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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치는 뇌
국내도서
저자 : 토르켈 클링베르그(Torkel Klingberg) / 한태영역
출판 : 윌컴퍼니(WILLCOMPANY) 2012.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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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뇌가 정보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방법’이라는 부제목에서 언급되었다시피 이 책에서 다루는 문제는 정보 스트레스라는 이슈이다. 정보 스트레스는 쉽게 이야기해서 정보 홍수 현상이라고 할 수 있으며 정보 과부하(information overload) 현상이라고 좀더 학술적으로 정의할 수 있다. 즉 정보가 인간이 처리할 수 없는 수준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내가 원하는 정보는 어디에 있는지, 무엇이 옳고 그른지, 무엇이 정확하고 틀린 정보인지를 파악하는 능력이 제한되는 현상을 말한다.
 
본문 첫페이지는 방안으로 들어왔는데 무엇을 하러 들어왔는지 기억을 못하는 사람의 사례가 나온다.우리도 일상생활에서 흔히 경험하고 있는, 경험했었던 흥미로운 사례가 아닐까 생각한다. 나 역시 컴퓨터를 켜놓고 왜 켰는지 기억을 못한다거나, 무슨 파일을 실행하려고 탐색기를 띄우고 나서 무엇을 보려고 했는지 한동안 ‘멍때리고’ 있었던 경험이 정말 한두번이 아니다. 바로 이어지는 사례는 린다라는 가상의 인물이 회사에서 어떤 식으로 일하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한가지 일을 끝마치기 전에 그 일에 집중을 방해하는 여러 가지 ‘잡일’들이 튀어나오면서 생산성이 떨어지고 효율적인 업무 수행이 불가능하다는 단적인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이와는 상반된 사례로 제임스 플린이 연구한 아이큐 검사결과를 언급하고 있다. 플린효과라고도 하는 이 연구결과에 따르면 매년 진행된 아이큐 조사에서 10년 마다 평균 아이큐가 3%씩 증가했음을 밝히고 있는데 놀라운 점은 아이큐 측정 분야 중에서 어휘력이나 일반지식 항목이 아니라 문제해결 능력을 측정하는 항목에서 상승률이 높았다는 점이다. 이 플린효과를 증명할 수 있는 어떤 요인도 밝혀진 바 없지만 앞서 언급한 정보의 홍수, 정보의 과부하 현상이 가져온 정보량의 증가가 사람들의 훈련효과를 가져오고 시시각각 증가하는 지적 요구가 사람들의 지능을 높이는데 도움을 주지 않았을까 하는 예측을 하고 있다(p.42).
 
결국 인간의 이러한 능력을 다른 신체 부위가 아니라 뇌에서 벌어지는 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데 저자는 이 두뇌의 잠재력을 밝힘으로써 사람의 한계를 규명하고 지적 요구와 능력 간의 최적의 균형을 찾아 깊은 만족을 누릴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문제제기를 통한 연구를 ‘주의력’이라는 단어로 시작하고 있다.
 
이 책은 대체로 학술 자료를 인용하면서 전문적인 표현들과 학자들에 대해 많은 언급을 하고 있지만 일반인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두뇌가소성, 작업기억 등의 용어들을 접하면서 새로운 지식 습득에 대한 기쁨도 있었지만 기억력과 주의력을 확장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일례로 작업기억이라 함은 당장 해야 할 일에 대해 기억하는 임시 기억능력을 말하는데, 당장 전화번호를 기억한다든지, 앞서 언급했던 것과 같이 컴퓨터를 켜놓고 뭘 하려고 했는지 기억도 못하는 사례로 설명될 수 있다.
 
간혹 아쉬운 주장도 눈에 띈다. 저자는 컴퓨터 게임이 앞으로 다가올 정보집약적 디지털 사회에서 책을 대체하는 정보습득도구가 될 것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는데 최근의 컴퓨터 게임으로 인한 범죄 사례와 오버랩되면서 단기적으로는 현실적이지 않은 주장이라 생각되었다. 책의 제일 끝부분에 결론적인 성격으로 칙센트미하이의 몰입의 예를 들면서 책을 마무리한 점도 다소 아쉬운 점 중의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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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의 가장 깊숙한 곳
국내도서
저자 : 케빈 넬슨(Kevin Nelson) / 전대호역
출판 : 해나무 2013.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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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전제조건은 인간의 '영적 경험'은 뇌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무신론자이건 유신론자이건 이 전제조건에 동의할 수 있어야 이 책의 전반적인 내용을 수용할 수 있다. 영적체험에서 말하는 '영적'이라는 단어는, 과학적으로 측정할 수 없지만 우리가 그 존재를 믿고 느끼며 곳곳에서 그 흔적이 나타나는 비가시적인 세계와 우리를 연결해주는 인간성의 여러 측면을 말한다(p.27). 이 책은 흔히 비과학적이라고 여겨지는 영적경험이나 임사체험과 같은 정신적 체험과 뇌과학을 연결시켜 뇌의 어떤 영역에서 어떤 방법으로 영적 경험을 하게 되는지를 밝히고자 노력한다.



이 책을 읽기 위한 영적 체험 또는 종교적 체험에 대한 기본사항들을 1장에서 언급하면서 저자는 윌리엄 제임스의 <종교적 경험의 다양성>을 상당 부분 인용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저자가 주위 사람들을 통해서 듣게 된 임사체험을 중심으로 한 영적 체험의 사례를 1장에서 서술하고 있다. 윌리엄 제임스는 이러한 영적 체험들 중에서 보다 특별한 경험을 신비경험(mystical experience)라고 명명하면서 네 가지 특징이 있다고 설명한다. 즉, 신비경험은 언어의 범위를 벗어나며, 앎을 선사하며, 지속기간이 짧고, 수동적이라는 것이다.

 

종교적 경험의 다양성 (양장)
국내도서
저자 : 윌리엄제임스 / 김재영역
출판 : 한길사 2000.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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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장에서는 의식에 대해서 다룬다. 의식은 뇌를 뇌로 만드는 본질이며, 신경학자에게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p.49). 또는 의식은 자신과 자신의 주변을 알아챔이며 특정 질서를 이룬 특정 뇌 시스템들과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뇌과학자들을 비롯한 많은 과학자들은 물리적인 뇌 속에서 의식이 어떻게 기능하는가에 관한 문제를 모두 다 파악하지는 못하고 있다. 신경학에서 인정하는 의식상태는 깨어있음, 렘 수면, 비렘수면 등 세가지로 나누어지는데 저자는 임사체험이 지닌 영적 특성의 일부는 렘 의식 상태와 깨어있음 의식 상태의 사이로 예측하고 있다.

 

또 하나 흥미로운 사실은 과학적으로 이렇게 세가지 상태로 의식을 구분하더라도 많은 의사들은 환자들이 깨어있는 상태라는 것을 감지하기 어려운 경우도 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잔 이라는 이름의 환자가 총상을 당한 사례를 설명하고 있는데, 잔은 실수로 총에 맞아 일부 장기가 파손되고 쇼크상태에 빠져있었는데 의료진이 시술을 하는 과정에서 그녀의 의식은 깨어있었다는 것이다. 그녀는 최고 통증을 10이라고 할 때 15 정도의 통증을 느꼈다면서 의료진의 말과 행동을 모두 알아챘지만 말을 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가장 미세한 근육조차도 움직일 수 없었다고 한다. 그 이후 다행스럽게도 의식을 되찾았지만 인간의 의식이 얼마나 과학적으로 분석하기 어려운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은 겉보기에 죽은 것 같은데도 생생하게 살아있을 수 있다.(p.58)"

 

드넓은 우주에서 인간이 알고 있는 것은 고작 5% 미만이며 나머지는 암흑물질이나 암흑에너지로 존재하듯이 인간 의식의 일부는 우리에게 영원히 일종의 암흑에너지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p.69). 인간이 의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피질과 시상을 파악해야 한다. 저자는 의식을 파악하기 위해 식물이나 바퀴벌레와 같은 낮은 층위로 환원하는 접근법은 뇌와 영적 경험을 이해하고자 할 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p.71) "그러므로 영적 경험을 이해하기 위해 시상과 피질을 탐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접근법일 수도 있겠다.(p.72) 

 

책을 읽다보니, 흔히 뇌사 상태라고 하는 식물상태와 최소의식상태를 구분하려는 노력도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많은 경우 이를 오판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식물 상태에서도 시상과 피질은 완벽하게 죽지 않고 가끔 외부세계와 반응한다고 한다. 이러한 활동을 의식이 아니라는 것이 정설이지만 인간이 인간다우려면 얼마나 많은 피질과 시상일 필요한다는 앞으로 지속적으로 연구해야 할 첨단분야라고 할 수 있다. 의식에 대한 어느 정도의 이해가 되면 이 책의 주제인 영적 체험은 별도의 특별한 의식상태일까 하는 질문을 할 수 있겠다. 저자는 영적 경험을 독자적인 의식상태로 간주하는 것에 좋겠다는 의견을 제안한다.



기본적인 뇌의 구조는 알아야 이 책을 좀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보통 전두엽이라고 칭해지는 이마엽, 전전두엽이라고 하는 앞이마엽 등의 위치와 역할 정도는 이해하고 있는 것이 좋다. 따라서 전반적인 책의 내용은 뇌와 영적세계에 대한 기초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읽는다면 좀 어렵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 역시 그야말로 기초적인 지식 수준밖에 없는 상태여서 몇몇 내용들은 두세번 반복해서 읽어야 이해가 될 정도였다. 이 책의 가치는 물질 세계(뇌)와 정신 세계를 결합시키는 성과에 있다고 본다. 두가지 동떨어진 내용들이 그저 따로따로 언급되는 정도가 아니라 화학적인 결합을 통해 저자만의 생각을 읽을 수 있었다는 것이 마지막 장을 덮은 뒤의 소감이었다. 작년에 뇌과학 강연을 몇차례 듣고나서 상당히 관심이 생겼던 차에 이런 책을 읽게 되어 아주 흥미로운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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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메타과학
국내도서>자연과 과학
저자 : 장회익
출판 : 현암사 2012.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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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메타과학>이라는 이 특이한 제목의 책은 90년에 나왔던 초판을 개정한 신간이다. 몇달 전쯤에 알라딘 중고서점 종로점에 갔을 때 손이 잘 닿지도 않는 책꽂이 제일 윗칸에 허름한 초판이 있어서 꺼내보았다가 좀 어렵겠다 싶어서 다시 꽂아두고 나왔던 책인데 이번에 개정판이 나와서 읽을 기회가 주어졌다. 문과전공인 나에게는 상당히 어려운 책이었는데 이렇게 기회가 주어져서니 감사한 마음으로 읽게 되었다. 한달이 넘게 읽은 이 책의 리뷰를 뒤늦게 정리하려니 책의 앞부분 내용이 다시 가물가물해 질 정도로 난이도가 있는 책이었다.



시작부터 역시나 어려운 이야기들이 많았다. 대략 책 앞부분의 서설과 1장, 2장까지는 그나마 쉽게 읽혔다. 연구방법론에 관한 이야기들이었고 그 연구의 대상은 과학이었다. 자연과학을 연구하는 과정은 대체로 탐색과정수용과정으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탐색과정은 새로운 지식의 실마리를 찾아나가는 과정을 말하며, 수용과정은 찾아낸 지식을 받아들일 것인가 배격할 것인가를 결정짓는 과정을 말한다(p.29). 저자는 과학적 지식을 만들어가는 탐색과정의 특징을 세가지로 이야기(p.31)하고 있다. 첫째는 과학적 지식의 추구는 기존의 지식에 대한 의식적 반성에서 출발한다는 것이다. 더 나은 지식에 도달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 더 나은 지식에 도달할 수 있게 해줄 것이라는 점이다. 누구나 생각했던 고정관념을 깨고 새로운 시도를 한 사람이 새로운 과학적 지식을 발견하고 혁신에 성공한 사람일 것이다. 둘째는 몇가지 정성적인 방법에만 의존했던 연구방식을 타파하고 계량적 개념을 도입함으로써 지식의 정밀화를 꽤하는데 있다. 셋째로는 반드시 지식의 실증적 검토를 수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반대로 실증 과정을 거치지 않은 지식은 과학적으로 신뢰할 만한 지식은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 넷째로, 과학적 지식을 추구하는 강력한 방법 중의 하나는 여러 단편적인 지식들을 하나의 합리적 체계 속에서 이해하려는 시도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추구된 과학적 지식을 올바른 지식으로 인정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지식 수용의 문제와 결부된다. 하나의 지식이 과학적 지식으로 수용되려면, 이것이 자연현상과 연결지을 수 있는 명확한 의미를 지녀야 하며, 현실과 부합되는 참된 내용을 지녀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두가지 요건의 만족 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지구에 사는 생명체 중에서 인간이 아무리 고등한 동물이고 많은 과학적 이론을 발견했다고 하더라도 자연법칙을 나타내는 보편적인 원리들은 그 진리성 여부를 가려내기가 매우 어렵다. 특히 통속적으로 인정되어 왔던 과학원칙을 깨는 하나의 보편 원리 또는 이론 체계를 수용하는 과정에서는 엄청난 갈등이 발생하게 된다.


특히 종래에 신봉되던 하나의 이론 체계에 대항하여 새로운 이론 체계가 등장하는 과학의 혁명기에 이르러 이러한 문제는 커다란 관심을 불러 일으키게 되며, 이런 의미에서 고전역학 체계의 불완전성이 드러나고 새로운 상대성이론, 양자이론이 등장한 20세기 전반기에 이 문제들이 심각하게 논의되었음은 충분히 납득할 만한 일이다.  - p.34


이 대목에서 토마스 쿤의 '패러다임'에 대한 해설이 유용한 사실을 전달해 준다. 토마스 쿤은 과학 활동 현장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패러다임이라고 했다. 즉 패러다임은 과학자들의 사물 인식 및 연구 활동의 바탕이 될 가치이념과 관념 체계라는 뜻과 함께 연구 및 교육활동에 부수되는 유무형의 각종 도구, 수련과정, 수련 내용까지 포함하는 광범위한 의미로 이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p.39). 


쿤에 따르면 과학에서의 한 업적이 하나의 새 패러다임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두가지 여건을 충족시켜야 한다고 했다. 즉 다른 경쟁적인 업적들에 비해 충분히 뛰어난 것이어야 하며, 많은 미해결의 문제들을 내포하여 이와 관련된 연구활동들이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학적 연구에서의 문제는 과학의 연구활동은 하나의 패러다임에만 국한될 수 없다는 것이다. 쿤의 패러다임의 관점에 따르면 하나의 패러다임으로 해결할 수 없는 여러가지 변칙사례들이 나타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기존의 패러다임은 위기를 맞이하며 여기에 대항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하게 된다(p.40)고 한다. 따라서 쿤은 서로 다른 패러다임에 속한다는 것은 사물을 보는 기본적인 관점을 달리하는 것이므로 두 개의 패러다임을 동일한 평면 위에 올려놓고 비교할 수 있는 객관적인 기준이 존재하지 않는다(p.40)고 주장한다. 즉 두개 또는 그 이상의 패러다임이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옳은' 패러다임을 찾아내는 규범의 존재를 부정한 것이다. (쿤이 이렇게 주장했다고 하는 것은 저자의 주장이다. 나는 토마스 쿤의 <과학혁명의 구조>를 20여 년 전 대학 시절에 과제를 하면서 도서관에서 잠시 빌려 읽어보았을 뿐 그 내용에 대해서 이해하고 있지 않다. 이 책을 읽는 과정에서 쿤의 도서를 온라인 주문했는데 조만간 읽어볼 참이다.) 저자는 쿤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다소 비판의 논리를 제시하고 있다. 즉 저자는 현실적으로 우리에게 주어진 새로운 과제를 어떻게 하면 패러다임에 예속되지 않고 더 보편적인 방법론을 추구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지적을 하고 있다.  어찌보면 우리가 하나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더 넓은 시야를 갖게 되었다고 하는 주장도 역시 하나의 패러다임이 예속되고 있다는 것은 아니겠는가 하는 점이다. 따라서 저자는 토마스 쿤의 패러다임과 관련지어서 과학적 연구방법의 미래 모습을 다음과 같은 제안을 하고 있다.


오늘날 비과학적 사고였다고 생각되는 이른바 전과학적(前科學的) 지식 내용을 포함한 인간의 모든 지식 패턴을 동일한 평면 위에서 고찰하고, 이 가운데서 패러다임에 무관한 본질적 요소가 있는지, 있다면 그것이 무엇인지를 찾아내어 인간 사고의 기본적 구조를 밝혀내는 작업이 이루어저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우리 세대가 당면한 그리고 성취해내야 할 가장 큰 학문적 도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p.44


한편으로는 노학자의 이 진솔한 제안과 기대가 과다망상은 아닐지 의문이 든다. 과연 사람의 두뇌로, 사람이 만들어 놓은 지식으로 이러한 판단이 가능하겠느냐는 점이다.


지식에 대한 연구는 생물학자를 비롯한 과학자 뿐만 아니라 고대의 철학자들도 관심의 대상이었다. 이 책의 2장에서는 진화학자의 관점에서 지식의 진화과정에 대해 논하고 있다. 이 진화이론으로 지식을 설명하게 되면 토마스 쿤의 관점과도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다. 즉 패러다임의 선택 상황을, 두개의 이론이 양립하다가 결국 어느 시기에 선택 압력에 의해 우수한 이론이 지배적 위치를 점하게 되는 상황이라고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p.53). 진화이론으로 지식의 과정을 설명하면서 저자는 지식이, 다시 말해 학문이 지나치게 세분화되고 전문화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비판한다. 학문의 전문화 경향은 이해 증진보다 지식 축적이 역점을 두는 경향(p.53)인데, 지식의 축적이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할 수는 없지만 몇가지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다. 첫째는 과학 자체의 발전 가능성을 축소시킨다는 점이고, 둘째는 학문간의 균형발전을 저해하고 이미 조성된 불균형 상태를 더욱 조장할 수 있다는 점이다. 어찌보면 학문의 영역도 지나치게 '밥그릇 싸움'에 몰두해 있다는 점을 신랄하게 비판한 대목이 아닐까 싶다. 


현재 지나치게 전문화의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는 선택압력을 되도록 보편화의 방향으로 돌리는 것이 학문 자체의 장기적이고 균형잡힌 발전을 위해 필요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 p.54


따라서 학문의 대상 자체가 매우 복잡한 다차원적 구조를 지니는 것이어서 이를 모두 담아낼 마땅한 그릇을 마련하기가 무척 어렵다(p.58)는 가정을 가지고 개별 학문분야만을 담아낼 평면적인 그릇만을 만들어내는 연구가 아니라 통합학문의 필요성을 제안한다. 다시 말해 실제 지구의 모습을 가장 정확하게 표현하는 방법으로 '지도'가 아니라 '지구의'와 같은 연구방법을 고안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안하는 것이다. 3차원의 지구를 2차원의 지도로 구현하게 되면 왜곡현상이 발생하는 것처럼 3차원의 입체적인 학문을 2차원의 평면위에 놓고자 하는 시도가 얼마나 무의미한 것인가에 대한 지적인 것이다. 


이와같은 학문세분화와 전문화의 문제점을 이야기하면서 그 연장선상에서 인간이 가지고 있는 '앎'에 대한 기본적인 성격이 어떠한지에 대한 설명을 위해 류강이라는 학자가 최근 출간한 저서 <고지도의 비밀>에 나오는 사례를 전한다. 이 책에 따르면 콜럼버스의 아메리카 대륙 발견보다 74년이나 앞선 1418년 중국에서 그러진 세계지도 '천하제번식공도'에 이미 지구가 둥근 것을 전제로 세계 각 지역들이 정확히 그려졌다고 한다. 하지만 이 주장의 사실여부를 떠나서 이보다 콜럼버스의 발견을 더 중시하는 이유는 많은 경우 인정을 받고 세상을 놀라게 할 업적은 이미 시기적으로 보아 뒤늦은 성과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천하제번식공도'가 만들어졌을 당시의 지적 여건이 이를 인지해 재생산해 낼 상황에 이르지 못해 단종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는 것(p.62)이다. 따라서 획기적인 지적 도약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우수한 몇몇 천재가 아니라 오히려 전체적인 지적 성숙이 더 중요한 역할을 하리라는 것이다. 다양한 사고의 물줄기를 열어놓고 서로 상호작용하도록 허용하는 연구방법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개별 학문의 틀이 갇힌 사고의 유형 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관점에서 즉 메타적 관점에서 서로의 지식을 소통하고 연결하려는 여건이 조성되어야 한다(p.63)는 점을 주장히는 것이다. 누군가에 의해 발견된 새로운 과학적 사실이라도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의 지적문화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대목이었다. 또한 획기적인 지적도약이 이루어진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확인할 수 있다. 


3장에서는 과학의 논리구조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양태와 실태에 대한 개념을 중심으로 풀어나간다. 양태(樣態, modes of existence)란 연구대상의 보편적 존재 양상을 말하며, 실태(實態, realities of existence)란 그것의 현실적 존재상황을 의미한다. 양태를 추구하는 과학으로는 물리학, 화학 등 보편적 존재양상에 관심을 갖는 학문의 예를 들 수 있으며, 실태를 추구하는 과학으로는 천문학이나 지구과학 등 구체적인 존재상황에 관심을 갖는 학문을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 양태라는 것은 자연현상의 단편적이고 독립적인 개별 명제의 단순한 집합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들 상호 간에 존재하는 논리적 연관성에 의해 하나의 정합적(整合的)인 이론 체계를 형성한다(p.72). 그러기 위해서는 합리성의 요건과 사실성의 요건이 부합되어야 한다. 그것이 합리적이고 사실에 근거한 것인지에 대한 판단은 실험적 검증에 의존한다. 하지만 그 실험이라는 연구방법은 몇가지 단점을 내포한다(p.76). 첫째는 실험 자체가 이론의존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며, 둘째는 실험적 검증에 합격할 수 있는 다수의 상이한 이론체계가 존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셋째는 실험적 검증이란 본질적으로 귀납적 논증으로서 모든 가능성에 대해 검증하지 않는 이상 부완전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 점에 대해 칼 포퍼는, 의미있는 과학이론이라면 실험적 확증은 가능하지 않더라도 반증을 가능해야 한다는 재미있는 주장을 한다. 아무튼 이러한 실험을 통해 검증될 수 밖에 없는 양태 이론들은 한마디로 틀린 이론을 틀린 것으로 판단하기는 쉬우나 바른 이론을 바른 것으로 판단한 논리적으로 완벽한 방법은 마련되어있지 않다는 점(p.77)을 지적한다. 한편 우리 감각기관을 통해 지각되는 원초적 자료(raw data) 자체를 말하는 실태의 측면에서도 불충분한 제약조건이 있을 수 있다. 먼저 우리가 받아들이는 자료들이 모두 의미있는 정보는 아니라는 점이며, 과학적 설명이나 예측을 위해 사용되는 이론 체계들은 원초적 감각자료 그 자체가 아니라 과학적으로 정련된 개념에 관한 정보들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온도계를 통해 몇도인지를 측정하는 그 기술 역시 열평형이나 수은 열팽창법칙 등 기존의 자연법칙들을 전재로 해서 만들어진 개념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양태와 실태의 측면에서 지금까지 인식하지 못했던 어떤 중요한 새로운 국면을 처음으로 인식하게 되는 경우, 우리는 이를 '발견'이라고 부른다(p.80). 플라톤의 딜레마에 따르면 사람은 새로운 발견이란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지만 플라톤의 이 논의를 통해 우리는 발견을 '이미 아는 것에서 이루어지는 발견'과 '아직 모르는 것에서 이루어지는 발견'으로 구분할 수 있다. 여기에서 다시 과학혁명을 통해 등장한 또다른 논리에 대해 논리적으로 대립중인 대등한 두 체계에 대해 상대적 우월성을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의 문제로 돌아가게 된다. 저자는 대립된 두 체계를 선택하는데 이들이 얼마나 단순하면서도 조화로운 양태와 실태를 보여주느냐는 점이 고찰의 중요한 한 몫을 차지한다(p.83)고 조언하고 있다.


3장까지는 저자가 주장하려는 내용의 전부는 아니지만 그래도 상당 부분을 이해할 수 있었는데 4장부터는 참 난해한 주장들이 계속되었다. 어찌보면 '말장난'처럼 보이기도 했는데 내가 무식해서 그렇겠지 라는 자책감마저 들었다. 4장은 과학의 이론구조를 설명하는 방법으로 진술적 관점과 구조적 관점에 그동안 득세하였지만 과학이론의 구조 및 성격을 잘 파악하기 위해서는 '의미기반'의 구조를 규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한다. 7장부터는 생명과 인간이라는 주제의 에세이들이 제공된다. 역시 난해하기는 하지만 1부보다는 쉽게 읽히는 편이다. 과학을 하는 방법에 관한 과학이라는 의미로 메타과학을 제시하고 있지만 좀더 이해하기 쉬운 표현은 '과학철학'이 아닐까 싶다. 상당히 어려운 책을 오랜 기간동안 읽게 되었는데 좀더 지적수준이 올라가 큰 어려움 없이 다시 읽게 될 날을 기대해 본다.


과학이론은 찾아나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 p.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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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론 산책
국내도서>역사와 문화
저자 : 션 B. 캐럴(Sean B. Carroll) / 구세희역
출판 : 살림biz 2012.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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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의 부연설명으로 '소설보다 재미있는 진화의 역사'라고 되어 있는데 경우에 따라 소설보다 재미있는 것은 맞는 말인 듯 싶다. 소설도 소설나름이지만 정말 재미없는 소설도 많지 않은가. 그 다음은 '진화의 역사'인데 이말은 좀 어폐가 있다. 이 책은 '진화론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보통 진화론이라고 하면 찰스 다윈을 떠올리게 되는데 다윈이 종의 기원을 저술하기 이전에도 이미 '진화'의 가능성에 대해서 이야기한 학자들이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진화의 과학적인 근거를 찾지 못했을 뿐 진화의 가능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었다. 진화에 대한 공감의 문화에 불을 지핀 학자는 알렉산더 폰 훔볼트라는 학자이다. 그는 그때 당시 박물학이라고 했던 학문을 연구했던 학자로서 요즘 표현으로는 박물학은 요즘 표현으로 자연사라고 불리우는 학문이다.


훔볼트는 진화를 주장하는 학자는 아니었다. 훔볼트에 따르면 자연이란 완전한 설계와 신성한 질서를 반영하는 다소 정적이고 평화로운 영역이라고 생각했다(p.29). 또한 생명의 근원에 대해서 설명하는 노력은 자연사의 범위에서 벗어나는 주제라고 판단하여 그 어떤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다. 하지만 박물학자 답게 식물학, 지리학, 천문학, 지질학 등 거의 모든 과학 분야에 능숙했으며 구대륙과 신대륙을 통틀어 인류 역사를 꿰뚫고 있었다(p.21). 또한 남미의 여러 나라를 돌면서 엄청난 양의 힉물학, 동물학, 지질학, 민족학 표본을 수집했고 매우 정확한 지도를 만들었으며 개기일식, 지진, 유성우를 목격하기도 했고 산의 높이를 측정하기 위해서 에콰도르에서 가장높은 산(해발 5,878미터)의 꼭대기레 오르기도 했다. 이러한 탐험은 프랑스 식물학자 에메 봉플랑과 함께 진행되었는데 그의 이러한 탐험과 연구에 대한 열정은 19세기 자연사 연구 탐험에 있어서 중요한 인물들에게 많은 영감을 불어넣어주었다. 그중의 대표적인 학자는 찰스 다윈이다.


책은 전체 3부로 구성된다. 1부에서는 찰스 다윈과 함께 남미의 정글을 탐험했던 알프레드 러셀 월레스와 헨리 월터 베이츠에 대한 탐험 이야기가 서술되는데 1부의 첫번째 장인 2장은 찰스 다윈, 3장은 월레스, 4장은 베이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들이 어떤 과정을 통해 탐험을 시작했으며 오늘날 진화와 관련된 많은 이론들의 배경이 되는 근거들을 어떻게 찾아내고 제시할 수 있었는지를 '소설과 같이' 흥미롭게 다루고 있다. 2장의 제목인 '다윈 목사, 옆길로 빠지다'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찰스 다윈이 진화론의 위대한 업적을 세우게 된 첫번째 동기라고 할 수 있는 비글호에 어떻게 승선하게 되었는지 그의 어린시절 이야기부터 재미있게 들려준다. 결국 비글호에 승선하여 많은 동식물 표본들과 지질학적 근거를 수집하면서 종의 기원이라는 '미스터리 중의 미스터리'의 근거를 제시하게 된다. 훔볼트가 다윈에게 그랬던 것처럼 다윈의 저술인 <비글호 탐험기>는 그 이후의 과학자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게 된다.


3장의 월레스는 '월레스 선'을 주장한 학자인데 월레스 선이란 인도네시아의 발리와 롬복 사이에 좁은 해협이 있는데 그 두 섬에 살고 있는 동물의 종이 다른 것을 근거로 하여 발리는 아시아 대륙에 연결되어 있었으나 롬복과는 연결되어 있지 않았다고 주장한 경계를 말한다. 4장에서 언급한 베이츠는 곤충의 의태현상이 환경적응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동물이 적으로부터 자신을 숨기는 방식의 사례를 찾아내면서 이러한 의태현상의 기원이 모든 종의 기원 및 환경적응 현상과 같다고 보았다(p.108). 이 세명의 탐험가들은 이후 죽는 날까지 서로 연락하며 친구로 지냈다고 한다.


계속되는 2부와 3부의 이야기도 탐험의 이야기가 소설과 같이 풀이된다. 5장은 외젠 뒤부아(Eugene Dubois)의 탐험이야기이며, 6장은 칼브리아기 화석을 연구했던 찰스 월코트(Charles Walcott)의 이야기이다. 7장은 로이 채프먼 앤드류스(Roy Chapman Andrews)의 몽골·고비 사막 탐험, 8장과 9장은 공룡의 멸종 현상을 설명하고 있으며 10장은 진화의 가장 미스터리라고 할 수 있는 '잃어버린 연결고리'를 찾기 위한 연구로서 '피셔보드'라는 생명체에 대해 이슈를 제기한다. 마지막 3부의 3개의 장에서는 인류의 역사라는 주제를 다루면서 인류의 진화과정에 대해 심도깊은 자료를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진화론이라는 학설은 찰스 다윈이라는 학자에 의해 일방적으로 주장된 학문이라는 오해를 깨고 그의 이론의 배경에는 훔볼트의 저술이 있었으며 다윈 이후에 여러 학자들의 진화론의 가장 취약점이라고 할 수 있는 잃어버린 고리를 찾기 위해 과도기의 화석을 찾아내고 과학적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나는 진화론을 믿지 않는다. 하지만 가설을 과학적으로 검증하기 위해 노력했던 여러 학자들의 노력과 수난에 관한 이야기를 잃다보니 그 노력만큼은 인정해 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진화론이라는 학문의 이론적 배경과 발전과정 그리고 과학적 이슈를 이해하기 위해 가장 흥미롭고 이해하기 쉬운 책이라고 생각하며 관심있는 분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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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테크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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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의는 없다
국내도서>자연과 과학
저자 : 김영우
출판 : 도서출판전나무숲 2012.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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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자연적이라고 생각되는 '빙의'하는 현상과 양자물리학의 만남이라는 컨셉에 유혹이 되어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읽는 과정 내에 이런 유혹이라면 100% 걸려들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흥미진진하게 읽어내려갔다.


책은 양자물리와 같은 과학적 이론을 근거로 한 '자아초월적 정신의학(transpersonal psychiatry)'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자아초월 정신의학은 전통 정신의학의 한계와 오류를 벗어나 인간의 영적 체험과 초자연적 체험의 의미와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기존 정신의학을 더 확장시킨 것이다(p.42). 이 자아초월 정신의학의 연구분야는 세계 각 문화권의 주요 종교와 전통 무속, 철학 체계, 요가, 명상, 아메리카 인디언의 영성과 샤머니즘, 유대교의 비전인 카발라, 신비주의적 기독교 신앙, 도교 뿐만 아니라 심리학 인접분야인 초심리학과 사회학, 인류학을 비롯해 20세기 초 양자물리학의 발견 이후 급격히 변화하는 생명과학 분야의 새로운 이해와 발전들 역시 자아초월 정신의학의 연구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p.44).


양자물리학의 등장배경도 이해하기 쉽게 잘 설명되고 있다. 아주 작은 물질의 세계는 고전 물리학과 열역학 법칙으로 이해할 수 없는 불가사의한 속성들을 보였고,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완전히 새로운 물리학 이론이 필요하게 되었는데 이렇게 태어난 이론이 양자론(quantum theory)이다. 미시 세계의 속성과 움직임을 이해하는데 꼭 필요하기 때문에 상대성 원리와 함께 현대 물리학의 토대라고 할 수 있다(p.54). 저자는 정신증상의 치료에 있어서도 양자론적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하는데 그 구체적인 내용을 책에서 밝히고 있다. 물론 이러한 방법이 의학계에서 일반적이지는 않다. 그러한 비판에 대해서 저자는 "현재의 과학으로는 설명이 어렵다 해도 치료 경험을 통해 좋은 결가 반복적으로 확인되고 별다른 부작용이 없다면 그 기법을 일단 받아들이고 연구해가야 한다(p.39)"고 주장한다. 일면 위험한 발상이지만 뭐든 새로운 도전과 창의적인 아이디어의 실행을 통해 새로운 모델이 나오고 방법론이 정립되지 않겠는가 생각도 해본다. 저자가 정신 치료와 양자물리를 연결시킨 이유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나는 새로운 치료기법을 고안하는데 있어 첨단 물리학의 이론과 발견들을 많이 참고하고 있다.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기존 시밀학 이론보다 에너지와 물질, 정신과 의식의 상호관계와 작용에 대해 양자물리학을 비롯한 여러 첨단 과학이 새로운 사실을 밝혀내고 있으며, 그를 통해 인간의 마음과 정신의 실체와 작용 방식을 훨씬 더 많이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 p.38.


과학은 새로운 발견과 지식으로 우리 삶의 편리함과 안락함을 돕는 여러 도구들을 발명하고 물질적 풍요를 누리게 해주었지만, 오늘날 우리 주위에는 상생적 가치관과 윤리적 책임을 무시한 과학에 의해 연구 개발된 파괴적이고 위험한 결과물들 또한 넘쳐나고 있다.  - pp.52~53.


빙의는 '죽은 사람의 영혼이나 악마가 덧씌운 것이라는 믿음이 대부분 사실이 아니라고 저자는 생각한다. 오히려 양자론적 관점에서 보면 사람들의 파괴적이고 부정적인 상념의 파동들이 모여 귀신이나 악마라고 불릴만큼 어두운 특징과 의식을 가진 파동 에너지의 덩어리로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p.71)고 본다. 저자는 환자들의 정신치료를 하면서 환자들의 내면에서 올라온 낯선 인격이 자신은 환자와 다른 특정인임을 주장하거나, 환자와 치료자를 위협하며 스스로 악마라고 주장한다고 해서 그 인격이 실제 그 특정인의 영혼이나 악마라고 속단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환자의 내면에서 이렇게 강하게 형성된 부정적 에너지체가 표면으로 올라오거나, 환자 외부에 형성되어 있떤 부정적 에너지체들이 환자에게 오염되어 환자를 지배할 때 그 에너지체의 특징에 따라 환자의 평소 모습과는 전혀 다른 인격처럼 작용하는 경우도 실제 치료 상황에서는 자주 만나게 된다.  - p.69.


책은 전체 4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처음 두개의 파트에서는 빙의, 해리성 정체성 장애, 양자물리  및 최면의학에 대해 설명하고 있으며 파트3과 파트4에서는 실체 치료 사례를 중심으로 앞서 언급한 이론적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사실 빙의와 같은 초자연적인 현상이 과연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하면서 영화나 소설 같은 가상현실에서는 다루고 있다보니 혼란스럽기도 했는데 저자의 임상체험을 통한 설명을 들어보니 현대의 과학기술로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는 정신증상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어찌보면 '빙의'라고 하면 상당히 가벼운 주제일 수도 있고, 무거운 주제일 수도 있다. 초자연적인 현상으로 인식할 수 있기 때문에 과연 과학적 연구의 대상인가 하는 의문으로 인해 가벼울 수도 있고, 또 어찌보면 연구의 대상이 워낙 폭넓고 물리적인 대상을 다루지 않기 때문에 무겁고 어려운 주제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저자는 양자물리학이라는 과학적인 근거로 빙의라는 초자연적인 현상을 바라보고 있으며, 또한 다양한 학자들의 이론적 배경을 근거로 하여 이해하기 쉽게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고차원적인 정신현상에 대해 관심있는 분들이 흥미롭게 읽을만한 도서로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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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테크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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