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모든 악마가 여기에 있다
- 국내도서
- 저자 : 조 노세라(Joe Nocera),베서니 맥린(Bethany McLean) / 윤태경,이종호역
- 출판 : 자음과모음 2011.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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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를 모토로 한 월스트리트 규탄 시위에 대한 보도가 연일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이 시위는 전세계 사람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켰고 현재 세계 각국, 각 지역에 급속도로 펴져나가고 있다. 2008년 미국발 경제위기로 개인은 물론이거니와 몇몇 국가에서는 국가 부도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심각한 상태의 문제를 가져왔는데 정작 이러한 문제를 일으켰던 장본인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보너스를 받아챙기며 여유있는 직장 생활을 했다는 것에 대해 분노한 것이다. 자신들을 ‘99%의 미국인’이라 지칭하며 이 탐욕스러운 1%를 향해 분노를 표출하고 있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2008년은 악몽과도 같은 해였다. 투자하던 펀드들이 반토막에 가깝게 폭락했는데 그 이후 대부분 원금을 회복했지만 당시로써는 복구가 불가능할 것으로 생각되었기 때문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 모든 사태의 출발점이 된 2008년 금융 위기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이 책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시위와 맞물려 적절한 타이밍에 출간되었다. 미국에서 일어난 금융위기를 둘러싼 월가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써내려가고 있는데, ‘재미있게’라는 표현을 쓴 것은 내용이 술술 읽혀나간다는 뜻으로 쓴 표현이므로 오해는 마시길. 일단 손에 잡는 순간 이 엄청난 두께에 기가 질린다. 하지만 이 책 정말 ‘재미있다’.
2008년의 미국발 경제위기는 올초까지만 해도 수습이 되는 듯 보였다. 앞에서도 언급했다시피 개인적으로도 투자하던 펀드들이 대부분 원금을 회복하고 수익을 가져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문제는 최근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현재 그리스 등 유럽의 몇몇 국가들로 시작하여 세계 금융시장을 다시 얼어붙게 한 유럽 재정 위기와 월스트리트를 점령한 시위대들을 통해 문제의 심각성을 나타내고 있다.
이 책에는 뉴욕의 금융시스템과 여러 가지 투자 기법, 위기를 유발한 기업 책임자들, 투자와 관련한 황당한 의사결정과정, 현대인들의 지나친 욕심과 오만이 불러온 부정 부패, 각종 잘못된 감시 시스템, 인간의 비윤리성과 비건전성, 투자은행들의 탐욕 등이 그려지고 있으며 이에 대해서 해결책을 생각하게끔 한다. 요즘 자본주의 4.0이라는 키워드가 화두가 되고 있는데 과연 자본주의라는 시스템이 최선인가 라는 의문도 갖게 한다. 위기는 또다른 기회이다. 현재 위기라고 생각하고 분노를 표출한 미국시민들, 더 나아가 세계시민들의 구호를 많은 자본주의 국가들 그리고 자본주의를 지탱해 나가는 기업들과 투자자들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 책을 거의 끝나갈 무렵 이런 생각이 들었다. 첫째는 서두에서 이야기한 대로 지금 미국에서는 월가에 분노를 표출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고 결국 MBS라는 꼬일대로 꼬인 상품을 만들면서 시작된 미국의 경제위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며, 둘째는 과연 이 책임이 미국의 몇몇 월가의 호위호식하는 1%에게만 있는가 하는 의문점이다. 더 나아가 나 자신을 생각해 보았다. 곧 겨울이 다가올텐데 스스로 살아가기 힘든 사람들을 한번쯤 생각하고 주머니를 열려는 마음가짐을 가졌는지, 내 생활에 정말 만족하고 있는지, 더 나아가 주위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에 대한 반성이 필요했다. 모두가 생각해 보아야 할 이슈가 아닐까. 남을 탓하기 전에 나는 제대로 살고 있는지.
이 책은 ‘자음과모음’ 출판사의 인문경영 시리즈 두 번째 책이고 첫 번째 책은 지난 번에 재미있게 읽었던 <아이디어맨>이다. 두 권 모두 상당한 두께의 책인데 일단 두껍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리긴 했어도 재미있게 읽은 책으로 모든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