자연스러움이 상실되었엄을 감지했지만, 그는 자신이 '더 나은 사람'이 되어 돌아왔노라고 고집스럽게 주장했다. - p.219


러시아. 웬지 나에게는 멀게만 느껴지는 나라다. 어린 시절 '소련'이라는 공산주의 국가로 기억되었고 고등학교 시절 고르바초프의 페레스트로이카를 읽으면서 뭔가 변해가는 나라라는 인식이 생겼다. 그래서인지 그저 공산주의라는 삭막한 사회에서 변해가는 나라라는 정도의 인식이 아직까지 남아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1917년 이전의 러시아는 문학이나 음악 등 문화적으로 상당히 융성했고 놀랄 만한 예술가들이 많았음을 떠올리게 되었다. 책을 처음 펴들었을 때 이 책에서 소개되는 여러작품들 정도는 중고등학교 시절 다 읽었어야 하는 책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다못해 대학생때라도. 하지만 마흔이 넘은 지금의 상황도 고전을 읽기에 늦지 않은 나이라는 자신감을 가지면서 차차 정복의 대상으로 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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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처럼 공부하고 천재처럼 꿈꿔라 시즌 2
국내도서>청소년
저자 : 김의식
출판 : 명진출판 2012.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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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 사무총장을 연임하게 된 반기문 총장의 이야기의 두번째 시즌이다. 저자는 반기문 총장의 동생과 동기이기도 했고 시즌1이 UN 사무총장에 선출되고나서 출간되었기 때문에 재임시절 겪었던 에피소드와 그 밖에 빠진 부분들을 보충하여 시즌2를 출간하였다고 한다.

 

책의 내용은 반기문의 어린시절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전쟁 중에 천막에서 운영되던 초등학교에 다니면서도 항상 모든 일이 열심이었던 이야기,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영어의 매력을 느껴 공부에 매진했던 이야기 등은 지금 40이 넘은 내 입장에서도 도전해보고 싶은 라이프스타일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특히 매사에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급우들을 도우며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는 생활이 정말 감동적이다.

 

청소년 롤모델 시리즈로 첫번째 출간된 책이기도 하다. 실제로 반기문 총장은 청소년 뿐만 아니라 이제 대학을 졸업하고 직업을 구하려는 20대 예비직장인들이나 새로운 일자리를 찾기 위해 도전하고자 하는 30~40대 직장인들에게도 좋은 롤모델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의 삶이  이 책 하나로 모두 표현되기는 힘들겠지만 가장 간결하고 핵심이 녹아있는 책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어린시절 가졌던 외교관의 꿈을 차근차근 이루어가는 모습을 통해 지금 내가 당면한 문제들, 해결해야 할 과제들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에 대해 좀더 진지한 자세로 고민해 보게 되었다. 어린 시절 위인전기를 읽으면서 나도 이런 사람이 되어야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점점 나이가 들수록 그런 사람들은 나와는 동떨어진 삶을 사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많았었다. 반기문 총장의 이야기 역시 그렇게 생각이 들수도 있겠다. 100% 완벽한 사람, 모든 것을 다 본받아야 할 사람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반기문 총장이 꿈을 이루어가는 과정을 읽다보면 부럽기도하고 난 왜 어린시절을 이렇게 보내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면서 지금도 늦지 않았다는 자신감도 생긴다. 

 

본인을 위해서 읽는 것도 좋을 것 같고, 청소년 자녀를 둔 부모들도 본인 스스로 읽어보고 자녀들에게 권해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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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세계의 배꼽이다!
국내도서>예술/대중문화
저자 :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 / 이은진역
출판 : 이마고 2012.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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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에 읽은, 또는 제목만이라도 들어봤던 책 중에서 가장 유별난 제목의 책이다. 살바도르 달리의 자서전 <나는 세계의 배꼽이다>. 세계의 배꼽이라니. 책 표지에는 ‘이상한’이라는 단어로 이 자서전을 수식하고 있다. 내가 생각해도 정말 이상한 자서전이다. 유별난 제목만큼이나 내용 역시 ‘기가막힌’ 사연들로 가득차 있다.

책의 외형적인 모습은 초현실주의 화가 달리의 자서전 답게 기존의 단행본과는 뭔가 다른 느낌을 주기 위해 노력한 것 같은 흔적이 보인다. 본문 텍스트는 주요 문장의 폰트와 컬러를 주어 강조하였고, 판형도 일반 단행본과 비교했을 때 독특한 사이즈이다.

그림에 대한 지식은 거의 전무하다시피한 나로서는 달리의 그림을 인터넷에서 찾아볼 수밖에 없었고 몇 개의 그림들 중에 흐느적거리는 시계 그림은 많이 익숙한 작품이었다. 나는 그런 그림을 봐도 ‘멋있다’ 라든가 ‘잘그렸다’는 느낌보다는, 좋게 말해서 ‘참 상상력이 뛰어나구나’, 안 좋게 이야기해서 ‘별 희한한 그림도 다 있군’ 하는 생각이 먼저 드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가는 순간 왜 달리가 그런 ‘이상하고 희한한’ 그림을 그릴 수 밖에 없었는지 알게 되었다.

‘괴짜’ 천재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후한 점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미치광이’ 짓을 하고 다녔던 어린 시절의 이야기로 책은 시작한다. 5세 때 다리 밑 4미터 아래로 꼬마를 밀어서 사고를 내고도 죄책감을 안느꼈다는 이야기, 집에 방문한 의사선생님의 얼굴을 먼지털이로 후려쳐 아버지에게 혼이 나고, 또 세 살짜리 여동생의 ‘머리통’을 발로 걷어찼던 6세 시절의 이야기, 박쥐를 입으로 물어뜯어 반토막을 낸 이야기... 이건 정말 ‘황당’의 수준을 넘어 정신상태를 의심해 봐야하는 사건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곱 살에서 여덟 살까지 나는 꿈과 신화의 지배 속에서 살았다. 나중에 가서는 현실과 상상적인 것을 구별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나의 기억은 진짜와 가짜를 뒤섞어서... - p.69

현실과 상상을 구분하지 못했다는 고백을 보고 있자니 동정심마저도 들었다. 이 책을 시작하면서 달리는 자신을 ‘천재’라고 표현했지만 이게 천재라면 난 천재로 태어나지 않은 것이 정말 다행이요 축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학창시절 요즘 표현으로 ‘왕따’를 당했던 학창시절도 그에게는 추억거리였는가보다. 학교 내에서 비정상적이거나 특이한 일은 달리의 소행으로 간주되었고 혼자 있는 일이 많아지면서 달리는 고독을 즐기고 더 나아가서 과시하기에 이르렀다(p.151)고 표현한다. 메뚜기를 보고 공포심을 느꼈다는 대목에서는 공감이 가기도 했다. 나 역시 자연친화적인 환경(쉽게 이야기해서 촌)에서 생활해 본 경험이 없어서 다리가 여러 개 달린 ‘벌레’ 종류는 전부 싫어하고 무서워했다. 지금도 바퀴벌레는 잘 못잡는다(ㅠ). 하지만 달리는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공포심을 느끼는 모습이 어린 시절 동생 머리를 발로 걷어차는 등 만행을 저질렀던 달리와는 좀 다른 모습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으면서 상상력이 넘치는 기괴한 그림들을 그리는 달리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그리고 이 자서전을 쓰고 있었을 달리를 상상해 본다. 다시 천재와 미치광이의 모습을 그려본다. 결국 이 둘은 직선관계의 양극단이 아니라 돌고 돌아 언젠가는 다시 만나게 되는 원위의 관계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대체로 문장이 쉽게 읽혀지지 않고 머릿속에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았다. 번역의 문제인지 원문의 문제인지는 알 수 없다. 산책을 ‘산보’라는 일본식 표현으로 번역한 점도 눈이 좀 거슬린다.


Posted by 테크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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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을동과 세 남자 이야기
김을동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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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이상 연기자로 살아왔고 국회의원으로 정치활동을 하고 있지만 저자는 김좌진의 손녀, 김두한의 딸, 송일국의 어머니로 불리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한다. 아버지는 어떤 분이셨는지, 독립운동가의 후손으로 살아가는 것은 어떤지, 아들은 어떻게 연기자로 키웠는지 등에 대한 주변사람들의 질문이 많아 일일이 답변해 줄 수 있는 여유를 이 책에서 찾고자 했다. 그것이 이 책을 저술하게 된 동기이다. 저자가 아무래도 현직 국회의원이기 때문에, 그리고 곧 다가올 총선으로 인해 정치적 이슈나 소견이 들어갈 가능성에 대한 우려로 인해 저자는 서론을 통해 ‘숨겨진 가족사’를 이야기하려고 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크게 여섯가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의 첫 번째 이야기는 연기자가 되기까지의 과정이다. 고등학교 시절 연극반 활동을 통해 연기자의 꿈을 키웠고 대학은 정치외교학과를 들어갔지만 연극 활동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기 시작했다고 고백한다. 어떻게 배우괴 되었냐는 질문에 대해 저자는 ‘나는 반드시 배우가 되어야 할 사람이었고, 그것을 지켜나간 사람이었을 뿐(p.29)’이라고 한다. 무언가에 미친다는 것은 결국 꿈을 만들고 이루어가는 시작점이 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 이야기였다. 두 번째는 송일국이 연기자가 된 과정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하여 협객이자 국회에 똥물을 퍼부었던 시대의 풍운아 김두한 시대로 거슬로 올라가면서 독특했던 가족사에 대해 재미있게 이야기하고 있다. 그 뒤로 김좌진 장군에 대한 이야기, 정치를 시작하게 된 이야기, 자녀 교육에 대한 이야기 등 저자 김을동이 살아왔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정치적 이슈는 제기하고 있지 않지만 대한민국 사회를 살아가면서 갖추어야 할 기본 소양에 대한 제안은 빠뜨리지 않고 있다. 특히 친일 잔재 청산 등의 역사 인식은 많은 부분 공감이 갔다. 국회의원으로서 자신의 행적이 대한 약간의 ‘광고’가 들어가기는 하지만 ‘자전적 에세이’라는 타이틀에 부합되는 수준의 내용이라 여겨진다. 국회의원으로서의 김을동은 사실 잘은 모르지만 ‘마파도’를 마지막으로 국민배우라고 불려졌던 저자의 연기생활은 존경해 마지 않는다. 특히 젊은 시절 연극 무대에서 서면서 암전상태에서 무대전환 기계장치에 찔리는 사고가 발생하는 큰 사고를 당했으나 맡은 연기를 다 끝내고 나서야 병원 치료를 받은 초반부의 이야기에서는 김을동이라는 사람을 진정한 프로정신이 충만한 배우로서 인정하게 되었다. 

저자가 앞부분에서 이야기한 대로 이 책은 사실 그리 철학적인 책은 아니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기는 하지만 또 마냥 가볍지만은 않다. ‘김을동’이라는 저자의 사생활을 통해서 김좌진부터 현 시대를 관통하는 여러 가지 이야기를 통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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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자 잡혀간다
송경동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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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가슴이 아픈 제목이다. 꿈은 이루어진다고 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꿈꾸는 자가 잡혀간다니... 전남 벌교에서 태어난 저자 송경동은 시인이자 노동운동가이다. 그동안 <꿀잠>, <사소한 물음들에 답함> 등의 시집을 발간하였고 김진숙 지도위원 등과 <사람을 보라>라는 사회비평서의 저술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동안 발간했던 시집은 읽어보진 않았지만 이번에 발간된 산문집을 읽으면서 참 이렇게 곡절이 많은 인생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영원한 청년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결국 저자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이 책의 제목과는 다르게 꿈을 꾸자는 것일게다. 꿈꾸는 만큼 이 세상은 변화하고 더 좋아질 것이라는 희망적인 메시지다.

삶의 진솔한 메시지가 마음을 울린다. 태어나서 자라온 과정에 대한 넋두리를 시작으로 누가 주동자라고도 할 것 없이 희망버스에 탑승한 사람들과의 부딪힘까지, 그리고 소외받는 노동자를 보듬기 위한 절규의 이야기들.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서 그동안 관심에서 멀리 있었던 한국 노동자들의 투쟁과 외침에 귀에 울려왔다. 목수 조공으로, 배관공으로, 용접공으로 살면서 잡부 숙소를 잊지 못하고 노동자 문학의 길에 눈을 뜨기 시작한 이야기들, 그리고 산재 사망자들과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같이 불합리한 대우를 받고 있는 이 세상의 모든 이들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비교적 최근까지 이슈가 됐었던 한진중공업 김진숙과 그가 기획했던 희망버스에 관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여기에서 ‘피’는 무슨 뜻이지? 왜 ‘광주천’ 물을 붉다고 표현한거야? 왜 넌 날개를 달고 이 땅을 벗어나고 싶은거야?

저자가 고교 시절 학생부로 불려가서 받았던 질문이다. 나 역시 고등학교 시절 나름대로 입시공부가 고달팠다고 느꼈기에 시를 쓰면서 마음을 달랬었는데 학교 문예지에라도 발표를 했으면 내 삶이 어떻게 변했을까 하는 생각이 불현 듯 들었다. 내가 썼던 시와 별반 차이가 없어보였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때 받았던 상처들이 문학의 근원이 되었다고 고백한다. 그러면서 자신처럼 이런 상처들로 인해 문학을 시작하는 청춘들이 이땅에서 다시는 없기를 바라기도 한다.

‘비하인드 스토리’나 ‘언더그라운드’의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이것이 현실이요 개선해야할 우리의 운명이라는 생각이다. 희망버스가 희망노동자, 희망한국이 되는 그날까지 저자의 운동에 박수를 보낸다. 옳다고 생각하는 이념이 투신하는 저자가 존경스럽기도 하다.

꿀잠
카테고리 시/에세이 > 장르시
지은이 송경동 (삶이보이는창, 200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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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물음들에답함
카테고리 시/에세이 > 장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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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테크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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