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 존 그린, 북폴리오] - 시한부 아이들의 아름다운 성장일기 (영화 '안녕, 헤이즐'의 원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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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한 절반정도를 읽기까지 상당히 지루한 소설이었다. 솔직히 이야기하면 책의 앞부분에서는 소설로서 가져야 할 기본적인 결말에 대한 궁금증과 흥분은 이 책에서 그다지 크지는 않았다.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는 두 어린 남녀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살아남을지, 아니면 생을 마감할지 정도의 궁금증이 전부랄까. 하지만 그 둘 사이에 사랑이 싹트면서 주고받는 대화들이 진행되면서 책의 중반부를 넘어섰고 점점 그들의 애틋한 사랑이 생겨나면서 마지막까지 살았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가지게 되었고 스토리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은 말기암 환자인 16세 소녀 헤이즐 그레이스 랭카스터와 골육종을 앓고 있으며 다리 하나가 없어 의족을 사용하는 17세 소년 어거스터스 워터스와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헤이즐이 읽은 <장엄한 고뇌>라는 소설의 작가인 피터 반 호텐이 미국을 떠나 네덜란드로 가서 은둔생활을 하고 있으며 그곳에서 후속편을 쓰고 있다고 상상하면서 네덜란드 여행에 대한 꿈을 키운다. 작가에게 이메일을 보내고 만남을 약속하면서 여행을 가게 되며 여행은 어거스터스와 엄마가 동행하게 된다. 헤이즐은 <장엄한 고뇌>가 끝난 이후에 각 인물들이 어떻게 되었는지를 작가에게 직접 듣고 싶었던 것이다. <장엄한 고뇌>는 헤이즐에게 있어 성경이나 다름없는 책이며 그 작가인 피터 반 호텐은 죽는다는게 어떤 것인지 이해하면서 아직 죽지 않은 유일한 사람(p.18)으로 인식한다.
헤이즐과 어거스터스가 만난 곳은 서포트 그룹이라는 곳인데 암 투병중인 환자들이 모여서 서로를 격려하는 모임으로 추측된다. 그 모임에 대해 다소 시니컬했던 헤이즐이 어거스터스를 만나면서 변화해 가는 모습을 보인다. 어린 나이의 두 아이들이지만 네덜란드를 함께 여행하며 어거스터스는 헤이즐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꿈을 키워 나간다. 하지만 꿈은 '죽음'이라는 결론을 예상하게 만든다. 네덜란드 운하를 바라보며 헤이즐은 '죽음'을 생각한다(p.182).
네덜란드에 도착하여 두 주인공이 만난 작가의 모습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시종일관 무뚝뚝하기 짝이 없었으며 비서인 리더비히를 함부로 대했다. 또한 그리스 철학자인 제노나 파르메니데스를 언급하기도 하고 또한 루돌프 오토나 게이르크 칸토어 같은 학자의 말을 언급하면서 상당히 현학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아픈 두 아이들에게 '부작용'이라는 막말도 서슴지 않는다. 하지만 비서인 리더비히는 피터를 대신해서 사과하며 그를 두둔한다.
이 두 아이가 애틋하게 간직하고 표현한 사랑의 결말은 어떻게 될 것인가. 앞서 이야기했던 대로 책의 중반 앞부분은 조금씩 읽어가며 몇일이 걸렸지만 중반 이후에 암스테르담 여행이 끝난 이후의 이야기부터는 마지막 부분까지 잠시 화장실에 다녀오는 시간을 제외하고 내리 읽을 정도로 내용이 푹 빠져있었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서 내가 만약 살 날이 몇일 남지 않은 시한부 인생이라면 이 아이들처럼 순수하고 아름답게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추가(2014-08-18) : 우리나라에서 2014년 8월 13일에 ≪안녕, 헤이즐≫이라는 이름으로 영화가 개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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