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 K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까, 이리나 레인, 예담] - 뉴욕에 환생한 안나 카레니나
|
이 책은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의 현대판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인 이리나 레인은 1974년 모스크바 태생으로 일곱 살에 부모님을 따라 미국으로 이주한 러시아계 유대인이다. 이 소설은 그녀가 2008년에 쓴 작품으로 미국의 몇 언론에서 2008년 최고의 작품으로 선정되었다고 한다. 리뷰를 하기에 앞서 나는 안나 카레니나를 읽지 않았기에 원작과 비교 평가는 할 수 없었음을 밝혀두는 바이다.
그녀의 본명은 안나 로이트만. 소설은 알렉스 K와의 결혼 준비로 분주한 가족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미 결혼식을 준비하던 중에 받았던 프로포즈. 그리고 곧바로 이어진 결혼생활. 이제 그녀의 이름은 안나 K. 그다지 끌림이 없던 사람과의 결혼으로 무료했던 안나 K는 사촌동생 카티아가 좋아하던 데이비드를 마음에 품게 된다. 그리고 알렉스 K와는 이혼을 전제로 별거하고 데이비드와 동거를 시작한다. 충격을 받은 카티아는 또다른 남자 레프와 결혼한다. 안나 K는 또다시 데이비드와의 생활에 만족하지 못하고 그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이미 한번 상처를 준 카티아의 남편 레프에게 또다시 마음이 가면서 번민이 계속된다.
마지막 부분에서 안나 K가 레프와의 만남을 목적으로 참석한 카티아 가정에서의 파티에서 주위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p.311). "몰인정한 여자네. 제 속으로 낳은 아이를 나 몰라라 하다니.", "그 남자와도 오래가지 못할걸.", "처음부터 끝까지 몰인정하지." 상식적인 선에서 그 사람들의 비난에 공감하면서도 왜 안나 K에게 동정이 가곤 했다. 객관적으로 보아 안나 K에 대한 비난은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소설에서는 안나 K의 심리상태에 대해 묘사하면서 그녀의 동정심을 유발한다. 안나의 어머니가 알렉스 K와 다시 합칠 수는 없겠느냐며 안나에게 애원하는 장면이 몇번 묘사되면서 나역시 원상태로의 회귀를 바라면서 그녀를 동정하고 있었다. 그리고 책을 덮으면서 그 동정은 더 이상 필요없게 되었다.
'사랑'이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 남편이었던 알렉스 K에게 데이비드를 향한 마음을 전하면서 "나는 그를 사랑해요."라고 말한다. 그 사랑의 대상이었던 데이비드를 떠나겠다고 먹었던 그 마음은 사랑이 아니었던 것인가. 레프는 자신을 찾아온 안나 K를 향해 타이밍이 맞지 않을 때 찾아왔다고 하며 거절한다. 서로의 마음을 알았지만 가정을 깨는 것을 원치 않았던 레프. 그 경계를 오고갔던 안나 K. 그 경계에서 자신의 새로운 삶을 찾기 위해 떠나는 데이비드.
결말을 암시하는 복선도 등장한다. 안나는 꿈을 꾸었고 그 꿈에서 폭력배를 만나 협박을 받는다. 그리고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그들은 앞으로 닥칠 재앙을 경고했다.' 안나에 대한 동정이 사치일지 모르지만 안나는 알렉스와의 결별에 이유를 분명히 했다. 그는 그녀를 너무 몰랐다는 것이다.(p.195) 그것이 목소리만 들어도 좋았던(p.151) 알렉스와 결별한 이유다.
엔딩장면을 보면서 우울한 마음과 함께 나는 안나와 같은 사랑은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서로를 알아가고 신뢰하는 것. 그리고 각자의 꿈을 공유하고 함께 이루어가는 것. 그것이 사랑의 시작이 아닐까.
'독서노트 > 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명예의 조각들, 로이스 맥마스터 부졸드, 씨앗을뿌리는사람] - 서기 3000년에 싹트는 사랑, 보르코시건 시리즈 1부 (0) | 2013.09.03 |
---|---|
[꾸뻬 씨의 행복 여행, 프랑수아 를로르, 오래된미래] - 행복은 지금 나와 함께 하고 있다 (0) | 2013.08.23 |
[매치드, 앨리 콘디, 솟을북] - 모든 것이 통제된 미래사회, 매치드 시리즈 1부 (0) | 2013.08.13 |
[X의 비극, 엘러리 퀸, 시공사] - 드루리 레인과 함께 떠나는 추리 여행 (0) | 2013.07.16 |
[나는 어제 나를 죽였다, 박하와 우주, 예담] - 그들의 고통은 누가 함께 하는가 (0) | 2013.07.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