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블로그 이미지
유튜브 [경영학 플러스 알파], [주말에 어디가지], 도서 문화 여행 리뷰 [techleader.net] 테크리더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1498)
경영학 플러스 알파 (유튜브) (150)
우리집 놀이터 (유튜브) (48)
주말에 어디가지 (유튜브) (173)
메롱 (0)
독서노트 (642)
여행이야기 (48)
대학강의 (45)
외부강의 (2)
논문·저서 (13)
책 이야기 (141)
학교생활&일상 (185)
문화생활 (17)
뉴스스크랩&리뷰 (13)
IT정보 (16)
비공개문서 (0)
Total
Today
Yesterday
반응형


엄마는 어쩌면 그렇게
국내도서
저자 : 이충걸
출판 : 예담 2013.04.19
상세보기


"나의 친구, 나의 투정꾼, 한 번도 스스로를 위해 면류관을 쓰지 않은 나의 엄마에게"


책 표지 제목 옆에 인쇄된 문장이다. 이 문장 속에서 내 엄마의 모습이 발견한다. 나의 엄마는 그 누구의 엄마보다도 더 아들인 나를 사랑했다. 소위 말하는 '과잉보호'에 가깝게 나를 애지중지 키우셨다. 그건 누구보다도 더 그 사랑을 받은 내가 잘 안다. 엄마는 나에게 '아낌없이 주는 나무'와 같은 존재다. 자녀를 키우면서 그 사랑을 조금이나마 베풀려고 하지만 나의 엄마가 나에게 한 사랑만큼 자식에게 베풀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다. 어찌보면 나는 축복받은 존재다.



이 책에서 저자가 말하는 자신의 엄마는 내가 예상했던 그런 엄마의 모습은 아니었다. 못다한 효도로 인해 생각만 하면 가슴이 콕콕 쑤시는 존재가 아니라 일상을 같이 숨쉬고 살아가는 친구같은 엄마의 모습이다. 또 그런 엄마와의 일상생활 경험들을 공유한 책이다. 나는 읽지 못했던, 2002년에 출간된 저자의 전작 ≪어느 날 '엄마'에 관해 쓰기 시작했다≫가 나온지 11년 만에 그가 다시 쓴 엄마의 모습이란다. 문장은 상당히 '꾸밈'이 많지만 거짓된 '꾸밈'이 없이 아름답다. 저자와 엄마의 대화를 통해 때론 웃기도 하고 마음의 울림을 주기도 한다. 이 책에서 엄마의 캐릭터는 자식을 위해 지극정성인 희생양이 아니라 이슬비와 같이 오는 듯 마는 듯 조금씩 스며드는 사랑의 화신이다. 그래서 더 희생양과 같은, 그리고 앞으로도 그렇게 더 사실 것 같은 나의 엄마와 비교되었다.


때로는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서 엄마와 스테이크를 먹는다. 또는 엄마와 같이 옛날 사진을 보며 가족들의 어린 시절과 그때의 추억을 떠올려 본다. 털게를 삶아서 술도 곁들여 엄마와 같이 먹기도 한다. 그 소소한 추억들이 알알이 쌓여 책 한권의 책이 만들어졌다. 


누구나 가지고 있을 법한 엄마와의 일상적인 추억을 늘어놓았지만 문장들이 아름답다. 엄마와의 이야기가 여전히 전개되고 있음을 나타내는 중간의 쉼표와도 같은 책. 저자는 '엄마가 조금씩 사라진다'고 독백한다.


메모지에 글을 쓰다가 텅 빈 방에서 눈물 흘리던 엄마. 젤리처럼 주저앉아 과거 어딘가로 헛된 구조요청을 하던 엄마. 하지만 더 이상 가지고 싶은 것도, 화해하지 못한 관계도, 이루지 못한 희망도 없다던 엄마.


"엄마. 엄마는 천사지? 근데 옛날엔 날아다녔는데, 지금은 뚱뚱해져서 못 나는 거지? 내 말이 맞지?"  -  pp.98~99


결혼을 하여 가정을 꾸리고 하나둘 아이가 생겨나면서 점점 내 삶의 관심에서 엄마는 멀어져감을 느낀다. 엄마의 소중한 삶을 지켜드리는 것, 그리고 함께 하는 것이야 말로 자식으로서 해야 할 책무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엄마의 삶 가운데 지금 소중한 건 무엇일까? 있다 해도 그걸 즐길 수 있을까? 엄마는 왜 조금만 힘을 주어도 휴지처럼 찢길 것 같을까? 엄마가 생수병을 들고 나하고 오래 걸어 다닐 거라는 생각은 할 수 없다. 피로를 모르던 육체를 소모시켰으니 신체적으로 불가능한 일. 그러나 엄마가 받아야 할 대가를 빼앗은 건 세월이 아니라 나였다.  - p.134


'엄마'를 주제로 떠난 인생의 끝을 향한 여행. 그 여행에는 희생과 사랑이 있고, 미움과 용서가 있고, 만남과 이별이 있다. 또 나이가 들어감에 따른 여유로움도 있고, 철들지 않은 아이같은 장난스러움이 있다. 인생은 선물이고, 엄마는 은혜가 아닐까.


삶 그대로를 받아들이건 변화를 꿈꾸건, 우주를 아우르는 제1의 법칙은 모든 것이 항상 똑같이 머무르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 진실은 타협될 수 없고, 결국 우리는 힘든 작별을 하며 일생을 보낼 것이다. -  p.179.



본 리뷰는 반디앤루니스와 다음 View의 제휴로 서비스되는

<반디 & View 어워드>의 5월 1주차에 선정되었습니다.

내용보기

http://v.daum.net/news/award/weekly?week=2013051&type=

반응형
Posted by 테크리더
, |
반응형


공부하는 인간
국내도서
저자 : KBS 공부하는 인간 제작팀
출판 : 예담 2013.02.18
상세보기


공부에는 다양한 방법들이 있다. 책을 읽으면서 그 다양한 방법 중에서 지금까지 나는 주로 어떤 방법을 사용했는지를 돌아보았다. 책의 앞부분에는 주로 동양인의 공부방법과 서양인의 공부방법을 비교하는 내용이 설명된다. 모두 그렇지는 않겠지만 일반적으로 동양인은 가족을 위해서 공부하는 경향이 많고 서양인의 나 자신을 위해서 공부하는 경향이 많다는 것이다. 그것은 일반적인 성향에도 큰 영향을 받는다. 하다못해 결혼을 할 때도 동양인은 상대방이 속한 가정을 주로 보는 반면 서양인은 그 개인의 됨됨이를 많이 본다는 것이다. 자기소개를 하는 방법도 차이가 많다. 동양 학생들은 나를 중심으로 가족들을 같이 소개하는 반면 서양인들은 철저히 나 자신의 취미와 특기 등 개인적인 특성을 중심으로 자기 소개를 하는 모습을 보였다.



책의 앞부분은 우리나라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대치동의 어느 학원 모습을 그리는 것으로 시작한다. "도대체 이 어린 아이들이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나 미래에 대한 기대감 없이 이토록 현실적인 꿈을 꾸며 공부에만 몰두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직접적이든 간적접이든 좋은 대학을 나와야만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다고 세뇌시킨 어른들, 이 사회 때문이 아닐까? (p.22)"  이어서 중국, 일본, 인도 학생들의 공부모습을 그리고 있다. 대체로 동양의 공부 모습은 가족들의 안위를 위하여, 나 자신을 위해서 고생하시는 부모님을 위하여 공부하는 경향이 많았다. 2장으로 넘어가면서 바로 이 동양사람들이 '왜 죽도록' 공부하는지를 살펴본다. 여러가지 이유를 살펴보고 있지만 가장 인상깊었더 부분은 '평균에 대한 열망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다른 사람의 기준에 맞추고 기대에 부응하려는 동양의 체면문화는 동양인들이 공부를 열심히, 잘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공부를 게을리해서 성적이 좋지 않으면 가족을 비롯해 다른 사람의 기대를 저버리게 되고, 그것은 곧 자신의 체면을 손상시키는 일이기 때문이다. (중략) 이렇게 볼 때 동양인의 높은 학습욕구, 학업성취는 사회에 존재하는 표준에 뒤처지는 것에 대한 공포가 가져다준 선물이라 할 수 있다.  - pp.143~144

 

유대인의 공부방법에도 Part 3을 통해 많은 분량을 할애하고 있으며 뒤를 이어 또다시 동양의 공부방법과 서양의 공부방법을 대비시킨다. 한마디로 동양의 공부방법은 '암기를 통한 공부'이고 서양의 공부방법은 '질문을 통한 공부'이다. 장단점이 있겠지만 아무래도 폭넓은 지식의 습득을 위해서는 서양의 공부방법이 상대적으로 우월하지 않겠나 생각이 든다. 물론 동양인들의 공부에 대한 동기, 그리고 사회와 국가를 위해서 공부해야한다는 책임의식은 배워야 할 점이라고 생각한다.

 

동양의 암기를 통한 공부는 지식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단기간에 높은 학업성취를 이룰 수 있지만, 비판적 사고 없이 지식을 습득하기 때문에 창의성이나 상상력 등이 결여되기 쉽다. 반면 서양의 질문을 통한 공부는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하고 토론과 논쟁을 벌이기 때문에 창의성, 상상력 등을 향상시키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암기의 공부만큼 빠른 학습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 p.316

 

지식은 소통과 공유를 통해 또다른 지식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 지식은 밖으로 드러내고 표현함으로써 나의 지식을 확인할 수 있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이런 점을 강조한다. "표현하는 것만이 나의 지식이다.(p.348)" 이것은 정말 나 스스로 느끼는 부분이다. 학교에서 몇년째 강의하면서 똑같은 내용이라도 충분히 이해한 뒤 나만의 언어로 표현하는 것으로 내 지식의 한계와 부족한 점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이해를 통해 앞으로 보충해야 할 점과 나 스스로의 강점을 알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었다.



이 책은 KBS에서 2013년 2월에서 3월까지 방영했었던 다큐멘터리의 내용을 묶은 것이다. 아직 그 다큐멘터리를 보지는 않았지만 책 내용이 인상적이어서 조만간 시청할 예정이다. 참고로 KBS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시청할 수 있다.마지막으로 책의 에필로그 내용 중에서 중국의 한 노교수가 했던 말을 인용하는 것으로 리뷰를 마칠까 한다.

 

공부의 끝이 어디 있겠습니까? 살다 보니 늙는 것이고, 공부하다 보니 또 늙는 것이지요. 공부는 죽기 전까지 하는 것입니다. 정신이 허락하는 한 공부해야 합니다. 세상에는 늘 새로운 지식이 존재하고 인간은 늘 새로운 의문이 생기기 때문에 계속 공부해야 합니다. 결코 공부의 끝이란 없습니다.


반응형
Posted by 테크리더
, |
반응형


십자가 (양장)
국내도서>소설
저자 : 시게마츠 기요시 / 이선희역
출판 : 예담 2013.02.07
상세보기


사람을 비난하는 말에는 나이프의 말과 십자가의 말이 있다고 한다. 나이프의 말은 굉장히 아프고 쉽게 일어나지 못하거나 그대로 치명상이 되지만 가장 아플 때는 찔린 순간 뿐이다. 하지만 십자가의 말은 평생 등에 져야 하는 말이다. 그래서 십자가를 등에 진 채 평생을 살아가는 고통을 느껴야 한다. 별로 친하지 않았던 친구가 왕따를 당하다가 자살을 했는데 그 유서에 나를 '절친'이라고 적었다면 그것은 십자가의 말이라고 이해해야 하나? 혹시 나는 어떤 비난의 말을 하였던가?


[예스24 북티저 영상 캡처]


얼마전 또 왕따를 당하던 학생의 자살 소식이 들려왔다. 남의 일 같지가 않았다. 아직 우리집 아이들은 어리지만 다가올 미래의 내 일이 아니란 법이 없기에 걱정스러운 마음이다. 이 강퍅해진 세상을 아이들에게만 맡겨야 되겠는가. 어른들의 책임은 아니던가.


시게마츠 기요시의 <십자가>는 중학교 2학년 생인 후지이 슌스케의 자살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1인칭 소설로서 화자는 왕따 피해로 자살한 슌스케의 유서에 '절친'이라고 쓰여진, 같은 반 친구 사나다 유. 사나다 유는 슌스케를 그저 반 친구중의 하나로 가볍게 생각했지만 그의 유서에 '절친'이라고 적히는 바람에 크나큰 십자가를 짊어지고 살아가게 된다. 사나다 유는 왕따당하는 친구를 방관했던 여러 친구 중의 한 명이었을 뿐인데 유일한 '절친'이라고 지목된 것이다.



후지이 슌스케는 왕따를 당하는 자신의 현실을, 반 친구들의 제물이 되었다고 표현한다. "왕따가 처음 시작된 것은 4월이었다. 특별한 계기나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선택되었다는 표현이 가장 가깝지 않을까? 후지슌은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다. 다만 선택되었을 뿐이다.(p.13)" 슌스케는 선택되었고 스스로 제물이 되었다. "그들은 후지슌을 선택했다. 그들이 교실에서 기분 좋게 지내주면 우리도 한숨 돌릴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아무도 그들에게서 후지슌을 찾아오려고 하지 않았다.(p.14)" 슌스케는 기꺼이 제물이 되었지만 동급생들은 고개를 돌린다. 


"미시마 다케히로, 네모토 신야. 영원히 용서 못 해. 끝까지 저주할 거야. 지옥으로 가라!"

"사나다 유, 나의 절친이 되어주어서 고마워. 유 짱이 행복하기를 진심으로 기도할게."

"나카가와 사유리, 귀찮게 해서 미안해. 생일 축하해. 늘 행복하기를 바랄게."


서로 상반되어 보이는 이 유서의 내용은 결국 모두를 향한 비난의 말인지도 모른다. 나이프의 말이나 십자가의 말 모두 비난의 말이 아니던가. 사나다 유와 나카가와 사유리는 그 십자가를 지고 살아간다. 사나다 유는 사유리에게 그만 짐을 내려놓자고 말한다. 또 자신도 그러기를 원했다. 하지만 20년이 지난 후에도 사유리는 그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사나다 유도 모두에게 용서받지는 못할 것이라고 자책한다. 사유리는 또 말한다. "우리는 모두 무거운 짐을 등에 짊어지고 있는 게 아니라, 무거운 짐과 하나가 되어 걷고 있다고... 그래서 내려놓을 수가 없어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등을 탄탄하게 만들고, 다리와 허리를 튼튼하게 만드는 것 뿐일지도 모르죠.(p.348)"


사나다 유는 자살한 슌스케의 가족에게, 유서에 이름을 쓰고 자살한 것은 '민폐'라고 독설을 퍼붓는다. 주변인물인 사나다 유가 민폐라고 생각할 만큼 언론은 자살한 슌스케의 주변인물들, 특히 같은 반 학생들에 대해 가혹하게 묘사한다. "매스컴은 왕따를 눈치채지 못한 학교 측을 철저하게 비난하고, 후지슌을 왕따 시킨 아이들을 짐승처럼 취급했다. 반면에 후지슌은 부모에게 걱정을 끼치지 않기 위해 왕따 사실을 털어놓지 못한 섬세하고 마음 착한 소년이 되었다.(p.83)." 사나다의 주변 사람들은 이렇게 외친다. "절친이었다면...... 왜 구해주지 않았지?", "절친이었으면서? ...... 그렇다면 왜......", "왜 슌스케를 ...... 구해주지 않았지?" 슌스케가 자신을 반 친구들을 대표하는 제물이라고 생각했다면 반대로 그 많은 아이들 중에 사나다 유의 이름이 유서에 적힌 것도 역시 제물이 아닌가 사나다 유는 스스로 생각한다.

 

소설을 읽는 내내 마음이 먹먹했다. 코끝이 찡해지고 마음의 울림을 느꼈다. 옮긴이의 글에서 이선희 번역자는 책을 덮으면서 '아버지'가 떠올랐다고 한다.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아이들의 아버지로서의 내 모습을 떠올렸다. 중학교 2학년 시절에 씻을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받았던 사나다 유는 20여 년이 지난 지금 어느덧 아버지가 되었고, 그 아들의 일기에서 '절친'이라는 단어를 발견한다. 아직은 어린 나의 아이들도 언젠가는 글씨를 쓰고 일기를 쓰고 절친이 생길 것이다. 누군가에게 절친이 되기도 하고, 누군가를 절친으로 생각하기도 하고. 후지슌은 집 마당의 감나무에 목을 매달아 자살한다. 후지슌의 아버지는 20년 만에 그 감나무를 베어버린다. 20년간 감나무를 보며 아들과의 아픈 추억을 기억하던 그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려 본다. 그리고 아버지가 된 사나다의 모습도 떠올려 본다. 아버지가 된 사나다는 아들이 자신 같은 사람이 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었다.

 

아들이 우리 2학년 3반에 있었다면 어떤 캐릭터였을까? 적어도 미시마나 네모토는 되지 않기를 바란다. 사카이는 더 되지 않기를 바란다. 물론 후지슌도 되지 않기를 바라지만, 사실은 가장 되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다.

"용기를 가져라", "보고도 못 본 척하는 것은 최악이다", "친구를 죽게 만들지 마라" ...... 나는 아들에게 이렇게 말하리라. 당시 담임이었던 도미오카 선생님이 그랬던 것처럼. 그러나 "아빠는 옛날에 그렇게 하지 못한 걸 계속 후회하고 있어"라는 말을 덧붙이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 p.326

 

사유리가 사나다에게 보낸 마지막 편지는 이렇게 마무리 된다. "언젠가 어디선가 서로 등이 탄탄해져서 만났으면 좋겠군요.(p.350)" 후지슌은 자살로 짧은 여행을 마쳤고 남은 자들은 무거운 짐을 메고 긴 여행을 시작한다. 여행은 하얀 십자가를 향한다. 십자가는 언덕 위에서 조용히 기다리고 있고, 사람들은 말없이 계속 걷는다. 모두가 피해자이기도 하고 가해자이기도 한 이야기 구조 속에서 모든 사람들은 철저하게 자기 십자가를 지고 앞으로 나아간다.

반응형
Posted by 테크리더
, |
반응형


여자에겐 일생에 한 번 냉정해야 할 순간이 온다
국내도서>시/에세이
저자 : 한상복
출판 : 예담 2012.10.26
상세보기



제목을 보니 이거 남자가 읽어도 되는 책인가 싶었다. 첫 페이지를 열어 '서문'을 읽다보니 꼭 여자만을 위한 책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문에서 이야기하는 내용은 남녀관계, 그리고 결혼에 대해 남녀가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고 그 다름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한 대답을 들려주지 않을까 기대하게 만든다.




누구나 훤히 알고 있는 뻔한 결혼이지만, 동시에 너무 어려워서 갈피를 잡을 수 없는 게 결혼이기도 하다. 사랑으로 충분한 것이 결혼이며, 동시에 사랑만으로는 절대로 쉽지 않은 게 결혼이다. 부모님 말씀을 잘 따르면 탈이 없는 것이 결혼이지만, 한편으로는 부모님 말씀대로 했다가는 큰일이 나는 것이 결혼일 수도 있다. 알 수 없는 미래가 두렵기 때문에, 함께 가는 것이다. 결혼은. - p.6


이 두려운 결혼이라는 관계는 남녀간에 싹트는 '사랑'이라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일반적으로는 말이다. 헌데 그 사랑이라는 것은 선행학습이 없다. 닥치고 봐야 짐작할 수 있다. 책의 내용을 쭉 조망해 보면 저자가 이 책을 통해서 들려주는 사상의 근간은 '남녀의 다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직접적인 표현이 언급되지는 않지만 내 생각에는, 남녀의 생각하는 방식이 다르고 그 생각을 표출하는 행동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그 '다름'으로 인해 관계가 어그러지고 결국 남남이 되는 순간도 닥치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어찌보면 책의 표현처럼 결혼은 '결점있는 한 인간이 내 인생으로 들어왔다'(p.29)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맞을 수도 있다. 그 남녀의 기본적인 차이는 다음 문장을 통해 어렴풋이 정리될 수 있다. 사랑과 결혼의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대략 맞는 말이 아니던가.




여성은 사랑하는 남성이 자신에게 여자들처럼 섬세하게 대해주길 기대한다. 에두른 표현만으로도 의사소통이 충분히 이뤄진 것이라고 믿는다. 약간의 힌트만 주어도 남성이 마치 '여자처럼' 알아차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남성은 사랑하는 여성을 의리로 맺어진 친구처럼 여겨 굳이 말 안 해도 모든 걸 이해해줄 것이라고 믿는다.  - p.35


다음달 초면 나도 결혼한지 만 6년이 된다. 결혼 전에 이런 말을 들었다. 대부분의 결혼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결혼식'을 준비하지 '결혼 이후의 삶'을 고민하고 준비하는 사람이 적다는 말. 그래서 나는 고민하려고 했다. 결혼 이후에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고민만 했다. 역시 어른들이 말이 맞는 것인지 결혼은 남녀의 일대일 만남의 결론이 아니라, 그저 같이 살 사람이 하나 더 생겼다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사고방식과 라이프스타일과의 충돌을 헤쳐나가야 하는 과정이며 더 나아가 가족과 가족의 만남이라는 것이 자각되었다. 어찌보면 책에서 이야기하는 결혼이라는 관계는 상당히 '처세지향적'인 논조를 띄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즉 흔히 생각할 수 있는 '성공적인 결혼'에 포커스를 맞춘 것이 아니냐는 말이다.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결혼하기 전 따져보아야 할 것들에 대한 조언이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일례로 결혼할 상대방의 어머니에 대해서 살펴보라는 내용을 잠깐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어머니가 행복하지 않으면 집안의 어느 누구도 행복할 수 없다. 어머니야말로 집안의 '드러나지 않는' 중심이니까. 따라서 누군가를 사랑할 때, 그의 어머니가 불행하다면, 그 불행한 어머니만큼 사랑에 위협적인 존재는 없다.  - p.58


그래서 어머니의 행복 여부를 살펴보라는 것이다. 또한 남녀의 기본적인 차이를 일반화시키기는 힘들겠지만 대체적인 차이를 논하면서 특히 남자에 대해서는, 여자를 불안으로부터 지켜내려는 욕구가 있으며 그 욕구가 해결되지 않으면 두려움을 느끼는 존재로 묘사한다. 그리고 불안하고 두려운 남편에게 '힘내. 그렇지만 나한테는 지금의 자기, 그대로도 충분해'라는 문자를 보내주는 아내의 모습을 제시하면서 남녀의 차이를 논한다. 나는 아직 잘 모르겠다. 결혼의 전제조건으로 사랑이 과연 몇퍼센트나 차지하는지. 그렇다면 그 나머지는 무엇으로 채워야 하는지. 책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사랑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그 나머지가 제대로 채워져야 사랑이 더 충만해 질 수 있음을 지적한다. 결혼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갓 결혼한 딸에게 보내는 아래 인용한 아버지의 편지내용을 미혼들을 명심해야 한다.




20분짜리, 남들에게 보여주는 결혼식에 매달려 전전긍긍했을 뿐, 40만 시간, 결혼식 이후의 우리 둘의 삶에 대해서는 막연하게만 '두 사람의 알콩달콩'을 동경해왔으니 그게 얼마나 바보짓이야? 그저 남들이 그렇다니까, 왜 그런지 생각도 제대로 안 해보고 형식적인 결혼 준비만 했던 것이지. (중략) 결혼을 '사랑하는 남녀가 밤에도 헤어지지 않고 연애하는 것' 정도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 그렇게 안이한 생각을 품고 있다가, 막상 결혼이 전혀 다른 세상의시작이라는 점을 알게 되면 허둥대기 시작하지.  - p.39




책에서 인상적이었던 내용 중의 하나는 남녀간의 '거리 두기'에 대한 제안이었다. 중독성이 강한 사랑에 빠진 남녀의 사례를 들면서 그들의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 중독이라고 판단한다. 따라서 그런 중독성이 짙어진 사랑을 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스트레스는 '건강한 거리'를 형성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이 거리두기는 흔히 말하는 '밀당'과는 다른 것이다. 밀당은 상대를 무릎 꿁게 하려는 의도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지만 거리두기의 바탕은 자신과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다(p.111). 양쪽모두 소중하기 때문에 조심하려는 의도에서 출발한다. 그래서 이 거리두기의 관점에서 사랑은 다음과 같이 정의내릴 수 있다.


사랑의 깊이는 다가섰다가 물러서기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서로에 대한 경험이 쌓이면서 깊어지는 것이다.  - p.112


이 책이 사랑과 결혼에 대한 조언을 다분히 '처세지향적'이고 '정치지향적'이라고 평가할 수 밖에 없는 사례를 하나만 더 소개하겠다. '명절'에 대한 인식이 남녀간에 차이가 있다는 사례이다. 남자들에게는 명절의 의미가 여자들과는 다르다. 대부분 여자쪽의 가정에서는 이런 궁금증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시댁 될 집안의 명절이 여자의 결혼생활에 얼마나 중요한지, 너도 그 나이까지 엄마를 통해서 충분히 보지 않았니?' - p.113


쿵! 아, 결혼하기 위해서 이런 것도 따져봐야 하는구나. 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나도 남자로서 여자들이 겪는 명절 스트레스를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든 생각일 수도 있다. 인정한다. 하지만 책의 사례에서 언급된 그 남자 정도로 이해를 못하는 것은 아니다. 시댁의 명절 문화가 어떤지에 대한 궁금증을 남자는 예비 신부와 예비 시어머니가 있는 자리에서 이렇게 물어본다. "엄마, 근데 얘가 갑자기 명절에 대해서 물어보네요. 결혼할 생각하니까 걱정이 되는 모양이죠?"(p.117). 뿜었다. 이렇게 하지는 말자.


처세지향적인 내용에 대해 다소 비판적인 리뷰를 했지만 정말로 비판하려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은 다양한 종류의 남녀들이 다양한 형태의 연애를 하며 다양한 결혼 생활을 하고 있는 사례들을 36편의 작은 에세이로 풀어내고 있다. 각 글들마다 다른 사례들이 제시되고 있으며 그 사례들을 통해서 연애시절에, 결혼 전에, 결혼 후에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알려주려다보니 '성공'이라는 목표에 촛점을 맞춘 것처럼 느낀게 아니겠나 생각된다.





행복이란 공감 능력, 즉 서로를 이해해줄 태세가 얼마나 되어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결론이었다. 그러니까 여성의 미래는 사랑하는 남자와 얼마나 잘 소통하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다. 우아한 여신이 될 것인지, 아니면 투덜이 마녀가 될 것인지. 그 책임의 절반은 남자의 어깨에 달려 있는 셈이었다.  - p.125


이 책을 읽고 난 내 느낌은 이렇다. 남녀간에는 분명히 일반화시키니 힘든 차이가 있다. 그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품어주는 것이 성공적인 남녀관계의 지름길이며 사랑의 완성이다. 그 다름이라는 것은 단지 사고방식과 라이프 스타일의 차이뿐만 아니라 가족관계과 그(녀)가 살아온 과거의 환경, 그리고 미래를 바라보는 비전의 다름까지도 포함한다. 그 다름을 '인정'하고, '공감'하며, 더 나아가 '동감'하지 않는 이상 남녀관계는 성공할 수 없다.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반응형
Posted by 테크리더
, |
반응형


스님의 청소법
국내도서>자기계발
저자 : 마스노 슌묘 / 장은주역
출판 : 예담 2012.10.23
상세보기




이 책을 받아 든 순간 느꼈던 생각은, (우습게도) 요즘 출판계는 스님이 대세인가 라는 것이었다. 최근 국내 베스트셀러의 상위권이 스님들의 책이 많이 올라있는 것을 알았기에 더 그랬던 것 같다. 이 책은 일본의 겐코지라는 절의 주지스님이자 정원 디자이너로 활동중인 마스토 슌묘라는 분의 책이다. 저자는 환경디자인과 교수로 강단에 서기도 하는 분이다. 제목에서 느낄 수 있다시피 '청소'에 관한 책이다. 책의 전체 내용은 집안 청소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그 청소라는 과정을 통해 나 자신의 묶은 때를 씻어내고 진정한 나 자신의 찾아가는 명상의 과정이라는 점을 상기시킨다.


왜 청소를 해야 할까요? 사람을 태어나면서 한 점 흐림도 없는 거울 같은 마음을 갖고 태어납니다. 하지만 살아가는 동안 마음속에 티끌과 먼지가 쌓여가지요. 티끌과 먼지를 털어내고 본래의 거울 같은 마음으로 되돌리기 위해 청소를 하는 것입니다.


1장의 제목인 '청소는 마음을 닦는 것'에서 말해주다시피 내 방과 내 생활 주변은 내 마음 상태를 나타내주는 것이므로 깨끗이 저일한 방에서 생활하기 시작할 때 마음도 역시 상쾌함을 맛볼 수 있다. 솔직히 나는 청소를 잘 하는 편이 아니다. 내 주변은 항상 어질러져 있으며 그것에 익숙해져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나서 지나친 깨끗함을 추구하는 경지에까지 이르기는 내 의지가 약하지만 어느 정도는 가지런히 정돈하고 먼지를 제거하고 생활의 품위를 유지해 보고자 하는 욕구가 생겨났다. 


책은 때로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하며 '인간'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깨우쳐주기도 한다. "오랜 시간에 걸쳐 선조가 인생을 꿋꿋이 살아남아 연을 이어온 결과, 우리는 이렇게 존재하는 것입니다. 당신이 태어나서 지금에 이른 것은 기적이라고 불러도 되겠지요(p.47)." 정말로 기적과도 같은 일이다. 사람은 한명 한명 모두 귀한 생명체이다. 그러한 내 몸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 비단 종교인이 아니더라도 가장 명심해야 할 생활 마인드가 아닐까 싶다.


천수를 다하는 그날까지 생명은 소중히 간직해야만 합니다. 그러므로 생명을 끊는 일은 절대 있어서는 안됩니다. 정성을 다해 생명을 맡아둬야 할 책임을 모두가 똑같이 지고 있습니다.  - pp.47~48


소중한 나의 몸이 존재하는 곳, 그 몸이 하루 24시간 중 처음 맞이하는 아침시간에 5분을 투자하여 청소하라는 조언도 눈여겨 볼 만하다. 솔직히 나도 회사원 시절 아침의 5분이 시간이 있다면 잠을 좀더 자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것 같다. 여유라는 것을 찾아보기 힘든 요즘 아닌가. 하지만 저자는 나만의 청소 스타일을 만들어보라고 조언한다.


청소를 계속하는 요령은 '나 자신에게 맞는 스타일'을 찾는 것입니다. 자신의 스타일을 찾기 위해 청소 시간을 정하고 실제로 청소를 해봅니다. 작업의 속도도, 방의 수도, 집의 크기도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입니다. 그래서 '자신의 방식'이 필요합니다.  - pp.107~109


2장의 말미에서는 장소별 정리습관을 현관부터 거실, 부엌, 화장실, 베란다에 이르기까지 청소방법을 소개한다. 또한 계절별 옷 정리하기, 식기 정리, 책상 정리, 우편물 처리방법 등 저자가 경험했던 청소와 정리의 노하우를 쏟아낸다. 그러면서 그 과정에서 얻어지는 마음의 '평정심'에 집중한다(p.167). 더 나아가 청소의 행위를 인격과 인품으로 연결시키기까지 한다.


벗은 신발을 정돈해두지 않는 사람은 자신의 마음도 정돈되어 있지 않습니다. '고작 신발 벗는 방법 정도로'라고 생각하겠지만, 이것은 하나의 상징입니다. 벗은 신발을 가지런히 한다. 그런 사소한 것에서 그 사람의 '인품'이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 pp.119~120




우리가 흔히 경험하는, 또는 지겨워하는 일상의 행위인 청소를 통해 저자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는 종교적 성찰을 보여준다. 어찌보면 하찮아 보이는 청소가 그날 그날의 고민이나 근심거리를 잊고 인생의 큰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라니 저자의 이야기대로 한번 아무 생각없이 쓸고 닦고 먼지를 털어내도록 해야겠다. 그것이 아니더라도 내 주변이 더러운 것보다는 깨끗하고 정돈된 것이 좋지 않겠는가.


청소는 일상 속에서 무념무상이 될 수 있는 시간입니다. 무심히 청소를 하는 그 순간만큼은 그것과 완전히 하나가 됩니다.  - p.181





반응형
Posted by 테크리더
, |