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약함의 힘, 현경, 샘터] - 진보신학자의 자아 성찰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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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종교 어디에나 구원의 길이 있다하여 종교간의 대화를 주장하는 종교다원주의 신학자인 현경의 새로운 신간이다. 신학교 교수라고는 하지만 목회사역자를 배출하기 위한 일반적인 신학교가 아니고, 신학자이면서도 불교 법사로도 활동하는 그녀의 신학적 논조에는 전혀 동의할 수 없다. 단 본 도서는 신학적 논쟁이 될 소지가 있는 글이라기보다 저자가 평소 살면서 생각하고 느꼈던 글들을 적은 에세이 성격의 글이기에 기독교 신자 입장에서의 비판보다는 일반인 입장에서 그녀가 쓴 인생에 대한 성찰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기를 바란다.
미국에 있는 신학대학교에서 교수로 일하면서 학생들과 함께 세계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겪었던 일들이 기록되어 있어 역시나 행동반경이 넓은 사람은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누구에게나 그런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그 기회가 주어졌다 하더라도 도전의 용기가 없는 사람들이 많더라는 점이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슬람 순례 중에 케냐의 나이로비에 방문했을 때의 일과가 인상적이다.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저자 카렌 블릭센의 집에 방문한 일이다. 카렌 블릭센은 1931년부터 1931년까지 케냐에 와서 커피 농장을 하다가 모국 덴마크로 돌아가 작가가 되었다고 하는데 저자가 그곳에서 저자와 영혼의 교감을 하며 쓴 글을 보니 나도 그곳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찌보면 케냐에서 상처받고 불행한 삶을 살았던카렌 블릭센을 성찰하며 저자는 자신에게 상처 준 사람을 용서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린다.
삶의 스승이 되어 준 애인들은 모두 제 영혼의 청소부들입니다. 그들은 '님'의 모습으로 다가와 내 안에 숨어 있던 정화되지 못한 삶의 욕망들을 판도라의 상자를 열듯 끄집어냈고, 그 사람의 불곷 속에서 저는 조금씩 정화되어 갔습니다. 그들이 데리고 간 용광로 속에서 존재의 순도가 높아진 것이지요. - p.97
책의 제목인 '연약함의 힘'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뉴욕 주 북부의 숲 속에 있는 세계적인 영성센터 오메가 인스티튜트가 해마다 열고 있는 ;여성의 힘' 수련회의 주제가 '연약함의 힘'이었다고 하면서 저자는 이를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연약함의 힘이란 무엇일까요? 그것은 자기 내면의 진정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힘, 참 나를 있는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힘,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려 공감할 수 있는 힘, 진실대로 살기 위해 모험할 수 있는 힘, 모험에 동반되는 불안과 두려움을 견뎌내는 힘, 자신이 원하는 것과 남이 원하는 것이 상출될 때 관계의 성장을 위해균형 있게 양보하고 타협할 수 있는 힘 등입니다. - p.166
인생의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내가 누군지, 왜 살아야 하는지 알게 된 사람에게만 하늘이 허락하는 힘이라고 하며, 그 힘을 가진 사람이라야 이 세상의 제도들도 바꿀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말한다. 처음 책의 제목을 보며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거린다'는 우리나라의 속담을 가볍게 떠올렸는데 연약하고 부드러운 것의 힘이란 것이 만만치 않은 능력을 갖춘 인생의 자산이 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계 각국의 방문을 통한 성찰도 인상적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사소한 것으로도 많은 경험과 사색을 할 수 있다는 것도 배우게 되었다. 우리나라 최고의 흥행작이었던 <아바타>를 보고 난 뒤 저자는 영혼과 물질의 분리가 없는 세상을 향해 가고 있다고 성찰한다. 9.11테러 직후 비워주어야 했던 교수아파트 빌딩 대신에 살게 된 꽃밭이 있는 집에 살며 어린 시절 아름다운 꽃밭이 있던 오래된 한옥집에서 함께 했던 아버지와의 추억을 떠올리기도 한다(pp.171~175).
정통 신학자들 입장에서 논쟁이 될 만한 소지가 없지 않아 있어 간략히만 소개하고 넘어가고자 한다. 동물에게도 영혼이 있다(p.141)고 하거나, 인류의 조상은 네 발로 기어다니던 침팬지(p.144, p.143)와 유사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비성경적이고 반기독교적인 생각이 아닐 수 없다. 인류의 조상으로 네 발로 기어다니던 침팬지와 유사했던 루시(Lucy)가 두발로 걷게 된 것이 하나님의 은혜(p.145)라는 말도 참 어이가 없다. 그 밖에 오해를 살 수 있는 여러 표현들이 있지만 자아를 들여다보고자 하는 본 책의 목적과는 거리가 있는 내용들이기에 생략하고자 한다.
강력한 힘으로 다른 사람을 억누르고 피해를 주어 기득권을 유지하는 것이 진정한 힘이 아니라는 사실이 보편적인 진리가 되기를 바란다. 책의 제목인 '연약함의 힘'처럼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고 가식이 아닌 진정한 자기 모습을 사랑하고 보여줄 수 있는 능력이야 말고 다른 사람을 포용하여 함께 사는 사회를 구현할 수 있는 힘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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