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명 높은 연인, 알렉산데르 쇠데르베리, 북로드] - 영원한 선도 영원한 악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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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북유럽 스릴러를 자주 읽게 된다. 북유럽 소설은 주요 등장인물들의 이름을 기억하기 어렵다는 것이 몰입에 조금은 방해가 된다. 이름만 들어서는 남자인지 여자인지 조차 알 수 없다. 소피 브링크만, 엑토르 구스만, 구닐라 스트란드베리, 랄프 한케, 라르스 빙에... 저자 이름도 알렉산데르 쇠데르베리. 읽다보면 얼추 캐릭터의 구조가 잡히지만 그래도 마지막까지 등장인물 소개가 적힌 페이지를 펼쳐보게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소피 브링크만이다. 스웨덴 스톡홀름의 단데뤼드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여성으로 남편과 사별한 후 중학생 아들과 함께 살고 있다. 이야기는 이 병원에 엑토르 구스만이라는 갱단의 두목이 입원하면서부터 시작한다. 40대 중반인 엑토르는 스페인 사람이었지만 북유럽 사람같은 인상을 주어 소피는 그에게 매력을 느꼈다. 병원에서 엑토르는 소피에게 계속해서 질문을 했고, 퇴원해서는 식사에 초대하며 친분을 갖게 되는데 소피는 그렇게 엑토르의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것이 좋았다.
또다른 주인공인 구닐라 스트란드베리는 엑토르 구스만의 뒤를 캐고 다니는 여성 경찰이다. 소피와 엑토르가 병원에서 친분이 생기자 엑토르의 행적을 조사할 목적으로 소피에게 접근한다. 구닐라는 순경이었던 라르스 빙에를 자신의 부하직원으로 합류시켜 소피의 감시를 맡긴다. 비밀경찰 출신의 안데르스 아스크와 함께 소피의 집에 도청장치를 설치하지만 라르스와 안데르스는 사사건건 충돌한다.
옌스 발은 소피의 옛 애인이다. 지금은 러시아 등지로 무기를 밀매하며 살고 있다. 전체적인 스토리에서 옌스는 그동안 하던 거래가 생각처럼 진행되지 않으면서 구스만 파와 경쟁하고 있는 한케 파의 연결고리를 하게 된다. 그 와중에 본의아니게 소피를 수사하는 과정에 의문을 품게 되고 소피를 돕게 된다.
결론에서 사건의 윤곽이 드러나는 반전이 있기 전까지 스토리의 전체적인 윤곽은, 엑토르를 수사하기 위해 경찰은 그와 연인관계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소피의 감시를 시작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읽어나가면서 다소 밋밋해 보이는 이 구성에 뭔가 반전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었다. 즉 경찰은 선이고, 범죄집단은 악이라는 구조가 결말에서 어느 정도 와해되지 않을까 하는 느낌이 든 것이다. 결정적인 사건은 구닐라의 부하인 안데르스가 라르스의 애인인 사라를 죽이는 일이다. 아무리 범죄자를 수사하기 위한 목적이라도 사건의 비밀에 대해 깊이 알고 있다는 이유를 사람을 죽인다는 것은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이 들었다.
결말은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다만 등장인물들의 생사에 대해서는 예상하지 못했던 반전이 인상적이었다. 복수를 한 듯 하지만 또다시 복수를 당하는 구조, 비유하자면 적에게 총을 겨누었지만 또다른 누군가에게 총에 맞게 되는 구조가 이 결말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복수에 복수가 더해지고, 폭력에 폭력이 더해지면서 난장판과 같은 우리 사회를 지적한 것이 아닐까 생각도 들었다. 영원한 선도 없고 영원한 악도 없는 상황에서 살아남을 방법은 결국 나를 바로 세우는 것이 아닐까.
책 소개에 따르면 이 책은 소피 브링크만 시리즈 3부작의 첫번째 작품이라고 한다. 사실 결말까지 이해가 안된 부분이 하나 있다. 바로 엑토르가 그의 부하인 아론을 통해 자신의 대리권을 넘긴다는 말의 의미를 명확히 밝히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아마도 2부와 3부에서는 이 대리권의 의미가 드러나면서 소피가 구스만 파의 일원이 되어 활약한다든지, 또는 그의 아들이 커서 엑토르의 부하가 되는 등의 스토리를 상상하게 된다. 34개국에 번역 출간되었고 영화화도 결정되었다 하니 곧 극장에서 만나보게 될 것을 기대한다.
해당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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