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레이얼, 더글라스 케네디, 밝은세상] - 사랑하는 사람의 배신에 대처하는 방법
* 본 리뷰에는 결말을 예측하게 만드는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원제목은 ≪The Heat of Betrayal≫이다. 영어실력이 일천한 나는 비트레이얼이라는 제목이 뜻하는 의미를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서야 궁금하게 생각되어 찾아보았다. '배신', '배반'이라는 의미의 단어였다. 더글라스 케네디의 작품은 소설로는 두번째이다. ≪빅 픽처≫, ≪템테이션≫ 등 유명한 작품이 많았지만 처음 읽은 그의 소설은 ≪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언≫이었고, 그 이후 에세이집인 ≪빅 퀘스천≫을 읽었다. 들이켜보니 ≪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언≫을 관통하는 주제도 역시 배신이 아니었나 생각되었다.
≪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언≫에서와 같이 이 책의 주인공은 상처받은 여인이다. 그리고 역시나 그 상처를 스스로 해결해 나간다. 물론 누군가의 도움은 있었지만 희망을 품고 자신의 삶을 역동적으로 헤쳐나가는 강한 여인의 모습으로 이야기는 끝난다. 모든 선택이 완벽하게 선을 추구하는 결과를 가져오지는 못했지만 그녀는 살아남았다.
기자 생활을 하다가 회계사로 직업을 바꾼 로빈이 주인공이다. 그녀는 자신의 사무실로 찾아온 화가이자 대학 교수였던 폴을 만나 결혼한다. 자유분방하게 살았던 남편에게 실망하기도 했지만 모로코로 여행하자는 그의 권유를 받아들여 비행기에 오른다. 하지만 모로코의 한 호텔에 묵으면서 카페와 호텔을 오가며 작품활동을 하던 폴은 갑자기 사라진다.
로빈은 폴의 아이를 갖고 싶어했지만 폴이 정관수술을 받았던 사실을 로빈이 뒤늦게 알게 되었고, 폴은 자해 소동 끝에 모습을 감춘 것이다. 경찰은 로빈을 유력 살인범으로 오해하게 되고 로빈은 폴의 행방을 찾아 떠난다. 폴의 과거를 되짚어가며 여러 소동들을 겪는 과정에서 독자의 관심은 과연 로빈은 폴의 행방을 찾을 수 있을 것인가에 집중된다. 그리고 주인공인 로빈의 희망과 같이 폴을 다시 만나 서로에 대한 오해와 불신의 덫을 내던지고 행복한 결혼생활을 이어가는 해피엔딩으로 끝났으면 하는 기대도 해보게 된다. 하지만 결말은 끝내 폴의 행방을 알려주지 않는다.
폴의 행방이 궁금했지만 작가는 올바른 결말을 내렸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만약 폴의 행방을 알려주었다면 이 소설의 주인공은 로빈이 아닌 폴이 될 뻔 했기 때문이다. 폴을 향한 로빈의 마음은 시시각각 바뀐다. 폴의 로빈에게 했던 '배신'이라는 하나의 행위를 로빈은 다방면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느낀다. 폴을 찾으러 가는 과정에서도 단지 폴의 생사만 확인하기를 바라는 마음과 배신을 밥먹듯이 한 폴을 찾으러 다니는 자신을 한심하게 생각하는 마음, 그리고 폴과 다시 재회하여 제2의 결혼생활을 꿈꾸는 마음까지 극과 극을 오간다. 하지만 죽음의 근처까지 갔다가 극적으로 살아난 그녀는 결국 마지막까지 살아남는다.
세상 끝으로 달아나려고 해도 세상은 우리를 놓아주지 않는다. 사하라사막 같은 엄숙하고 장엄한 대자연을 마주하고도 우리 안의 악마는 절대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 p.281
이처럼 자신의 생각과 행동에 대해 쉽게 의심을 품고 또 선과 악을 오가는 배신의 삶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 것인가 고민하게 만든다. 그 선택을 하는 과정에 어떤 이들은 폭력과 강간 등으로 잘못된 선택을 부추기지만 또 어떤 이들은 성경 속의 사마리아인처럼 넘어진 나를 일으켜 세워주고 아무런 보답도 바라지 않는 은혜를 베푼다.
실종 이후 유명 화가가 될 찰나에 놓인 폴의 부인으로서 로빈은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될까. 모로코에서의 신체적, 정신적 상처는 거의 회복되었고, 그녀의 배속에는 인공수정을 통해 아이가 자라나고 있다. 그녀 앞에 폴이 나타날지, 또다른 폴이 나타날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그녀는 희망을 갖게 되었다. 로빈과 로빈을 둘러싼 환경은 폴의 '배신'이 낳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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