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치드, 앨리 콘디, 솟을북] - 모든 것이 통제된 미래사회, 매치드 시리즈 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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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결혼할 사람을 지정해 주는 사회, 80세가 되면 의무적으로 죽어야 하는 사회, 의식주를 모두 지배당하는 사회. 앨리 콘디의 소설 ≪'매치드≫의 '소사이어티'는 전형적인 디스토피아 사회다. 그 사회에서는 누구나 17세가 되면 '매칭 파티'에 참석하여 자신의 배우자를 지정받게 된다. 주인공 카시아 역시 17세가 되어 참석한 매칭 파티에서 이웃친구였던 잰더로 지정받는다. 하지만 매칭 상대의 정보가 뜨게 되는 마이크로카드에서 잰더가 아닌 다른 친구의 얼굴이 보이게 되면서 카시아의 인생은 꼬이기 시작한다.
과연 이런 사회가 있을까 싶다. 소설 속에 정해진 가정이므로 일단 이런 사회가 있다고 생각하고 읽어야 의문점이 없어질 것이다. 다시 말해 소사이어티가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왜 사람들은 이렇게 통제된 상태에서 살아가는지 소설을 읽다보면 의문스러운 부분이 한두가지가 아니지만 그것이 소설의 묘미가 아니겠는가.
이 사회에서 사람들은 손으로 글자를 쓰지 못한다. 다시 말해 자신의 이름조차 쓰지 못한다. 모두 필경기라는 도구를 가지고 글을 읽거나 쓰기만 할 수 있다. 시나 노래도 100곡을 제외하고 모두 폐기되었다. 그 이외의 예술작품을 소유하는 것은 불법이다. 머리 속의 생각도 통제된다. 마음대로 만나거나 사귈 수도 없다. 이사의 자유도 없다. 지시에 따라 거처를 옮길 뿐이다. 직업 선택의 자유도 없다. 시키는 일을 하면 된다. 모든 것이 지배당하고 지시에 복종해야 하는 사회다.
통제의 이면에는 자유에 대한 욕구가 분출되는 법. 이 소사이어티 내의 구성원으로서 별 무리 없이 살 수도 있겠지만 누군가는 위로부터의 통제에 의문을 제기하고 반항하게 된다. 이유는 정확히 표현되지 않지만 정상적인 구성원 이외에 '일탈자'라고 불리는 존재들이 있다. 카시아의 마이크로카드에 보인 또다른 남자인 카이는 바로 일탈자였던 것이다. 일탈자는 매칭의 대상이 아니며, 따라서 카시아는 카이를 배우자로 선택할 수 없다. 하지만 카시아는 점점 잰더보다는 카이에게 마음이 끌리면서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매치드 시리즈 3부작 중의 첫번째 작품이다보니 나머지 두편의 내용을 봐야 결말을 알 수 있겠지만 일단 첫번째 작품에서는 카시아가 매칭 파티에서의 매칭 상대를 거부하고 일탈자인 카이를 선택하겠다고 '커밍 아웃'하는 단계까지 진행된다. 그것은 소사이어티 내에서 누렸던 '통제된 자유'마저 빼앗긴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어지는 작품들에서 카시아와 카이의 사랑이 결실을 맺을 것인가, 왜 이런 통제된 사회인 소사이어티가 만들어진 것이며 현재 몇몇 사람들이 느끼고 있는 소사이어티의 위험요인들은 어떻게 해결될 것인가 등의 주제들이 흥미롭게 다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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