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과거를 지워드립니다, 비프케 로렌츠, 레드박스] - 과거에 대한 모든 기억은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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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를로타 마이바흐라는 이름을 가진 20대 후반 여성의 이야기이다. 한마디로 ‘찌질한’ 인생이다. 같은 학교를 졸업한 대부분의 동창들은 좋은 직장을 다니고 있거나 좋은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그야말로 엘리트들인데 자신은 동네 작은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상황에 스스로 한탄한다. 여러 가지 지워버리고 싶은 기억들을 가지고 있는 와중에 친구에게 빌려입은 옷 주머니에 들어있던 헤드헌팅 회사의 명함을 들고 회사로 찾아갔더니 기억을 지울 수 있다는 제안을 받고 수락한다. 그 회사의 명함에는 New Life Personal Management라고 씌어져 있었다.
안좋은 기억들을 지워버린 주인공은 새로운 삶이 시작된다. 학창시절 첫 성관계를 가졌던 남자친구와 안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남자친구와 결혼을 하게 되었고, 단짝 친구와 불미스러운 일로 헤어졌었는데 기억을 지워버린 이후 다시 절친한 친구가 되었다. 모든 것이 180도 바뀌어 그야말로 새로운 삶이 시작되었다.
내용을 전혀 모르고 읽었기 때문에 대략 책의 3분의 1 정도까지만 보았을 때는 도대체 책의 제목이 왜 이 모양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런데 3분의 1 이후의 내용에서 주인공 찰 리가 뉴라이프 회사를 찾아가고 기억을 지우고 난 뒤의 이야기가 진행될 때에야 제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사람들은 대부분 과거의 모든 사실들을 기억하고 있지는 않지만 안좋은 경험들도 역시 기억속에 남아있다. 제목만 보았을 때 나는 나의 안좋은 기억들을 떠올렸고 지워버릴 수만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던게 사실이다. 그러나 책에서처럼 안좋은 기억이 지워지고 난 뒤에 그 기억의 영향으로 일어났던 과거의 또다른 모든 사실조차 뒤바뀌게 된 상황을 보니 책 제목처럼 과거를 지우고 싶다는 생각은 결코 들지 않았다. 오히려 과거의 안좋은 기억들을 현재 그리고 미래를 살아가면서 성공의 밑거름으로 사용하는 것이 긍정적이지 않겠나 생각이 들었다.
책은 아주 재미있다. 내용도 훌륭하다. 과거의 기억을 지운다는 사실에 대한 과학적인 증명이 되어 있지는 않지만 그러지 않아도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SF를 지향하는 소설이라면 당연히 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해야 하겠지만 과거를 지운다는 사실이 한사람의 인생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어 읽어나간다면 충분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자신의 현재 생활에 무료함을 느끼고 있었던 분이라면 추천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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