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가정교육의 비관적인 현실을 풍자한 표현 중에 어머니의 정보력, 아버지의 무관심, 할아버지의 재력이 자녀의 성적을 좌우한다는 말이 있다. 처음 누군가에게 우스개소리로 들었을 때 웃고 넘길 수도 있었고, 또 우리나라 현실을 적절하게 표현한 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지만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우리나라 가정교육은 심각한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특히나 이 책을 보면서 '아버지의 무관심'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이 무관심은 물론 자녀의 입시교육에 대한 무관심을 말하는 것을 게다. 엄마가 가진 입시 관련 정보력으로 대학에만 넣으면 되니 아빠는 관심 끄고 돈이나 벌어라는 말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이 책의 저자도 아빠, 엄마, 자녀의 역할을 이렇게 풍자한다. 아빠는 돈 버는 기계, 엄마는 설겆이하는 기계, 자녀는 공부하는 기계(p.31). 아, 너무나도 비관적인 표현에 우울함을 느낀다.
저자가 진정한 아버지의 모습으로 제시한 사례 중에 책의 제일 앞부분에 나오는 것은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400미터 우승후보였던 데렉 레드먼드의 이야기이다. 데렉 레드먼드는 당시 결승 경기에서 결승선 175미터를 앞두고 다리 통증때문에 중도에 주저 앉는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결승선을 향해 절름거리면서 뛰기 시작했는데 그때 관중석에서 그의 아버지가 트랙으로 뛰어내려온다. 아버지는 끝까지 달리고 싶은 아들을 부축해 결국 늦게나마 결승선을 통과하게 한다. 아버지와 아들 둘다 눈물을 흘렸고 스탠드에 있는 관중들은 모두 일어나 박수를 치고 있었다. 책을 통해 처음 듣게 된 사연이라 인터넷 조회를 해보니 여기저기에서 이 사연을 편집한 동영상들을 접할 수 있었다. 사실 그다지 특별한 아버지라고 느껴지지는 않는다. 나의 아버지도 그랬을 것이고, 나도 그랬을 것이고, 누구나 아버지라면 뛰어나가 아들을 부축하고 지원해 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야기한다. 현실에서 아버지가 정말 필요한 순간이 아버지가 없다고. 자녀가 넘어져서 부축이 필요한 그 순간에 아버지는 나타나지 않는다고. 보고도 못본체 하는 것인가, 뛰어내려갈 용기가 없는 것인가, 아니면 아들이 넘어졌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인가.
자녀들이 자라나면서 '아버지의 권위'에 대해서 생각하게 한다.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아버지의 권위는 큰 소리로 야단치고 혼내는 모습이 아니었을까. 하지만 무언가 현실에서 필요한 아버지의 권위는 달라져야 하지 않은가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모든 아버지들은 자녀가 훌륭한 인물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품고 있다. 그러나 자녀가 실제로 아버지의 소망을 이루는 경우는 많지 않다. 아버지의 소망이 구체적이지 못하고 막연히 '훌륭한 사람'일 뿐이기 때문이다. 또한 피아니스트, 뮤지션, 골퍼 등 구체적인 희망이 있는 경우에도 그것을 전달하는 방법이 너무 평범해서 자녀들의 가슴에 깊이 와 닿지 않는다. - p.53
책을 읽는 내내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들을 고민하게 되었다. 책에서는 좋은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는데 어떤 식으로 내 삶에 적용할 수 있을지도 생각하게 되었다. 좋은 아빠가 되고 싶은가? 이 책을 꼭 읽고 현실에 적용해 볼 것을 권유하고 싶다. 나 역시 우리 가정에, 우리 자녀들에게 적용해 보고자 노력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