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코 - 미국 의료보장체계 비판
1. 서론
진작부터 이 영화를 보려고 했지만 기회가 만들어지지 않았는데 마침 사회복지사 자격증 과정을 공부하던 중 과제물 주제로 제시되어 보게 되었다. 전부터 관심이 있던 터라 내용은 대략 알고 있었다.
이제 본 영화를 보고 나서 느낀 소감을 중심으로 미국의료보험 체제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한 이 영화의 리뷰를 남기고자 한다.
2. 본론
영화는 끔찍한 장면으로부터 시작한다. ‘애덤(Adam)'이라는 남자가 사고를 당해 찢어진 다리를 직접 꼬매고 있는 장면으로부터 시작한다. 첫 장면부터 상당히 엽기적이라 할 만큼 끔찍하다. 그는 미국에서 의료보험에 들지 못한 5천만명 중의 한 명일 뿐이다. 애덤에 이어서 릭의 이야기가 소개된다. 그는 탁상절단기를 잘못 작동하여 두 손가락 끝에 절단되는 사고를 당했다. 잘려진 두 손가락 중 중지봉합은 6만달러, 약지 봉합은 12만 달러를 청구받고 결국 한 개의 손가락만 선택하여 봉합수술을 받았다.
그렇다면 의료보험에 가입한 사람은 자신들이 지불한 만큼의 보장을 받고 있는가. 애덤과 릭의 사례에 이어서 래리와 도나 스미스의 이야기가 소개된다. 도나 스미스는 신문 편집장이었고 그의 남편인 래리는 기계공으로서 멀쩡히 다니던 직장이 있었지만 남편이 여러 차례 심장 발작을 일으키고 급기야 도나는 암을 진단받고 치료를 받다보니 살던 집을 관리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한다. 그들은 보험에 가입한 정상적인 미국인이었으나 집을 처분해야 할 정도로 허술한 보장시스템으로 인해 결국 딸이 사는 집으로 이사를 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제대로 되지 못한 미국의 의료보장시스템 덕에 그들은 파산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79세의 프랭크 카딜은 의료보장제도의 혜택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 부부의 약값을 다 충당할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약값을 벌기 위해 공장에서, 마트에서 일을 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었다. 로라 버넘은 도로에서 운전 중 사고를 당했다. 나름대로 큰 사고였지만 사전승인이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엠뷸런스 이용료는 보장을 받지 못해 억울함을 호소했다. 더 나아가 자신의 딸을 적시에 치료하지 못해 죽게 만든 흑인 여성의 사례나 흑인인 남편이 먹는 약의 보험보장을 받지 못해 3주 진단을 받고 죽는 모습을 볼 수 밖에 없는 백인 여성의 사례는 보는 이로 하여금 눈물 짓게 만든다.
이상의 사례는 영화에 나오는 사례 중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선진국이라 불리는 미국에서는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가. 누구는 너무 말라서, 누구는 너무 뚱뚱해서 미국의 의료보험은 가입을 거부하고 있는 이 현실이 과연 미국에서 일어나는 일이 맞는가.
미국 보험사의 콜센터 직원은 보장 거부를 알려야 하는 일에 울음을 쏟았고, 의학고문이었던 박사는 보장거부 처리를 하면 보너스를 받는 보험사의 업무처리 방식에 불만을 표시하고 사표를 냈다. 이러한 미국의 의료보험 체계는 어떤 과정으로 만들어진 것일까. 영화에서는 1971년 2월 18일에 사기업인 에드거 카이저 종신보험이 건강유지기구를 운영하도록 당시 닉슨 대통령이 승인하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가입자는 낸 보험보다 훨씬 적은 보험금으로 회사는 이익을 취하는 구조로서 그 이후 환자들이 받는 혜택은 더 적어져만 갔다.
"오늘은 새로운 의료정책방향을 제시한 날로 선포하고 싶습니다. 이 프로그램의 목적은 간단합니다. 우리는 미국인이 세계 최상의 보건정책을 누리도록 하기 위해서이고, 곤경에 처함 모든 미국인이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 닉슨 전 대통령
이러한 미국의 어처구니없는 의료보험 시스템은 신물나는 정치적 결과물이었던 것이다. 곧 이어 영화에서 소개되는 또하나의 어이없는 사건은 국경을 넘어 캐나다로 가서 진료를 받는 애드리엔 캠벨의 사례이다. 그녀는 22세 때 자궁경부암을 앓았고 딸 하나를 둔 과부다. 암에 걸렸을 당시 그녀는 퇴짜를 맞았는데 이유는 22세는 자궁경부암에 걸리기에는 ‘너무 젋다’는 이유에서였다. 겨우 암은 극복은 했지만 결국 미국의 의료체제에 넌더리가 났다면서 캐나다에 사는 남자친구의 도움으로 병원 진료를 캐나다에 가서 받고 있다.
문제는 많은 미국인들이 캐나다의 의료보험이 자신들보다 못하다고 믿는 것이었다. 그래서 영화제작진은 몇몇 캐나다인들의 생각을 인터뷰했다. 미국에서 24,000달러의 진료비를 요구했던 병이 캐나다에서는 한 푼도 지불하지 않고 치료가 가능했다면서 어떤 한 캐나다인은 그러한 의료보험 체계를 만들게 된 마인드를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그에 앞서 영화감독은 자신이 감당해야 할 의료비를 자신이 감당하면 되지 않느냐고 물었고 그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세상에 자기 몫을 다 부담할 수 있는 사람만 있지는 않지 않습니까? 그런 사람들을 도와주어야지요.”
캐나다로부터 시작된 서구 의료보험 체계에 대한 궁금증으로 영화제작진은 영국이나 프랑스까지 가서 조사를 하지만 미국처럼 ‘거지같은’ 의료보험 체계를 갖춘 나라는 없었다. 결국 마지막으로 찾게 된 곳은 관타나모 수용소. 정말 어이없게도 관타나모 수용소의 의료시스템이 미국의 의료보험 체제보다 훨씬 더 다양한 보장을 해준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제작진은 결국 그동안 영화에서 인터뷰에 응했던 몇몇 환자들을 배에 태우고 관타나모로 향하지만 결국 병원까지 진입을 하지는 못하고 쿠바를 향하게 된다. 얼마 전 미국과 쿠바를 화해를 했지만 영화가 제작됐을 2007년 당시 미국에게 쿠바는 여전히 후진적인 독재국가에 불과했을 것이다. 하지만 쿠바의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미국에서 120달러나 했던 약이 5센트 밖에 되지 않았고 대부분의 진료도 무료로 해주면서 미국인을 환대해 주었던 것이다. 쿠바 방문 마지막 일정으로 쿠바의 소방서에 방문하여 소방대원을 끌어안는 장면을 보곤 눈물이 핑 돌았다.
영화제작을 마무리 하며 제작진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며 스스로 답변한다.
“우리는 뭐가 잘못되었기에 그러지 못할까요?”
“세상은 ‘우리’의 세상이지 ‘나’의 세상이 아닙니다. 한 가지 기본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다면 아무것도 바로잡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힘센 권력들은 우리가 그렇게 못하길 바라지요. 그리고 그들은 우리가 서구세계에서 유일하게 무료 의료보장을 받지 못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결국 정치가들의 몫으로 돌리고 있지만 프랑스 국민들의 인터뷰처럼 국민들이 좀더 자긍심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는 ‘분노’의 물결이 일어나기를 바라는 마음도 전하고 있다. 쿠바보다 못한 미국의 의료보장체계를 소개한 이 영화는 당시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고 서구권 국가 중 의료보험이 ‘민영화’된 유일한 나라을 세상에 널리 소개하는 계기가 되었다.
3. 결론
미국 내 의료보험 가입자 2억 5천만 명이고 하루하루 아프지 않기만을 기도하는 5천 만명의 의료보험 비가입자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비가입자가 아니라 가입되어 있지만 제대로 보장을 받지 못하고 있는 2억 5천만명이 주인공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불편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9년 전에 상영된 영화니까 그 사이에 얼마나 개선이 이루어졌는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의료업계와 정치가의 고착된 연결고리를 끊지 않은 이상 9년이 지난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을까 생각된다. ‘헬조선’ 이슈가 난무하는 요즘에 오히려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일단 영화의 논조가 미국의 의료보장체계에 대해 비판 일색이기 때문에 긍정적인 평가를 하기는 힘들다. 다만 사람 사는 세상인데 어떤 ‘악마’같은 사람이 자신만을 위한 정책을 만들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국민들이 넘쳐나고 있으니 올바른 정책은 아니었다고 평가할 수 밖에 없다.
또 하나 이 영화의 비판논조를 강화시키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도 공공연하게 제기되어 온 ‘의료민영화’의 이슈이다. 다만 우리나라에서 추진하려는 의료민영화는 기존의 국민건강보험을 모두 폐기하고 민영화하는 정책이 아니기 때문이 미국과 같은 심각한 사태를 낳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사기업의 지나친 개입으로 국민들이 받게 되는 의료혜택이 줄어들지 않는지 정책적으로 관리 감독을 철저하게 한다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이 영화에서 소개된 미국의 의료보험체제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와 함께 영국이나 캐나다를 비롯한 서구사회 및 쿠바의 의료보험정책을 참고하여 더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모두 노력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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