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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의 병법경영
국내도서>경제경영
저자 : 신동준
출판 : 인간사랑 2012.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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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전에 삼국지의 조조는 눈치빠르고 간계를 잘 부리고 교활한 인간으로 생각되었다. 그래서인지 이 책 <조조의 병법경영>이라는 제목을 보았을 때 조조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 주려나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저자는 조조의 교활한 인간 이미지는 진정한 조조의 모습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저자만의 주장은 아니고 최근의 역사 연구가들의 흐름이라고 한다.



조조는 병법에 관해서 상당히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지식을 풀어낸 책이 <손자약해>이다. 이 책은 <손자약해>에 나오는 조조의 주석을 21세기 경제전쟁 상황과 비교하여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는 비책을 제시하고 있다. 그 대상은 애플과 구글과 같은 IT기업의 사례에서 최근의 퍼주기식 복지위주 정책의 비판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고금동서를 막론하고 '균부'는 모든 국가의 통제과제이다. 요즘처럼 양극화가 심한 상황에서는 이들의 주장이 더욱 가슴에 와닿을 수 박에 없다. 글로벌 스탠더드 차원의 '자본주의 시장경제'이든 아니면 중국식의 독특한 '사회주의 시장경제'이든 정부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공정한 시장경쟁 체제의 확립이다. 이게 확립된 연후에 동반성장 문제를 논하더라도 논해야 할 것이다. (중략) 이는 무차별 무상복지와 엄히 구별해야 한다. 원해 호강(豪强)한 자를 억눌러 백성을 고루 잘살게 만드는 '균부'와 부유한 자를 더욱 부유하게 만드는 무차별 무상복지는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있다.  - p.59


애민경영을 이야기하면서 저자고 논한 대목이다. 이 대목을 설명하면서 <한비자>와 <상군서>, 그리고 <관자> 등의 고전을 추천하고 있다. <상군서>의 '거강(去彊)'의 한 대목을 소개하는 문구가 인상깊다.


나라가 부유한데도 국고를 계속 채우면서 부유한 백성의 부를 덜어내는 빈치로 다스리는 나라는 강해진다. 나라가 가난한데도 국고를 계속 비우면서 부유한 백성을 더욱 부유하게 만드는 부치로 다스리는 나라는 패망한다.  - pp.62~63.


6장에서 민심경영을 이야기하면서 저자는 애플과 구글의 사례를 들고 있다. 제품의 최종 구매자인 소비자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의 유용성을 논한다. 일상적인 생활 패턴과 삶의 질을 바꾸고자 하는 최종소비자의 입장에서 그 니즈를 읽고 이를 제품화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자세가 관건이다(pp.113~114). 이로 인해 만들어지는 수익은 자연스러운 부산물에 불과할 것이다.


조조를 대체로 병볍경영의 롤모델로 내세우는 내용이 많지만 9장의 소통경영 대목에서는 조조가 제대로 하지 못해 실패한 전쟁의 예를 들고 있다. 적벽대전에 이어 한중대전을 조조가 패한 이유로 그의 우유부단과 불통을 들고 있다. 주변의 간언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자만심에 가득 차 있었기 때문에 패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모택동도 이러한 점을 지적했다고 하는데 만약 조조가 적벽대전의 패배에서 교훈을 얻어 한중대전 때 유엽 및 사마의의 건의를 받아들여 촉 땅으로 진격했다면 능히 천하통일의 위업을 달성했을 공산이 컸었다고 예상(p.172)했다. 이러한 우유부단과 자만은 국가든 기업이든 최고결정권자가 대사를 그르치게 하는 최고의 위험요소이다. 그 사례로 초한지의 항우가 범증을 믿지 못해 내치고 나서 유방과의 전쟁에서 패사한 사례를 들고 있다. 


국가든 기업이든 최종결정권자의 우유부단과 자만은 대사를 그르치는 최고의 위험요소다. 아무리 득인과 용인에 성공해 천하를 호령하는 상황에 이르렀을지라도 늘 스스로 겸허하며 참모들의 건의를 귀담아들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p.172


책에서는 민심경영(6장), 위임경영(7장), 소통경영(8장), 전략경영(12장) 등을 비롯하여 20가지의 경영전략을 논하고 있다. 그 경영이란 비단 기업의 경영만이 아니라 한 가정의 경영 더 나아가 자기 자신의 마음경영에도 유용하다. 최근 몇년간 동서양의 고전을 알기 쉽게 풀이한 책들이 많이 출간되고 있다. 이 책도 그러한 유행을 반영한 듯 보이기는 하지만 상대적으로 난이도가 있어 보인다. 삼국지나  고대 중국의 시대 상황과 역사에 대해 이해가 있다면 좀더 쉽게 읽힐 수 있을 것이다. 또는 이 책을 읽은 이후에 이 책에서 인용되는 여러 중국의 고전들을 다시 살펴보는 것도 좋은 독서가 될 듯 하다. 저자는 중국역사 및 고전에 상당히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계시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 저자분이 저술한 <현대중국사>를 가지고만 있고 아직 읽지를 못해서 조만간 읽어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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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에겐 일생에 한 번 냉정해야 할 순간이 온다
국내도서>시/에세이
저자 : 한상복
출판 : 예담 2012.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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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니 이거 남자가 읽어도 되는 책인가 싶었다. 첫 페이지를 열어 '서문'을 읽다보니 꼭 여자만을 위한 책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문에서 이야기하는 내용은 남녀관계, 그리고 결혼에 대해 남녀가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고 그 다름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한 대답을 들려주지 않을까 기대하게 만든다.




누구나 훤히 알고 있는 뻔한 결혼이지만, 동시에 너무 어려워서 갈피를 잡을 수 없는 게 결혼이기도 하다. 사랑으로 충분한 것이 결혼이며, 동시에 사랑만으로는 절대로 쉽지 않은 게 결혼이다. 부모님 말씀을 잘 따르면 탈이 없는 것이 결혼이지만, 한편으로는 부모님 말씀대로 했다가는 큰일이 나는 것이 결혼일 수도 있다. 알 수 없는 미래가 두렵기 때문에, 함께 가는 것이다. 결혼은. - p.6


이 두려운 결혼이라는 관계는 남녀간에 싹트는 '사랑'이라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일반적으로는 말이다. 헌데 그 사랑이라는 것은 선행학습이 없다. 닥치고 봐야 짐작할 수 있다. 책의 내용을 쭉 조망해 보면 저자가 이 책을 통해서 들려주는 사상의 근간은 '남녀의 다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직접적인 표현이 언급되지는 않지만 내 생각에는, 남녀의 생각하는 방식이 다르고 그 생각을 표출하는 행동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그 '다름'으로 인해 관계가 어그러지고 결국 남남이 되는 순간도 닥치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어찌보면 책의 표현처럼 결혼은 '결점있는 한 인간이 내 인생으로 들어왔다'(p.29)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맞을 수도 있다. 그 남녀의 기본적인 차이는 다음 문장을 통해 어렴풋이 정리될 수 있다. 사랑과 결혼의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대략 맞는 말이 아니던가.




여성은 사랑하는 남성이 자신에게 여자들처럼 섬세하게 대해주길 기대한다. 에두른 표현만으로도 의사소통이 충분히 이뤄진 것이라고 믿는다. 약간의 힌트만 주어도 남성이 마치 '여자처럼' 알아차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남성은 사랑하는 여성을 의리로 맺어진 친구처럼 여겨 굳이 말 안 해도 모든 걸 이해해줄 것이라고 믿는다.  - p.35


다음달 초면 나도 결혼한지 만 6년이 된다. 결혼 전에 이런 말을 들었다. 대부분의 결혼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결혼식'을 준비하지 '결혼 이후의 삶'을 고민하고 준비하는 사람이 적다는 말. 그래서 나는 고민하려고 했다. 결혼 이후에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고민만 했다. 역시 어른들이 말이 맞는 것인지 결혼은 남녀의 일대일 만남의 결론이 아니라, 그저 같이 살 사람이 하나 더 생겼다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사고방식과 라이프스타일과의 충돌을 헤쳐나가야 하는 과정이며 더 나아가 가족과 가족의 만남이라는 것이 자각되었다. 어찌보면 책에서 이야기하는 결혼이라는 관계는 상당히 '처세지향적'인 논조를 띄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즉 흔히 생각할 수 있는 '성공적인 결혼'에 포커스를 맞춘 것이 아니냐는 말이다.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결혼하기 전 따져보아야 할 것들에 대한 조언이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일례로 결혼할 상대방의 어머니에 대해서 살펴보라는 내용을 잠깐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어머니가 행복하지 않으면 집안의 어느 누구도 행복할 수 없다. 어머니야말로 집안의 '드러나지 않는' 중심이니까. 따라서 누군가를 사랑할 때, 그의 어머니가 불행하다면, 그 불행한 어머니만큼 사랑에 위협적인 존재는 없다.  - p.58


그래서 어머니의 행복 여부를 살펴보라는 것이다. 또한 남녀의 기본적인 차이를 일반화시키기는 힘들겠지만 대체적인 차이를 논하면서 특히 남자에 대해서는, 여자를 불안으로부터 지켜내려는 욕구가 있으며 그 욕구가 해결되지 않으면 두려움을 느끼는 존재로 묘사한다. 그리고 불안하고 두려운 남편에게 '힘내. 그렇지만 나한테는 지금의 자기, 그대로도 충분해'라는 문자를 보내주는 아내의 모습을 제시하면서 남녀의 차이를 논한다. 나는 아직 잘 모르겠다. 결혼의 전제조건으로 사랑이 과연 몇퍼센트나 차지하는지. 그렇다면 그 나머지는 무엇으로 채워야 하는지. 책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사랑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그 나머지가 제대로 채워져야 사랑이 더 충만해 질 수 있음을 지적한다. 결혼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갓 결혼한 딸에게 보내는 아래 인용한 아버지의 편지내용을 미혼들을 명심해야 한다.




20분짜리, 남들에게 보여주는 결혼식에 매달려 전전긍긍했을 뿐, 40만 시간, 결혼식 이후의 우리 둘의 삶에 대해서는 막연하게만 '두 사람의 알콩달콩'을 동경해왔으니 그게 얼마나 바보짓이야? 그저 남들이 그렇다니까, 왜 그런지 생각도 제대로 안 해보고 형식적인 결혼 준비만 했던 것이지. (중략) 결혼을 '사랑하는 남녀가 밤에도 헤어지지 않고 연애하는 것' 정도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 그렇게 안이한 생각을 품고 있다가, 막상 결혼이 전혀 다른 세상의시작이라는 점을 알게 되면 허둥대기 시작하지.  - p.39




책에서 인상적이었던 내용 중의 하나는 남녀간의 '거리 두기'에 대한 제안이었다. 중독성이 강한 사랑에 빠진 남녀의 사례를 들면서 그들의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 중독이라고 판단한다. 따라서 그런 중독성이 짙어진 사랑을 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스트레스는 '건강한 거리'를 형성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이 거리두기는 흔히 말하는 '밀당'과는 다른 것이다. 밀당은 상대를 무릎 꿁게 하려는 의도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지만 거리두기의 바탕은 자신과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다(p.111). 양쪽모두 소중하기 때문에 조심하려는 의도에서 출발한다. 그래서 이 거리두기의 관점에서 사랑은 다음과 같이 정의내릴 수 있다.


사랑의 깊이는 다가섰다가 물러서기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서로에 대한 경험이 쌓이면서 깊어지는 것이다.  - p.112


이 책이 사랑과 결혼에 대한 조언을 다분히 '처세지향적'이고 '정치지향적'이라고 평가할 수 밖에 없는 사례를 하나만 더 소개하겠다. '명절'에 대한 인식이 남녀간에 차이가 있다는 사례이다. 남자들에게는 명절의 의미가 여자들과는 다르다. 대부분 여자쪽의 가정에서는 이런 궁금증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시댁 될 집안의 명절이 여자의 결혼생활에 얼마나 중요한지, 너도 그 나이까지 엄마를 통해서 충분히 보지 않았니?' - p.113


쿵! 아, 결혼하기 위해서 이런 것도 따져봐야 하는구나. 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나도 남자로서 여자들이 겪는 명절 스트레스를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든 생각일 수도 있다. 인정한다. 하지만 책의 사례에서 언급된 그 남자 정도로 이해를 못하는 것은 아니다. 시댁의 명절 문화가 어떤지에 대한 궁금증을 남자는 예비 신부와 예비 시어머니가 있는 자리에서 이렇게 물어본다. "엄마, 근데 얘가 갑자기 명절에 대해서 물어보네요. 결혼할 생각하니까 걱정이 되는 모양이죠?"(p.117). 뿜었다. 이렇게 하지는 말자.


처세지향적인 내용에 대해 다소 비판적인 리뷰를 했지만 정말로 비판하려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은 다양한 종류의 남녀들이 다양한 형태의 연애를 하며 다양한 결혼 생활을 하고 있는 사례들을 36편의 작은 에세이로 풀어내고 있다. 각 글들마다 다른 사례들이 제시되고 있으며 그 사례들을 통해서 연애시절에, 결혼 전에, 결혼 후에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알려주려다보니 '성공'이라는 목표에 촛점을 맞춘 것처럼 느낀게 아니겠나 생각된다.





행복이란 공감 능력, 즉 서로를 이해해줄 태세가 얼마나 되어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결론이었다. 그러니까 여성의 미래는 사랑하는 남자와 얼마나 잘 소통하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다. 우아한 여신이 될 것인지, 아니면 투덜이 마녀가 될 것인지. 그 책임의 절반은 남자의 어깨에 달려 있는 셈이었다.  - p.125


이 책을 읽고 난 내 느낌은 이렇다. 남녀간에는 분명히 일반화시키니 힘든 차이가 있다. 그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품어주는 것이 성공적인 남녀관계의 지름길이며 사랑의 완성이다. 그 다름이라는 것은 단지 사고방식과 라이프 스타일의 차이뿐만 아니라 가족관계과 그(녀)가 살아온 과거의 환경, 그리고 미래를 바라보는 비전의 다름까지도 포함한다. 그 다름을 '인정'하고, '공감'하며, 더 나아가 '동감'하지 않는 이상 남녀관계는 성공할 수 없다.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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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무엇인지를 늑대에게서 배운 사람이 있다. 브레닌이라는 이름의 늑대는 그에게 형이요, 동생이었다. 저자는 늑대와 가족과 같이 공존하는 삶을 통하여 인간과 자연, 선과 악, 권리와 의무, 도덕과 정의, 행복과 고통, 삶과 죽음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이 책에서 그가 강의하는 철학은 실천학문으로서의 철학이다.


저자 마크 롤랜즈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하게 되었는데 대학에서 철학을 강의하고 있다고 한다. 인터넷 서점에서 조회해 보니 ≪동물의 역습≫이라는 책을 통해 인간이 동물을 대하는 방식, 그리고 동물의 권리문제를 철학적으로 접근하고 있었다. 본 책을 통해서도 늑대와 11년간 동거하면서 한 가족으로서의 동물을 이야기하고 있다.



무려 11년이나 늑대와 동거하면서 그가 깨달은 것을 한문장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깊었던 문장이기도 하다.

나는 인간이 무엇인지를 늑대에게서 배웠다.  - p.69

요즘 네 살짜리 우리 딸이 가장 좋아하는 동화는 '늑대와 일곱 마리 아기 염소'와 '빨간 모자'라는 동화이다. 둘다 늑대가 염소나 사람을 잡아 먹고 늑대의 배를 갈라 꺼내는 장면들이 나온다. 그만큼 늑대는 인간들에게 '사악한' 존재로 보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근데 어찌된 영문인지 그 동화책을 매일 같이 읽어주고 나면 우리 딸은 '늑대는 친구야'라는 말을 항상 한다. 어린 나이에 모든 사물에 애정을 느끼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단편적인 사례일 수도 있겠으나 그 말을 들으면서 이 책의 저자가 늑대에게서 느꼈을 것 같은 감정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어찌보면 저자가 늑대를 '길들이는' 과정이라는 것이 동물을 보호한다는 측면에서 비판을 받을 수도 있을 듯 하다. 늑대라는 동물의 야생성을 사람이 죽여버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비판 말이다. 그런 비판을 한다면 나로서도 변명의 여지는 없다. 다만 저자는 길들이는 과정을 통해 늑대와 진정으로 '교감'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고백한다. 따라서 브레닌을 노예로서가 아니라 늑대의 존재 특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존중하는 마음으로 훈련을 시켰기 때문에 적응이 매우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한다(pp.66~67).

어찌보면 저자가 브레닌을 길들인 것이 아니라 브레닌이 저자를 길들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브레닌을 훈련시키고 적응시켜가는 과정을 통해 인간으로서 깊은 성찰을 하게 된다.

아무래도 저자는 철학자다보니 책의 내용 여기저기에서 철학자로서의 면모가 드러난다. 저자는 '행복'에 대한 다른 철학자들의 생각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많은 철학자들은 행복의 본질적 가치를 주장한다. 행복은 다른 것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 자체로 가치 있다는 의미이다. 우리가 무엇인가를 소중하게 여기는 건 대부분 그 효용이나 역할 때문이다. (중략) 일부 철학자들은 행복만이본질적 가치를 지닌다고 여긴다. 오직 행복만이 효용이나 역할이 아닌, 그 자체로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 p.204

'언제 가장 행복한가요?'라는 질문에 많은 사람들이 섹스할 때 가장 행복하다고 답변한 것에 착안하여 사람들은 행복을 일종의 '감정'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더 나아가 이 감정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진다고 설명한다. "잘 살고 못 사는 문제와 상관없이, 삶의 질은 우리가 느끼는 감정에 달려 있는 것이다.(p.206)" 하지만 저자는 행복은 감정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행복은 감정이 아니라 존재의 방식이라는 것이다. 동전의 양면과도 같이 행복은 고통스럽기도 하고 즐겁기도 하다. "때로는 삶에서 가장 불편한 순간이가장가치 있기도 하다. 가장 불편하다는 이유만으로도 가장 가치 있는 순간이 될 수 있다.(p.221)" 이 행복의 대상을 브레닌으로 옮겼을 때 과연 브레닌은 행복했을까 라는 질문을 저자는 던지고 있다.

브레닌의 죽음을 앞두고 저자는 고백한다. "나는 브레닌을 형제로서 사랑했다.(p.249)" 그리고 저자는 브레닌에게 마지막으로 이야기한다. "우리 꿈에서 다시 만나자.(p.253)" 재발한 암으로 인한 고통을 줄여주기 위해 최종적으로 안락사를 결정한다. 그리고 브레닌은 죽어 갔다.

야생의 늑대를 사람과 같이 키우는 것은 동물학대가 아니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겠다. 저자도 그 부분에 대해서 있을 수 있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저자는 분명히 늑대 브레닌을 사랑했고 행복하기를 바라고 있었다. 한 가족처럼 지냈던 브레닌을 떠나보내면서 저자가 느꼈을 감정을 생각해 보았다. 그것은 저자가 행복을 정의한 것과 같이 고통 뒤에 오는 행복이 아니었을까.

철학자와 늑대
국내도서
저자 : 마크 롤랜즈(Mark Rowlands) / 강수희역
출판 : 추수밭 2012.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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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 청소법
국내도서>자기계발
저자 : 마스노 슌묘 / 장은주역
출판 : 예담 2012.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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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받아 든 순간 느꼈던 생각은, (우습게도) 요즘 출판계는 스님이 대세인가 라는 것이었다. 최근 국내 베스트셀러의 상위권이 스님들의 책이 많이 올라있는 것을 알았기에 더 그랬던 것 같다. 이 책은 일본의 겐코지라는 절의 주지스님이자 정원 디자이너로 활동중인 마스토 슌묘라는 분의 책이다. 저자는 환경디자인과 교수로 강단에 서기도 하는 분이다. 제목에서 느낄 수 있다시피 '청소'에 관한 책이다. 책의 전체 내용은 집안 청소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그 청소라는 과정을 통해 나 자신의 묶은 때를 씻어내고 진정한 나 자신의 찾아가는 명상의 과정이라는 점을 상기시킨다.


왜 청소를 해야 할까요? 사람을 태어나면서 한 점 흐림도 없는 거울 같은 마음을 갖고 태어납니다. 하지만 살아가는 동안 마음속에 티끌과 먼지가 쌓여가지요. 티끌과 먼지를 털어내고 본래의 거울 같은 마음으로 되돌리기 위해 청소를 하는 것입니다.


1장의 제목인 '청소는 마음을 닦는 것'에서 말해주다시피 내 방과 내 생활 주변은 내 마음 상태를 나타내주는 것이므로 깨끗이 저일한 방에서 생활하기 시작할 때 마음도 역시 상쾌함을 맛볼 수 있다. 솔직히 나는 청소를 잘 하는 편이 아니다. 내 주변은 항상 어질러져 있으며 그것에 익숙해져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나서 지나친 깨끗함을 추구하는 경지에까지 이르기는 내 의지가 약하지만 어느 정도는 가지런히 정돈하고 먼지를 제거하고 생활의 품위를 유지해 보고자 하는 욕구가 생겨났다. 


책은 때로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하며 '인간'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깨우쳐주기도 한다. "오랜 시간에 걸쳐 선조가 인생을 꿋꿋이 살아남아 연을 이어온 결과, 우리는 이렇게 존재하는 것입니다. 당신이 태어나서 지금에 이른 것은 기적이라고 불러도 되겠지요(p.47)." 정말로 기적과도 같은 일이다. 사람은 한명 한명 모두 귀한 생명체이다. 그러한 내 몸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 비단 종교인이 아니더라도 가장 명심해야 할 생활 마인드가 아닐까 싶다.


천수를 다하는 그날까지 생명은 소중히 간직해야만 합니다. 그러므로 생명을 끊는 일은 절대 있어서는 안됩니다. 정성을 다해 생명을 맡아둬야 할 책임을 모두가 똑같이 지고 있습니다.  - pp.47~48


소중한 나의 몸이 존재하는 곳, 그 몸이 하루 24시간 중 처음 맞이하는 아침시간에 5분을 투자하여 청소하라는 조언도 눈여겨 볼 만하다. 솔직히 나도 회사원 시절 아침의 5분이 시간이 있다면 잠을 좀더 자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것 같다. 여유라는 것을 찾아보기 힘든 요즘 아닌가. 하지만 저자는 나만의 청소 스타일을 만들어보라고 조언한다.


청소를 계속하는 요령은 '나 자신에게 맞는 스타일'을 찾는 것입니다. 자신의 스타일을 찾기 위해 청소 시간을 정하고 실제로 청소를 해봅니다. 작업의 속도도, 방의 수도, 집의 크기도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입니다. 그래서 '자신의 방식'이 필요합니다.  - pp.107~109


2장의 말미에서는 장소별 정리습관을 현관부터 거실, 부엌, 화장실, 베란다에 이르기까지 청소방법을 소개한다. 또한 계절별 옷 정리하기, 식기 정리, 책상 정리, 우편물 처리방법 등 저자가 경험했던 청소와 정리의 노하우를 쏟아낸다. 그러면서 그 과정에서 얻어지는 마음의 '평정심'에 집중한다(p.167). 더 나아가 청소의 행위를 인격과 인품으로 연결시키기까지 한다.


벗은 신발을 정돈해두지 않는 사람은 자신의 마음도 정돈되어 있지 않습니다. '고작 신발 벗는 방법 정도로'라고 생각하겠지만, 이것은 하나의 상징입니다. 벗은 신발을 가지런히 한다. 그런 사소한 것에서 그 사람의 '인품'이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 pp.119~120




우리가 흔히 경험하는, 또는 지겨워하는 일상의 행위인 청소를 통해 저자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는 종교적 성찰을 보여준다. 어찌보면 하찮아 보이는 청소가 그날 그날의 고민이나 근심거리를 잊고 인생의 큰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라니 저자의 이야기대로 한번 아무 생각없이 쓸고 닦고 먼지를 털어내도록 해야겠다. 그것이 아니더라도 내 주변이 더러운 것보다는 깨끗하고 정돈된 것이 좋지 않겠는가.


청소는 일상 속에서 무념무상이 될 수 있는 시간입니다. 무심히 청소를 하는 그 순간만큼은 그것과 완전히 하나가 됩니다.  - p.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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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풀 천국 쇼킹 지옥
국내도서>종교/역학
저자 : 김종원
출판 : 베다니출판사 2012.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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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찬에게 죽음이란 천국에서 새로운 인생이 시작됨을 의미한다. 따라서 천국의 경험은 이 땅에서 살아있는 한 있을 수 없다. 다만 기적과 같은 일에 의하여 천국을 경험한 사람들이 있다. 솔직히 그런 사람들을 100% 믿기는 어렵다. 더러는 이단도 있을 것이고, 정신병적인 증상에 의하여 일시적 환각 상태에 빠진 자도 있을 것이며, 자기 과시적 욕구가 강한 자가 허세를 부리는 것일 수도 있다.



나는 이 책에 천국과 지옥을 경험했던 사람이 쓴 책이라는 것을 알고 호기심으로 읽기 시작했다. 솔직히 이 책을 읽고 난 뒤에도 저자의 경험을 100% 신뢰하기 어렵다. 이것은 천국과 지옥의 실존 여부와는 관계없는 믿음이다. 다만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목사로서 (목사라고 다 같은 목사는 아니지만) 자신의 이름을 걸고 책을 내기까지 한 것으로 보아 전혀 허무맹랑한 경험안 아니겠다는 기대를 가지게 되었다.


다만 책의 앞부분에 '천국과 지옥을 경험하게 된 과정'에 대한 서술에서 저자가 큰 병에 걸렸다가 낫는 과정이 나오는데 어떤 병명을 진단받아 어떤 과정을 통해 낫게 되었는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없다는 점이 아쉽다. p.22에 따르면 2011년 5월 이후에 약값때문에 치료를 중단했다는 말이 나온 이후로 p.24에 기도원 원장님이 '...목사님의 간암 초기를 치료하셨으며...' 라는 말씀을 하셨다는 말로 그 병이 간암이었나 하는 대략적인 짐작을 할 뿐이다. 이 책이 진정 영혼구원의 목적으로 비신자들도 읽게 하기 위해서는 이 점이 명확히 설명되어야 할 것이다.


책의 내용은 그다지 특별한 것은 없다. 그저 크리스찬이라면 상상할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이다. 천국은 밝은 곳이고, 지옥은 어두운 곳이라는 것, 천국은 즐거운 곳이며, 지옥은 고통스러운 곳이라는 기본적인 상상에서 출발한다.





천국은 하나님의 자녀들을 위해 예비해 주신 곳이며 사람의 인지능력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곳이다. 우리가 이 세상에서 행하는 모든 일상적인 행위들이 그곳에서는 무의미하거나 전혀 있을 수도 없는 행위일 수도 있다. 


하나님께서는 각자의 행위책에 기록된 대로 복 줄 사람 복 주고, 심판할 사람 심판하신다. 천국은 시집가고 장가가는 곳이 아니다. 모두가 하나님 앞에서 일대일로 각자의 행위에 따라 상급을 받는 곳이다.  - p.35




지옥에 관한 묘사는 그야말로 처참하다. 때로는 읽기만 해도 구역질이 나는 표현이 지속된다. 가위로 발가락에서부터 조금씩 잘라내고, 날카로운 칼로 자신의 배를 난도질 하며, 입에서 더로운 벌레들이 들어갔다가 기억 나오고... 


모두가 눈물 콧물에 고래고래 소리지르며 목청이 터져라 울부짖으면서 도움을 청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구원의 손길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 철저하게 외면당하고 버림받은 자들의 고통소리만이 천둥번개같이 쉬지 않고 계속 울리는 최고로 처참한 곳이다.  - p.124


우리가 크리스찬이라고 해서, 교회에 출석한다고 해서 모두 구원을 받고 천국에 가는 아닐 것이다. p.132부터 시작되는 '예수 없는 교회 직분자들도 지옥에 있다'의 내용을 통해서 그 점을 경고하듯 설명하고 있다. 예수없이 목회를 하면서 오직 자신의 성공과 출세를 위해 자신의 이름을 세상에 알리는 일에만 시간을 낭비한 목회자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래서 목사를 하던 사람이 좀 심하다 싶은 생각도 있지만 결국 목사건 장로건 일반 신도이건 모두 일대일로 하나님 앞에 마주서야 할 존재일 뿐이다. 지옥에 있는 모든 자들이 '한번만 더 기회를 주세요!'라고 외치지만 그 기회는 이 세상에 존재했을 때만 주어지는 은혜인 것이다.


이 증언이 사실이건 아니건 간에 크리스찬으로서 책에서 설명하는 천국에 대한 묘사는 즐겁고 기쁠 뿐이며 지옥에 대한 모습은 우울하고 두려운 뿐이다. 주변의 믿지 않는 자들도 같이 경험하게 될 모습이었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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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테크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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