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 년 이상 따로 살았던 두 남녀가 한 가정을 이루게 되는 결혼이라는 제도가 어떤 사람들에게는 큰 굴레처럼 여겨질 수도 있겠다. 결혼 전에는 상대방이 마냥 좋은 것만 보이지만 결혼하고 나서 서서히 단점이 보이고 따로 살아왔던 환경만큼 나와 다른 점에 주목하게 된다. 지금은 가정사역자가 되어 있는 이 책의 저자도 과거에는 이혼만 하지 않았을 뿐인 '이혼급 부부'로 살아왔다고 고백한다.
수잔 존슨의 ≪날 꼬옥 안아줘요≫와 박성덕의 ≪우리, 다시 좋아질 수 있을까≫라는 책을 통해 힘들게 유지하던 결혼 생활을 뛰어넘어 가정을 회복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소개한다. 책의 내용을 부부간의 갈등을 치료하는 과정에 적용해가면서 점차 가정이 회복되고 지금처럼 가정사역자로 헌신할 수 있게 되었다. 책 소개가 되어 있는 만큼 추가적으로 읽어볼 기회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량이 230여 페이지로 많지 않고 또 그나마 문단 위아래 간격이 한줄 가량 띄어서 넉넉하게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읽기 시작하면 금새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다만 소설이 아니기에 실제 삶에서 적용해야 하는 지식 전달이 책의 주요 역할이다보니 천천히 생각하면서 읽게 되는 경향이 있었다.
부부는 서로 충분히 이해하기 때문에 결혼한 사람들이 아니다. 사랑으로 맺어져 결혼생활을 통해 서로를 이해해 가야 하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행복한 가정은 남편과 아내가 서로를 진심으로 이해하고자 할 때 가꿔 갈 수 있다. - p.28
결혼한 지 10년~15년 되는 부부들이 결혼에 대한 불만이 가장 많다는 책 내용을 보니 순간 깜짝 놀라게 되었다 올해 9년차인 나도 사실상 갈등 속에서 결혼생활을 유지하고 있는데 앞으로가 더 큰일이라고 하니 걱정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책의 많은 내용은 대부분 알고 있었고 공감하고 있는 바와 같다. 하지만 실천이 되지 않으니 문제인 것이다.
부부는 형제와도 다르고 친척이나 친구와도 다르게 같이 한 이불을 덮고 살며 남은 인생을 설계하는 운명 공동체다. 싸우든 갈등하든 혹은 어떤 위기 상황과 맞닥뜨리든 부부는 분명한 원칙과 룰을 세우고 지켜서 연합하여 선을 이뤄 가야 한다. - p.107
결국 부부가 같이 100이라는 숫자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각자 가지고 있는 100이라는 숫자를 고집해서는 절대 100을 만들 수 없다고 생각된다. 각자 가지고 있던 100 중에 50은 버려야 둘이 합해져 100이라는 숫자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책에서도 서로 다른 점을 이해하고 배려하고 희생하는 것이 행복한 결혼시작의 시작이며 그런 마음가짐과 행동이 누적되어야 진정한 행복을 누릴 수 있다고 조언한다.
내 생활에서 우리의 생활로, 개인의 사고에서 협력적 사고로, 가족에 대한 간접적 책임에서 직접적 책임으로, 개인의 습관에서 부부 중심의 습관으로 변환해야 하는 것이다. - p.118
각자 20여 년 이상 살아온 부부가 한 가정을 이루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점을 이해해야 한다. 각자 성격이 다르고, 살아온 환경이 다르고, 더 나아가 남자와 여자라는 성별 조차도 다르다. 나 중심의 세계관에서 우리 중심의 세계관으로 바꿔야 속터지는 아내나 머리아픈 남편이 줄어들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싸우지않는 부부가 더 위험하다는 저자의 조언도 공감이 간다. 보통은 싸움을 하다보면 상대를 이기려는 마음이 생기지만 지혜로운 부부는 이기는 것에 목적을 두지 않고 다음에 똑같은 주제로 싸우지 않기 위해 합의점을 찾는다(p.148). 따라서 싸움에도 전략이 있어야 하며, 싸운 뒤에 먼저 화해를 하고 상대에 대한 애정과 희망이 있다는 것으로 결론을 맺어야 한다. 평소에 부부간에 긍정적인 감정을 많이 저축하여 부정적인 감정이 생기더라도 상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극동방송의 인기프로로 저자가 경험했던 가정사역을 소개하고 상담하는 프로그램을 책으로 엮었다고 한다. 평소에 극동방송을 자주 듣는 편인데 들었던 기억은 나지 않는다. 방송에서도 내용이 검증되고 보완되었기에 부부회복을 위한 더 좋은 자료들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