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라디오 키드, 김훈종·이승훈·이재익. 더난출판] - 내 과거를 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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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라디오 PD 세명이 함께 쓴 책이다. 그들의 어린시절 이야기부터 왜 라디오 PD를 하게 되었는지까지 개인적인 생각이 주로 담겨져 있으며 간혹 경제적인 이슈나 정치적 이야기들을 간접적으로 언급하고 있기도 하다. 전체 여섯 장으로 구성된 책의 1장은 록 윌 네버 다이. 심상치 않은 제목의 본문 몇페이지를 넘기기도 전에 Bon Jovi, Whitesnake, Motley Crue, Judas Priest, Def Leppard, Mr.Big, Led Zeppeline 등 헤비메탈 밴드 이름이 거론된다. 이 헤비메탈 이야기의 주인공은 이재익 PD. 그의 글에는 자주 음악 이야기가 언급된다. 티파니 공연을 보러 갔다가 신발을 한짝 잃어버린 이야기부터 대학 1학년때 밴드 공연에서 가사를 까먹은 이야기에 웃음을 짓게 된다.
이승훈 PD가 초등학교 시절 문집에 쓴 글을 인용한 대목이 인상적이다. '54세의 나이에다 스트레스까지 쌓이면 화병으로 돌아가실 겁니다'라는 식의 글을 학교 문집에 실었다니 좋아할 선생님은 없겠지만 저자는 아쉬움을 토로한다. '칭찬'을 받지 못한 초등학생 시절의 아쉬움을 아니라고 생각한다. 글쓰는 것을 좋아하는 저자가 이때 칭찬을 받았으면 지금은 어찌되었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 많은 선생님들이 학생들의 멘토로서 미래로 가는 길을 ㅂ여주는 역할을 잘 수행할 필요가 있지 않겠는가는 생각이 든다. 물론 선생님 뿐만 아닐 것이다. 나 역시 고1 시절에 친척 어른의 단 한마디 말로 꿈을 접었던 사례가 있다.
역시 음악 이야기를 자주 하는 이재익 PD의 글들이 마음에 와닿는다. 미스터 빅 사인회에서 만난 첫사랑과 레드 제플린 음악을 같이 듣던 이야기의 끝은 가슴이 먹먹해진다. 첫사랑을 이루어지지 않는다지만 이런 식으로 결말이 나는 첫사랑은 너무도 가슴 아프다. 좋아하던 OB베어스가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던 1995년에 7차전 마지막 경기 당일 여자친구가 영화를 보러 가자고 하는 바람에 휴대용 TV를 가지고 극장에 들어갔던 이야기도 배꼽을 잡게 한다.
≪삼국지≫를 여러번 읽었다는 김훈종 PD나 ≪은하영웅전설≫을 두번 읽었다는 이승훈 PD의 책 이야기도 흥미롭다. 특히나 이승훈 PD는 내 인생의 한권의 책으로 ≪은하영웅전설≫을 꼽았고, 김훈종 PD는 PD는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을 추천하고 있다. 또한 대학교 학회 활동을 하면서 ≪내 머리로 생각하는 역사 이야기≫를 통해 유시민의 광팬이 되었다고도 고백한다.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를 접하면서 저자들과 함께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약간 아쉬운 점은 워낙 다양한 주제의 글들이 있다보니 유사한 주제끼리 묶는 것이 힘들었는지 전체 6개 장의 대분류가 그다지 유용해 보이지는 않는다. 차라리 저자별로 세 파트를 묶어서 출간하는 것이 더 괜찮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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