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열정으로 세계를 지휘하라>, 류태형, 명진출판,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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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진출판에서 출간된 청소년 롤모델 시리즈 14번째 책이다. 청소년들이 보면 좋을 내용들일 수도 있지만 어찌보면 자녀를 기르는 부모의 입장에서 어떻게 자녀를 교육해야 할지에 대한 혜안을 얻을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특히 정명훈의 어머니가 7남매에게 음악을 가르치는 과정을 소개하는 앞부분의 내용은 그런 느낌이 강하게 든다. 6.25 전쟁 당시 피난을 가는 과정에도 피아노를 가지고 갔다니 그 음악교육에 대한 열정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고등 교육을 받은 어머니는 고민 끝에 아이들에게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이 정서 안정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그래서 생각이 미친 것이 피아노였다. - p.28
정명훈의 어머니는 대학교육을 받고 일본으로 유학까지 다녀온 신세대 여성이었다. 그만큼 자녀교육에 대한 의지가 있었고, 전쟁이 끝나고 식당을 운영하면서 다소 나아진 경제상황으로 인해 자녀들에게 피아노를 비롯한 악기들을 하나씩 배우게 한다. 하지만 배우게 하는 과정이 강제적이지 않고 자녀들의 관심을 엿보면서 싫증을 내면 다른 악기로 바꿔주는 등 자율적인 교육을 하였다.
정명훈의 어머니는 자녀들이 음악의 재능을 보이자 음악의 본 고장에서 제대로 된 교육을 하고 싶었다. 해외 유학에 대한 여러 정보를 습득한 결과 이공계 대학에서 2년 이상 공부를 하면 쉽게 출국할 수 있다는 정보를 얻고 첫째와 둘째였던 명소와 명근을 발리 대학에 입학시키기 위해 검정고시를 하게 했고 두명 모두 연세대학교 수학과에 입학하게 되었다. 거기서 2학년을 마치고 음악 공부를 위해 미국으로 가게 된다. 그곳에서 두 자녀의 길은 달라지게 되지만 결국 미국 유학의 성공의 밑거름이 되었다. 한편 셋째와 넷째인 명화와 경화는 우연한 기회에 일본으로 잠시 연주를 다녀오게 되었고, 그곳에서 귀인을 만나게 되었고, 어려운 과정을 뚫고 미국 유학 길에 오른다.
역시 그 아래 동생들(명철, 명훈, 명규)도 어렵사리 미국 유학길에 오르게 된다. 미국에 간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정명훈은 콩쿠르에 나가게 되었고 1등을 하면 시애틀 심포니와 협연할 기회가 주어졌지만 정명훈을 2등을 하고 말았다. 하지만 1년 뒤 같은 콩쿠르에 나갔을 때는 작년에 1등을 한 아이를 제치고 정명훈이 1등을 차지하게 된다. 그 후 정명훈은 제이콥슨 선생님을 만나면서 그의 가르침을 받아 지휘자로서의 능력을 기르게 된다.
정명훈은 세계 최고의 줄리어드 음대를 마다하고 매네스 음대에 입학한다. 주위 사람들은 반대했지만 그의 어머나는 그의 의견을 존중하여 매네스 음대 입학을 결정한다. 자녀의 자존감을 인정해주는 부모의 모습을 배울 수 있었다. 그의 누나들이 다 포기했던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2등을 하면서 한국에도 점차 이름을 알리게 된다. 음대 졸업 이후에는 LA 필하모닉의 음악감독 줄리니 밑에서 부지휘자로 일하면서 '사랑으로 표현하는 리더십'을 배웠다.
바스티유 오페라 음악감독으로 부임하면서 본격적으로 '마에스트로'로서의 역량을 발휘한다. 현대음악의 대부라고 평가하는 메시앙의 곡을 연주한 뒤에는 메시앙으로부터 직접 '최고의 해석'이라는 극찬을 받는다. 또한 세계적인 음반사 도이치 그라모폰과 계약을 하면서 첫 음반으로 메시앙의 <투랑갈릴라 교향곡>을 녹음한다. 정명훈은 평생 존경하고 따라가길 원했던 음악가로 카를로 마리아 줄리니와 올리비에 메시앙을 꼽는다(p.166). 개인적으로 클래식 음악은 꽤 들었다고 생각하지만 메시앙의 곡은 관심있게 듣지를 못했는데 기회를 만들어 그의 곡을 감상해보아야겠다.
정명훈의 말을 인용하며 그의 음악 철학을 이야기한 내용이 인상깊다.
내 본분은 훌륭한 음악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아니, 더 자세히 얘기하자만 훌륭한 음악을 만들어낸 작곡가들의 의중을 전달하는 것이다. 어찌 보면 피자 배달과 비슷하다. 식기 전에 따끈따끈하게 배달하려면 비결이 있어야 한다. - p.189
정치적인 세력에 의해 바스티유 오페라를 떠나는 장면을 설명한 내용을 읽다보니 눈가에 눈물이 고이기도 했다. 일부 승소 판결로 정명훈은 결국 바스티유를 떠나게 되긴 했지만 단원들과 파리 시민들이 보여준 사랑과 아쉬움을 느낄 수 있었다.
청소년 롤모델 시리즈로 출간된 책이지만 부모들은 자녀교육 차원에서 보아도 좋을 듯 싶고, 성인들이라고 해도 그가 살아온 인생에 대해 책 한권으로 돌아볼 수 있다는 것은 좋은 기회일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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