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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살아가는 힘
국내도서
저자 : 문요한
출판 : 더난출판 2014.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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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과 미성년자의 차이는 자신이 한 일에 대해 '책임'을 지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차이가 아닐까 생각한다. 책임을 지는 행동의 전제조건은 그 행동을 자율적으로 했는지의 여부일 것이다. 즉 성인은 자율적으로 행동하여 자신의 행동에 대해 책임을 지는 사람이다. 누구나 성인에 대해 생각할 때 책임감과 자율성을 떠올리지만 저자는 이 '자율성'이라는 단어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것을 권유하고 있다. 정말 나는 성인인가? 나는 자율적인 사람인가?



자율이라는 말을 좀더 깊게 생각해 보면 사실 문제는 거짓 자율이나 유사 자율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이 중에서 거짓 자율보다는 유사 자율이 더 위험하다고 말하는데 그 이유는 유사 자율은 스스로 자기 결정에 의해 나아가고 있고 자이 의지에 의해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고 착각하기 떄문이라고 한다. 결국 유사 자율은 타인의 기대나 영향에 끌려 다니는 삶이므로 자율적인 삶이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나는 자율적으로 살고 있다고 착각하게 된다.


진실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맞서야 할 것은 거짓이 아니라 사이비다. 진실인 척하는 것들이다. 거짓은 눈에 잘 보이지만 사이비는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은 짝퉁임에도 진품이라고 믿는 것처럼 우리는 지금의 인생이 진짜인지를 물어야 한다. 나는 자기 인생을 살고 있는가?  - p.39


성인이 되어서도 자율적이지 못한 생활을 하는 성인들이 많고, 우리나라에 특히 더 많다고 한다. 즉 내가 한 행동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없거나, 책임질 수 있는 행동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더라는 것이다. 저자는 그 원인을 과잉양육(p.42)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지나친 양육이 자녀들의 책임감의 발달을 방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많은 학생들이 과도한 사교육에 시달리면서 공부는 힘든 것이고 시키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p.49)에 빠지게 된다.

 

누군가의 의견을 나의 의견을 착각하는 현상에 대해서 경고하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아이가 몸이 아픈 상황에서 치료를 하고 다른 친구들에게 전염이 되지 않게 하게 위해서 결석을 하는게 맞는지, 아니면 그래도 출석을 하는게 맞는지의 상황에 대한 고민을 저자의 경험을 빌어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는 몸이 아파도 출석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생각은 과연 저자 본인의 생각인지 아니면 부모님으로부터 전수된 생각인지를 고민했다는 것이다. 즉 우리가 알게 모르게 다른 사람으로부터 받은 정보나 지식 또는 경험을 나의 것으로 착각하는 현상은 자율적인 생활을 방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면 동의할 수 밖에 없는 사례였다.

 

사고와 믿음도 그렇다. 어릴 때부터 가져왔던 생각과 믿음이 익숙하기 때문에 이를 놓아버리지 못한다. 익숙한 것에서 편안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익숙한 것에서 편안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자율적으로 살아가려면 자신의 기계적 믿음에 대해 의문을 품을 수 있었야 한다.  - p.106


책을 읽는 내내 저자가 던지는 '자율'이라는 화두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한평생을 사는 동안 사람은 전부 자기 인생을 디자인하는 디자이너가 된다. 자기 인생에 대해 주인의식을 가지고 다른 사람의 생각과 주장이 아닌 나 스스로 살아가는 힘을 발휘하여 자율적으로 살아가는 인간. 이 책에서 던지는 인간의 최종 모습이 아닐까 싶다. 완성된 인간은 없다. 완성되어가는 인간만이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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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처럼 반론하라
국내도서
저자 : 우에노 마사루 / 김정환역
출판 : 끌리는책 2014.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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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화술이나 협상에 관한 몇권의 책들을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말하는 재능이 없는 나로서는 좋은 커뮤니케이터로 가는 길이 멀고도 험한 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식이 차곡차곡 쌓이다보면 언젠가는 조금씩 행동으로 옮겨질 것을 기대하며 책을 읽어내려갔다.



이 책은 화술에 관한 책이나 '반론' 기법을 논하는 책이다. 저자는 일본에서 30년간 검사로 일했고 현재는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인물이다. 변호사만큼 논리적인 화술을 자랑할 수 있는 직업은 없을 듯 하다. 저자가 특별히 '반론'에 관심을 갖고 머리말을 보게 되면, 이 책을 집필하게 된 이유는 서로의 오해를 풀거나 정보의 소통을 원활하게 함으로써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커뮤니케이션 기법을 공유하고자 함이 아닐까 유추해볼 수 있다.


즉 토론에서 이기고 내 주장을 상대방에게 강요함으로써 나만의 이익을 챙기는 화술이 아니라 상대방의 이익으로도 연결되는 반론이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어찌보면 어불성설이지 않을까 생각도 든다. 상대방도 나름대로의 이익으로 인해 요구하고 주장하는 것일텐데 내 주장과의 차이를 극복하고 공동의 이익을 확보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책을 읽다보면 조금은 상황이 이해가 안되거나 이런 상황이 과연 발생할까 하는 의문이 드는 장면도 눈에 띈다. 지극히 저자의 개인적 경험으로 좋은 결과로 종결된 상황을 사례로 들고는 있으나 매번 똑같은 상황이 연출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비판도 곁들이고 싶다. 한편으로 동일한 상황이 연출되지는 않을 수 있겠지만 그와 유사한 상황으로 같은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는 여러가지 기법들을 논하고 있으니 협상이나 토론이 일상적인 사람들이 읽어둘 만한 내용이 많을 듯하다. 저자가 설명하는 여러가지 기법들을 군데군데 깔끔한 다이어그램으로 제시하여 이해를 도와준다.


저자가 경험한 사례를 중심으로 여러가지 기법들을 이야기하는데 결국 책에서 설명하는 기법들의 공통적인 측면을 요약해보자면, 나만의 주장을 강요하지 말고 상대방의 의견을 충분히 이해한 상황에서 상대방이 가진 주장의 한계나 약점을 공략하고 내 주장의 약점을 숨겨 토론이나 협상의 주도권을 내가 가진 상태에서 서로에게 이익이 될 만한 포인트를 찾아 설득하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된다. 좀 장황한 문장으로 요약했지만 어떤 인간관계에서건 나만의 이익만 주장하다보면 결국은 공멸할 수 밖에 없음을 깨닫게 된다. 좀더 현실적이고 윈윈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기법에 대해 궁금한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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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사람들은 무엇이 다른가
국내도서
저자 : 조르디 쿠아드박(Jordi Quoidbach) / 박효은역
출판 : 북로드 2014.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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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궁금증을 유발한다. 행복해지고 싶지 않은 사람이 없을텐데 왜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은 왜 모호한가. 본인이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특징은 무엇일까. 그냥 행복하다고 자위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나는 행복하다고 만족하며 사는 사람들은 어떤 특징을이 있을까.



저자는 행복이란 무엇을 말하는지부터 논의하고 있다. 행복의 정의에 대해서 고대 사상가들과 철학자들은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먼저 바로 '주관적 안녕감'과 '심리적 안녕감'이 그것이다. 주관적 안녕감을 주장하는 학자들은 부정적 감정은 피하고 긍정적 감정을 유지하며 전체적인 삶의 만족감을 느끼는 것이 행복이라고 주장한다. 심리적 안녕감은 삶의 의미를 발견하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며 긍정적 대인관계를 형성하면서 온전한 자아실현을 이루는 것이 행복이라고 주장한다. 현재 대부분의 학자들은 주관적 안녕감에 동조하는 추세인데 이 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실험은 '체감되는' 행복에 관련된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행복이란 긍정적인 잣대나 프레임이 있다기보다 주관적으로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설명이다. 행복의 솔루션으로 '몰입'을 제시한다. 몰입은 그 자체로 즐거움, 자아실현, 성취감과 같은 긍정적 감정의 집합체이기 때문에 우리의 삶을 의미있고 풍요롭게 만들고 긍정적 기분을 느끼게 되어 행복감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행복은 전염될까. 이 대목을 읽기 전부터 나는 예상할 수 있었다. 분명히 행복은 전염된다. 반대로 불행도 전염된다. 긍정적인 마인드는 긍정적인 행동과 긍정적인 인간관계로 이어진다. 결국 행복하다고 믿는 생각은 주변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염시킨다. 저자는 나의 행복의 사회전체를 행복하게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전적으로 공감한다.


내가 먼저 행복해지면 나의 배우자, 가족, 친구, 지역사회, 나아가 사회 전체를 행복하게 할 수 있다.  - p.47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행복지수는 어느 정도가 될까. 책에서는 로널드 잉글하트가 1999년부터 2002년까지 시행한 행복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우리나라의 행복지수는 47위라고 제시한다. 좀 예전 자료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의 순위가 크게 변화되지는 않았을 것 같다. 47위라는 순위는 중국이나 일본보다 낮은 순위이며 나이지리아, 콜롬비아, 멕시코, 칠레, 베트남, 필리핀보다도 낮다. 이 결과에서 1위는 푸에르토리코가 차지했다.


결국 행복의 조건은 상대적이며 어떤 분야에 몰입이 되어 있을 때 행복한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그렇다면 어떤 목표에 몰입해야 하는 것일까. 로체스터 대학의 크리스토퍼 니에미에츠의 2009년도 연구 결과(p.185)에 따르면 개인적 발전, 타인과의 관계, 사회 참여, 신체건강을 주요 목표(본질적 목표)로 설정한 참가자들은 대단한 만족감을 드려냈고 이와는 반대로 비본질적인 목표(타인의 존경, 재물, 매력적인 신체 등)를 설정한 실험 참가자들은 목표에 도달했음에도 예전보다 더 행복해지지 않았다. 이 연구와 함께 이와 유사한 다른 연구 결과를 종합해 보면 목표를 달성하려고 노력할 때 상당한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데 그 목표가 그 자체로 만족감을 줄 수 있는 것이어야지 외부적 동기로 채워진 목표여서는 안 된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우리는 행복의 조건으로 '돈'을 이야기한다. 일단 돈이 많으면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저자도 '돈이 행복하게 해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결론은 돈이 행복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지만 돈의 많고 적음이 행복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가장 돈이 많은 사람들은 현재의 소소한 행복을 잘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돈은 우리 삶에 많은 이득을 가져다주지만 이득 못지않게 많은 부작용을 발생시킨다. 저자는 그 부작용을 경계하라고 조언한다.


돈이 가져다주는 이득은 비교적 쉽게 예상하면서도 그것이 가져오는 부작용은 예상하지 못하기 때문에 (중략) 돈은 한 손으로는 이득을 주고 나머지 한 손으로는 일상의 소소한 기쁨을 앗아가면서 부작용을 발생시킨다.  - p.115


책의 결론은 다시 원론적인 이야기로 돌아간다. 우리 주변의 소박한 것들을 즐기며 그 기쁨을 이웃들과 나누라는 것이다. 너무 싱거운 결론일지는 모르겠지만 저자가 조사한 여러 연구결과들이 이 사실을 반증해 주고 있다. 행복을 이야기하는 많은 책들이 있었지만 이 책의 차별점은 바로 저자의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생각에 머물러 있지 않고 행복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여러가지 방법으로 연구를 해서 도출된 결과들을 기초로 했다는 점이다. 물론 행복이라는 주관적이고 감성적인 소재를 사회과학기법을 주로 사용한 연구 결과들에 근거했다는 점은 한계라고 할 수 있다. 매일 긍정적이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며 사는 삶이 행복한 삶이 아닐까. 내가 가진 것이 별로 없어보여도 사실 우리가 가진 것은 너무나도 많다. 기본으로 돌아가면 행복의 조건을 깨달을 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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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터스 테일 1
국내도서
저자 : 마크 헬프린(Mark Helprin) / 전행선역
출판 : 북로드 2014.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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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터스 테일 2
국내도서
저자 : 마크 헬프린(Mark Helprin) / 전행선역
출판 : 북로드 2014.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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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초 번역 출간된 이 책의 원서는 1983년에 출간되었다. 1977년에 작가로 데뷔한 마크 헬프린의 작품으로 발렌타인데이인 지난 2월 14일에 미국에서 영화로 개봉되었다고 한다. 영화는 콜린 파렐, 제니퍼 코넬리, 러셀 크로우 주연에 아키바 골즈먼이 감독을 맡았다. 국내에는 두권으로 분권되어 번역 출간되었는데 두권 모두 합치면 1,000페이지가 넘는 비교적 방대한 양이다. 그동안 북로드에서 스토리 콜렉터라는 시리즈로 SF나 추리 소설 장르를 소개해 왔는데 사실 이 책이 이 시리즈에 끼일만 한 스릴있는 소설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시공간을 초월하고 사물에 인격이 부여되는 등 판타지적인 요소들이 있지만 그렇고 그런 가벼운 판타지 소설로 치부하기에는 작품이 너무나 '고급'스럽다.



소설의 재미를 주로 초반부에 얼마나 빨리 몰입할 수 있느냐, 그리고 마지막에 얼마나 기대 이상의 반전이 있느냐로 평가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둘다 좋은 점수를 줄 수 없다. 시대가 확실히 짐작하기 힘들 뿐더러 갱단에서 탈출한 사람이 백마를 타고 갱단의 총알을 피해 뛰어가는 모습을 머리 속에 쉽게 그릴 수 있는 설정이 아니었다. 하지만 페이지들을 넘기며 읽기를 거듭하는 과정에서 애매모호하게 표현하는 인물들의 성격이나 주변 상황들이 점점 뚜렷해짐을 느낀다. 몰입도나 반전 등의 잔재미는 없지만 우리 사회를 생각하게 만드는 큰 '울림'을 주는 소설이라고 자부한다.


갱단에서 탈출한 주인공 피터 레이크는 다시 갱단에게 잡힐 뻔하다가 백마를 타고 다시 도망치게 된다. 그를 변화시킨 건 도둑질하러 들어간 집에서 만난 베버리라는 열여덟 살 소녀다. 처음 만났을 때 피아노를 치고 있던 그 소녀는 폐결핵으로 죽음 직전이 도달해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부자도 죽음을 피해갈 수 없었다. 


지상의 보물이란 움직임, 용기, 웃음, 그리고 사랑 같은 것이라는 사실도 잘 알았다. 그런 것은 부자도 돈으로 살 수 없었다. - 1권, p.219


뉴욕 타임즈 선정 '지난 25년간 최고의 미국소설'이라고 하는데 충분히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다. 책을 읽다가 가장 눈의 띄는 부분은 사실적이면서도 추상적인 표현을 한 문장들이다. 분명히 어떤 분명하게 떠오르는 사실을 묘사한 문장인데 그 문장은 상당히 추상적으로 씌여져 있다. 예를 들면 피터 레이크와 베버리가 처음 성애를 나누는 장면을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그녀는 두 사람이 급하게 서로의 몸을 탐하는 과정에 하게 될 일을 놀랄 만큼 정확하게 상상해왔지만, 그들이하나가 되는 순간 느끼게 될 힘과 자유분방함에 대해서는 전혀 감을 잡지 못하고 있었다. 마치 그들은 지금까지 1000년 동안 서로에게 다가서지 못하도록 금지당해왔고, 앞으로 또 다시 1000년 동안 떨어져 있게 될 운명이라도 되는 듯 굴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가슴과 가슴을 맞대고 팔과 팔을 엮은 채 환상과 빛 속에서 마치 구름 속을 선회하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 p.223


현실과 환상, 과거와 현재, 시공간을 넘나드는 소설. 피터 레이크와 베버리의 사랑은 베버리의 죽음으로 끝나게 되지만 둘 사이의 인연이 어떻게든 이어지게 될 것이라는 기대를 남겨놓고 2권으로 넘어가게 된다. 부분적으로 디스토피아적인 도시 모습도 보여주는 이 소설은 남녀간의 사랑이라는 주제와 함께 도시에서의 삶과 정의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는 어떤 과정을 통해 조성되어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는가. 그 안에서 주어진 사람들간의 관계와 만남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소설이다. 곧 국내에서도 영화가 개봉될 예정이라고 하니 소설과 함께 영화감상의 즐거움도 같이 누리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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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스프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
국내도서
저자 : 하명희
출판 : 북로드 2014.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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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책을 받았을 때 받은 느낌은 제목이 독특하다는 것. 몇페이지 넘기다보니 '착한 스프'는 사람 이름이었다. 95년 말에 PC통신 천리안에 가입한 뒤로 하이텔, 나우누리, 유니텔 등 당시 4대 PC통신 서비스를 모두 가입하여 사용했는데 당시는 익명성이 강조되다보니 대화명을 사용했고 내가 사용한 대화명은 '열쇠'였다. '착한 스프'는 이 책의 주인공이 좋아했던 남자의 대화명이고 주인공 본인은 '제인', 절친인 홍아의 대화명은 '우체통'이었다. 이렇게 '착한 스프'와의 만남은 PC통신에서 이루어진다.



가끔 살다보면 상대방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런 걸 독심술이라고 하나. 특히나 어린 시절에 알고 싶은 것 중의 하나는 아마도 자신이 좋아하는 누군가가 나를 좋아하는지에 대한 궁금증일 것이다. 인간에게 그런 능력이 있다면 이런 가슴아픈 소설은 등장할 수 없었을게다.


등장인물이 여러 명 있지만 앞서 말한대로 주요 등장인물은 크게 세명이다. '온정선'은 '착한 스프'라는 대화명을 쓰고 있었고 드라마 작가를 꿈꾸며 '제인'이라는 대화명을 쓰는 '이현수'를 처음 봤을 때부터 사랑한다. 여성스러운 성격의 현수에 비해 '우체통'이라는 대화명을 쓰던 '홍아'는 외모는 현수보다 매력적이었지만 자신의 생활에 만족하지 못하고 항상 새로운 도전을 추구한다. 그 도전이 결국 현수와 정선의 사이를 갈라놓았다. 정선은 인생에 여자는 하나밖에 두지 않으리라 생각(p.182)했고 그 마음을 현수에게 전하고 싶었지만 항상 현수가 정선보다 빠르거나 정선이 현수보다 빨랐다(p.251). 거기다가 훼방꾼도 등장한다.


20대 후반의 나이에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상대방의 마음을 읽지 못해 나도 그랬을지 모르겠고 누군가도 그랬을지 모른다. 정선은 '사랑을 맛보게만 하고 결실을 주지 않은 이 땅(p.248)'을 떠나기로 작정한다. 자리를 잡으면 다시 현수에게 고백하기로 마음먹는다. 그 고백의 편지가 현수에게 도착했고 현수는 정선에게 전화하지만 정선은 전화를 받지 않는다. 착한 스프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


오랜만에 달달한 소설을 읽었다. 평소에 드라마를 잘 보지 않아 몰랐는데 SBS ≪따뜻한 말한마디≫, JTBC ≪우리가 결혼할 수 있을까≫의 작가라고 한다. 제목을 보니 소설의 느낌과 유사함을 느낀다. 조회해보니 '따뜻한 말한마디'는 '기황후'에 밀려 시청률이 높지 않은 상태인 것 같다. 첫번째 소설이라고 하는데 다음 작품도 기대하게 만든다. 작가가 그리는 또다른 운명적인 사랑을 기다려 본다.


[추가] 2017.10.3

지난 9월 18일부터 '사랑의 온도'라는 이름으로 SBS에서 드라마로 방영되고 있다. 소설을 읽은지 거의 4년 가까이 지났지만 그때의 감동이 잔잔하게 남아있다.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에 마음 한켠에 답답함을 느끼기도 한다. 드라마를 보지는 못했지만 오래동안 기억에 남을 작품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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