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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한 대마도 1
국내도서
저자 : 이원호
출판 : 맥스미디어 2013.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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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한 대마도 2
국내도서
저자 : 이원호
출판 : 맥스미디어 2013.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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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도가 일본땅이라는 인식은 식민사관에서 출발하며 대마도가 한국땅이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일제가 식민통치 시절에 대부분 폐기처분했다는 가정에서 이 소설은 시작한다. 물론 그 중에서 지금까지 남아있는 증거가 있는데 해동지도를 비롯하여 책 앞부분에 몇가지가 제시되고 있다.



이 해동지도를 비롯하여 대동여지전도, 조선방역지도, 조선팔도총도 등 국내 지도를 제시하고 있으나 한가지 아쉬운 점은 증거로 제시하고 있는 지도 중에 하나에서 동해를 Sea Of Japan이라고 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무튼 이 책은 대마도가 한국땅이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하여 1년 뒤의 미래인 2014년부터 고려말기 창왕 시절의 대마도 정벌까지를 거슬러 올라간다. 700년 여년 간의 역사를 기록하면서 조상에서 조상으로, 자손에서 자손으로 이어지는 인연의 계보를 통해 대마도가 한국땅이었으며 그 땅을 수복해야 할 이유를 흥미진진하게 풀어간다. 두권으로 구성되어 있는 책의 앞부분에는 대마도의 지도와 관련 사진들이 게시되어 있어 내용의 이해를 돕는다.




이야기는 조선인의 후손이라는 이유로 일본에서 무시당하는 김성진이라는 사람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한다. 그의 아버지는 아들 김성진을 17년 만에 만나 하소연을 들은 후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김성진의 아버지가 남긴 유품에서 편지를 한장 발견하고 자신과 대마도, 그리고 한국과의 관계에 대해서 알아내기 위해 대마도를 방문했다가 북한과 함께 대마도 수복을 위해 준비하고 있는 수복군을 만나게 되면스 그 대열에 합류한다.


고려말 창왕의 1차 대마도 정벌, 조선 태조의 2차 정벌, 태종의 3차 정벌로 이어지면서 대마도에 살았던 조선인들을 보호하고 조선 해상을 노략질하는 왜구들을 제거하기 위한 노력들을 시대적 인물들의 이름을 거론하며 진행한다. 그런데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조선통신사, 관동대지진에 이르는 역사를 이야기로  기록하는데 대마도 정벌에 대한 이야기는 관련성으로 인해 필요해 보이지만 지나치게 장황하게 늘어져 있어서 군더더기 같은 느낌도 들었다. 저자가 이 사실들을 나열한 이유는 이해가 간다. 주인공인 김성진을 중심으로 하여 대마도 도주 종(宗,소)씨 일가, 대마도 도주의 심복이었던 서씨 일가를 비롯하여 주요 인물들간의 관련성을 설명하기 위해서 필요한 대목이라고 여긴 것 같다.



읽기 전에도 상상할 수 있었던 것처럼 결론은 대마도를 수복하는 것으로 끝난다. 독도를 중심으로 한 군사적 작전에 관심을 갖던 중국군과 미국군이 회군하면서 결론은 일종의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다. 이 정도는 스포일러가 아닐꺼라고 본다. (다른 리뷰들을 보니 XXX가 죽는다고 쓴 분도 있던데...) 한편 2014년 박근혜 대통령을 중심으로 국방부장관, 국정원정, 국가안보실장 등이 현직 실명이 들어가서 현실감이 있다는 것이 장점일 수도 있고 단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현재 일본의 우경화가 세계적으로도 이슈화되고 있고 독도에 대한 야욕을 심각하게 드러내고 있는 만큼 소설의 내용처럼 대마도 카드가 우리가 내밀 수 있는 비장의 무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저는 건강한 리뷰문화를 만들기 위한 그린리뷰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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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부식 열도 1
국내도서
저자 : 다카스기 료 / 이윤정역
출판 : 펄프 2012.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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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부식 열도 2
국내도서
저자 : 다카스기 료 / 이윤정역
출판 : 펄프 2012.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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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무대는 일본의 교리쓰 은행이다. 우리나라에서는 IMF 외환 위기 이후 최근 2008년의 미국 경제 위기에 이르기까지 은행에 대한 이미지는 대표적인 부패한 조직이라는 인식이 생겼다. 일본작가에 의해 쓰여진 이 책을 보니 일본에서도 그런 인식은 비슷한 듯 하다. 윗선에서 부정대출을 알선해 주고 알려지지 말아야 할 스캔들과 같은 치부를 감추기에 급급한 모습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면서 금융업계의 죄상을 낱낱이 까발리고 있다.



책의 사이즈가 작기는 하지만 두권으로 구성된 각 책은 500페이지에 가까운 만만치 않은 분량을 자랑하지만 속도감있게 읽을 수 있다. 1권을 지나 2권에 들어서면서 큰 사건이 일부 해결되면서 다소 지루한 감이 느껴졌지만 계속해서 새로운 사건들이 터지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면서 긴장감을 늦추기 힘들었다.


주인공인 다케나카는 정의로운 투사의 전형적인 캐릭터를 보여준다. 일부 부정에 가담하기는 했으나 후회를 거듭하면서 조직 내외부의 부정적인 세력들과 맞선다. 자신의 자리 보전에 바쁘고 부정적인 이득을 얻기에 급급한 다른 캐릭터에 비해 건전한 멘탈을 가졌다고 생각된다.



전체적인 스토리는 부패된 금융산업의 모습을 들추어 내는 것이지만 등장인물 하나하나의 캐릭터를 돌아보면 일상사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닐까 싶다. 그 방대한 스토리 안에는 경쟁, 자만, 아부, 충성, 권력욕 등을 찾아볼 수 있다.


이야기는 주인공인 다케나카가 부정대출에 관여해 달라고 요구받는 것으로 시작한다. 다케나카는 관여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강했지만 심사과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채 회장 큰딸과의 관계를 고려해 대출을 해주는 과정을 묵인한다. 이 부정대출 사건은 1권에서 일단락되는 듯 했지만 2권 중반부에 들어서면서 또다시 문제점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다케나카는 큰 책임감을 느끼고 다시는 사내에서 부정대출 등의 사건에 연루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결국 좋은 결말로 책을 마치고 있으며, 다케나카의 모습과 그 주위를 둘러싼 권력을 향한 암투가 흥미진진하다.



이 책을 출간한 펄프는 민음사의 브랜드로 '장르, 불명, 규정 불가, 당신을 위한 순도 100%의 엔터테인먼트'를 표방한다. 2012년 6월 경부터 대략 500페이지 분량의 소설 시리즈를 연이어 출간하고 있다. 소설을 좋아하는 분들이 관심을 가져보면 좋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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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타
국내도서
저자 : 레이첼 콘(Rachel Cohn) / 황소연역
출판 : 까멜레옹 2013.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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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텔톤의 커버 이미지가 상당히 몽환적이다. 물에 잠겨있는 듯한 이미지가 그로테스크하다. 아마도 책 내용에서 복제인간으로 등장하는 클론의 탄생을 그려놓은 듯 하다. 인간에게서 영혼을 빼낸 존재를 '클론'이라고 하고, 이 책에서는 클론의 베타버전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이름을 엘리지아. 엘리지아는 클론의 판매처인 부티크에서 어느 귀부인에게 판매되고 그 가족들을 위하 봉사하기 위해 길을 떠난다. 책의 첫 몇페이지를 읽으면 대략 전체 소설의 상황은 그려진다.


전 세계를 폐허로 만든 '물의 전쟁' 이후 부유한 권력자들은 '드메인'이라는 낙원을 만들었다. 공기는 언제나 고급 산소로 채워지며, 자줏빛 바다에서는 잔잔한 파도가 아름답게 물결친다. 그리고 순종적이고 아름다운 클론들이 시중을 든다. 시험적으로 출시된 10대 클론 엘리지아는 클론들 중에서도 빼어난 외모와 귀여운 행동으로 사랑을 독차지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엘리지아는 환영을 본다. 바로 자신의 모체인 죽은 소녀가 사랑했던 남자.


책 뒷표지에 나오는 문구이다. 클론은 영혼이 없기 때문에 사람이 갖고 있는 여러가지 감각들은 가질 수 없다. 하지만 몇몇 클론들은 원인 모를 오류로 인해 이런 감각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이를 책에서는 디펙트라고 부른다. 엘리지아는 다른 클론이 갖지 못한 미각을 가지고 있으며, 또 시조에 대한 기억을 갖고 있다. 엘리지아와 같은 또다른 클론인 잰스는 성욕을 느낄 수 있어 또다른 클론과 성관계를 하기도 한다. 클론들은 이를 모두 숨기고 인간들에게 발각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부분적으로는 반란이나 폭동을 준비하는 디펙트들도 존재하며 책의 중반 이후로 넘어갈수록 긴장 구도가 드러난다. 


드메인의 인간들이 번성하는 이유는 이들의 일회용 문화 때문이다. 클론을 갈아치우면 그만이다. 이들은 물건이 사라졌다고 슬퍼하지 않는다. 그 물건이 물질적으로나 금전적으로 가치를 지니지 않는 이상.  - p.207


인간들의 세상에서 클론이 갖는 '위상'을 단적으로 표현해 주는 문장이 아닐까 한다. 엘리지아의 절친 클론 잰스가 원인 모를 죽음을 맞이한 이후 엘리지아는 고통과 분노를 동시에 느끼며 인간세상에 도전장을 내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 자신에게 약속했다. 때가 오면, 이 분노와 억울함이 또다시 나를 덮치면 절대 기절하지 않겠다고, 나는 싸울 것이다.(p.210)"



상당히 먼 미래의 이야기를 다루는 SF소설이지만 사람에게서 영혼을 빼내 클론으로 만든다는 이야기에 대한 과학적인 근거는 찾기 어렵다. 사실 과학적 근거가 없으면 제대로 된 SF소설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 많은 이야기들이 '미래에는 이럴 것이다'라는 상상에 근거하여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SF소설로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이야기 구조 속에서 결말을 실마리를 풀어나가면서 긴강장관계를 그리는 여러 장면들이 흥미롭게 진행된다는 점은 인정하고 싶다. 예를 들어 엘리지아가 사랑의 감정을 키워왔던 타힐이 실제로는 클론이었다는 점, 엘리지아 자신이 최초의 10대 베타로 알고 있었는데 그 이전에도 많은 10대 베타들이 있었고 반항기를 넘지 못하고 죽었다는 점 등은 소설의 중반 이후 상당히 반전의 효과를 가져왔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서 '이게 끝이야?'라는 허무감이 몰려왔다. 하지만 4부작의 첫작품이라고 하며 또 영화제작도 준비중이라니 이왕 본 소설이 재밌는 영화로 재구성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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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 (양장)
국내도서>소설
저자 : 시게마츠 기요시 / 이선희역
출판 : 예담 2013.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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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비난하는 말에는 나이프의 말과 십자가의 말이 있다고 한다. 나이프의 말은 굉장히 아프고 쉽게 일어나지 못하거나 그대로 치명상이 되지만 가장 아플 때는 찔린 순간 뿐이다. 하지만 십자가의 말은 평생 등에 져야 하는 말이다. 그래서 십자가를 등에 진 채 평생을 살아가는 고통을 느껴야 한다. 별로 친하지 않았던 친구가 왕따를 당하다가 자살을 했는데 그 유서에 나를 '절친'이라고 적었다면 그것은 십자가의 말이라고 이해해야 하나? 혹시 나는 어떤 비난의 말을 하였던가?


[예스24 북티저 영상 캡처]


얼마전 또 왕따를 당하던 학생의 자살 소식이 들려왔다. 남의 일 같지가 않았다. 아직 우리집 아이들은 어리지만 다가올 미래의 내 일이 아니란 법이 없기에 걱정스러운 마음이다. 이 강퍅해진 세상을 아이들에게만 맡겨야 되겠는가. 어른들의 책임은 아니던가.


시게마츠 기요시의 <십자가>는 중학교 2학년 생인 후지이 슌스케의 자살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1인칭 소설로서 화자는 왕따 피해로 자살한 슌스케의 유서에 '절친'이라고 쓰여진, 같은 반 친구 사나다 유. 사나다 유는 슌스케를 그저 반 친구중의 하나로 가볍게 생각했지만 그의 유서에 '절친'이라고 적히는 바람에 크나큰 십자가를 짊어지고 살아가게 된다. 사나다 유는 왕따당하는 친구를 방관했던 여러 친구 중의 한 명이었을 뿐인데 유일한 '절친'이라고 지목된 것이다.



후지이 슌스케는 왕따를 당하는 자신의 현실을, 반 친구들의 제물이 되었다고 표현한다. "왕따가 처음 시작된 것은 4월이었다. 특별한 계기나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선택되었다는 표현이 가장 가깝지 않을까? 후지슌은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다. 다만 선택되었을 뿐이다.(p.13)" 슌스케는 선택되었고 스스로 제물이 되었다. "그들은 후지슌을 선택했다. 그들이 교실에서 기분 좋게 지내주면 우리도 한숨 돌릴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아무도 그들에게서 후지슌을 찾아오려고 하지 않았다.(p.14)" 슌스케는 기꺼이 제물이 되었지만 동급생들은 고개를 돌린다. 


"미시마 다케히로, 네모토 신야. 영원히 용서 못 해. 끝까지 저주할 거야. 지옥으로 가라!"

"사나다 유, 나의 절친이 되어주어서 고마워. 유 짱이 행복하기를 진심으로 기도할게."

"나카가와 사유리, 귀찮게 해서 미안해. 생일 축하해. 늘 행복하기를 바랄게."


서로 상반되어 보이는 이 유서의 내용은 결국 모두를 향한 비난의 말인지도 모른다. 나이프의 말이나 십자가의 말 모두 비난의 말이 아니던가. 사나다 유와 나카가와 사유리는 그 십자가를 지고 살아간다. 사나다 유는 사유리에게 그만 짐을 내려놓자고 말한다. 또 자신도 그러기를 원했다. 하지만 20년이 지난 후에도 사유리는 그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사나다 유도 모두에게 용서받지는 못할 것이라고 자책한다. 사유리는 또 말한다. "우리는 모두 무거운 짐을 등에 짊어지고 있는 게 아니라, 무거운 짐과 하나가 되어 걷고 있다고... 그래서 내려놓을 수가 없어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등을 탄탄하게 만들고, 다리와 허리를 튼튼하게 만드는 것 뿐일지도 모르죠.(p.348)"


사나다 유는 자살한 슌스케의 가족에게, 유서에 이름을 쓰고 자살한 것은 '민폐'라고 독설을 퍼붓는다. 주변인물인 사나다 유가 민폐라고 생각할 만큼 언론은 자살한 슌스케의 주변인물들, 특히 같은 반 학생들에 대해 가혹하게 묘사한다. "매스컴은 왕따를 눈치채지 못한 학교 측을 철저하게 비난하고, 후지슌을 왕따 시킨 아이들을 짐승처럼 취급했다. 반면에 후지슌은 부모에게 걱정을 끼치지 않기 위해 왕따 사실을 털어놓지 못한 섬세하고 마음 착한 소년이 되었다.(p.83)." 사나다의 주변 사람들은 이렇게 외친다. "절친이었다면...... 왜 구해주지 않았지?", "절친이었으면서? ...... 그렇다면 왜......", "왜 슌스케를 ...... 구해주지 않았지?" 슌스케가 자신을 반 친구들을 대표하는 제물이라고 생각했다면 반대로 그 많은 아이들 중에 사나다 유의 이름이 유서에 적힌 것도 역시 제물이 아닌가 사나다 유는 스스로 생각한다.

 

소설을 읽는 내내 마음이 먹먹했다. 코끝이 찡해지고 마음의 울림을 느꼈다. 옮긴이의 글에서 이선희 번역자는 책을 덮으면서 '아버지'가 떠올랐다고 한다.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아이들의 아버지로서의 내 모습을 떠올렸다. 중학교 2학년 시절에 씻을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받았던 사나다 유는 20여 년이 지난 지금 어느덧 아버지가 되었고, 그 아들의 일기에서 '절친'이라는 단어를 발견한다. 아직은 어린 나의 아이들도 언젠가는 글씨를 쓰고 일기를 쓰고 절친이 생길 것이다. 누군가에게 절친이 되기도 하고, 누군가를 절친으로 생각하기도 하고. 후지슌은 집 마당의 감나무에 목을 매달아 자살한다. 후지슌의 아버지는 20년 만에 그 감나무를 베어버린다. 20년간 감나무를 보며 아들과의 아픈 추억을 기억하던 그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려 본다. 그리고 아버지가 된 사나다의 모습도 떠올려 본다. 아버지가 된 사나다는 아들이 자신 같은 사람이 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었다.

 

아들이 우리 2학년 3반에 있었다면 어떤 캐릭터였을까? 적어도 미시마나 네모토는 되지 않기를 바란다. 사카이는 더 되지 않기를 바란다. 물론 후지슌도 되지 않기를 바라지만, 사실은 가장 되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다.

"용기를 가져라", "보고도 못 본 척하는 것은 최악이다", "친구를 죽게 만들지 마라" ...... 나는 아들에게 이렇게 말하리라. 당시 담임이었던 도미오카 선생님이 그랬던 것처럼. 그러나 "아빠는 옛날에 그렇게 하지 못한 걸 계속 후회하고 있어"라는 말을 덧붙이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 p.326

 

사유리가 사나다에게 보낸 마지막 편지는 이렇게 마무리 된다. "언젠가 어디선가 서로 등이 탄탄해져서 만났으면 좋겠군요.(p.350)" 후지슌은 자살로 짧은 여행을 마쳤고 남은 자들은 무거운 짐을 메고 긴 여행을 시작한다. 여행은 하얀 십자가를 향한다. 십자가는 언덕 위에서 조용히 기다리고 있고, 사람들은 말없이 계속 걷는다. 모두가 피해자이기도 하고 가해자이기도 한 이야기 구조 속에서 모든 사람들은 철저하게 자기 십자가를 지고 앞으로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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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 지옥에 가다
국내도서>소설
저자 : 이서규
출판 : 다차원북스 2012.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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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읽은 소설은 처음엔 지루하다가 점점 흥미진진해졌는데 이 소설은 죽음으로 시작하여 살인으로 추정되는 죽음의 원인을 파악하는 과정이 흥미진진하다가 다소 흐지부지하게 끝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전쟁 이후에 시대적 상황에 의해 불가에 귀의하게 된 주인공인 휘문은 스승인 혜장과 함께 황태사라는 절의 한 노승이 죽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다비식에 참석하기 위해 참석한다. 그 노승은 혜장의 스승인 홍안스님. 홍안의 죽음을 둘러싸고 자연스럽지 못한 부분이 발견되어 혜장과 휘문은 그 죽음의 정체를 밝히는데 주력한다.

 

그 노력 와중에 또다른 스님 세명이 연달아 사망하게 되고 점점 오리무중으로 빠지는 듯 하지만 결론은 너무나도 쉽게 내부자의 소행으로 밝혀진다. 휘문과 혜장의 수사 과정은 상당히 흥미진진하다. 하지만 대략 절반 정도가 지나고 나서 황태사 내에 '대처승'과 '비구'들의 대립이 그려지면서 불필요한 상황 전개가 지속된다. 특히 대처승인 권박사와 비구인 현정스님의 논쟁은 이야기 구성상 없어도 결론으로 향하는데 큰 무리가 없어보인다.

 

살인사건에 대한 전반적인 틀도 그리 탄탄하지는 못하다. 살인을 하게 된 동기나 이유에 대해 이해가 갈 정도의 설명이 되지 않는다. 하긴 모든 살인은 해서는 안되며 또 이유가 있겠냐마는 뭔가 정확히 짜맞춰진 듯한 스토리가 소설의 묘미가 아니겠는가. 그런 점에서 이 소설은 흡인력은 있었으나 마무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생각이다.

 

'만(慢)'이라는 화두를 던지며 마무리하는 점은 인상적이다. '만'은 불교용어라는데 저자후기에 보니 마음 속에 존재하는 열정을 말한단다. 소설에서 도문과 혜장, 그리고 휘문의 대화에서도 종종 등장하는데 결국 이 만을 해결하지 못해 살인으로 이어지고 지옥으로 떨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불교신자가 아니라 '만'에 대해 정확히 이해는 안되지만 이룰 수 없는 욕망을 말하는게 아닐까 싶었다. 인간은 그 욕망을 제대로 다스릴 수 없겠지만 최소한 남에게 피해는 주지 말아야지 하는 심정으로 살아보련다. 300페이지 가량 되지만 책 사이즈가 작고 글자는 커서 금방 읽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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