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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국내도서>인문
저자 : 사사키 아타루(佐?木中)
출판 : 자음과모음 2012.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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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이라는 제목은 둘째치고 책 제목의 이해를 도와야 할 부제목 역시 ‘책과 혁명에 관한 닷새 밤의 기록’이라는 애매모호한 문장으로 책 내용의 ‘선입견’을 과감히 제거해버렸다. 이런 내용이지 않을까 하는 예상이나 기대는 애초부터 할 수 없었다. 도대체 ‘책’과 ‘혁명’이라는 것이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인가 하는 의문을 가지고 책 읽기를 시작하였다.

 

먼저 앞부분에서는 모든 것에 대해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비평가’와 한 분야에 매몰되어 있는 ‘전문가’를 통해 안좋은 지식습득의 형태를 지적하고 있다. 저자는 비평가도, 전문가도 되지 않겠다고 하는 것이 가장 좋은 지식향유의 자세라고 주장한다. 즉 누군가를 지배하지도 않고 누군가의 지배받지도 않는 삶을 말한다. 지배하고 지배받지 않기 위해 모든 정보를 차단했다는 저자의 주장을 보면서 모든 철학자가 이런 것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오히려 소통하지 않고 공유하지 않는 자세야 말로 철학자로서 갖지 말아야 할 자세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그러므로 저는 정보를 차단했습니다. 무지를 택하고, 어리석음을 택하고, 양자택일의 거부를 택하고, 안테나를 부러뜨리는 것을 택하고, 제한을 택했습니다. 또는 보답 없는 것을, 무명을, 음지를 말이지요.  - p.34

 

부제목에서 ‘책’과 ‘혁명’이 과연 무슨 관계라는 것인가 하는 의문은 2장에서 루터의 종교개혁을 이야기하면서 풀리기 시작한다. 일단 혁명이라는 것이 폭력적인 혁명만 있느냐 하는 문제를 제기한다. 명예혁명을 Glorious Revolution이라고 한다는데(무식하게도 명예혁명의 영문표현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역사적 사실에서 알다시피 ‘영광스러운 혁명’, ‘빛나는 혁명’이라고 번역할 수 있는 이 명예혁명은 무혈혁명이었다.

 

또한 종교개혁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종교개혁은 책을 통해 만들어진 혁명이라고 단언한다. 이 부분은 100% 공감한다. 루터를 비롯한 당시의 종교개혁가들의 주장은 성경을 근거로 한다. 당시 성경은 종교지도자들만 읽을 수 있었고 일반 대중들은 읽을 수 없었기 때문에 성경해석의 괴리가 발생했고 면죄부를 비롯한 각종 부패현상들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성경이라는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혁명이 시작되었다는 관점에서 책은 혁명이 근원지이며 루터와 같은 신학자(인문학자)들은 혁명가라는 것이다. 이는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문학이야말고 혁명의 근원이다”

 

상당히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지만 철학이란 이런 학문인가 하는 ‘우울함’에 느껴지는 책이었다. 너무나 간단한 사실을 이끌어내기 위해 각종 역사적 사실과 인물들의 주장을 근거로 하여 추론하는 과정이 너무나도 답답하고 꼭 이래야만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과학을 전공한 입장에서 통계적 처리를 통해 가설의 근거를 찾는 과정에 익숙하다보니 이러한 가설검증의 과정이 너무나도 어렵게 느껴졌다. 너무나도 간단한 사실을 알아내기 위해 너무나도 어려운 과정을 겪었다. 바로 옆집에 가기위해 지름길이 아닌 지구 한 바퀴를 돌아돌아서 가게 되는 느낌이다.

 

“책을 적게 읽어라. 많이 읽을 게 아니다.” 여러 학자들이 했다는 이 말을 저자도 인용하면서 책이란 되풀이해서 읽어야 한다는 주장을 한다. 대량으로 책을 읽고 그 독서량을 자랑하는 사람에 대한 비난이 이어지는데 결국 책 초반부에서 싸잡아 비판했던 비평가와 전문가 중에서 결국 저자도 전문가를 선택한 것이 아닌가. 안좋게 말해서 말장난 같은 느낌이고 논리의 비약이 좀 심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서론이나 책소개 없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는 책 구성도 독특하다. 서론이 없어서 몰입하는데 지장은 없었지만 그래도 책 전반에 대해 독자들에게 소개해주는 머리말의 부재는 아쉽다. 철학에 문외한이라 잘못 이해했을 수도 있고, 또 이런 비판적 생각이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구나’ 정도의 생각으로 짧은 리뷰를 마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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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테크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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