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슨 씨앗일까? ②, 유준재 그림, 샘터] - 어린이들의 꿈 찾아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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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내가 알고 있던 사람들은 두명이다. 국악인 황병기 님은 CD도 두어장 있어 음악도 들어봤기 때문에 알고 있었고, 한복 디자이너 이영희 님은 그저 언론상에서 지나치다 이름을 보았던 기억이 어렴풋이 날 뿐이다. 다른 사람들은 처음 듣는 이름인데 내가 무식한 것인지, 이 책이 아이들 읽기에 어려운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아니, 내가 무식했다고 고백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 왜냐하면 책을 다 읽은 현재는 모두 다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고로 나는 현재 유식하다.
<나는 무슨 씨앗일까?>의 두번째 이야기에서 소개하는 인물은 다음과 같다.
민항기 기장 신수진 / 곤충 연구가 원갑재 / 한복 디자이너 이영희 / 도선사 윤병원 / 한글 디자이너 석금호 / 국악인 황병기 / 민들레 수사 서영남 (이상 7명)
이 책에서 언급되는 대한민국 최초 여성기장인 신수진 님의 글을 먼저 살펴 보자. 비행사의 꿈을 가지고 미국에서 공부했지만 당시 국내에서는 여성을 기장으로 채용하지 않는 관례가 있어 국내 취업이 불투명했지만 신수진 님은 꿋꿋하게 미국에서 공부를 마쳤고 국내 규정이 변경되어 여성도 기장이 될 수 있게 됨에 따라 대한항공에 취업하여 첫 여성기장으로 비행을 하게 되었다. 그녀는 첫 여성기장에 만족하지 않고 무사고로 모든 비행을 마치고 퇴직하는 꿈을 꾸고 있다.
곤충연구가 원갑재 님은 내용 상으로는 고졸의 학력이 전부이지만 진짜 박사들에게 박사 대접을 받는 전문지식을 갖게 되었다. 어려서부터 곤충 채집을 좋아하였는데 그 취미가 직업으로까지 이어져 국내 곤충들의 표본을 보유하게 되었다. 앞으로 본인이 채집한 결과물을 바탕으로 박물관을 만들어 정보를 후대에 제공하고 싶다는 꿈을 꾸고 있다.
한복 디자이너는 어려서부터 엄마의 도움으로 한복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학교에서 과제물도 다른 아이들은 어머니가 대신 해주는 일이 많았지만 본인은 스스로 직접 해결함으로써 꼼꼼하게 처리하는 기술을 배웠다고 한다. 마흔이 넘어 솜 파는 부업을 하다가 이불을 만들어 팔고 남은 헝겊으로 한복을 만들어 팔다가 '이영희 한국의상'이라는 이름의 매장을 시작하여 최고의 한복 디자이너가 되는 길로 가게 되었다. 프랑스 프레타 포르테 등 국내외 유명 패션쇼에 참가하였고, 뉴욕 카네기 홀, 평양 등에서도 개인 패션쇼를 개최하였다. 뉴욕에 한복 박물관을 짓기도 했다. 그녀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한복에 대해 새로운 시각이 생기게 되었다.
한복은 자연에서 나온 옷입니다. 옷을 짓는 데 배워야 할 형태, 닮아야 할 색상까지 다 자연에 있었지요. 또한 한복디자이너로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으려면 '창의성'이 있어야 합니다. 한복은 전통 복식입니다. 시대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지만, 새것은 옜것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은 변함없는 진리지요. - p.63
이 책을 통해 처음 듣게 된 '도선사'를 직업을 가진 윤병원 님의 이야기도 인상적이다. 20년 이상 바다에서 일해야 면허를 받을 수 있다는 도선사는 대형 선박이 안전하게 항만을 출입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직업이며, 항해사와 선장들 대부분이 마지막 꿈으로 꼽는 직업이라고 한다. 역시 어려서부터 알게 된 직업이 나중에 관심을 갖게 되고 자신의 직업으로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사실이 윤병원 님의 이야기를 통해서 '증명'되었다. 어려서부터 도선사들이 사는 동네에 살아서 그들의 하는 일들을 지켜보아왔기 때문에 도선사에 흥미를 갖게 되었던 것이다. 배 이야기가 나오니 한편으로 최근의 세월호 침몰 사고 후 팬티바람으로 도망쳐 나온 선장의 모습이 아른거려 분노가 치밀기도 했다.
대부분 설명되는 인물들이 평범한 듯 하면서도 분야에서 일가를 이루고 전문가가 된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어린이들이 이분들로부터 배울 수 있는 것은 그분들이 꿈을 가지고 꿈을 이루기 위해 도전하는 모습이라고 생각된다. 사실 어린이들이 앞으로 무엇이 될지에 대해 꿈을 가지게 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 생각된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대학에 입학해서도 자신이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찾지 못해 헤매는 젊은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어린이들이 다양한 직업의 세계를 간접경험하고 그들이 꿈을 찾고 전문가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이해하는 것은 어린이들에게 중요한 일이라 생각된다.
첫번째 책에 이어 두번째로 출간된 책이니만큼 첫번째 책에서 언급된 인물들이 누구인지도 궁금했다.
최고의 맛을 찾아가는 요리사 - 총주방장 박효남 이야기
동물과 자연을 사랑하는 - 자연과학자 최재천 이야기
과학자가 되고 싶었던 - 컴퓨터의사 안철수 이야기
벼랑 끝에서 정상까지 - 시각장애인박사 강영우 이야기
나무와 더불어 사는 삶 - 나무박사 서진석 이야기
마음 속 길을 따라 걷는 - 화가 김점선 이야기
아이들한테서 배운다 - 기자 김병규 이야기
생명과 자연을 살리는 - 민속학자 임재해 이야기
대자연의 생명체를 스승으로 - 농부 이영문 이야기
나는 아이들이 아직 어리기에 아직은 아이들의 희망을 찾아주는 작업을 조금은 나중에 해도 되지 않겠나 생각도 들었지만 유치원에 다니는 지금부터 다양한 직업의 모습을 보여주고 아이들이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찾도록 해주는 일이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2권 통틀어 대부분 생존해 있는 분들이니만큼 현재의 활동들을 보며 아이들이 미래의 롤모델로 삼기에 적당한 분들이라 생각이 들었다. 대략 초등학교 저학년 수준의 아이들이라면 충분히 읽을 수 있다고 생각되어 초등학교 저학년 이상의 아이들에게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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