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력, 하지현, 민음사] - 예능 프로그램이 우리에게 주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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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보기 전에 제목만 보고나서 약간의 오해가 있었음을 먼저 밝혀둔다. '예능력'이라는 제목만 봤을 때 일상 생활에서 다른 사람을 웃기고 노래를 잘 부르는 등 개그맨이나 가수와 같은 '예능 전문가'다운 능력을 갖출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설명하는 책으로 착각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 제목에서 말하는 예능력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얻을 수 있는 힘을 말한다. '예능에서 발견한 오늘을 즐기는 마음의 힘'이라는 부제목이 표지에 있기는 하지만 제목 자체가 다소 직관적이지 못해 잘못된 선택을 유도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출판사 담당자에게 전달하고 싶다. ]
나는 개인적으로 TV의 여러가지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서 히히덕거리는 것을 정말 싫어한다. 차라리 그 시간에 책을 한 자라도 더 보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이런 내 생각이 틀렸다고 지적한다. 예능 프로그램이 아무리 웃음 자체를 목적으로 한다지만 그 시간에 몰입하여 보고 즐기는 동안 쌓였던 정신적 피로가 해결됨과 동시에 삶의 여러가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일면 지나친 확대 해석이라고도 생각하지만 또 일부는 공감이 가는 부분이 있었다. 책에서는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다섯가지 힘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그 다섯가지 힘은 나를 단단하게 지키는 힘, 타인과 조화를 이루는 힘, 삶을 놀이고 만드는 힘, 삶을 감동으로 채우는 힘,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힘이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MC나 게스트의 극중 역할을 통해서 삶을 배운다. 콤플렉스를 개성과 강점으로 만든 사례, 누구나 기억할 수 있는 캐릭터를 가지게 된 사례, 예술적 수준의 독설로 인기를 얻은 사례 등을 통해 우리는 교훈을 얻는다. 또는 아무 생각없이 예능 프로그램은 보는 우리 모습을 통해서도 감동을 얻는다.
예능 프로그램에 MC와 게스트가 나와 '쓸데없는 짓'을 하며 아무 의미 없이 노는 것을 보는 것이 즐거운 이유는, 그것이 우리가 평소 살면서 품고 있는 '의미에 대한 강박'을 풀어주기 때문이다. - p.119
미국 컬럼비아 대학의 캐롤 드웩 교수의 실험 이야기가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인상적이었다. 실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초등학생을 두 집단으로 나누어 시험문제를 풀게 하고 한 집단에게는 "넌 참 똑똑하구나"라고 칭찬을 하고, 다른 집단에게는 "참 열심히 헀구나"라고 칭찬을 한다. 그 이후에 두번째 시험문제를 제시하면서 한 문제는 아까보다 어려운 문제이고, 한 문제는 아까보다 쉬운 문제라고 할 때 똑똑하다고 칭찬받은 아이의 대부분은 쉬운 문제를 선택했고, 열심히 했다고 노력을 칭찬받은 아이들은 더 어려운 문제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드웩 교수는 이 실험 결과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지능 지수 자체를 칭찬받은 아이는 다음에 도전하는 테스트가 자신의 지능을 확인받는 테스트가 되어야 하므로 틀릴 수도 있는 보험을 하려 하지 않는다." 정말 의미심장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우리는 흔히 결과를 중요시한다. 과정에 어떠하든 원하는 결과만 나오면 된다고 가르치고 또 배워왔다. 이 실험에서 우리는 주어진 환경에 순응하는 것보다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 그 자체가 중요하다는 가르침을 얻을 수 있다. 드웩 교수는 이 실험을 언급하면서 '성장형 마인드셋(growth mindset)'과 '고착형 마인드셋(fixed mindset)'이 있다고 말한다. 다소 논란거리일 수는 있겠으나 육아의 관점에서 본다면 결과에 대한 칭찬도 물론 필요하지만 결과를 도출해 내기까지의 과정에 대한 칭찬의 비중을 좀더 높이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
노력을 칭찬받은 아이는 자신의 능력을 성장시킬 수 있다고 믿는 '성장형 마인드셋'을 갖게 되어 시간이 걸리더라도 점차 여러 능력을 개발하며, 미래를 향해 성장하게 된다. 한편 똑똑하다고 칭찬을 받는 아이는 자신의 능력이 고정되어 있다고 보는 '고착형 마인드셋'을 갖게 되어 더 이상 노력을 하지 않고 그 자리에 머무르고 발전을 위한 노력을 포기한다. - p.57
결국 예능 프로그램을 마음껏 즐기는 것도 우리 삶에 큰 힘이 된다는 것을 가르쳐주고 있다. 너무 지나치게 몰입하는 것은 좋지 않겠지만 적당히 즐기면서 정신적인 피로를 푸는 것, 그리고 삶의 의욕을 재충전하는 것은 예능 프로그램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선물이 아닐까 생각한다. 최근 예능 프로그램을 거의 보지 않은 관계로 책 내용에 거부감이 드는 부분도 있었지만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바라보는 마음으로 저자의 조언을 수용하고자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주말에는 예능 프로그램을 한번 시청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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