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명만 모여도 꼭 나오는 경제 질문, 선대인경제연구소, 웅진지식하우스] - 저성장시대의 여전히 불안한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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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임 이명박 대통령이 '뼈 속까지 친미'라는 별명으로 불리웠다면 이 책의 별명은 '뼈 속까지 안티MB'라고 할 만하다. 이 시대가 직면하고 있는 경제 위기와 불안감의 원인을 거의 대부분 MB정부가 추진했던 모든 정책의 잘못으로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성공 여부에 논란의 여지가 있는 4대강 사업은 처음부터 시대착오적(p.60)이었으며 낭비성 토건사업(p.33)이었다고 비판한다. 한 정부의 대표적인 정책이 정치적 시각에 따라서 그 경제적 성과의 해석이 달라진다는 점이 참 아이러니하다. 이명박 정부의 과오를 논함에 있어서 저자가 주장하는 내용의 많은 부분을 공감한다. 하지만 거시적인 경제 상황의 부침으로 인해 흔들리는 우리나라 경제의 불안한 상황을 오로지 전 정부의 정책 과오 탓으로만 돌려서 되겠는가.
[두 명만 모여도 꼭 나오는 경제 질문]은 선대인경제연구소가 개소 후 처음 공식적으로 출간한 책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다시피 팟캐스트 '나는 꼽사리다'를 통해 우리들에게 시원시원한 경제 해설을 해준 선대인 소장이 만든 연구소이다. 이 책에서는 우리나라에 엄청난 경제 위기 상황이 밀어닥칠 것을 예고하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을 읽는 내내 마음 한구석에 공감하는 마음과 함께 나의 미래, 우리 가족의 미래, 우리 자녀의 미래에 대한 걱정이 앞서게 되었다. 이건 질문에 답해주는 책이 아니라 걱정만 불러일으키는 책이 아닌가.
얼마전에 읽은, 글로벌 경제에 대해 다룬 [2013-2014 세계경제의 미래]에서는 엄청나게 암울한 미래의 모습을 그리면서도 한편으로는 대비해야 할 상황들을 제시해주어 결론이 어둡지는 않았으나 이 책에서는 우리나라 경제의 시종일관 어두운 모습을 그려준다. 물론 올해 출범한 박근혜 정부에게 긍정적인 조언을 해 주며, 증권이나 부동산 시장에서 일반 국민들의 대처 방법들은 제안해주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내가 느끼기에 그 조언과 제안들은 대부분 중립적이지 못하고, 단기간의 응급처방에 불과한 것들이 많다고 생각된다. 또한 정치적 견해와 자본주의 시장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서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것들이 많으니 본인들만의 주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를 들어 '미친 등록금'의 해결방법을 제안하면서 국공립대학의 인프라를 확충하여 사립대의 위상을 약화시키고 지방 국공립대의 수준을 높여 수도권으로 몰리던 학생들을 지방에 남게 하자는 중장기 전략을 이야기한다. 이대로 된다면야 정말 좋겠지만 게 과연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많은 지방대 학생들이 인서울로 유턴하기 위해 편입을 준비하고 있는 현실을 생각한다면 지방 국공립대학 인프라 확충이라는 전략은 상당히 장기적으로 노력해야 할 과제일 것이다.
이 책의 내용 중에 전반적으로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많은 것은 한쪽 측면만의 문제점을 드러내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는 것이다. 일례로 1장에서 언급되는 대학등록금의 예를 들어 국공립이나 사립대학의 등록금이 미국에 이어 두번째로 높다고 하면서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등의 국공립 대학교는 등록금이 아예 없고 사립대학의 등록금도 거의 없다시피 한 예를 들고 있다(p.65). 하지만 예를 든 나라가 얼마나 많은 세금을 내고 있는지는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 더군다나 아이슬란드 같은 나라는 부도 직전까지 갔던 나라가 아닌가. 또한 부동산 가격의 지나친 상승으로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는 예를 들면서 고전 경제학에서 말하는 생산의 3요소인 노동, 자본, 토지만으로 구성된, 현실적으로 존재할 수도 없는 완전경쟁시장을 가정하고 설명하고 있다(p.72). 부동산 가격과 일자리라는 두 개의 변수간에 직접적인 연관성을 찾기 보다 그 사이에 여러가지 조절변수들을 찾아서 상관관계를 분석하는 것이 더 타당한 관계가 아닐까 싶다. 어떤 현상을 설명할 때 부정적인 측면도 사실일 수 있지만 그 부정적인 측면을 발생하게 한 이면의 원인들이나 반대쪽 측면의 사실들을 제외한다면 100% 진실된 모습을 볼 수 없도록 만드는 왜곡된 시야를 가지게 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부동산은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지금이 저점이라고 홍보하기도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아서 부동산 특히 아파트 가격은 하락세를 탈 것으로 예상된다. 저자 역시 하락할 것으로 예측하는데 그 예측하는 방법에 문제를 제기하고 싶다. 저자는 소비자 물가의 추세와 실질가계소득의 추세를 기준으로 2016년까지 지속적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한다(p.81). 하지만 물가나 가계소득은 어떻게 예측했는지 궁금하다. 아파트 가격을 예측하기 위해 확정적이지 않은 물가와 가계소득을 기준으로 하는 것은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무릇 어두운 새벽이 지나면 해가 떠오르며 밝아지듯이 지금이 우리나라의 가장 어두운 시간을 지나고 있다면 이 책은 바로 그 어두운 시간을 정확하게 묘사해주어 마냥 장밋빛 미래를 바라보도록 하지 않으며, 불안한 현실을 정확히 직시하도록 도와주는데 가장 큰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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