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본심, 윤용인, 디자인하우스] - 남편 자신도 모르는 남편의 속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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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와 여자는 다르다. 남녀는 모든 면에서 다르다. 남녀차별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때로 그 역할과 성격이 바뀐 경우도 있겠으나 거시적으로 본다면 남자와 여자는 심리상태부터 조직에서의 역할까지 모든 면에서 다른 모습을 지니고 있으며 남자는 남자대로, 여자는 여자대로의 공통적 속성이 보전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나서 하나의 가정을 이룬다는 것. 바로 결혼을 말함인데 이는 정말 인내의 세월을 시작하는 단계다. 남자와 여자의 차이를 이해하고 부부 관계를 정립해 나가는 것이 어찌보면 고리타분하고 전통적이고 가부장적인 사고방식의 결과라고 생각한다면 내가 더 이상 할 이야기는 없다. 그러나 좀더 의미있는 결혼생활을 영위하고 싶다면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고 보듬어줄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결혼은 더 말할 것도 없다. 나의 1과 당신의 1일 합쳐져 2가 되는 것을 결혼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주례 선생님이나 하는 소리다. 나의 0.5와 상대의 1.5가 만나서 2가 되거나 나의 1과 당신의 2가 만나서 3이 되는 것을 행복한 결혼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범부들의 솔직한 욕망이다. - p.108
저자는 딴지일보 기자 출신 답게 '촐랑 모드(p.120)'로 남편의 본심을 '딴지'스럽게 이야기하고 있다. 앞서 이야기한대로 남녀는 다르다보니 각각의 공통적인 속성이 꼭 그래야만 하는 '법'처럼 여기게 되어 사회의 전통이 되어 버린 사례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남자는 대범해야 하며, 울어서는 안되며, 강해야 한다는 인식. 그 인식속에 사로잡힐 때 남자는 괴롭다는 것을 저자는 적절한 사례를 들어 남자의 본심을 여자에게 까발리고 있다.
누가 말했던가. 약한 자여, 그대 이름은 여자라고. 흥, 번데기 앞에서 주름 잡지 마시라. 정작 약한 것은 남자란 말이다. 어딜 감히. - p.62
이 책 <남편의 본심>을 보고 혹시 '음흉한' 생각을 한 사람은 없는가. 내가 그랬듯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필시 일상생활에서 '본심'이라는 단어를 쓰는 상황을 떠올려 본다면 부정적인 측면이 없지 않았던가. 예를 들어 '도대체 너의 본심은 무엇이냐'는 식으로 숨겨둔 본심이라 함은 교활한 간계, 속물적인 근성 등 마음 속에 꼭꼭 숨겨둔 그 무언가를 상상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부제목을 본다면 생각이 조금 달라질 수 있다. '아내가 알지 못하는 남편의 속마음'이라는 부제목 속에서 떠오르는 뉘앙스는 조직에서 남자가, 한 가정에서 남편이 공개적으로 밝히지 못했던 그들의(그의) 속마음을 들여다 보고자 한 것이 책의 목적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저자가 말하려고 했던 남편의 본심을 읽어보니 99% 공감이 간다. 나머지 1% 역시 우리 가정에서는 부부가 반대일 뿐이지 역시 가정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사례들이다. 책 내용은 주로 결혼할지 조금은 지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듯 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부부 사이에는 말을 하지 않아도 통해야 한다고 하지만 서로 보내는 비언어적 신호를 얼마나 잘 해석하고 받아주는지에 따라 부부 관계의 명암이 갈리는 듯 하다. "내 아내를 포함해 세상의 여자들은 남편이 보내는 사인을 제대로 해석하지 못하는 것 같다. 아니, 사인을 보내고 있다는 사실도 모를 정도다.( pp.79~80)"
남편으로서의 속성을 아버지까지 연장시키기도 하고 아들까지 내려보내기도 한다. 결국 애들이 커서 남편이 될테니 아들 가진 부모로서 또다른 아들을 가진 부모들에게 조언하기도 한다. 기러기 아빠로서 타국에 있는 아내가 아들 키우기 힘들다는 하소연을 듣고 아들 키우는 선배에게 문의하고 자신을 돌이켜본 결과 이런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말썽의 끝에서 반성을 배우고, 욕망을 분출한 후 죄책감에 눈뜬다. 책보다 친구를 통해 사회화를 학습하며, 의리에 발등을 찍힌 후에야 좋은 친구와 나쁜 친구를 구별한다. 그러니까 여자아이가 산책을 나갔다가도 바로 우리를 찾아오는 순한 양이라면, 사내아이는 골짜리에서 방황도 하며, 늑대를 만나 놀라기도 하다가 해가 져야 슬금슬금 우리로 기어 들어오는 대책 없는 불량한 양인 셈이다. - p.169
남녀는 다르다는 인식, 남자는 이래야 한다 라는 식의 전통적 사고방식을 과감히 부술 것과 함께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하는 관계회복이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결코 쉽지 않은 결혼생활은 누구에게난 말못한 사정이 있고 비밀이 있지 않은가. 이 책의 저자는 남자로서 가질 수 있는 비밀들을 모두에게 공개함으로서 과감하게 커밍아웃을 선언하고 있다. 고마울 따름이다. 나도 몰랐던 내 마음을 이렇게 알게 해줘서. 내가 아내에게 말하고 싶었던 것들을 대신 말해줘서.
<숫타 피타카>의 많은 설법 속에는 좋은 배우자를 고르기 위해 신경 써야 할 것이 여러 번 등장한다. 이들 말씀을 종합해보면 크게 네가지로 압축되는데 붓다는 (중략) 마지막으로는 상대와 자신이 얼마나 비슷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지를 살피라고 말씀하신다. 특히 마지막 가치관 부분은 다시 네 가지의 세분화된 점검 항목을 덧붙일 정도로 중요하게 강조되는데 붓다의 체크리스트는 이러하다. 1) 둘 다 영혼의 성장을 중시하는가? 2) 두 사람이 바른 삶의 자세를 지키려는 마음이 있는가? 3) 부부가 세상을 향한 이타적인 마음이 있는가? 4) 부부의 지혜 수준이 비슷한가? - pp.159~160
혹시 제목에 들어있는 '남편'이라는 단어로 인해 미혼남녀들은 거들떠보지도 않는 책으로 전락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 결혼은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면 모르겠지만 인생이 한번은 결혼을 하고 배우자를 만나 일가를 이루겠다는 '소망'을 가진 분이라면 꼭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 이미 결혼하신 분들이라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특히 여성분들이여. 이 책을 읽고 제발 그대들의 남편을 잘 구워삶아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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