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무형문화재 제23호 가야금산조 및 병창 예능보유자인 명창 안숙선의 공연을 보고 왔다. 국악공연은 참 오랜만이다. 20년 전쯤인가 국립극장에서 하는 국악관현악단 공연을 본 이래 국악 전문공연은 볼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에 노원문화예술회관에서 노원문화재단 창립기념 기획공연으로 준비되어 보게 되었다.
12월 12일 목요일에 노원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 진행되었는데 하루 전에 우리 큰 딸이 이 곳에서 노원구 우리동네 오케스트라 공연을 했던 터라 하루 만에 다시 방문하니 더 반가운 장소가 되었다.
예전에 한창 CD를 사 모을 때 안숙선의 CD도 분명히 몇장 샀던 기억이 나는데 어디에 두었는지 기억이 안난다. 결혼하고 CD를 모두 가져오지 못해서 본가 어딘가 CD 몇백장을 담아둔 종이박스 안에 있을 것 같다.
초등학교 1학년인 둘째딸과 함께 버스를 타고 노원문화예술회관에 도착했다.
공연은 안숙선의 제자들도 함께 했다. 국가무형문화제 제23호 가야금산조 및 병창 이수자인 천주미, 천혜련, 김지애가 안숙선과 함께 가야금 병창을 연주했고 제자들만 병창 연주를 하기도 했다.
전체 공연의 진행은 국가무형문화제 제16호 한갑득류 거문고산조 전수자인 최영훈이 맡았다. 나중에 안숙선의 소개를 들으니 본인의 딸이라고 한다. 사진을 다시 보니 닮았다는 생각도 들고... 국악을 가족들이 함께 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첫 공연부터 마지막 공연까지 고수는 국립창극단 기악부 단원이 조용수가 맡았다.
[프로그램]
1. 12현 가야금 병창 <흥보가> 중 제비노정기 : 안숙선, 천주미, 박혜련, 김지애, 조용수(고수)
2. 거문고 독주 한갑득류 산조 : 최영훈, 조용수(고수)
3. 판소리 <수궁가> 중 토끼 배 가르는 대목 : 이광복, 조용수(고수)
4. 25현 가야금 병창 팔도민요 : 천주미, 박혜련, 김지애
5. 판소리 <흥보가> 중 박타는 대목 : 안숙선, 조용수(고수)
6. 작은 창극 <흥보가> 중 화초장 대목 : 안숙선, 이광복, 최호성, 천주미, 최영훈, 조용수(기악반주)
7. 남도민요 남원산성, 진도아리랑 : 출연진 전원
전통적인 가야금인 12현 가야금과 개량된 가야금인 25현 가야금의 소리를 비교해 본 것도 좋은 시간이었다. 아무래도 줄이 많다보니 25현 가야금 소리를 들으니 마치 하프 소리를 듣는 것처럼 화음이 아름다웠다. 최영훈의 거문고 연주도 평소에 잘 듣지 못했던 거문고 소리를 깊이있게 들을 수 있었고, 이광복의 판소리는 관객들과의 호응으로 더 즐겁게 감상할 수 있었다.
다섯번째 프로그램으로 안숙선이 홀로 무대에 서서 조용수 고수와 함게 흥보가 박타는 대목을 연주하였다. 역시나 국악계의 프리마돈나답게 관객들의 반응을 좌지우지하며 주도해 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사실 공연을 오기 전에 초1딸이 재미있게 볼까 걱정을 살짝 하기도 했지만 초반부 연주를 집중해서 잘 보는 모습이 기특했다. 공연의 하일라이트는 흥보가 화초장 대목의 창극이었다. 특히 놀부 역을 맡은 국립창극단 단원인 최호성의 코믹한 연기를 보고 초1 딸도 몇번이나 깔깔대고 웃으며 재미있게 본 터라 나 역시 즐겁게 관람할 수 있었다. 나중에 창극만 전문으로 하는 공연도 아이들과 함께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고로 창극은 외국에 소개할 때 영어로 Pansori Opera로 부른다고 한다)
마지막 프로그램으로 출연진들이 모두 나와 두곡의 남도민요를 불렀고, 앵콜 공연으로 옹헤야를 관객들과 함께 부르며 전체 공연은 마무리되었다.
전체적으로 국악 초보자들도 지루하지 않게 프로그램이 잘 짜여져 있고 출연진의 연주도 수준급이어서 즐겁게 관람할 수 있었다. 종종 국악공연 관람의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