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농담>, 마크 S. 브룸버그, 알마,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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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적이지 않은(정상적이라는 표현이 잘못됐을 수도 있겠다) 생물체에 대한 과학적인 근거와 사회적인 이슈를 제기하는 흥미로운 주제의 책이었다. <자연의 농담>이라는 책 제목만 보았을 때는 어떤 내용일지 잘 이해가 가지는 않지만 ‘기형과 괴물의 역사적 고찰’이라는 문구를 보았을 때 대략 짐작은 할 수 있었다.
이 책은 다양한 종류의 발생적 이형이 내포한 생물학적 중요성은 탐구하고 이를 통해 ‘발생의 진화적 결과와 진화의 발생적 결과’를 조명한다. 즉 진화론적 관점과 유전학이나 발생학적인 관점에서 왜 이러한 이형들이 만들어지게 되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사실 생물학적인 여러 가지 이론들을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처음 들어본 용어들과 이론들에 대한 소개들이 제시되고 있는데 그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전반적인 내용을 이해하는데 큰 무리는 없다.
우리가 흔히 정상적이라고 생각하는 전형과 비정상적이라고 생각하는 이형 사이에서 우리가 취해야 할 관점은 다양성이라고 주장한다. 즉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명과 우리가 어디선가 발견할지도 모르는 생명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바로 다양성이다(p.26). 생각해 보면 사람의 생김새가 쌍둥이라 할지라도 다른 부분이 있으며, 얼굴말의 얼굴무늬가 서로 다르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다양성에 대한 이해가 가고도 남았다. 하지만 사람의 생김새라든가 얼굴말의 무니가 다른 점은 각 개체사이의 자연적인 변이라고 한다면 좀더 극단적인 변이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 변이들을 바라보는 시각을 어떻게 가져야 할지 고민스럽기도 하다. 또한 왜 그러한 변이들이 생겨나고 있는지 과학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이러한 극단적인 변이들이 비교적 최근의 일은 아닐 것이다. 꽤 오래전에는 이러한 변이들이 태어났을 때 죽임을 당하거나 또는 그 반대로 신처럼 대우를 받았던 사례도 있었다고 한다. 사실 머리가 둘인 쌍둥이 하나만 보더라도 이런 존재가 바로 내 옆에 앉아있다고 생각하면 정말 소름끼칠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것도 한밤중이라면. 하지만 우리는 이들로부터 하나의 사실을 깨닫게 된다. 바로 자연이 불완전하다는 사실이다(p.36).
이 자연의 불완전성과 다양성이라는 이슈를 던짐으로서 ‘기형’ 또는 ‘괴물’이라는 이형들의 존재감이 전형들 못지 않게 공평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이형이 됐건 전형이 됐건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명체로서 다양성을 보장하고 서로 적대하는 것이 아닌 서로 공존하며 서로를 주인공으로 여기는 삶의 자세를 마지막으로 언급하고 있다.
책 중간중간에 흥미로운 과학적 사실들을 던져주고 있다. 사람이 어떤 과정에서 직립보행을 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직립보행을 하는 동물은 이 세상에 사람 밖에 없는지, 머리가 두 개인 쌍둥이나 남성인지 여성인이 애매한 양성인간의 출생 비율이라든가. 다소 끔찍한 상상일 수는 있겠지만 지구상에 존재하는, 함께 어울려야 할 다양한 존재들의 하나라는 차원에서 접근한다면 그리 끔찍하고 멀리해야 할 존재는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장애인 복지에 대해 관심을 갖고 그들이 정보기술을 이용해 좀더 편리한 생활을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자료를 모으는 과정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장애인 보다 더 장애인’이라고 할 수 있는 ‘기형’과 ‘괴물’들에 대한 영역으로 넘어가다보니 우리가 함께 해야 할 존재가 너무나도 다양하다는 깨우침을 얻게 되었다.
번역자가 생물을 전공해서인지 생물학적 용어들이 대한 역주가 적절히 제시되었고 문장들이 아주 어렵지는 않은 수준에서 깔끔한 번역이 돋보였다. 내용 자체는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으나 역시 유전이나 발생 등 생명공학 관련 용어들을 마주했을 때는 독서의 브레이크가 걸리는 상황이 많이 발생했던 것이 아쉽다면 아쉬운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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