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가 없다 그래서 뛰는 거다, 김도윤·제갈현열, 쌤앤파커스] - 학벌지상주의 사회를 정면돌파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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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면 대충 무슨 내용일지 상상은 된다. 날개가 없다는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저 그런 자기계발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었지만 그래도 '지방대 출신 두 남자의 학벌천국 대한민국 생존 지침서'라는 부제목이 조금이나마 공감이 가서 첫 페이지를 열어 보았다.
현실적으로 사람을 두 부류로 나눈다면 현실을 부정하고 변할 수 없는 외부 환경 탓만 하며 자학하는 부류가 있고 주어진 현실을 인정하면서 새로운 기회를 찾는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 요즘 같은 세상에는 지나친 경쟁이 낳은 성장위주의 교육시스템과 사회 현상을 비판만 하며 '힘들어 죽겠다'만 연발하는 사람이 더 많아 보인다. 최소한 내가 봐서는 그렇다. 글로벌 경제가 다 어렵다고는 하지만 성공하는 상위 1%의 사람들이 있기는 하다. 더 나아가서 그 사람들에게 부가 독점되어 가는 현상도 우리 주위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 그런 환경탓만 할 것인가.
부제목에서 이야기된 것처럼 저자 두명은 지방대 출신이거나 2년제 전문대 출신이다. 사회적으로 보아서 '루저 중의 루저'가 아닐까. 나 역시 수도권 인근의 대학을 나와서 '지방대'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그래서인지 젊은 저자 두명에 처했던 상황이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또한 그들이 주어진 환경을 이겨내고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통해 몇살 더 먹었을 것 같은 나 자신이 오히려 도전을 받고 감동을 받았다.
대략 이 책에서 '지방대 출신'이라고 통칭되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성공하지 못하는(원하는 직장을 갖지 못하는) 탓을 학벌위주의 사회로 돌린다. 하지만 생각해 보자. 그 학벌은 따기 위해 고등학교때 더 노력한 사람은 누구였는지. 저자는 말한다. 학벌을 얻기 전의 노력은 무시하고 학벌을 얻은 이후의 노력만 강조하지는 않았는가? 중요한 것은 좋은 학벌의 사람들도 똑같은(오히려 더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학벌에 대해 느끼는 맹목적인 불편함과 과민반응, 피해의식을 떨쳐낸다.
어렸을 때 성적이 우수한 사람에게 성적우수상을 준 것처럼 시대는 보다 우수한 사람에게 그에 맞는 자리를 줄 뿐이며, 성적이라는 결과에 따라 성적우수상을 형평성 있게 보상했듯, 학벌 및 그간의 노력의 합산이라는 결과에 맞춰 좋은 자리를 줄 뿐이다. - p.34.
그렇다면 학벌의 태생적 굴레를 벗어던질 수는 없는 것인가? 저자는 삼국지에서 유비가 관우의 죽음을 슬퍼하며 70만 대군을 일으켜 오나라와 전쟁을 일으키는 장면을 인용하면서 '길고 짧은 것은 대봐야 안다'는 말의 오류를 지적한다. 길고 짧은 것을 대보기 전에 현실을 인식하고 인정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 자세라는 것이다. 무장적 노력하다가 막판에 현실을 한탄하기보다는 미리 현실을 안다면 우리의 소중한 시간을 희생하지 않아도 될 것이 아닌가.
학벌 역시 노력의 결과이며 보상의 도구로서 형평성을 가늠하는데 적용된다. 학벌있는자 역시, 그렇지 않은 자들만큼의 노력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길고 짧은 것은 대봐야 안다는 식의 '닥치고 노력' 전략은 틀렸다. - p.40
하지만 지방대라는 자신만의 프레임에 갇혀 노력하지 않는 젊은이들을 더 비판한다. 스스로 선을 그어버리고 막연한 추측이나 즉흥적인 판단으로 자신의 한계를 정해 버리지 말자는 것이다. 자신의 한계를 아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다양한 시도와 경험이다. 또한 학교 탓만 하고 자신이 좋은 선배가 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젊은이들, 남들 하는 것만 따라 하려는, 특별함이 없는 노력만 하는 젊은이들, 뭔가 특별한 비법이나 묘수만 찾아다니는 젊은이들을 싸잡아 비판한다. 저자의 이 비판을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저자는 질문한다. '여러분이 다니는 그 지방대에서 단 하나의 분야에서라도 1등을 해본적이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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