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적체험과 예술교육, 서울문화재단 엮음, 이음스토리] - 미적체험을 강조하는 창의예술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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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란 배부른 사람들만이 누릴 수 있는 문화라고 이야기되곤 한다. 물론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지금 당장 먹을 음식과 잘 곳이 없는 사람에게 예술을 이야기하는 것은 사치일 뿐이다. 그렇다면 예술교육도 마찬가지로 돈 있는 자들만이 누릴 수 있는 교육일까. 흔히 예술교육은 음악이나 미술 등 예술로 구분되는 것들을 가르치고 공부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 말하는 예술교육은 그 차원을 넘어선다.
자녀교육을 이야기할 때마다 창의성이 화두에 오르는 요즘 이 책에서는 '창의예술교육'을 소개하고 있다. 책의 머리말에 따르면 창의예술교육은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
누구나 자신의 삶을 누릴 수 있게 하는, 자신을 거리낌 없이 표현하고 타인과 소통할 수 있게 하는, 감수성과 상상력과 공감능력을 키워주는 교육
이 책에서 말하는 예술교육은 '보통사람을 위한 예술교육'을 지향한다. 즉 세상에 대한 사람들의 지각 방식을 변화시키거나 그 지각력을 더욱 민감하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p.17). 책의 1장에서 소개하는 두 가지 사례가 조금은 충격적이다. 저자의 친구가 독일 유학 시절 딸을 피아노 학원에 보냈는데 6개월이 지나도록 건반 하나 제대로 두드리지 못하는 것을 보고 항의를 하러 학원에 갔다고 한다. 그런데 그 피아노 학원에서는 하루 종일 음악을 틀어놓고 놀려 시간을 보내더라는 것이다. '도'라는 음을 체험하고 익히는 데에만 한달 이상의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다니자마자 몇달 내로 바이엘을 마치는 우리나라의 피아노 교육과 비교해 볼 때 너무 대조적인 방법이 아닐 수 없다. 즉 예술교육이란 예술 그 자체를 잘하려고 배우는 것이 아니라 보통사람들의 교육교육과 전인교육은 물론이고 예술의 진정한 의미와 역할을 이해하고 몸소 예술을 체험하고 느끼는 교육을 말하는 것이다.
또 하나의 사례는 저자가 근무하는 대학의 음악대학 교수에게 대학입시 실기시험이 어떻게 치러지느냐에 대해 질문한 것에 대한 답변이다. 그 동료 교수는 학생 한 명당 3분 동안의 연주를 듣고 판단한다고 답변했다. 즉 잠재력이 아닌 현재 수행능력만을 보고 선발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예쑬 교육의 큰 문제점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관점에서 책은 여러가지 예술 분야를 각 장마다 할애하여 미적체험과 연계된 예술교육을 지향하고 있다. 책은 총 7개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과 6장은 서울대 곽덕주 교수가 쓴 글로 미적체험과 예술교육에 대한 서론과 결론에 해당하는 장이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 7장은 교육에 참가했던 참가자들의 후기를 짧게 엮은 장이다. 2장부터 5장까지는 각 예술 분야별로 미적체험을 연계하고 있다. 2장은 연극예술, 3장은 시각예술, 4장은 음악예술, 5장은 무용예술로 나누어 각 분야 전문가들에 의해 집필되어 있다.
다양한 분야의 예술 장르를 통해 그 예술의 가치를 몸소 체험하고 활동중심교육, 과정중심교육, 탐구중심교육, 협동중심교육 등 4가지의 방법적 원리를 단계별로 잘 배치하여 수업을 구조화하여 교육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것이 이 책에서 말하는 예술가교사가 지향하는 창의예술교육의 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먼저 교사가 개인적인 성찰과 끊임없는 시행착오의 경험적 노력이 요구된다(p.182)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예술교육이 단지 직업적인 훈련이라기보다 인간으로서 하나의 성장과정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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