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이 아이를 바꾼다, 김경인, 중앙북스] - 신경건축학의 관점에서 학교 공간의 디자인을 제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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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니 내가 다녔던 학교 건물을 돌아보게 된다. 4층 높이의 정사각형 건물들, 문을 열고 교실로 들어서면 일렬로 줄을 맞춰서 책걸상이 늘어서 있고 모든 학생들을 교단에 선 선생님과 칠판을 바라보고 있다. 복도는 절대로 뛰어다녀서는 안되는 공간이고 화장실은 얼른 볼 일만 보고 나와야 하는 곳이라는 인식이 가득하다. 이러한 공간에서 아이들이 어떤 교육이 되겠는지 의문을 품는다.
저자가 이러한 의문을 품게 된 것은 "학교가 마치 감옥 같아요."라고 말한 아들 때문이라고 한다. 감옥, 군대, 학교 건물의 공통점을 돌아보니 정말 닮아있는 점이 많다고 생각이 들었다.
가로로 길게 늘여 있는 5층 이하의 직사각형 건물, 거기에 똑같은 크기로 빼곡하게 늘어서 있는 네모난 창문, 칙칙한 짙은 갈색의 벽돌 건물, 시멘트 블록이나 철조망으로 둘러싸인 외곽의 담장, 화강석 기둥 사이의 스테인리스 접이식 교문, 단이 높은 조회대와 조회대 옆의 향나무, 옹색하기 짝이 없는 가장자리의 수목, 드문드문 놓여 있는 벤치와 파고라, 몇가지 운동기구들, 식수대... - p.80
우리가 거주하는 집이라는 공간에는 여러가지 인테리어나 편의도구들을 생각하며 고민하게 되는데 정작 우리 아이들이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는 학교 공간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저자는 '문화로 행복한 학교 만들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학교를 둘러 싼 다양한 영역의 관계자와 사용자가 한데 어울려 아이디어를 내고 논의해서 아이들이 즐겁게 다닐 수 있는 학교 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실제로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을 받아서 진행한 이 프로젝트의 결과물들이 책에서 사진과 함께 소개되고 있다. 몇몇 사진들은 이런 학교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기자기하고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디자인으로 눈길을 끈다.
집이 '잠만 자는 공간'으로 존재하는 가정은 가족 구성원 간의 유대감이 떨어져 가족 해체로 이어질 수밖에 없듯이 학교가 '공부만 하는 공간'으로 존재한다면 경쟁과 약육강식의 정글이 될 수 밖에 없다. - p.57
책은 크게 4부로 구성되었다. 1부와 2부는 공간에 아이들에게 주는 영향력이 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학교 공간은 그런 욕구를 충분히 충족시켜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으며, 3부에서는 앞서 소개한 저자의 프로젝트를 진행한 결과물로서 서울 대왕중학교, 전주 양지중학교를 비롯하여 일곱 개 학교의 사례들을 소개하고 있다. 마지막 4부에서는 다시 한번 공간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마무리하고 있다.
책의 프롤로그에는 '신경건축학'이라는 새로운 학문 흐름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이 나온다. 신경건축학은 2000년대에 들어서 새롭게 탄생한 학문분야로서 공간이 어떻게 인간 뇌에 영향을 미치는지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연구하며 이를 바탕으로 더 나은 건축과 공간을 탐색하는 학문이라고 소개한다. 이와 같은 학문 관점에 따라 저자는 어떤 학교 공간이 아이들의 뇌에 영향을 주어 행동을 자극하여 학업 성취도를 높이고 즐거운 학교 생활을 할 수 있는지 제안한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자녀교육에 대해 관심이 많았고 교육방식이라든가 시기별 교육 컨텐츠에 대한 책들은 종종 보아왔는데 학교 공간이 아이들 교육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은 이 책이 처음이었다. 많이 공감이 되었고 아이들이 좀더 창의적인 인재로 성장하기 위해서 공간이 주는 중요성을 많은 사람들이 인지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그와 함께 저자의 아이디어들을 반영하고 학생들의 의견을 보충하여 정말 아이들이 공부하고 싶은 학교 공간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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