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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에겐 일생에 한 번 냉정해야 할 순간이 온다
국내도서>시/에세이
저자 : 한상복
출판 : 예담 2012.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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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니 이거 남자가 읽어도 되는 책인가 싶었다. 첫 페이지를 열어 '서문'을 읽다보니 꼭 여자만을 위한 책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문에서 이야기하는 내용은 남녀관계, 그리고 결혼에 대해 남녀가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고 그 다름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한 대답을 들려주지 않을까 기대하게 만든다.




누구나 훤히 알고 있는 뻔한 결혼이지만, 동시에 너무 어려워서 갈피를 잡을 수 없는 게 결혼이기도 하다. 사랑으로 충분한 것이 결혼이며, 동시에 사랑만으로는 절대로 쉽지 않은 게 결혼이다. 부모님 말씀을 잘 따르면 탈이 없는 것이 결혼이지만, 한편으로는 부모님 말씀대로 했다가는 큰일이 나는 것이 결혼일 수도 있다. 알 수 없는 미래가 두렵기 때문에, 함께 가는 것이다. 결혼은. - p.6


이 두려운 결혼이라는 관계는 남녀간에 싹트는 '사랑'이라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일반적으로는 말이다. 헌데 그 사랑이라는 것은 선행학습이 없다. 닥치고 봐야 짐작할 수 있다. 책의 내용을 쭉 조망해 보면 저자가 이 책을 통해서 들려주는 사상의 근간은 '남녀의 다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직접적인 표현이 언급되지는 않지만 내 생각에는, 남녀의 생각하는 방식이 다르고 그 생각을 표출하는 행동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그 '다름'으로 인해 관계가 어그러지고 결국 남남이 되는 순간도 닥치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어찌보면 책의 표현처럼 결혼은 '결점있는 한 인간이 내 인생으로 들어왔다'(p.29)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맞을 수도 있다. 그 남녀의 기본적인 차이는 다음 문장을 통해 어렴풋이 정리될 수 있다. 사랑과 결혼의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대략 맞는 말이 아니던가.




여성은 사랑하는 남성이 자신에게 여자들처럼 섬세하게 대해주길 기대한다. 에두른 표현만으로도 의사소통이 충분히 이뤄진 것이라고 믿는다. 약간의 힌트만 주어도 남성이 마치 '여자처럼' 알아차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남성은 사랑하는 여성을 의리로 맺어진 친구처럼 여겨 굳이 말 안 해도 모든 걸 이해해줄 것이라고 믿는다.  - p.35


다음달 초면 나도 결혼한지 만 6년이 된다. 결혼 전에 이런 말을 들었다. 대부분의 결혼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결혼식'을 준비하지 '결혼 이후의 삶'을 고민하고 준비하는 사람이 적다는 말. 그래서 나는 고민하려고 했다. 결혼 이후에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고민만 했다. 역시 어른들이 말이 맞는 것인지 결혼은 남녀의 일대일 만남의 결론이 아니라, 그저 같이 살 사람이 하나 더 생겼다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사고방식과 라이프스타일과의 충돌을 헤쳐나가야 하는 과정이며 더 나아가 가족과 가족의 만남이라는 것이 자각되었다. 어찌보면 책에서 이야기하는 결혼이라는 관계는 상당히 '처세지향적'인 논조를 띄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즉 흔히 생각할 수 있는 '성공적인 결혼'에 포커스를 맞춘 것이 아니냐는 말이다.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결혼하기 전 따져보아야 할 것들에 대한 조언이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일례로 결혼할 상대방의 어머니에 대해서 살펴보라는 내용을 잠깐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어머니가 행복하지 않으면 집안의 어느 누구도 행복할 수 없다. 어머니야말로 집안의 '드러나지 않는' 중심이니까. 따라서 누군가를 사랑할 때, 그의 어머니가 불행하다면, 그 불행한 어머니만큼 사랑에 위협적인 존재는 없다.  - p.58


그래서 어머니의 행복 여부를 살펴보라는 것이다. 또한 남녀의 기본적인 차이를 일반화시키기는 힘들겠지만 대체적인 차이를 논하면서 특히 남자에 대해서는, 여자를 불안으로부터 지켜내려는 욕구가 있으며 그 욕구가 해결되지 않으면 두려움을 느끼는 존재로 묘사한다. 그리고 불안하고 두려운 남편에게 '힘내. 그렇지만 나한테는 지금의 자기, 그대로도 충분해'라는 문자를 보내주는 아내의 모습을 제시하면서 남녀의 차이를 논한다. 나는 아직 잘 모르겠다. 결혼의 전제조건으로 사랑이 과연 몇퍼센트나 차지하는지. 그렇다면 그 나머지는 무엇으로 채워야 하는지. 책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사랑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그 나머지가 제대로 채워져야 사랑이 더 충만해 질 수 있음을 지적한다. 결혼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갓 결혼한 딸에게 보내는 아래 인용한 아버지의 편지내용을 미혼들을 명심해야 한다.




20분짜리, 남들에게 보여주는 결혼식에 매달려 전전긍긍했을 뿐, 40만 시간, 결혼식 이후의 우리 둘의 삶에 대해서는 막연하게만 '두 사람의 알콩달콩'을 동경해왔으니 그게 얼마나 바보짓이야? 그저 남들이 그렇다니까, 왜 그런지 생각도 제대로 안 해보고 형식적인 결혼 준비만 했던 것이지. (중략) 결혼을 '사랑하는 남녀가 밤에도 헤어지지 않고 연애하는 것' 정도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 그렇게 안이한 생각을 품고 있다가, 막상 결혼이 전혀 다른 세상의시작이라는 점을 알게 되면 허둥대기 시작하지.  - p.39




책에서 인상적이었던 내용 중의 하나는 남녀간의 '거리 두기'에 대한 제안이었다. 중독성이 강한 사랑에 빠진 남녀의 사례를 들면서 그들의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 중독이라고 판단한다. 따라서 그런 중독성이 짙어진 사랑을 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스트레스는 '건강한 거리'를 형성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이 거리두기는 흔히 말하는 '밀당'과는 다른 것이다. 밀당은 상대를 무릎 꿁게 하려는 의도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지만 거리두기의 바탕은 자신과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다(p.111). 양쪽모두 소중하기 때문에 조심하려는 의도에서 출발한다. 그래서 이 거리두기의 관점에서 사랑은 다음과 같이 정의내릴 수 있다.


사랑의 깊이는 다가섰다가 물러서기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서로에 대한 경험이 쌓이면서 깊어지는 것이다.  - p.112


이 책이 사랑과 결혼에 대한 조언을 다분히 '처세지향적'이고 '정치지향적'이라고 평가할 수 밖에 없는 사례를 하나만 더 소개하겠다. '명절'에 대한 인식이 남녀간에 차이가 있다는 사례이다. 남자들에게는 명절의 의미가 여자들과는 다르다. 대부분 여자쪽의 가정에서는 이런 궁금증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시댁 될 집안의 명절이 여자의 결혼생활에 얼마나 중요한지, 너도 그 나이까지 엄마를 통해서 충분히 보지 않았니?' - p.113


쿵! 아, 결혼하기 위해서 이런 것도 따져봐야 하는구나. 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나도 남자로서 여자들이 겪는 명절 스트레스를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든 생각일 수도 있다. 인정한다. 하지만 책의 사례에서 언급된 그 남자 정도로 이해를 못하는 것은 아니다. 시댁의 명절 문화가 어떤지에 대한 궁금증을 남자는 예비 신부와 예비 시어머니가 있는 자리에서 이렇게 물어본다. "엄마, 근데 얘가 갑자기 명절에 대해서 물어보네요. 결혼할 생각하니까 걱정이 되는 모양이죠?"(p.117). 뿜었다. 이렇게 하지는 말자.


처세지향적인 내용에 대해 다소 비판적인 리뷰를 했지만 정말로 비판하려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은 다양한 종류의 남녀들이 다양한 형태의 연애를 하며 다양한 결혼 생활을 하고 있는 사례들을 36편의 작은 에세이로 풀어내고 있다. 각 글들마다 다른 사례들이 제시되고 있으며 그 사례들을 통해서 연애시절에, 결혼 전에, 결혼 후에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알려주려다보니 '성공'이라는 목표에 촛점을 맞춘 것처럼 느낀게 아니겠나 생각된다.





행복이란 공감 능력, 즉 서로를 이해해줄 태세가 얼마나 되어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결론이었다. 그러니까 여성의 미래는 사랑하는 남자와 얼마나 잘 소통하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다. 우아한 여신이 될 것인지, 아니면 투덜이 마녀가 될 것인지. 그 책임의 절반은 남자의 어깨에 달려 있는 셈이었다.  - p.125


이 책을 읽고 난 내 느낌은 이렇다. 남녀간에는 분명히 일반화시키니 힘든 차이가 있다. 그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품어주는 것이 성공적인 남녀관계의 지름길이며 사랑의 완성이다. 그 다름이라는 것은 단지 사고방식과 라이프 스타일의 차이뿐만 아니라 가족관계과 그(녀)가 살아온 과거의 환경, 그리고 미래를 바라보는 비전의 다름까지도 포함한다. 그 다름을 '인정'하고, '공감'하며, 더 나아가 '동감'하지 않는 이상 남녀관계는 성공할 수 없다.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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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열정으로 세계를 지휘하라
국내도서>청소년
저자 : 류태형
출판 : 명진출판 2012.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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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진출판에서 출간된 청소년 롤모델 시리즈 14번째 책이다. 청소년들이 보면 좋을 내용들일 수도 있지만 어찌보면 자녀를 기르는 부모의 입장에서 어떻게 자녀를 교육해야 할지에 대한 혜안을 얻을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특히 정명훈의 어머니가 7남매에게 음악을 가르치는 과정을 소개하는 앞부분의 내용은 그런 느낌이 강하게 든다. 6.25 전쟁 당시 피난을 가는 과정에도 피아노를 가지고 갔다니 그 음악교육에 대한 열정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고등 교육을 받은 어머니는 고민 끝에 아이들에게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이 정서 안정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그래서 생각이 미친 것이 피아노였다.  - p.28


정명훈의 어머니는 대학교육을 받고 일본으로 유학까지 다녀온 신세대 여성이었다. 그만큼 자녀교육에 대한 의지가 있었고, 전쟁이 끝나고 식당을 운영하면서 다소 나아진 경제상황으로 인해 자녀들에게 피아노를 비롯한 악기들을 하나씩 배우게 한다. 하지만 배우게 하는 과정이 강제적이지 않고 자녀들의 관심을 엿보면서 싫증을 내면 다른 악기로 바꿔주는 등 자율적인 교육을 하였다.



정명훈의 어머니는 자녀들이 음악의 재능을 보이자 음악의 본 고장에서 제대로 된 교육을 하고 싶었다. 해외 유학에 대한 여러 정보를 습득한 결과 이공계 대학에서 2년 이상 공부를 하면 쉽게 출국할 수 있다는 정보를 얻고 첫째와 둘째였던 명소와 명근을 발리 대학에 입학시키기 위해 검정고시를 하게 했고 두명 모두 연세대학교 수학과에 입학하게 되었다. 거기서 2학년을 마치고 음악 공부를 위해 미국으로 가게 된다. 그곳에서 두 자녀의 길은 달라지게 되지만 결국 미국 유학의 성공의 밑거름이 되었다. 한편 셋째와 넷째인 명화와 경화는 우연한 기회에 일본으로 잠시 연주를 다녀오게 되었고, 그곳에서 귀인을 만나게 되었고, 어려운 과정을 뚫고 미국 유학 길에 오른다. 


역시 그 아래 동생들(명철, 명훈, 명규)도 어렵사리 미국 유학길에 오르게 된다. 미국에 간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정명훈은 콩쿠르에 나가게 되었고 1등을 하면 시애틀 심포니와 협연할 기회가 주어졌지만 정명훈을 2등을 하고 말았다. 하지만 1년 뒤 같은 콩쿠르에 나갔을 때는 작년에 1등을 한 아이를 제치고 정명훈이 1등을 차지하게 된다. 그 후 정명훈은 제이콥슨 선생님을 만나면서 그의 가르침을 받아 지휘자로서의 능력을 기르게 된다.    

 

정명훈은 세계 최고의 줄리어드 음대를 마다하고 매네스 음대에 입학한다. 주위 사람들은 반대했지만 그의 어머나는 그의 의견을 존중하여 매네스 음대 입학을 결정한다. 자녀의 자존감을 인정해주는 부모의 모습을 배울 수 있었다. 그의 누나들이 다 포기했던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2등을 하면서 한국에도 점차 이름을 알리게 된다. 음대 졸업 이후에는 LA 필하모닉의 음악감독 줄리니 밑에서 부지휘자로 일하면서 '사랑으로 표현하는 리더십'을 배웠다.



바스티유 오페라 음악감독으로 부임하면서 본격적으로 '마에스트로'로서의 역량을 발휘한다. 현대음악의 대부라고 평가하는 메시앙의 곡을 연주한 뒤에는 메시앙으로부터 직접 '최고의 해석'이라는 극찬을 받는다. 또한 세계적인 음반사 도이치 그라모폰과 계약을 하면서 첫 음반으로 메시앙의 <투랑갈릴라 교향곡>을 녹음한다. 정명훈은 평생 존경하고 따라가길 원했던 음악가로 카를로 마리아 줄리니와 올리비에 메시앙을 꼽는다(p.166). 개인적으로 클래식 음악은 꽤 들었다고 생각하지만 메시앙의 곡은 관심있게 듣지를 못했는데 기회를 만들어 그의 곡을 감상해보아야겠다.

 

정명훈의 말을 인용하며 그의 음악 철학을 이야기한 내용이 인상깊다.

 

내 본분은 훌륭한 음악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아니, 더 자세히 얘기하자만 훌륭한 음악을 만들어낸 작곡가들의 의중을 전달하는 것이다. 어찌 보면 피자 배달과 비슷하다. 식기 전에 따끈따끈하게 배달하려면 비결이 있어야 한다.  - p.189

 

정치적인 세력에 의해 바스티유 오페라를 떠나는 장면을 설명한 내용을 읽다보니 눈가에 눈물이 고이기도 했다. 일부 승소 판결로 정명훈은 결국 바스티유를 떠나게 되긴 했지만 단원들과 파리 시민들이 보여준 사랑과 아쉬움을 느낄 수 있었다.



청소년 롤모델 시리즈로 출간된 책이지만 부모들은 자녀교육 차원에서 보아도 좋을 듯 싶고, 성인들이라고 해도 그가 살아온 인생에 대해 책 한권으로 돌아볼 수 있다는 것은 좋은 기회일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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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코프의 러시아 문학 강의
국내도서>인문
저자 : 블라디미르 나보코프(Vladimir Nabokov) / 이혜승역
출판 : 을유문화사 2012.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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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시절 한 때 나의 꿈은 국문학과나 문예창작과에 들어가서 시인이 되어 시집을 출간하는 것이었다. 잠시나마 문학소년의 꿈을 가졌던 것이 지금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물론 꿈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언제나 그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도 가져본다. 이 책을 읽으면서 20여년전 고등학교 시절에 가졌던 그 꿈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단지 그 대상이 국문학이 아니라 러시아문학으로 바뀌었을 뿐.

 

사실 나는 러시아 문학에 대해서 잘 모른다. 잘 모른다기 보다 러시아 문학이라는 것이 이렇게 방대한 연구성과물이 있을 정도였는지 그 존재조차 인지하지 못했다. 그런데 목차를 보다보니 아는 사람 이름들이 나온다. 톨스토이, 토스토옙스키, 체호프, 고리키... 책의 처음 부분에 나오는 니콜라이 고골을 제외하고는 한두번씩은 다 들어봤던 작가들이다. 이 나이되도록 그 작가들의 책은 읽어보지 못했지만 말이다. 부끄러운 일이다.

 

책을 읽다보면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된다. 예를 들어 빅뱅으로부터 우주가 탄생하여 태양계가 생기고 인류가 진화했다는 내용의 책을 읽다보면 종교에 대한 관심이 생기게 되고 과학에 반발하는 종교에 대한, 특히 기독교에 대한 책을 읽다보면 서양철학에 관심이 가게 되고, 서양철학 책을 한두권 읽다보면 역사에 관심이 가고... 돌고 도는 독서의 물레방아여!

 

이 책은 지금까지의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의 완결편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무려 14권에 달라는 다른 도서들을 추천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오! 감사합니다(ㅠㅠ)

 

처음부터 읽지는 않았다. 500여 페이지에 달하는 이 책을, 특히 러시아 문학에 문외한인 내가 '흥미롭게' 읽기 위해서는 좀더 많이 들어본 작가들을 읽으면서 워밍업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그래서 고른 것은 톨스토이. 근데 이 나보코프라는 이분. 꽤 코믹한 분이다. 러시아의 소설가 순위를 매기면서 1위를 톨스토이로 평가하고 도스토옙스키는 순위에 넣지 않았는데 그 이후에 나오는 문장은 토스토옙스키가 자신의 사무실에서 항의하려고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는 것. 잠깐이나마 미소가 지어지지 않는 분은 패스. 어디선가 나도 이런 평가를 들은 적이 있다. 도스토옙스키보다는 톨스토이가 더 위대하다는. 하지만 나는 이런 저자의 평가에 매몰되지 않으려고 한다. 작가에 대한 평가, 특히 문학작품에 대한 평가는 개인마다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내가 러시아 문학을 좀더 접한 뒤에는 다른 평가를 내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서다.

 

톨스토이의 첫 작품으로 다루고 있는 것은 <안나 카레니나>다. 나는 읽어보지 못했지만 '불멸의 걸작'이라는 저자의 평가에 반드시 읽어야겠다는 작심을 하게 되었다. <안나 카레니나> 작품을 설명하기에 앞서 톨스토이라는 작가에 대한 소개로 몇페이지를 할애한다. 읽다보니 모든 작품들을 설명할 떄 이런 식이다. 작품만 해설하지 않고 작가의 인간적 모습까지도 언급하는 것이 인상적이다.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니나>를 쓴 시기는 1860년대에서부터 1870년대 초까지의 시기인데 톨스토이는 1870년대 말에 들어서면서, 마음 속에서 진행된 양심과 쾌락의 전쟁에서 양심이 그의 삶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와중에 예술은 반종교적이라는 결론에 도달하면서 안나 카레니나를 마지막으로 붓을 꺾는다. 이 책을 통해 톨스토이가 힌두교와 기독교의 혼합된 새로운 종교의 가르침을 신봉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부분은 다른 책들을 통해 좀더 연구해볼 내용이라 여겨진다.

 

톨스토이가 추구했던 진실(대문자 T로 시작하는 Truth)에 대해 설명하는 대목은 정말 압권이다. 이 절대적인 진리를 많은 러시아 작가들이 관심을 갖고 찾아왔는데 저자는 톨스토이가 추구했던 진실은 바로 톨스토이 자신이었고 톨스토이 자신이 예술이었다는 것이다. 톨스토이는 절대적 진실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절대적 진실이라는 환상에 쉽게 도달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절대적 진실을 추구하는 과정 자체를 더 중요시 했다(p.270). 톨스토이가 절대적 진실을 추구했던 과정은 결국 불멸의 진리로 승화되어 자신의 이미지, 즉 자기 자신을 찾는 결과를 얻었다.

 

톨스토이에 이어 읽은 작가는 도스토옙스키이다. 저자는 그에 대해 평가절하했지만 나름대로 관심을 갖고 읽어보았다. 나의 무식으로 인해 아는 작품은  <죄와 벌>,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단 두편 분이다. 바로 작품해설로 들어가지 않고 도스토옙스키에 대한 간략한 소개로 시작한다. 역시 톨스토이를 읽으면서 느꼈던 대로 작가는 도스토옙스키에 대해 위대한 작가는 아니라고 평가(p.194)한다. 더 나아가 '훌륭한 유머가 번득이긴 하나 문학적 진부함이라는 황무지를 지닌 평범한 작가에 불과하다'고 악평한다. 유럽 추리 소설이나 감상주의적 소설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p.202)고도 평가한다. 극작가가 될 운명이었지만 어쩌다 길을 잘못 들어서서 소설을 쓰게 된 사람(p.204)이라고도 평가한다.


저자가 도스토옙스키의 작품 중에서 최고라고 평가한 작품은 <분신>이다. <분신>은 첫 작품이었던 <가난한 사람들>의 성공 이후 두번째 작품인데 평단의 냉담한 반응을 얻었던 작품인데 본 도서에서는 소개하지 않았다.<죄와 벌>을 시작으로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을 해설한다. 물론 도스토옙스키에 대해 평가를 하듯 <죄와 벌>에 대한 평가도 설득력이 약하다는 악평을 내린다. <카라마조프카의 형제들>은 특이하고 혼란스럽다고 평가한다. 하다못해 각 장의 제목 설정 조차 소설의 내용과는 다르게 진기하고 이상함만 강조했다고 한다(p.255). 이런 여러가지 비판적 요소들은 도스토옙스키가 신경쇠약이나 간질병을 앓아왔고 어린 시절 아버지의 죽음(타살)이 자신의 책임이라는 죄책감도 어느 정도 이유로 작용했으리라 생각된다.


도스토옙스키가 육체적 고통과 모욕이 인간의 도덕을 증진시킨다는 생각에 광적으로 집착한 것은 개인적 비극에 원인이 있을 수도 있다. 시베리아 유형으로 인해 그는 내면에 있던 자유 애호가, 반역자, 개인주의자로서의 모습이 어느 정도 사라져 버렸고, 그 자연스러움이 상실되었엄을 감지했지만, 그는 자신이 '더 나은 사람'이 되어 돌아왔노라고 고집스럽게 주장했다. - p.219


러시아. 웬지 나에게는 멀게만 느껴지는 나라다. 어린 시절 '소련'이라는 공산주의 국가로 기억되었고 고등학교 시절 고르바초프의 페레스트로이카를 읽으면서 뭔가 변해가는 나라라는 인식이 생겼다. 그래서인지 그저 공산주의라는 삭막한 사회에서 변해가는 나라라는 정도의 인식이 아직까지 남아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1917년 이전의 러시아는 문학이나 음악 등 문화적으로 상당히 융성했고 놀랄 만한 예술가들이 많았음을 떠올리게 되었다. 책을 처음 펴들었을 때 이 책에서 소개되는 여러작품들 정도는 중고등학교 시절 다 읽었어야 하는 책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다못해 대학생때라도. 하지만 마흔이 넘은 지금의 상황도 고전을 읽기에 늦지 않은 나이라는 자신감을 가지면서 차차 정복의 대상으로 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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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처럼 공부하고 천재처럼 꿈꿔라 시즌 2
국내도서>청소년
저자 : 김의식
출판 : 명진출판 2012.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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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 사무총장을 연임하게 된 반기문 총장의 이야기의 두번째 시즌이다. 저자는 반기문 총장의 동생과 동기이기도 했고 시즌1이 UN 사무총장에 선출되고나서 출간되었기 때문에 재임시절 겪었던 에피소드와 그 밖에 빠진 부분들을 보충하여 시즌2를 출간하였다고 한다.

 

책의 내용은 반기문의 어린시절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전쟁 중에 천막에서 운영되던 초등학교에 다니면서도 항상 모든 일이 열심이었던 이야기,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영어의 매력을 느껴 공부에 매진했던 이야기 등은 지금 40이 넘은 내 입장에서도 도전해보고 싶은 라이프스타일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특히 매사에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급우들을 도우며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는 생활이 정말 감동적이다.

 

청소년 롤모델 시리즈로 첫번째 출간된 책이기도 하다. 실제로 반기문 총장은 청소년 뿐만 아니라 이제 대학을 졸업하고 직업을 구하려는 20대 예비직장인들이나 새로운 일자리를 찾기 위해 도전하고자 하는 30~40대 직장인들에게도 좋은 롤모델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의 삶이  이 책 하나로 모두 표현되기는 힘들겠지만 가장 간결하고 핵심이 녹아있는 책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어린시절 가졌던 외교관의 꿈을 차근차근 이루어가는 모습을 통해 지금 내가 당면한 문제들, 해결해야 할 과제들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에 대해 좀더 진지한 자세로 고민해 보게 되었다. 어린 시절 위인전기를 읽으면서 나도 이런 사람이 되어야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점점 나이가 들수록 그런 사람들은 나와는 동떨어진 삶을 사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많았었다. 반기문 총장의 이야기 역시 그렇게 생각이 들수도 있겠다. 100% 완벽한 사람, 모든 것을 다 본받아야 할 사람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반기문 총장이 꿈을 이루어가는 과정을 읽다보면 부럽기도하고 난 왜 어린시절을 이렇게 보내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면서 지금도 늦지 않았다는 자신감도 생긴다. 

 

본인을 위해서 읽는 것도 좋을 것 같고, 청소년 자녀를 둔 부모들도 본인 스스로 읽어보고 자녀들에게 권해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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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세계의 배꼽이다!
국내도서>예술/대중문화
저자 :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 / 이은진역
출판 : 이마고 2012.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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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에 읽은, 또는 제목만이라도 들어봤던 책 중에서 가장 유별난 제목의 책이다. 살바도르 달리의 자서전 <나는 세계의 배꼽이다>. 세계의 배꼽이라니. 책 표지에는 ‘이상한’이라는 단어로 이 자서전을 수식하고 있다. 내가 생각해도 정말 이상한 자서전이다. 유별난 제목만큼이나 내용 역시 ‘기가막힌’ 사연들로 가득차 있다.

책의 외형적인 모습은 초현실주의 화가 달리의 자서전 답게 기존의 단행본과는 뭔가 다른 느낌을 주기 위해 노력한 것 같은 흔적이 보인다. 본문 텍스트는 주요 문장의 폰트와 컬러를 주어 강조하였고, 판형도 일반 단행본과 비교했을 때 독특한 사이즈이다.

그림에 대한 지식은 거의 전무하다시피한 나로서는 달리의 그림을 인터넷에서 찾아볼 수밖에 없었고 몇 개의 그림들 중에 흐느적거리는 시계 그림은 많이 익숙한 작품이었다. 나는 그런 그림을 봐도 ‘멋있다’ 라든가 ‘잘그렸다’는 느낌보다는, 좋게 말해서 ‘참 상상력이 뛰어나구나’, 안 좋게 이야기해서 ‘별 희한한 그림도 다 있군’ 하는 생각이 먼저 드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가는 순간 왜 달리가 그런 ‘이상하고 희한한’ 그림을 그릴 수 밖에 없었는지 알게 되었다.

‘괴짜’ 천재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후한 점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미치광이’ 짓을 하고 다녔던 어린 시절의 이야기로 책은 시작한다. 5세 때 다리 밑 4미터 아래로 꼬마를 밀어서 사고를 내고도 죄책감을 안느꼈다는 이야기, 집에 방문한 의사선생님의 얼굴을 먼지털이로 후려쳐 아버지에게 혼이 나고, 또 세 살짜리 여동생의 ‘머리통’을 발로 걷어찼던 6세 시절의 이야기, 박쥐를 입으로 물어뜯어 반토막을 낸 이야기... 이건 정말 ‘황당’의 수준을 넘어 정신상태를 의심해 봐야하는 사건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곱 살에서 여덟 살까지 나는 꿈과 신화의 지배 속에서 살았다. 나중에 가서는 현실과 상상적인 것을 구별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나의 기억은 진짜와 가짜를 뒤섞어서... - p.69

현실과 상상을 구분하지 못했다는 고백을 보고 있자니 동정심마저도 들었다. 이 책을 시작하면서 달리는 자신을 ‘천재’라고 표현했지만 이게 천재라면 난 천재로 태어나지 않은 것이 정말 다행이요 축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학창시절 요즘 표현으로 ‘왕따’를 당했던 학창시절도 그에게는 추억거리였는가보다. 학교 내에서 비정상적이거나 특이한 일은 달리의 소행으로 간주되었고 혼자 있는 일이 많아지면서 달리는 고독을 즐기고 더 나아가서 과시하기에 이르렀다(p.151)고 표현한다. 메뚜기를 보고 공포심을 느꼈다는 대목에서는 공감이 가기도 했다. 나 역시 자연친화적인 환경(쉽게 이야기해서 촌)에서 생활해 본 경험이 없어서 다리가 여러 개 달린 ‘벌레’ 종류는 전부 싫어하고 무서워했다. 지금도 바퀴벌레는 잘 못잡는다(ㅠ). 하지만 달리는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공포심을 느끼는 모습이 어린 시절 동생 머리를 발로 걷어차는 등 만행을 저질렀던 달리와는 좀 다른 모습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으면서 상상력이 넘치는 기괴한 그림들을 그리는 달리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그리고 이 자서전을 쓰고 있었을 달리를 상상해 본다. 다시 천재와 미치광이의 모습을 그려본다. 결국 이 둘은 직선관계의 양극단이 아니라 돌고 돌아 언젠가는 다시 만나게 되는 원위의 관계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대체로 문장이 쉽게 읽혀지지 않고 머릿속에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았다. 번역의 문제인지 원문의 문제인지는 알 수 없다. 산책을 ‘산보’라는 일본식 표현으로 번역한 점도 눈이 좀 거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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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테크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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