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사랑해, 다니엘 글라타우어, 밝은세상] - 집착을 사랑으로 착각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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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이 누구냐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제목만큼은 참 달달한 소설이 아닐까 생각된다. 저자인 다니엘 글라타우어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는데 오스트리아 빈 태생으로 일간지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면서 소설쓰기에 전념하고 있다고 한다.
제목처럼 달달한 소설일 것을 예상하면서 읽어갔지만 점점 소름돋는 스토커 이야기로 변했다. 주인공은 유디트와 한네스. 유디트는 조명가게를 운영하고 있고, 한네스는 건축설계사 일을 하는 사람이다. 마트에서 한네스는 우연히 유디트의 발을 밝게되고 그 일 이후 우연의 연속으로 한네스는 유디트의 주변에 나타났다. 결국 서로는 매력을 느꼈고 사귀는 단계로 진행되었지만 점점 한네스의 지나친 집착에 거부감을 느낀 유디트는 한네스에서 이별을 통보한다.
하지만 한네스는 유디트의 이별 통보를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주변인물들을 조종한다. 유디트는 점점 조여오는 한네스의 미행과 무언의 협박에 환청이 들리기도 하고 주변 사람들을 멀리하고 혼자 있으려 한다. 급기야는 정신착란 증상을 보여 정신병원에 입원하기까지 한다.
증상이 지속되면서 유디트는 점점 새로운 문제가 생기고 있음을 깨닫는다. "문제는 그 사람이 나를 완전히 압도하고 점령하고 있다는 거야. 내 곁에 없는 게 아니라 내 안에 들어와 있는 것 같아."(p.192) 대략 이쯤부터 소설은 점점 미궁속으로 빠져든다. 유디트는 점점 혼란스러워진다.
"도대체 머릿속에서 한네스가 떠나지 않아. 나 정말 미쳐 가고 있나봐./ 가끔 그 사람이 모든 것을 통제하고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다는 확신이 들어 한네스가 내 마음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어서 그게 정말 그 사람이 맞는지 의심이 들 땓 있다. 이 모든 게 상상이 아닐까 의심이 되는거야." - p.206
시간이 점차 지나자 유디트는 한네스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한네스가 갑자기 태도를 바꿔 그녀의 그림자를 벗어나면서 추적하는 사람이 아니라 가까이 연대하는 사람처럼 느껴지게 된 것이었다. - p.234
사건의 결정적인 해결은 유디트의 조명가게에서 일하던 점원이었던 비앙카의 도움이 컸다. 탐정수사를 공부하고 있는 자신의 남자친구에게 부탁하여 한네스의 집에 잠복하기도 하고 미행하기도 하면서 한네스의 뒷조사를 하고 다닌 것이다. 그 결과 알아낸 사실은 좀 의외였다. 반전이라고나 할까.
마지막 장까지 읽고 난 뒤에 솔직히 말해서 이해가 안되었다. 그래서 결말이 진행되어 가는 부분부터, 그러니까 마지막 장으로부터 30여페이지 앞으로 가서 다시 읽고 이해하게 되었다. 하지만 반전의 결말로 끝맺게 되었지만 한네스가 어떻게 유디트를 스토킹했는지 그 과정이 명확하게 설명되지 않는 것이 아쉽다. 샹들리에 소리나 한네스의 목소리를 환청으로 들리게 한 것은 결론에 드러나게 되지만, 진심으로 경멸하게 되었던 한네스에게 다시 연락하여, 입원해 있는 유디트를 간병까지 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과정이 조금은 모호하다.
한편으로 장르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것이 이 소설의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할 수 있다. 약간의 스릴이 느껴지지만 스릴러라고 하기에는 좀 부족하다. 다만 남녀간의 감성넘치는 사랑과 증오에 관한 이야기와 함께 스릴러의 분위기를 느끼고 싶은 독자들에게는 충분히 만족감을 줄 것이다.
약간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다니엘 글라타우어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국내에서 그의 작품이 몇편 번역된 것이 있는 듯 하니 기회를 보아 구입해 읽어야겠다. 마지막으로 혹시라도 책을 읽지도 않고 '영원히 사랑해'라는 제목에 끌려 연인에게 선물하면 어떻까 생각했던 사람이라면 그런 식의 선물용은 금물이라고 조언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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