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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서 마음으로
국내도서
저자 : 이외수(oisoo)
출판 : 김영사 2013.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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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수의 작품 중에 처음 접할 소설은 ≪벽오금학도였다. 무려 20여 년 전에 그 소설을 읽고 몇일동안 작품 속의 '신비'와 '환상'에 빠져 살았던 기억이 난다. 그 이후로 그의 작품을 접한 적은 없었고 그저 가끔씩 들어가보는 트위터를 통해 그의 생각과 사상을 접할 수는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외수의 소설에 대해 다시 관심을 가져보게 되었다. 벽오금학도 때만 해도 그리 잘 알려져 있는 소설가는 아니었지만 그 이후 20여 년 동안 그의 내공은 더욱 단단해져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도서출판 해냄에서는 그의 소설들을 '이외수 장편소설 컬렉션'이라는 이름으로 2010년 9월에 재출간한 바 있다. 여기에는 꿈꾸는 식물들개벽오금학도황금비늘괴물, 장외인간≫ 등 일곱권이 포함되어 있다.



이제 이 책을 좀 들여다보자. 먼저 제목이 정말 따뜻하다는 느낌이다. 진정한 소통이란 결국 마음에서 마음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닐까. 진정한 사랑도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달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 생각을 해보면서 내용으로 들어가 본다. 일단 기본적인 책 정보에서 알 수 있다시피 이 책은 이외수와 하창수의 대담집이다. 대담의 주제는 크게 예술, 인생, 세상, 우주 등 네가지로 되어 있다.


사실 이 네가지 단어로 우리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사회현상을 비롯하여 개인의 세세한 생각까지 다 표현할 수 있는 상당히 광범위한 주제들이다. 일단 소설가로서 이외수의 소설에 대한 생각은 어떨까 들여다보자. 그는 소설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중요한 것은 현실에서 미처 체험하지 못한 것을 체험하게 해주는 것, 새로운 삶의 의미를 깨우쳐 주는 것, 우리의 의식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새로운 인간형을 창조해 내는 것이 소설의 몫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 p.38


조금만 고개를 들려도 다 보이는 현실적인 소재를 가지고 굳이 왜 소설을 써야 하냐는 것이다. 나 역시 흥미롭게 읽었던 ≪벽오금학도≫를 언급하면서 하창수는 '비움'과 '채움'에 대해서 질문한다. 이외수의 삶이나 문학에 한가지 코드가 있다면 그것은 '채움과 비움의 대결'이라고 할 수 있다고 하면서 벽오금학도 이후에 비움 쪽으로 기운 듯 해 보인다고 질문한다. 이외수는 벽오금학도 이전에는 인간중심으로 사고했지만 더 광범위한 확장을 통해 자연이 중심이 되고 우주적 사고를 하게 되었다(p.72)고 심오하게 답변한다. 소설 이야기를 하면서 차기소설에 대한 답변이 흥미롭다. '미확인 보행물체'라고 가제를 적었다고 하는데 물위를 걷는 사람의 이야기라고 한다. 확 끌린다.


마지막 장인 '우주'이는 도인으로서의 이외수가 그려진다. 그는 타심통, 천리안, 유체이탈을 경험했다고 고백한다. 공부하다가 저절로 이런 능력이 생겨났다고 하는데 어떤 공부였는지는 자세한 답변이 없었다. 그저 깨달음이라고만 표현한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나도 공부하고 싶단 말이다. 유체이탈 경험을 이야기하는 부분에서는 좀 섬찟하다. 의식이 자신의 몸을 빠져나간 상태에서 벽에 기댄 채로 앉아있는 자신을 생생하게 보았다고 증언(p.234)한다. 작가 본인은 자신이 '보통사람'이라고 하지만(p.216) 내가 봐선 평범한 보통사람은 아닌 듯 하다. 외계생명체와도 교신을 하고 있으며 지금도 두세달에 한 번꼴로 채널링을 한다고 말한다. 특히 달의 지성체와 교신을 한다는데 저자 본인의 말로는 달의 지성체는 지구에 와서 살 수 없다고 하면서 중력의 차이가 심해서 특수한 장비를 사용해야 하는데 생활하기 불편하고 위험하다고 말했단다.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


마지막 장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내용들이 있어서 거부감이 없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그냥 이외수를 소설가로 기억하려고 한다. 트위터 대통령도 아니고 세미 정치인도 아니고 저자 본인이 말했던 것처럼 현실에서 체험하지 못한 특별한 것을 체험하게 해주는 소설가로 남아 흥미로운 소설들을 많이 만들어주실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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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여덟, 구두를 고쳐 신을 시간
국내도서
저자 : 김진향
출판 : 라이스메이커 2013.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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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힐만 신고 운동화는 신지 않는 여자. 그녀는 여자의 생명이자 자존심은 아찔한 높이의 힐이라고 생각한다. 어찌보면 이 유치한 생각에 빠져있는 어린아이같은 그녀의 정신세계와 활동영역은 그 어떤 동갑내기보다 넓고 깊다. 



대학에 입학했지만 두달만에 그만두고 자신만의 살 길을 찾아 나선다. 10년 넘게 아버지는 병상에 누워계셨고 어머니는 일을 하셨기 때문에 집안 사정이 그리 넉넉하지 못했던 듯 하다. 수능이 끝나자마자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독립을 해서 경제활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던 것 같다.



그동안 이사를 몇번씩 다니며 자취를 하면서 직장 생활부터 보험 재무설계사, 카페 사업까지 다양한 일을 해본 이야기들을 하고 있다. 그 이야기들을 관통하는 단 한가지 키워드는 '하고 싶은 일을 지금 당장 시작하는 집념과 의지'이다. 그리고 그 일을 하고 난 뒤에 성공과 실패를 막론하고 후회하지 않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사채 2500만원을 포함해서 많은 돈을 투자해서 카페를 했지만 1년여 만에 카페사업을 그만두면서 적은 소회가 인상적이다.


그렇게 애정을 쏟은 카페를 그만두는 일이 쉽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고생해서 얻은 카페에서 1년여 동안 단돈 500만 원을 벌었냐며 한심해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말이지 나는 조금의 후회도 없고 아쉬움도 없다. 나만의 카페를 원했고, 방법이 서툴렀지만 해냈고, 또 거기서 내 모든 것을 쏟아부으며 신나게 일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돈으로는 그 가치를 매길 수 없는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또 그들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기 때문에 어쩌면 나는 500만 원의 보너스를 받고 인생공부를 했는지도 모른다. 그럼 충분히 플러스인 경험이 아닐까?  - p.93


20대 후반의 여성답게 아기자기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또한편으로는 치열하게 살아가는 커리어우먼의 모습도 엿보인다. 그 나이의 다른 여자들과는 좀 다른 모습이지 않나 생각해 본다. 그녀 스스로 고졸이라고 밝혔듯이 스펙이 뛰어난 것도 아니고 변변한 경력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그는 현재의 삶을 즐기고 만족을 추구하고 있다. 


누구나 열아홉에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스무 살에는 대학을 가고, 스물 네 살엔 대학원에 가거나 취직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때 1~2년이라도 다른 친구들이 비해 늦거나, 다른 길을 간다면 큰일이 나는 줄 안다. 하지만 나도 아직 어린 나이이지만, 사회에 나와보니 반드시 그러란 법은 없단 걸 깨달았다. 누구에게는 삶에 배움의 기회는 찾아오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걸 그때 배울지 배우지 말지를 선택하는 건 본인의 몫이다.  - p.69


창업에 성공한 이야기만 늘어놓지는 않는다. 2년간 사귄 첫사랑과 헤어진 이야기와 함께 자신의 이상형도 밝히고 있으며, 친구의 결혼식 때 버진로드를 걸을 신발을 디자인해 준 이야기 등 개인적인 소소한 이야기도 곁들이고 있어 재기발랄한 20대 여성의 생활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



새로운 채프터로 넘어가기 위한 첫장에는 저자가 그린 신발 그림이 그려져 있다. 매번 새로운 장으로 넘어갈 때마다 그녀가 그린 신발 그림을 보는 것도 흥미롭다. 


만약 이 글을 읽는 여러분 가운데 사춘기 이후, 혹은 성인이 된 후 아버지와 멀어진 사람이 있다면 꼭 말해주고 싶다. 살아 계실 때 사랑한다는 표현을 아낌없이 하라고. 지나고 나면 그 순간은 꿈으로밖에 돌아오지 않는다. 우리가 흔히 착각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부모님은 늘 언제나 그 자리에 듬직하게 계실 거라는 믿음이다.  - p.105


가장 좋아하는 영화로 오드리 헵번의 '로마의 휴일'을 꼽는다는 그녀. 오드리 헵번의 전성기를 스크린에서 활동하던 시기가 아닌 유니세프 친선활동을 하며 아프리카와 여러 나라에서 자원봉사를 하던 시기라고 이야기하는 그녀. 그래서 저자는 오드리 헵번을 자신의 롤 모델로 자신있게 이야기한다.


이런 걸 거창하게 '소명 의식'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내게도 그런 게 있다. 바로 사랑과 나눔. 나는 내가 성장해나가면 그 좋은 영향이 여러 사람들, 아무리 적어도 내 주변인들에게는 갈 수 있을 거라 믿으며 행동하려고 한다. (중략) 오드리 헵번이 나에게 롤모델이 된 것은, 아름답고 노년을 희생하며 살았다는 단편적인 사실 그 자체 때문이 아니다. 그녀는 자신이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음을 깨닫고 온몸으로 소통하려 했기 때문이다.  - pp.136~137


평범한 듯 특별한 삶을 살아온 20대 후반의 저자의 삶이 앞으로도 평범한 듯 특별한 삶을 살아갈 것으로 예상하면서 책 읽기를 마무리한다. 동년배들과 유사한 길을 걸어오진 않았지만 20대의 젊음을 유지한 채 건전하면서도 도전적인 저자의 삶이 더욱 행복해 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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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길을 떠나 날다
국내도서
저자 : 양학용,김향미
출판 : 예담 2013.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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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명의 어린 학생들이 26박 27일의 배낭여행을 떠난다. 중학생부터 대학생까지 다양한 연령의 아이들이 향한 곳은 라오스. 세계지도를 펼쳐놓고 찾아보라면 간혹 찾지 못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의 오지 중의 오지. 저자는 이들을 인솔하여 라오스에 다녀온 부부 선생님이다. 오로지 여행의 목적이 실컷 노는 것이었던 아이들과 이들과 함께 한 저자는 홍콩을 경유해 1차 목적지인 방콕에 11시간 만에 도착한다. 



저자의 에피소드와 중간중간에 들어있는 아이들의 편지글을 보다보면 눈물이 찔끔 나기도 했다. 내가 이 아이들만한 시절이었다면 과연 이 긴 여행을 이겨낼 수 있었을까 하는 탄식에 가까운 눈물과 함께 우리 아이들도 이런 여행을 가보게 하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직접 일면식도 없는 아이들이지만 아이들이 대견해지기까지 했다. 서울의 어느 초등학교 아이들은 줄넘기까지 과외수업을 받는다는데 지도를 펼쳐 스스로 여행 루트를 만들고 찾아가는 아이들의 경험은 아마 성장하면서 두고두고 좋은 추억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스스로 겪어보지 않은 일은 누구나 두렵기 마련이다. 그런 의미에서 여행은 좋은 학교임에 틀림없다. 매일 매 순간 겪어보지 못한 낯선 세계와 조우하면서 두려움을 설렘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여행이니까.  - p.36


디지털 카메라를 잃어버리기도 했고, 남학생 두명이 배를 타는 시간에 맞추지 못해 다른 학생들을 먼저 보내고 저자들과 함께 한 시간 뒤에 출발하여 처음으로 낙오자가 발생했던 사례, 여행 시작 후 한번도 밥을 먹지 않은 아이의 이야기, 자전거 여행을 하다가 몇몇 아이들이 병원에 가서 마취없이 몇바늘 꼬매야 했던 이야기, 저자 중 한명이 심한 감기에 걸려 일정이 하루 연기된 이야기 등 여행하는 과정이 그리 순탄치는 않았다. 하지만 여행은 좋은 학교가 아니었던가. 어린 학생들이지만 조금씩 성숙해 가는 이야기들이 정겹게 진행되었다.


여행을 하다보면 여행이란 낯선 곳을 향해 떠나는 것이지만 때로는 이유 없이 낯선 마을에 머무는 것임을 알게 된다. 그들에게 주어진 하루의 시간을, 아이들은 각자의 도시에서 서로 다른 이유로 떠나왔듯이 또 그렇게 자기만의 방식으로 즐기고 있었다.  - p.91


한편 저자들은 아이들이 여행을 통해 자연을 즐기고 자기를 성찰할 수 있는 시간을 보내기를 원했지만 아이들은 그저 자기만의 놀이에 빠진 경우가 많았다는 점을 아쉬워했다. 하지만 아이들은 우리나라에서 정해져있던 규율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여행을 재밌게 즐기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이야기한다. 그것이 아이들의 특권이나 자유였다는 것을.


아이들은 이번 여행에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배우게 될까. 보호자로서 교사로서 동료 여행자로서 함께 여행하고 있는 우리 부부는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하지만 (중략) 아이들은 자신들을 규율하던 학교도 부모도 사회적 편견도, 스스로를 규율하는 어떠한 압박도 없는 이곳에서 무엇을 하든 하지 않든 그 모든 시간이 다 즐겁다는 식이었다. (중략) 어쩌면 이 순간이 아이들에겐 자신들의 생애에서 가장 즐거운 순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렇다면, 충분하지 않은가. 아이들은 단지 미래의 무언가를 준비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현재 그들이 즐겁다면, 지금 그들이 행복하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여행을 통해 뭔가 보고 느끼고 배우기를 원하는 것은 나의 또 다른 욕심이 아닐까.  pp.151~153


아이들이 부모님에게 전화를 하면서 모두 울었다는 대목에서 역시 사람은 가족과 떨어져봐야 가족의 소중함을 아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지금 가족들이 옆에 있다는 것 자체가 소중함이다. "아이들은 지금, 여행을 떠나와 가족들과 집이 소중해지는 순간을 배우는 중이다(p.176)"


여행이나 자기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즐기고 자기 미래를 구상해야 할 어린 나이에 무조건 공부만 하도록 강요당하는 우리나라 교육 현실을 돌아보게 되기도 했다. 나도 마찬가지였고 지금 자라나는 세대들은 더 심하면 심했지 우리 사회는 지금 공부 공화국, 과외 공화국, 입시 공화국이 아니던가.


우리는 중학생이나 고등학생 때 하고 싶었던 것드을 대입 시험 이후로 미루었다가 막상 대학생이 되어 하고자 하면 유치하고 재미없을 뿐 아니라 대학생이 된 지금 절실한 것이 새롭게 생겨난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하지만 대학생 때 절실한 그것들은 또다시 취직 시험과 알 수 없는 미래를 위해 유예해두어야 하는 것이 오늘날 청춘들의 슬픈 자화상이다.  - p.240


책을 읽어가면서 나는 여태 해외여행 다니면서 이런 책 하나 안쓰고 뭐했나 하는 생각이 무심코 들었다. 당시는 소중한 기억이 될 것이라 자부했지만 머리속에 기억하는 것은 한계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 사진을 찍어서 남겼어도 당시는 필름 카메라여서 현상한 사진들이 그나마 부분적으로 남아있을 뿐 원본필름은 어디로 갔는지 찾을 수도 없다. 내가 블로그와 SNS를 자주 이용하는 이유도 내 평소의 생각과 생활을 기록으로 남겨두고자 함이니 앞으로 해외여행을 가게 된다면 멋진 책 한권 쓰게 될 것으로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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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에게 말을 걸다
국내도서
저자 : 신현림
출판 : MY(흐름출판) 2013.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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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돌아가신 어머니를 그리며 2011년에 출간한 ≪엄마 살아계실 때 함께 할 것들≫ 이후에 아버지에 대한 책도 하나 써보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집필을 시작하여 완성한 책이다. 어머니와는 또다른 아버지 고유의 서먹한 관계, 그리고 막상 다가서면 속깊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전통적인 이미지를 깨고 아버지가 아닌 '만만한 아빠'로 다가가기 위한 저자의 노력을, 술술 읽히는 문장으로 담고 있다. 엄마에 관한 저자의 책은 읽어보지 못했으나 아빠에 관한 이 책을 읽다보니 역시 이충걸의 엄마는 어쩌면 그렇게≫가 생각날 수 밖에 없었고, 얼마 전에 읽은 신현탁의 고맙습니다, 아버지와 비교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아니, 비교라기보다 어찌 아버지를 생각하는 마음이 이리도 똑같은지. 신현탁의 책은 돌아가신 아버지를 그리며 쓴 책이며, 신현림의 책은 살아계신 아버지에게 다가서는 과정을 그린 책이라는 점이 다를 뿐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고마움의 감동을 이야기하는 것은 동일하다.



부모가 되어봐야 부모의 심정을 안다는 말을 여러 번 들었고, 그 말이 사실임을 부모가 되서야 알게 되었다. 좀더 철이 들고 성장했다고나 할까. 하지만 이 성장은 절반의 성장임을 깨달았다. 저자는 엄마와의 이별을 통해 더 성장했다고 고백하는데 결국 큰 상실을 통해 배운 성장인 셈이다. 진정한 성장은 정말 소중한 것을 잃었을 때 시작되는 것인가. 상실 이전에 더 많은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결국 지금 내 감정을 표현하고 가족들과 아버지의 손을 잡고 스킨쉽을 나누는 순간이 지속되어야 하리라 생각해 본다.


나는 엄마와의 이별을 통해 내 인생이 상당히 변했음을 느낀다. (중략) 무엇보다 사랑의 표현을 미루지 않고 바로 전하게 된 것이야말고 가장 큰 변화다. 너무나 큰 상실을 통해 배운 성장이었다.  - p.118


아버지를 가장이라 생각하지만 아버지도 역시 가정의 한 구성원일 뿐. 내가 아버지가 된지 몇해를 지내보니 가장이 아닌 한 명의 가족구성원으로서의 인정이 필요함을 느끼게 된다. 우리 아버지들도 그러지 않을까. 대등하고 수평적인 관계, 마음을 털어놓고 울고 웃을 수 있는 관계를 원하고 있지 않을까. 그런 아빠에게 다가서는 방법은 무엇일까. 저자는 두가지 키워드를 제시하고 있다. 먼저 '지금 당장', 그리고 '사랑을 표현하기'. 살아계실 때 사랑을 표현해야지 돌아가신 뒤에는 후휘와 아쉬움만 남을 뿐이다. 따라서 지금 당장 사랑을 표현하라는 조언이 저자만의 저언은 아닐 것이다.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는 날이 반드시 오게 될텐데 그 날이 오기 전에 지금 당장 표헌하자. 그것이 진정한 사람이 되는 방법이다.


스스로 아버지의 날이라고 임의로라도 정해, 단 하루라도 아빠와 함께 보내자. 살아 있을 때 함께 사랑을 나누어야 우리는 비로소 사람이 된다.  - p.36


'아빠 살아계실 때 함께 할 것들'이라는 부제목처럼 아버지와 함께 할 수 있는 것들을 31가지로 추려고 이야기하고 있다. 일부는 '아빠와 우정쌓기', '아빠 멋지게 나이들게 돕기' 등과 같이 다소 모호한 표현도 있고, '아빠와 노래방 가기', '아빠와 함께 자전거 타기' 등 바로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제안도 포함되어 있다. 물론 바로 할 수 있는 일이 더 마음이 와닿는다. 돌이켜보니 해본 것보다는 안해본 것이 더 많다는 생각에 앞으로 할 일이 많아졌음을 느낀다. 아빠 향수 사 드리기, 아빠와 수족관 가기, 아빠와 함께 음악 듣기, 아빠와 함께 자전거 타기, 아빠와 산책하고 등산가기, 아빠의 자서전 써 드리기 등은 꼭 해보고 싶다. 또한 추상적인 제안이라도 아빠의 속마음에 귀 기울이기, 아빠와 나의 마음을 표현하기, 아빠에게 새로운 세상 알려 드리기, 아빠의 진심 헤아리기 등은 구체적인 실천방법을 찾아보고 싶다.


해보기는 했지만 너무 어렸을 때의 일이어서 잘 기억이 나지 않는 일이거나 겨우 한번 정도 해봤던 일들은 앞으로 여러번 다시 해보고도 싶다. 어렸을 때 살았던 단독주택에서 아빠와 나무를 심었던 기억, 본가에서 걸어서 왕복 1시간 거리에 있는 한강둔치까지 산책삼아 걸어서 다녀온 기억. 저자가 하라고 한 일중에 아버지와 단둘이 한 일은 생각해보니 그리 많지 않다. 그 흔한 영화조차 같이 본 일이 없으니 말이다.


온 가족들에게 식사한 후에 웃고 이야기하고 차와 과일을 먹는 시간은 휴식의 절정이다. 이 절정을 최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걱정을 멈추게 되더라. 걱정 멈추기도 훈련이다. 걱정을 멈추는 가장 좋은 방법은 속으로 '감사합니다'라고 외치는 것이다. 내 안에서 외치는 순간 하늘도 비도 바람도 다 축복임을 깨닫는다. 무엇보다 아버지와 함께함이야말로 최고의 축복이다.  - p.124


책 표지 이미지의 텍스트처럼 아버지는 외롭고, 아버지는 서툴고, 아버지는 고단하다. 하지만 누군가 말을 걸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더이상 외롭지 않고 서툰 관계와 고단함은 쉽게 풀릴 것이다. 그냥 보고 싶다고 말하며 다가서는 것. 자식들이 부모에게 해야 할 최소한의 예의가 아닐까.


"웬일로 회사까지 찾아왔니? 무슨 일 있는 건 아니지?"

"그냥 아버지가 보고 싶어서 왔어요."

별 싱거운 녀석 다 보겠다고 하실 때의 아버지 얼굴에 스쳐간 환한 미소를 B는 분명히 보았다.

'그냥 보고 싶어서 왔어요'란 말보다 더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말이 또 있을까. 아무 욕심 없는 순수한 말. 우리가 점차 잊어가고 있는 향기로운 말.  - p.143


그 어느 부모가 자기 자식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으랴. 또 그 어떤 자식이 자기 부모의 은혜를 생각하지 않으랴. 간혹 망나니 같은 부모나 자식들이 있기는 해도 마음은 매한가지일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표현해야 한다. 쉽지 않지만 저자가 이야기한 여러가지 제안이 아니더라도 함께 하는 시간을 보내고 대화하고 속마음을 털어놓고 미래를 함께 열 수 있는 관계가 만들어져야 한다. 저자의 제안들을 가슴깊이 받아들이며 실천을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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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아버지
국내도서
저자 : 신현락
출판 : 지식의숲 2013.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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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할아버지의 임종을 맞으면서 나의 아버지는 할아버지께 울면서 이야기했다고 한다. "아버지 없이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그 울먹이는 하소연에 할아버지는, 지금까지 잘해왔으니 넌 혼자서도 잘 이겨낼 것이라고 용기를 주셨다고 한다. 그 아버지가 나에게 이야기하는 듯 하다. 넌 할 수 있다고. 내가 그러했듯이 너도 잘 할 수 있다고. 다행히 나의 아버지는 살아계셔서 언제든 용기있는 삶의 롤모델이 되어 주심에 감사할 뿐이다.



저자는 1960년생이며 수원의 초등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다. 이 책을 통해서 그는 시골에서 자라나 아버지와 함께 겪은 인생의 경험들을 잔잔하게 풀어내고 있다. 이 책을 읽다보니 이충걸의 ≪엄마는 어쩌면 그렇게≫의 내용들이 떠올랐다. 차이라면 엄마는 어쩌면 그렇게≫는 살아계신 어머니를 향한 사모곡이며, ≪고맙습니다, 아버지≫는 돌아가신 아버지를 향한 그리움이라는 것이다.


저자가 지내온 시대적 배경이 대략 나와 10년 남짓 차이가 나고 도시생활을 했던 나와는 다르게 시골에서 자라났던 탓에 저자가 경험한 이야기들이 다소 낯선 부분도 없지 않다. 옥수수죽을 배급받았다는 이야기부터가 웬지 우리 아버지나 할아버지 세대가 경험한 것 같다는 오래된 세월이 투영된 듯 하다. 하지만 그 속에 숨겨진 아버지의 사랑을 저자는 은근하고 정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도시락 가방 속에 단팥빵 두개를 항상 가져오셨다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통해 나의 아버지를 상상하게 된다. 어디선가 야쿠르트 하나라도, 조그만 사탕 하나라도 드시지 않고 가져와서 나와 동생이 먹는 모습을 보며 기뻐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가 나이가 들어서도 그 모습은 자주 볼 수 있었는데 귀가하시면 주머니에서 슬그머니 뭔가를 꺼내시는 아버지의 모습은 나의 기억 속에 남아있다. 그 '버릇'은 아버지로부터 나에게 전달되어 나 역시 아이들이 맛있어 할 만한 군것질거리나 음료수라도 한 병 얻게 되면 집으로 가져오는 궁상을 떨고 있다. 그러다보면 생각한다. 나는 아버지에게 무엇을 드렸는가. 언젠가 그리움에 사무치기 전에 내 마음 속에 담고 있는 고마움을 조금이라도 표시해야 하지 않겠는가. 최소한 이 책의 제목처럼 말이다. "고맙습니다, 아버지"


누구나 그러하겠지만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은혜에 대한 고마움과 부모님과 함께 했던 경험을 겨우 책 한 권으로 요약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이 책을 보면서 나도 아버지에게서, 어머니에게서, 그리고 여러 어른들을 통해 받은 사랑을 작게나마 한권의 책으로 펴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에 누군가에게 울림이 되고, 사무치는 그리움을 통한 카타르시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 때 나는 책을 한권 써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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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테크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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