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터스 테일 1·2, 마크 헬프린, 북로드] - 러셀 크로우와 콜린 파렐 주연 영화 개봉예정 원작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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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초 번역 출간된 이 책의 원서는 1983년에 출간되었다. 1977년에 작가로 데뷔한 마크 헬프린의 작품으로 발렌타인데이인 지난 2월 14일에 미국에서 영화로 개봉되었다고 한다. 영화는 콜린 파렐, 제니퍼 코넬리, 러셀 크로우 주연에 아키바 골즈먼이 감독을 맡았다. 국내에는 두권으로 분권되어 번역 출간되었는데 두권 모두 합치면 1,000페이지가 넘는 비교적 방대한 양이다. 그동안 북로드에서 스토리 콜렉터라는 시리즈로 SF나 추리 소설 장르를 소개해 왔는데 사실 이 책이 이 시리즈에 끼일만 한 스릴있는 소설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시공간을 초월하고 사물에 인격이 부여되는 등 판타지적인 요소들이 있지만 그렇고 그런 가벼운 판타지 소설로 치부하기에는 작품이 너무나 '고급'스럽다.
소설의 재미를 주로 초반부에 얼마나 빨리 몰입할 수 있느냐, 그리고 마지막에 얼마나 기대 이상의 반전이 있느냐로 평가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둘다 좋은 점수를 줄 수 없다. 시대가 확실히 짐작하기 힘들 뿐더러 갱단에서 탈출한 사람이 백마를 타고 갱단의 총알을 피해 뛰어가는 모습을 머리 속에 쉽게 그릴 수 있는 설정이 아니었다. 하지만 페이지들을 넘기며 읽기를 거듭하는 과정에서 애매모호하게 표현하는 인물들의 성격이나 주변 상황들이 점점 뚜렷해짐을 느낀다. 몰입도나 반전 등의 잔재미는 없지만 우리 사회를 생각하게 만드는 큰 '울림'을 주는 소설이라고 자부한다.
갱단에서 탈출한 주인공 피터 레이크는 다시 갱단에게 잡힐 뻔하다가 백마를 타고 다시 도망치게 된다. 그를 변화시킨 건 도둑질하러 들어간 집에서 만난 베버리라는 열여덟 살 소녀다. 처음 만났을 때 피아노를 치고 있던 그 소녀는 폐결핵으로 죽음 직전이 도달해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부자도 죽음을 피해갈 수 없었다.
지상의 보물이란 움직임, 용기, 웃음, 그리고 사랑 같은 것이라는 사실도 잘 알았다. 그런 것은 부자도 돈으로 살 수 없었다. - 1권, p.219
뉴욕 타임즈 선정 '지난 25년간 최고의 미국소설'이라고 하는데 충분히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다. 책을 읽다가 가장 눈의 띄는 부분은 사실적이면서도 추상적인 표현을 한 문장들이다. 분명히 어떤 분명하게 떠오르는 사실을 묘사한 문장인데 그 문장은 상당히 추상적으로 씌여져 있다. 예를 들면 피터 레이크와 베버리가 처음 성애를 나누는 장면을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그녀는 두 사람이 급하게 서로의 몸을 탐하는 과정에 하게 될 일을 놀랄 만큼 정확하게 상상해왔지만, 그들이하나가 되는 순간 느끼게 될 힘과 자유분방함에 대해서는 전혀 감을 잡지 못하고 있었다. 마치 그들은 지금까지 1000년 동안 서로에게 다가서지 못하도록 금지당해왔고, 앞으로 또 다시 1000년 동안 떨어져 있게 될 운명이라도 되는 듯 굴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가슴과 가슴을 맞대고 팔과 팔을 엮은 채 환상과 빛 속에서 마치 구름 속을 선회하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 p.223
현실과 환상, 과거와 현재, 시공간을 넘나드는 소설. 피터 레이크와 베버리의 사랑은 베버리의 죽음으로 끝나게 되지만 둘 사이의 인연이 어떻게든 이어지게 될 것이라는 기대를 남겨놓고 2권으로 넘어가게 된다. 부분적으로 디스토피아적인 도시 모습도 보여주는 이 소설은 남녀간의 사랑이라는 주제와 함께 도시에서의 삶과 정의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는 어떤 과정을 통해 조성되어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는가. 그 안에서 주어진 사람들간의 관계와 만남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소설이다. 곧 국내에서도 영화가 개봉될 예정이라고 하니 소설과 함께 영화감상의 즐거움도 같이 누리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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