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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의 영화관
국내도서
저자 : 박병률
출판 : 한빛비즈 2012.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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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영화전문가도 아니고 경제학자도 아니다. 하지만 경제학자보다 영화를 조금 더 많이 알고 영화전문가보다는 경제를 좀더 알기 때문에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이야기한다. 물론 책을 쓰게 된 더 구체적인 동기는 경제전문기자인 저자가 영화를 보다 문득 '어? 저건 경제학에 나오는 이야기인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따라서 경제라는 '냉철한 머리'에 영화라는 '뜨거운 가슴'을 담은 이 책을 완성하게 되었다.



인터넷 서점에서 목차를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일단 이 책에서 어떤 영화들을 소개하고 있는지 정리해 본다. ≪레터스 투 줄리엣≫, 라푼젤타이타닉부러진 화살시라노 연애조작단범죄와의 전쟁≫, 별을 쫓는 아이블랙 스완내 이름은 칸퍼펙트 게임만추은교의뢰인페이스메이커마당을 나온 암탉완득이푸른 소금아티스트인사이드 잡월스트리트헤어드레서광해, 왕이 된 남자화차제인 에어톨스토이의 마지막 인생도가니대부방가? 방가!내 아내의 모든 것세 얼간이이프 온리세상의 모든 계절호우시절코파카바나남극일기 등 총 35편이다. 전체 다섯 가지 주제로 일곱 편의 영화가 묶여져 있다. 개인적으로 영화를 그다지 볼 기회가 없다보니 책에서 소개하는 영화의 거의 대부분은 생소하거나 못본 영화들이다. 평소 책을 좀 읽는다고 하지만 도가니완득이은교≫ 등 소설 원작의 영화도 못본 것이 많다는 점에 부끄럽게 생각한다. 약 3년 전부터 책을 읽으면 블로그에 리뷰를 하려고 노력중이지만 소설을 읽기 시작한건 1년 밖에 되지 않았다고 위안해 본다.


본 영화가 불과 서너개에 불과하지만 영화에 대한 지식과 함께 영화속에 숨겨진 경제학 코드를 읽어낼 수 있다는 독특함에 끌려 이 책을 숨가쁘게 읽게 되었다. 처음 소개되는 영화는 ≪레터스 투 줄리엣으로 이 영화에서는 '첫사랑'이라는 키워드를 도출해 낸다. 첫사랑이 애절한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첫사랑이 두번째 사랑, 세번째 사랑에 비해 애절한 이유를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으로 설명한다. 한계효용체감이란 예를 들어 처음 먹었던 사과의 효용이 10이라면 두번째 먹은 사과의 효용은 5로 떨어지는 현상, 즉 첫번째 경험한 효용보다 두번째 이후의 효용이 줄어드는 현상을 말한다. 바로 최초가 주는 효용을 첫사랑에서 경험했기 때문에 그 이후의 사랑에 비해 감정적인 효용이 훨씬 높다는 설명인 것이다. 하지만 사람의 사랑이란 것이 합리성을 강조하는 표준경제학으로 설명되지 못하는 부분이 많을 것이다. 만약 세상의 사랑을 모두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으로 설명한다면 결혼한 모든 사람은 이혼해야 할 것이다. 저자도 이점을 언급하면서 '행동경제학'에서 말하는 비합리적인 인간의 모습 또한 일상 생활에서 찾아볼 수 있다고 언급한다.


≪타이타닉≫에서는 가격차별을 설명하면서 '따뜻한 자본주의'를 언급한다. 가격차별은 효율적이지만 악의적인 가격차별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영화 ≪타이타닉≫에서는 배가 침몰해 가는 과정에 1등실 승객을 우선 구명선에 태워 보내면서 3등실 승객들은 갑판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문을 걸어잠근다. 사람을 생각하는 경제학에 대해서 생각해야 할 대목이다. 만약 어떤 제약회사가 말라리아 치료제를 개발하고 가격을 10달러로 정했으나 말라리아 환자가 급증하는 여름에는 100달러로 올렸다면 결국 피해를 보는 사람은 100달러에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서민들이 아니겠는가.


더 나아가 저자는 ≪마당을 나온 암탉≫을 이야기하면서 자본주의 4.0을 언급한다.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을 저술한 1776년부터 미국 대공황이 일어난 1930년까지를 자본주의 1.0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1910년대 들어 자본주의 1.0은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생산량의 급증으로 과잉생산이 이뤄지면서 버블이 형성되었고 빈부격차는 급격히 확대되었다. 대공황은 자본주의의 틀을 바꿔놓았고 자본주의 2.0을 촉발하였다. 자본주의 2.0은 1930년 대공황부터 신자유주의가 등장하는 1970년대 후반까로 케인즈 학파가 득세했던 시기이다. 기축통화였던 파운드가 효력을 상실하였고 1971년 미국 역사 달러를 더 이상 금으로 바꿔줄 수 없다고 선언했다. 1979년에 영국의 대처 수상이 등장했고, 1980년에는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신자유주의의 모습이 드러난다. 밀턴 프리드먼 등 시카고학파가 전면에 나서면서 1980년대부터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까지의 시기를 자본주의 3.0 시대라고 부른다. 개인의 경쟁을 극대화하고 시장의 역할을 중시하는 신자유주의가 부각된 시기이다. 하지만 신자유주의에서 간과한 것이 있으니 바로 '인간의 탐욕'이다. 평생을 써도 다 못슬 돈을 모으고도 인간은 또 돈을 찾는다. 마당을 나온 암탉에서 애꾸 족제비는 새끼 네마리를 살라기 위해 필연적으로 사냥을 한다. 새끼들을 살리기 위해 젖이 필요한데 젖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먹이를 먹어야 하는 것이다. 결국 잎싹이 자신을 포기한다는 내용으로 영화는 끝난다. 


경쟁은 필요하지만, 필요 이상의 탐욕은 내지 않는 것, 즉 자본주의를 유지하되 따뜻한 자본주의를 만들자는 요구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봇물처럼 터져나왔다. 이른바 '함께 사는 자본주의'인 자본주의 4.0이다.  - p.156


공지영 원작의 소설을 영화화한 ≪도가니≫를 설명하는 내용에서는 기득권 집단들의 담합과 함께 그 비리를 폭로하는 내부고발자에 대해서 다룬다. 영화에서는 자애학교의 진실을 외부에 고발하는 강인호 선생이 '내부고발자'이다. 미국은 엔론 과 월드컵의 회계부정 사건이 폭로된 이후 내부고발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사베인스-옥슬리법을 만들어 시행중이다. 이 담합과 비리는 사법부로까지 이어진다. 비록 가상의 도시 '무진'시를 배경으로 하지만 결국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모습이라고 상상할 수 밖에 없는 영화에서 법조계의 전관예우 현상은 국민들을 광분하게 만든다.


주로 표준경제학의 이론들이 다뤄지고 있지만 비주류 경제학자들의 주장이나 이론들도 눈에 띄인다. 컨버전스가 유행하는 요즘과 같은 시대에 영화에 관한 지식과 경제 상식을 아울러 접할 수 있는 이런 류의 책들이 더 많이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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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1학년 공부, 책읽기가 전부다
국내도서
저자 : 송재환
출판 : 예담 2013.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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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이면 큰 아이가 6살이 되고 곧이어 몇해 뒤에 두 아이가 더 초등학교에 입학할 예정이다. 막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 내 나이를 계산해 보니 50을 훌쩍 넘기게 된다. 지금도 시작이 되고 있지만 그 나이되면 노안이 점점 진행될 것이고 책 보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지금 한살이라도 젊을 때 육아도서를 비롯해서 많은 책을 봐두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특히나 육아도서는 공부해 두어야 '후일을 도모'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책의 제목과 마찬가지로 초등학교 1학년 공부는 책 읽기가 전부라지만 인생의 후반전에 필요한 평생학습 역시 책 읽기가 전부라고 생각한다.



나는 어릴 때 그나마 독서습관에 잡혀 있었던 듯 하다. 초등학교생 시절 ≪월간 새벗≫이라는 잡지를 계속해서 구독해 주셨고, 각종 세계문학전집, 세계위인전집, 한국위인전집 등 전집류는 기본이고 생일선물이나 특별한 날에 동화책을 꼭 사주셨던 기억이 난다. 언젠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아버지 손을 잡고 가서 산 명심보감과 채근담은 아직도 기억이 난다. 책만 산다고 대수겠는가. 읽어야지. 독후감을 어떻게 쓰라든지, 독서계획표를 만들어서 계획적으로 읽으라든지 등의 책을 읽는 것에 대한 교육은 따로 받지 않았다. 하지만 나름대로 책상에 앉아 책을 읽는다는 것에 대해 최소한 거부감은 갖지 않게 되었다. 그 버릇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듯 한데 저자도 책에서 이점을 중요하게 강조하고 있다. 바로 독서습관이라는 것. 어릴 때 책을 가까이 하지 않으면 커서도 가까이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별히 초등학교 시절에 책읽기를 강조하는 이유는 이 시절이 배우는 어휘량이 급증할 때이고 상상력과 호기심이 폭발하는 시기인데 이 시기에 많은 책을 읽어 간접 경험을 하게끔 하지 않으면 학년에 올라가면서 점점 학습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말도 제대로 할 줄 모르는 아이들에게 영어유치원을 비롯하여 영어학습을 강요한다든지, 지나친 선행학습으로 학습의욕을 떨어트리는 등의 행위는 정말 위험하다는 것이다.


지혜로운 부모가 자녀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 바로 독서습관이요, 책 읽는 부모가 책 읽는 아이를 만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자가 또 하나 강조하고 있는 것은 '읽기 독립'이다. 읽기 독립은 한글을 뗀 다음, 누군가 책을 읽어주지 않더라도 스스로 책을 읽는 걸 의미한다.(p.52) 이때 부모는 책 읽어주기를 갑자기 멈추지 말고 시간을 정해서 지속적으로 읽혀주되 스스로 책을 읽는 시간을 늘리는 노력이 필요하다.


학년에 올라갈수록 공부에 두각을 나타내는 아이들은 하나같이 독서습관을 잘 들인 아이들이다. 저학년 때는 잘 드러나지 않다가 고학년이 되면 드디어 독서 습관의 거대한 실체가 드러난다.  - p.59


책에는 이 시기에 읽어두면 좋을 동화 중심의 도서 목록들이 제시되어 있다. 또한 아이들의 창의적인 독후감 사례를 제공하여 정말 아이들에게 필요한 독서교육이 무엇인지 이해하게끔 한다. 초등학교 학생들에 가장 싫어하는 과목이 사회라고 한다. 그 이유는 사회라는 과목은 배경지식이 많아야 쉬운 과목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바로 배경지식은 직접 경험이 가장 좋겠지만 책을 많이 읽어야 생기는 경우가 많다. 책을 많이 읽은 아이들일수록 사회가 재미있으며 제일 쉽다고 말한다고 한다. 또한 이 배경지식은 사회 뿐만 아니라 다양한 과목에 반영된다. 예를 들어 2학년 수학시간에 저자가 '길이재기'를 가르치는데 한 아이가 '이 임금님은 왜 옷을 벗고 있어요?'라고 물어보더란다. 알고 보니 교재내용에 ≪벌어벗은 임금님≫을 소재로 하여 단원 도입부분을 설명하고 있었는데 아이는 이 동화책을 읽지 않아서 전혀 내용을 알지 못하더라는 것이다. 


요즘 세대 아이들은 TV나 컴퓨터 등 시각적이고 청각적인 자극에만 익숙해져 있다. 영화를 하거나 게임을 하면서 2시간 집중할 수 있지만 책을 읽으면서는 20분도 집중하기 힘든 것이 요즘 아이들이다. 그 버릇이 어른까지 간다면 책을 본다는 것 자체에 상당한 거부감을 느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TV나 게임과 같은 것이 우뇌만 자극한다면 책 읽기는 대표적인 좌뇌 활동이지만 우뇌와 좌뇌를 골고루 자극한다. 일단 화면을 보거나 소리를 들으면 그 주어진 데이터에 집중하게 되지만 문자를 통한 습득은 단어를 이해해야 하고 문장을 이해해야 하며 그 문맥의 상황이 어떤지를 이해해야 하고 전체 줄거리와 주제, 주장하려는 바가 무엇인지 등을 전반적으로 이해해야 하는 상당히 고난이도의 작업이 요구되는 것이다.


책 읽기가 중요하다고 아이에게 일방적으로 독서를 강요해서는 안될 것이다. 자연스러운 분위기에서 책을 접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책에는 실제 아이들이 작성한 독서기록장이나 유용한 도서목록 추천 등을 통해 직접 아이들에게 적용해 볼만한 정보들을 알차게 제공한다. 저자는 초등학교 교사로서 최근에 여러 권의 육아 독서교육 관련 책을 집필하였다니 다른 책도 더 찾아서 읽어보아야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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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라디오 키드
국내도서
저자 : 김훈종,이승훈,이재익
출판 : 더난출판 2013.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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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라디오 PD 세명이 함께 쓴 책이다. 그들의 어린시절 이야기부터 왜 라디오 PD를 하게 되었는지까지 개인적인 생각이 주로 담겨져 있으며 간혹 경제적인 이슈나 정치적 이야기들을 간접적으로 언급하고 있기도 하다. 전체 여섯 장으로 구성된 책의 1장은 록 윌 네버 다이. 심상치 않은 제목의 본문 몇페이지를 넘기기도 전에 Bon Jovi, Whitesnake, Motley Crue, Judas Priest, Def Leppard, Mr.Big, Led Zeppeline 등 헤비메탈 밴드 이름이 거론된다. 이 헤비메탈 이야기의 주인공은 이재익 PD. 그의 글에는 자주 음악 이야기가 언급된다. 티파니 공연을 보러 갔다가 신발을 한짝 잃어버린 이야기부터 대학 1학년때 밴드 공연에서 가사를 까먹은 이야기에 웃음을 짓게 된다.



이승훈 PD가 초등학교 시절 문집에 쓴 글을 인용한 대목이 인상적이다. '54세의 나이에다 스트레스까지 쌓이면 화병으로 돌아가실 겁니다'라는 식의 글을 학교 문집에 실었다니 좋아할 선생님은 없겠지만 저자는 아쉬움을 토로한다. '칭찬'을 받지 못한 초등학생 시절의 아쉬움을 아니라고 생각한다. 글쓰는 것을 좋아하는 저자가 이때 칭찬을 받았으면 지금은 어찌되었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 많은 선생님들이 학생들의 멘토로서 미래로 가는 길을 ㅂ여주는 역할을 잘 수행할 필요가 있지 않겠는가는 생각이 든다. 물론 선생님 뿐만 아닐 것이다. 나 역시 고1 시절에 친척 어른의 단 한마디 말로 꿈을 접었던 사례가 있다.


역시 음악 이야기를 자주 하는 이재익 PD의 글들이 마음에 와닿는다. 미스터 빅 사인회에서 만난 첫사랑과 레드 제플린 음악을 같이 듣던 이야기의 끝은 가슴이 먹먹해진다. 첫사랑을 이루어지지 않는다지만 이런 식으로 결말이 나는 첫사랑은 너무도 가슴 아프다. 좋아하던 OB베어스가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던 1995년에 7차전 마지막 경기 당일 여자친구가 영화를 보러 가자고 하는 바람에 휴대용 TV를 가지고 극장에 들어갔던 이야기도 배꼽을 잡게 한다. 


삼국지≫를 여러번 읽었다는 김훈종 PD나 은하영웅전설을 두번 읽었다는 이승훈 PD의 책 이야기도 흥미롭다. 특히나 이승훈 PD는 내 인생의 한권의 책으로 은하영웅전설을 꼽았고, 김훈종 PD는 PD는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을 추천하고 있다. 또한 대학교 학회 활동을 하면서 ≪내 머리로 생각하는 역사 이야기를 통해 유시민의 광팬이 되었다고도 고백한다.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를 접하면서 저자들과 함께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약간 아쉬운 점은 워낙 다양한 주제의 글들이 있다보니 유사한 주제끼리 묶는 것이 힘들었는지 전체 6개 장의 대분류가 그다지 유용해 보이지는 않는다. 차라리 저자별로 세 파트를 묶어서 출간하는 것이 더 괜찮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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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서 마음으로
국내도서
저자 : 이외수(oisoo)
출판 : 김영사 2013.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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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수의 작품 중에 처음 접할 소설은 ≪벽오금학도였다. 무려 20여 년 전에 그 소설을 읽고 몇일동안 작품 속의 '신비'와 '환상'에 빠져 살았던 기억이 난다. 그 이후로 그의 작품을 접한 적은 없었고 그저 가끔씩 들어가보는 트위터를 통해 그의 생각과 사상을 접할 수는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외수의 소설에 대해 다시 관심을 가져보게 되었다. 벽오금학도 때만 해도 그리 잘 알려져 있는 소설가는 아니었지만 그 이후 20여 년 동안 그의 내공은 더욱 단단해져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도서출판 해냄에서는 그의 소설들을 '이외수 장편소설 컬렉션'이라는 이름으로 2010년 9월에 재출간한 바 있다. 여기에는 꿈꾸는 식물들개벽오금학도황금비늘괴물, 장외인간≫ 등 일곱권이 포함되어 있다.



이제 이 책을 좀 들여다보자. 먼저 제목이 정말 따뜻하다는 느낌이다. 진정한 소통이란 결국 마음에서 마음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닐까. 진정한 사랑도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달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 생각을 해보면서 내용으로 들어가 본다. 일단 기본적인 책 정보에서 알 수 있다시피 이 책은 이외수와 하창수의 대담집이다. 대담의 주제는 크게 예술, 인생, 세상, 우주 등 네가지로 되어 있다.


사실 이 네가지 단어로 우리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사회현상을 비롯하여 개인의 세세한 생각까지 다 표현할 수 있는 상당히 광범위한 주제들이다. 일단 소설가로서 이외수의 소설에 대한 생각은 어떨까 들여다보자. 그는 소설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중요한 것은 현실에서 미처 체험하지 못한 것을 체험하게 해주는 것, 새로운 삶의 의미를 깨우쳐 주는 것, 우리의 의식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새로운 인간형을 창조해 내는 것이 소설의 몫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 p.38


조금만 고개를 들려도 다 보이는 현실적인 소재를 가지고 굳이 왜 소설을 써야 하냐는 것이다. 나 역시 흥미롭게 읽었던 ≪벽오금학도≫를 언급하면서 하창수는 '비움'과 '채움'에 대해서 질문한다. 이외수의 삶이나 문학에 한가지 코드가 있다면 그것은 '채움과 비움의 대결'이라고 할 수 있다고 하면서 벽오금학도 이후에 비움 쪽으로 기운 듯 해 보인다고 질문한다. 이외수는 벽오금학도 이전에는 인간중심으로 사고했지만 더 광범위한 확장을 통해 자연이 중심이 되고 우주적 사고를 하게 되었다(p.72)고 심오하게 답변한다. 소설 이야기를 하면서 차기소설에 대한 답변이 흥미롭다. '미확인 보행물체'라고 가제를 적었다고 하는데 물위를 걷는 사람의 이야기라고 한다. 확 끌린다.


마지막 장인 '우주'이는 도인으로서의 이외수가 그려진다. 그는 타심통, 천리안, 유체이탈을 경험했다고 고백한다. 공부하다가 저절로 이런 능력이 생겨났다고 하는데 어떤 공부였는지는 자세한 답변이 없었다. 그저 깨달음이라고만 표현한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나도 공부하고 싶단 말이다. 유체이탈 경험을 이야기하는 부분에서는 좀 섬찟하다. 의식이 자신의 몸을 빠져나간 상태에서 벽에 기댄 채로 앉아있는 자신을 생생하게 보았다고 증언(p.234)한다. 작가 본인은 자신이 '보통사람'이라고 하지만(p.216) 내가 봐선 평범한 보통사람은 아닌 듯 하다. 외계생명체와도 교신을 하고 있으며 지금도 두세달에 한 번꼴로 채널링을 한다고 말한다. 특히 달의 지성체와 교신을 한다는데 저자 본인의 말로는 달의 지성체는 지구에 와서 살 수 없다고 하면서 중력의 차이가 심해서 특수한 장비를 사용해야 하는데 생활하기 불편하고 위험하다고 말했단다.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


마지막 장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내용들이 있어서 거부감이 없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그냥 이외수를 소설가로 기억하려고 한다. 트위터 대통령도 아니고 세미 정치인도 아니고 저자 본인이 말했던 것처럼 현실에서 체험하지 못한 특별한 것을 체험하게 해주는 소설가로 남아 흥미로운 소설들을 많이 만들어주실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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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일곱째를 낳았어요
국내도서
저자 : 김여운
출판 : 샘터사 2013.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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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쇄소를 하는 용철씨와 창숙씨 부부는 딸만 여섯이다. 딸들의 이름을 동서남북을 따서 동희, 서희, 남희, 그리고 북희가 아니라 복희, 다섯째는 가희, 여섯째는 나희로 지었다. 그런데 이번에 창숙씨는 또 딸을 낳았다. 아이를 낳은 방에서는 엄마의 울음소리가 들리고 일주일 있겠다던 외할머니는 금방 집으로 가버린다. 큰 아이들은 사태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낀다. 그때 서희는 엄마와 아빠가 하는 대화를 엿듣는다. 일곱째 아이를 다른 사람에게 주겠다는 것이다. 서희는 이 일만은 막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언니 동희와 작전을 세운다. 과연 막내 동생은 다시 가족의 품에 안길 것인가.



이제 태어난지 3주 지난 셋째 딸이 있는 우리집은 딸만 일곱이라는 용철씨 집에 비하면 딸이 많은 건 아니다. 딸 셋이니까 말이다. 아들을 선호하며 십원짜리 종이돈이 나오고 대통령을 욕하면 잡혀간다는 이야기를 듣다 보면 대략 동화의 시대는 50~60년대 상황인 듯 하다. 


지금의 아이들이 읽기에는 시대가 너무 오래된 듯도 하고 일곱번째로 또 딸을 낳았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 모를 아이들은 이해하기 어려울 것 같기도 하다. 이야기 속 아이들에게 바라건데 일곱째가 막내가 될지 또 동생이 태어날지는 모르겠지만 건강하게 잘 자라다오. 부모님은 너희들을 사랑하신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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