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기회, 김종춘, 스타리치북스] - 거대한 기회인가, 거대한 위협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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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마무리하고 난 느낌은 책의 제목이 ≪거대한 기회≫가 아니라 ≪거대한 위협≫이 되어야 마땅하다는 생각이었다. 로봇이나 첨단 장비들이 일터에서 사람을 몰아내고 최상위 1%와 나머지 극빈층 99%로 격차가 심화되는 미래 사회를 이야기하면서 무슨 기회를 논할 수 있겠는가.
첨단기술과 정보기술이 발달하면서 도래하고 있는 미래의 정보사회가 무조건 유토피아 세상이 될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겠지만 또 무조건 디스토피아가 될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책의 거의 대부분을 디스토피아적인 미래를 예상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여러 기술이 융합된 좋은 세상을 소개하는 듯 하지만 그 이면에는 그런 첨단 서비스를 아무나 이용할 수 없을 것이라는 의식이 깔려있다. 이런 저런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를 소개하고는 있지만 정작 최상위 1%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초반부의 지적이 맞다면 99%들에게는 아무런 소용이 없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미래는 두 방향으로 폭주할 것이다. 전부 다 가지는 1%와 전부 다 잃는 99%다. - p.28
인공지능과 로봇은 톱클래스의 일자리만 남기고 대다수의 일자리를 잠식할 전망이다. 중산층은 하층으로 전락할 것이다. - p.34
마이카 시대가 왔듯이 마이로봇 시대도 오고 있다. 자동차가 마차를 몰아냈다면 로봇은 일터에서 사람을 몰아낼 것이다. - p.44
기계는 하지 못하는데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은 점점 없어지고 있다. 인간끼리의 경쟁보다 기계와의 경쟁이 치명적이다. 기계 지능이 인간 지능을 압도하게 되면 대다수의 인간은 도시를 떠나 수렵과 채취의 삶으로 회귀해야 할지도 모른다. - p.68
전체적으로 각종 전문서적이나 언론기사에서 노출된 정보들을 나열하는데 그쳤다는 점은 이 책의 가장 큰 맹점이다. 어느 하나라도 심도깊은 지식을 전달하고자 노력한 흔적이 없다. 예를 들면 p.74에서 첫줄에 MS의 음성인식 프로그램인 '코타나'를 소개하는데 그 다음 줄은 바로 오클랜드대학교의 인공지능 프로그램 아기인 '베이비X'를 소개한다. 그나마 그에 대한 설명도 몇 줄로 그치고 다음으로 키보드 앱 '스위프트키'에 대한 짧은 소개로 이어진다. 물론 이렇게 짧은 정보나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저자가 이 책을 저술한 목적일 수도 있겠다. 본문(pp.51~52)에서 '스낵 컬러'의 힘을 강조하면서 한 줄의 짧은 글과 한 장의 강렬한 이미지가 박사학위 논문을 압도하는 시대가 되었다고 하는데 팩트나 데이터 위주의 정보라든가 감성의 전달이라면 모를까 깊이 있는 지식을 전달하는 방법에 '스낵 컬처'가 가당키나 한 말인가. 연결과 융합은 창조의 탁월한 방식(p.170)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런 식의 연결과 융합은 전혀 새롭지 않다. 저자도 지적하지 않았는가, 연결하고 융합하려다가 개밥이 있다도 사실을.
연결하고 융합한다고 창조가 그저 되지는 않는다. 모든 색을 다 섞으면 검정색이 되듯이 짬뽕은커녕 개밥이 될 수도 있다. - p.171
개신교 목사 안수를 받은 사람이 우주 탄생의 정설로 빅뱅이론을 지지하는 것(p.55, p.173 등)도 그의 신앙과 직업을 의심하게 만든다.
마치 유명인사들의 명언집과 같은 이 책의 짧은 문장들을 읽어나가다보면 물론 단편적인 지식은 많이 생길 듯 하다. 또한 책에서 제공하는 사실과 의견을 좀더 생각하고 성찰하다보면 더 깊은 지식을 얻을 수 있는 가능성도 제공한다. 개인적으로는 여러 문장들을 통해 추가적으로 더 고민을 하며 책을 읽어나갔다. 따라서 책에서 전하는 사실에 대해 더 자세한 사항을 알기 위해서는 독자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부분적으로 제공되는 참고문헌을 좀더 읽거나 인터넷을 검색하거나.
이전의 역사적인 것들을 나의 것과 엮는 연결지능, 남의 다른 것들을 나의 것과 뒤섞는 융합지능이 창조를 일으킨다. - p.183
나는 이 사회에서 경쟁력을 가지고 살아가기 위한 연결지능과 융합지능을 가지고 있는가? 진지하게 고민해 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 책은 이런 식의 짧은 문장들을 통해 독자들에게 사색과 성찰을 요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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