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의 기적, 인사이트 캠페인을 만드는 사람들, 샘터] - 시각장애 아이들이 마음으로 찍은 사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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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웹 접근성을 비롯하여 IT서비스의 접근성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던 차에 시각장애인이 찍은 사진을 소재로 한 에세이를 읽게 되어 반가웠다. 이 책은 시각장애인 여섯명이 몇일 간을 여행하며 찍은 사진들을 모아서 만든 에세이집이다. 앞이 보이지 않는 시각장애인이 무슨 사진을 찍겠는가 생각되겠지만 "안보인다고 모르는 건 아니에요"라고 대답한다. 시각에 의존하려 찍은 사진보다 마음으로 찍는 사진은 어떤 사진일까 궁금한 마음으로 책을 열어 보았다.
여행에 동행한 강영호 작가의 말이 인상적이다. "바다에 나가면 여러 가지 소리가 날 거야. 갈매기 소리, 파도 소리, 바람 소리...... 소리가 굉장히 많아. 오늘 그 소리들을 찍는 거예요." 시각을 대신하여 청각과 촉각, 그밖의 감각들이 동원되어 시각장애 아이들이 사진을 찍는다. 서로를 보지 못하기 때문에 각각 사진을 찍는 모습도 다르다. 어떤 아이는 귀에 대고, 어떤 아이는 머리 위로 들어서, 또 어떤 아이는 매우 신중하게 기도하는 듯한 자세로 사진을 찍는다. 그리고 그 결과물에 대한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시각장애 아이들이 찍은 사진을 보는 사람은 시각장애가 없는 사람일 것이다. 시각장애 아이들의 사진은 그들이 하고 싶은 말을 표현한 것이고 사진이라는 도구로 우리와 소통한다.
성희가 말했다. 사진을 찍으면 누군가가 본다는 생각을 갖고 열심히 찍을 거라고. 시각 장애 아이들에게도 사진은 언어다 볼 수는 없지만 그들이 알고 느낀 세상에 대해서 우리에게 보여 줄 수 있다. 그들이 들은 것, 그들이 맡은 것, 그들이 만진 것을 우리와 함께 나눌 수 있다. 소통은 그런 것이다. 서로 다른 세계를 공유하는 것. 보이지 않는 세상의 감각이 안일한 우리의 감각을 일깨운다. - p.99
바다에서 모래의 감촉을 느끼기도 하고, 파도 소리를 듣기도 한다. 목장에서 양을 만지며 찍기도 하고, 바다낚시로 건져 올린 물고기를 만지며 찍기도 한다. 흔히 시각장애인은 마음의 눈이 생긴다고들 한다. 책을 읽으면서 마음의 눈이란 무엇일까 어렴풋이 공김이 갔다.
우리는 하루에 몇 번, 몇십 번씩 거울을 본다. 하지만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은 하루에 단 몇 초도 되지 않을 것이다. 아이들은 자신이 어떻게 생겼는지 모른다. 그래서 자기 안을 들여다보는 것에 익숙하다. 보는 자와 보이지 않는자, 누가 더 자신에 대해 잘 알까? - p.156
250 페이지 정도 되는 책의 거의 대부분은 그림이며 글은 그림이 관한 설명을 짧게 나열한 수준이다. 그래서인지 몇시간이면 금방 읽을 수 있는 분량이다. 하지만 그 안에 담겨진 '손 끝의 기적'이 우리를 오랜 시간 감동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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